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로써 내 취향이 의심할 나위없이 코믹계열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의 책은 저번의 <세상은 늘 금요일은 아니지>의 분위기가 나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다. 실은 읽은 순서로 치면 이 책을 훨-씬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그 때는 책을 읽고 기록해 둔다는 생각은 순조롭고 (빠른) 독서 생활의 방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냥 으하하- 웃겼지, 정도의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다시 읽는게 분명한데도 뒤로 갈 수록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이 났다. 이게 독서기록장을 써야 하는 이유로구나..!

 

<세상은 늘~>처럼 작가의 실제 생활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이지만, 설마 그게 진짜 일상이려고... 하며 넘어갔다. 이게 일상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오싹하다. 특히 개미떼에 관한 이야기가.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과장됐겠지, 하면서도 굉장히 그럴듯하다. 나와 내 동생은 좀 얌전한 편이었다고 하지만 옆동네 이종사촌 동생들을 보면 그러고도 남는다.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매사에 힘이 넘쳐서 같이 있다보면 에너지를 빨리는 느낌이 든다.

 

에프라임은 자기 주장이 무척 강하고 제시간에 들어가 자라는 말은 전혀 듣지도 않는 첫째 아들과, 역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둘째 딸,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막내-세남매의 아버지다. 그는 아내를 항상 '잘나신 아내'라고 부르며 아내의 말에는 (되도록이면) 고분고분한 편인 이상적인 가장이다.

 

이렇게 보면야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일 것 같지만... 이 사람, 가족이 있는만큼 <세상은 늘~>의 호어스트보다 몇 배는 더 큰 사고를 친다. 대부분 그의 잘나신 아내와 그가 함께 일으키거나 그의 아이들 중 하나가 계기를 마련하는 그 사건들은 어떻게 일상에 꾸겨넣어보면 일어날 법도 하다.... 어쩌다 한 번씩은. 그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걸 보면 역시 세상에 운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대부분 잘못된 판단이 불러오지만)

 

내가 특히 공감하고 데굴데굴 굴렀던 부분은 개를 훈련시키는 부분이었다. 우리 집에도 개가 한 마리 있다. 녀석은 시츄인데 현재는 나의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에 따라 밥을 먹고 있지만 한 때 (손이 큰) 우리 엄마가 개껌이나 치즈를 많이 주는 바람에 무게가 엄청나다. 우리 집에 온지 한 1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화장실을 못 가리는- 그래서 엄마에게 혼나는- 귀엽지만 문제가 있는 녀석이라 에프라임이 개를 길들이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결론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에프라임의 긍정적인 마음가짐 하나 만큼은 본받을 만 하다!

 

드라마나 영화, 책 등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너무 답답해서 '이 바보! 거기서는 솔직하게 털어놔야지!'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주로 애정문제 대해서 그런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편인데, 과연 경험이 있고 없고는 꽤 큰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연애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볼 수 있는 내가 저런 바보들...하고 혀를 차면 동생은 달관한 표정으로 난 이해가 가~ 라고 옹호한다. 막상 저 상황이 되면 입이 안 떨어져.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해준 동생 덕에 다시 생각해 보니 애정 문제는 아니지만 나도 그런 상황이 있긴 있다. 일이 좀 꼬였는데 사실대로 다 털어놓기엔 어쩐지 자존심 상해서 결국 안 좋게 끝나는 그런 일이.

 

에프라임에게는 그런 일들이 잔뜩이다. 가장인 만큼 가족들의 실수도 에프라임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상황을 훌륭한 작가의 입장에서, 멋진 아빠의 입장에서, 충직한 남편의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좀 (미안하게도)웃기다.

 

이 책에 나오는 '웃기는' 이야기들은 실제 내가 겪는다면 충분히 짜증날 법한 상황이다. 집안에 들어오는 개미떼라든지 끝이 없는 듯한 아이들 학예회(이건 내가 당사자였을 때도 지겨웠다)라든지. 하지만 에프라임은 그 모든 일에서 희망을 본다. 비록 그 희망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포기'로 비칠 지언정 에프라임 가족은 그 희망에서 안정을 찾는다.

 

책을 읽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웃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사람 마음이 바다같이 넓은 사람이야...! 바다는 커녕 수영장 크기만도 못한 마음을 가진 나는, 그냥 다시 한 번 책을 읽는 걸로 인생에 희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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