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마니아 - 20세기 최대의 마케팅 성공작, 생수에 관한 불편한 진실
엘리자베스 로이트 지음, 이가람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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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더 값이 싸고, 질적으로 우수하고, 더 구매하기 편한 제품이 당연히 팔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고르자면, 바로 이 물 산업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돗물은 연방 정부에서 정한 보건 안전 기준을 여유있게 만족하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유명 브랜드의 생수보다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생수에 비해 240배에서 10,000배까지 가격이 저렴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돗물은 생수의 위협적인 성장에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기존 폴리염화비닐병에 비해 싸고, 가볍고, 튼튼하고, 색이 밝고 투명하고 내구성이 있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PET의 발명에 힘입어 1990년에서 1997년까지 미국의 생수 매출은 1억 1500만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심지어 국영 물 공급업체마저 생수의 판매전략을 본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리수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수돗물이 생수에 밀리는 현상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저자는 이런 생수의 성공을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가장 큰 마케팅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2005년 5월, ABC의 시사 탐사 프로그램 '20/20'은 뉴욕 시민을 대상으로 생수5종과 수돗물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뉴욕 수돗물을 싫어한다고 한 사람중에는 비싼 생수 대신 수돗물이 좋다고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의 선호도가 가장 낮은 것은 가장 값비싼 생수였다. 2008년 런던의 물맛 실험에서는 수돗물과 20종이 넘는 생수가 등장했는데, 런던의 수돗물이 3위를 차지했다. 2006년 10월 영국 원즈워스의 물맛 실험에서는 참가자 650명 가운데 80퍼센트가 수돗물과 유명 생수의 맛을 구별하지 못했으며, 그중 3분의 2는 생수보다 수돗물 맛이 좋다고 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p.139 

물의 민간 판매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습니다. 일부의 부유층은 사설 수도를 이용했고,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오염되기 시작한 수질자원 때문에 발생한 1858년 대악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근대적 하수처리시설은 시민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공중보건에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인 깨끗한 물 공급과 더불어 수돗물에 박테리아를 없애주는 염소를 사용함으로서 공공수도는 하나의 자부심이 되었고, 평균수명 상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PET병의 발명,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증가와 생수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기업들의 대대적인 광고는 1리터짜리 생수병을 건강과 섹시함의 이미지를 살린 패션 악세사리로 변모시킵니다. 덩달아 산업이 발달하면서 물은 점점 더 오염되어 갔고, 산업, 농업,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화학 약품들은 공공 식수 시설로 하여금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사업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식수가 좋게 발전해도 알아주지 않았고 이는 예산의 압박을 가져와 점점 시설이 노후화되어 생수의 약진에 한몫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생수의 발전과 공공수도의 몰락은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생수회사 네슬레에서 남겨준 물 할당량을 두고 농부들 사이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는 돈을 내는 사람에게만 마을의 우물을 이용하도록 해 국제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또한 특정지역의 물을 과도하게 뽑아내기 때문에, 그 지역의 환경이 심각하게 변화하고 동식물의 삶터가 사라집니다. 물 관련 운동가들이 물을 둘러싼 작은 마을과 거대 기업의 싸움을 보고 민주주의를 향한 싸움 그 자체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역 주민들은 별다른 혜택 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생수의 생산방식도 비효율적이여서, 역삼투압 방식을 이용하여 수돗물을 정화하는 공장에서는 최종적으로 판매대에 올라갈 생수 1갤런을 만들기 위해 필터에 따라 3~9갤러의 물을 버리게 됩니다. PET병에 들어가는 석유, 운송에 들어가는 석유는 고유가 시대에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PET병의 쓰레기 처리 문제 또한 골칫거리로 남고 있습니다.

수돗물보다 더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는 기업의 주장과, 생수병에 프린팅된 만년설의 이미지와 같은 깨끗함을 기대하는 소비자와는 다르게 정작 생수는 수돗물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2006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전체 생수의 44퍼센트는 수돗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음용수나 정화수라는 라벨을 달고 팔렸습니다. 또한 회사는 최초 수원지의 수질을 기준으로 사업 승인을 받게 되는데, 사업을 확장하며 제2, 제3의 시추공에서 나오는 물도 같은 등급을 받기 때문에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됩니다. 1998년 천연자원보호위원회에서 실시한 생수검사는 103가지 각기 다른 브랜드의 생수 샘플 1천개를 검사했는데, 그 중 3분의 1에서 비소, 브롬, 대장균성 박테리아 같은 오염원이 검출되었습니다. 공공 수도 시설은 매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수질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생수회사에는 그런 강제적 규정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질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생수회사들은 이런 정보들을 라벨에 넣지 않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하고, 이 정보들을 감추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다단계 여과 과정과 어디에 생수 공장을 설립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수질이 가장 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공장에서 나오는 최종 생산물은 다 똑같습니다. 진흙을 가져다 놔도 '다사니(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 p.204 

생수 산업의 약진은 마케팅,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 관계업종의 협조 등 다양한 원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식당에 있어서 생수는 메뉴판에 있는 어떤 아이템보다 마진이 크며, 미국 요식업계는 생수판매로 연간 20~35억 달러의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돗물 체계의 미래는 점점 어둡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각 도시에서 상하수도 체계를 수리하고 교체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2020년에는 절반 가량의 도시가 물이 아예 없거나 위태로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 토목학회에 따르면, 이 비용은 3,9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그에 반해 식수와 하수처리를 위한 연방 재정은 10년동안 계속 감소했으며,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배정된 예산은 13억 달러에서 9천만 달러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물 시장이 가져다주는 미래는 깨끗한 생수를 먹는 계급과 오염된 강물을 먹는 계급으로 구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미 공공수도 체계가 붕괴한 나라들과 물 민영화로 인한 타격을 받은 나라 등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사막 관개사업을 벌였을 때 주민들은 아랄 해가 말라버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아랄해의 모습은 전세계에서 수원을 찾아 헤매는 생수기업들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물 공급은 점점 위협받고 있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이 중대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회의 중요 이슈가 되었습니다. 만약 시민의 의식변화를 원한다면 PET병과 공병세의 연구는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음료수 용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종의 반환보증금을 내게 하는 방식의 공병세는 공병세를 걷지 않는 주의 평균 재활용 비율은 23퍼센트인 것에 비해 공병세를 걷는 주에서는 음료수 병의 60~90퍼센트가 재활용되는 매우 효과가 높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결과는 법제화하는것이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의 저자 데버러 L 로우드가 지적하듯이, 법제화는 우리 마음속에 굳어버렸다고 가정하는 편견조차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생수냐 수돗물이냐, 이 선택은 물론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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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한마디가 병을 부른다 -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편 쌍둥이, 노시보 효과
마그누스 하이어 지음, 박병화 옮김, 최일봉 감수 / 율리시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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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렸을 때 사람들의 기대심리는 증상을 좌우합니다. 기대심리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입원실의 간호사가 약을 줄 때보다 의사가 직접 찾아와서 약을 줄 때가 약의 효과가 훨씬 높아지고, 모든 약은 외적인 형태로도 약효를 발휘합니다. 값이 비싸고, 크기가 매우 작고, 캡슐로 되어 있다면 성분과는 무관하게 높은 효과를 냅니다. 약이 쓰거나 주사가 아플 때도 잠재의식에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며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타납니다. 심지어 주사가 아픈 이유가 놓는 스킬이 미숙해서일지라도 플라시보 효과는 발동합니다. 의학에서는 '문제는 병을 고치는 것이다'라는 말이 우선적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플라시보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사를 제한하는 이유는 환자가 며칠 후 다시 병원을 찾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몸에는 주사만 듣는다는 고전적인 조건반사가 환자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면 환자는 이런 치료방식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세가지 요소가 있는데, 여기에서 플라시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의 경우 증세 경감의 25%는 약물 효과, 25%는 자연치유, 50%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평가합니다.

이처럼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는 마치 마법사의 마법이나 주술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발휘되지는 않습니다. 현대인들은 마법사의 주문이나 주술사의 인형 따위에는 면역이 있지만 자신의 뇌종양을 촬영한 CT사진이라면 다릅니다. 더구나 권위 있는 전문의가 툭 내뱉는 말에는 전혀 내성이 없습니다. "별 이상은 없지만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환자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플라시보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플라시보의 반대 효과도 마찬가지로 강력합니다. 이런 플라시보의 반대 효과, 노시보 효과는 놀랍게도 당사자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꽃밭 사진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미를 보고 천식이 생기는 알레르기 환자는 그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가 생깁니다. 이런 노시보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에 비해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의학 논문의 정보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에 등록된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연구는 14만 8000편인데 반해, 노시보 효과는 148편에 불과합니다.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26세의 데릭 아담스는 자살을 결심했다. 아담스는 우울증 치료제 29알을 삼키고 나자 죽음이 두려웠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혈압이 떨어진 그는 위험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정맥주사를 놓아도 증세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아담스의 상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 그가 복용한 약은 임상시험에 참여했을 때 구한 것이었다. 임상시험에서는 대개 실험을 주도하는 의사들도 무의식적인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환자 중 누가 실제 약을 복용하고 누가 플라시보를 복용했는지 모른다. 아담스도 마찬가지였다. 위급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아담스가 플라시보 그룹에 속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이 삼킨 것이 위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 아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젊은 남자는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 - p.33 

플라시보 효과나 노시보 효과가 어떻게 통증 등을 좌지우지 할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뇌 스스로 진통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뇌가 자체적으로 진통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일 밝혀진 뒤 무수한 진통 연구가 진행되면서 통증의 경감은 상상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덕분에 플라시보 효과를 활용하는 기술들은 점점 발전해왔으며 많은 의학 부분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인 노시보 효과에 대한 주의는 부족합니다. 진찰이나 엑스선 촬영, 의약 처방 등 각종 기술적인 처리를 할 때 의사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냉정하게 내뱉는 치명적인 진단소견이 빠른 시간에 정확한 예언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주술사들처럼, 흰 가운의 의학자들도 실수로 주술을 행하는 것입니다.

설명서의 의약 정보는 기본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환자는 설명서에 쓰여 있는 매우 희박한 가능성만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약의 모든 부작용을 의식하게 된다. 설명서는 환자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암호가 사용된다. 매우 빈번한이라고 표시된 부작용의 경우, 열 명 중 한 명꼴도 안 된다. 때때로라고 표시된 부작용은 백 명 중 한 명도 안 되며, 매우 드물게라는 부작용은 만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의약정보는 환자를 위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제약사의 법적인 안전장치 차원에서 만들어진다. - p.106 

의학 치료의 일선에 있는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여러 요소들은 이런 노시보 효과를 부추깁니다. 약을 살때 들어있는 설명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의학상식도 이런 효과를 냅니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의미를 제한하는 능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연산체계는 인터넷에서 중요도가 아니라 흥미 순으로 검색하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가 헤매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검색 리스트에서 인기 사이트를 상단에 놓습니다. 그 결과 온라인에서 조사하는 의학적 내용의 방식과 양은 자신의 질병에 대한 과장된 인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게 합니다. 예를들어 두통을 찾던 사람이 뇌종양이라는 대답을 발견하거나, 관절통을 검색하던 사람이 류머티즘이라는 진단과 마주하게 되면 노시보효과로 인해 실제로 그런 증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간혹 인터넷의 건강 사이트는 의약품을 파는 기업에서 후원하기도 하며 건강정보를 미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또한 TV매체, 잡지 등의 미디어가 가지는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기자들은 이미 의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몰 질환이라는 현상인데, 방송기자 한스 몰의 이름을 딴 이 병명이 생긴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 병은 전통적으로 환자가 몰리는 월요일보다 유난히 화요일에 많이 발생하는데, 원인은 한스 몰의 프로그램 '현장 건강매거진'이 월요일에 방송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송 다음날이면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와서 자신에게도 방송에서 다룬 질환이 있다고 주장하며 의사에게 진단을 요구합니다.

의료계에는 민영보험 가입자들이 지나친 진단과 치료를 하는것을 막을 방어막이 없다. 민영보험 가입자의 경우 첨단기술을 이용한 검사 비율이 두드러진다. 이와는 반대로 진단학적으로 또는 격려 차원에서 긴 대화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사 결과는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친절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민영보험 가입자는 계속 검사 결과에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불안은 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공공 건강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 조합이 보호를 하는데 이들은 대개 필요한 비용만 지출하면 된다. 이것이 가입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 p.124 

의학계가 더 강력하게 활용하라고 권고할 만큼 플라시보 효과는 현실적으로 유용한 것이 분명합니다. 많은 의사들은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어휘를 사용할 줄 알고, 약물성분이 거의 없는 주사로 원하는 만큼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노시보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실수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해서 병을 부르는 일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플라시보 효과를 활용하는 만큼 노시보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약업계는 약의 디자인부터 노시보 효과를 고려해서 제조해야 하고, 복용설명서 또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하는 민간 의료보험체계도 수정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시보 효과를 방지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입니다.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파킨슨병이에요. 접수대에 가서 검사일자를 잡으세요." 라는 대화는 환자로 하여금 예외 없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며 질병의 차후 경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자는 노시보 효과를 막기 위해선 의사의 상담시간은 적어도 평균 7분보다 더 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지적은 저자의 국적인 독일에서 의사와 환자의 상담 시간이 평균 7분이기 때문입니다. 노시보 효과는 지금 당면한 현실의 문제이며, 의사도 환자도 명심해둘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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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 - 한국인의 밥상을 점령한 중국산 식품의 위험에 대한 현장보고
저우칭 지음, 김형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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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보면 '중국의 연금술'이라는, 비아냥거리는 의도가 분명한 목록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식품안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가짜 국수, 비닐로 만든 가짜 미역, 탄산석회, 석고, 나트륨, 명반, 젤라틴, 식용염화칼슘, 레몬색 색소로 만드는 가짜 계란, 공업용 젤라틴으로 만든 가짜 샥스핀은 분노를 넘어 그 창의성에 대한 감탄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덩샤오핑이 제시한 모토와 직결됩니다. '부자가 되라'. 이러한 부자에 대한 열망은 중국에서 자본주의의 극단을 보여 줍니다. 혈액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앞다투어 피를 팔았고, 소를 방목할 장소가 없다면 쓰레기 더미 위에서 소를 방목합니다.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제활동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피를 파는 사업은 중국에 에이즈가 전역으로 퍼지게 했고, 중국 식품을 더이상 믿고 먹기 힘들게 했습니다.

중국의 양식업자들은 시프로플록사신이나 피임약을 양어장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양식업자들이 양어장 바닥에 피임약을 깔고 물고기 사료에 다량의 호르몬을 첨가하는 이유는 이들 약품이 어류의 전염병을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생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피임약은 정부가 산아 제한을 위해 무료로 나눠준 것들이고, 그래서 양식업자들은 아무리 많은 피임약을 뿌리더라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호르몬이 첨가된 이런 식품의 결과는 7살의 여자아이가 월경을 시작하고, 6살의 남자아이가 수염이 자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호르몬 식품은 아이들에게 성조숙증을 유발하며, 중국의 성인들의 생식 능력이 저하되게 합니다. 중난산은 광저우 지역에서 많은 질병의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식품안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장암, 자궁 경부암, 난소암의 발병률이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잇는데 이런 것들은 농약, 각종 첨가제, 방부제, 성장 촉진제 등의 과다한 사용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만약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50년 후에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자녀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옵니다.

중국의 둥베이와 화베이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발소에서 나오는 모발들이 모두 팔려 나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발은 가발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미노산 액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판매가격은 1kg에 1위안 정도이며, 이들은 다시 재가공되어 1.8위안의 가격으로 산둥과 허베이 지역으로 팔립니다. 산둥과 허베이의 현지 공장들은 다시 이 모발을 이용해 아미노산 액을 만들어 전국으로 판매합니다. 그 후 전국에서 이러한 아미노산 액을 이용해 간장을 만듭니다. 모발을 이용해 만든 아미노산 액에는 비소와 납 등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견과류 식품과 두부피에선 소듐포름알데히드설폭실레이트가 검출되고, 돼지고기에선 클렌부테롤이 검출됩니다. 살코기가 많은 돼지는 그 원가가 일반 돼지보다 좋은 종자의 새끼를 사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가격, 사육기간이 일반 돼지보다 더 길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클렌부테롤은 이러한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시켜 줍니다. 클렌부테롤을 먹여 키운 돼지는 털에서 윤기가 나고 고기의 색채가 선홍빛으로 돌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돼지는 대도시의 큰 할인 매장의 돼지고기가 더 위험합니다. 클렌부테롤은 대규모로 사용했을 때 비로소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사료업체와 양돈업자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클렌부테롤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클렌부테롤 돼지의 이윤은 정상적인 돼지에 비해 이윤율이 275퍼센트에 달합니다.

자본은 적정액의 이윤이 있으면 곧 대담해지기 시작한다. 만약 10퍼센트의 이윤이 있으면 자본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20퍼센트의 이윤이 있으면 자본은 적극적이 되며, 50퍼센트의 이윤이 있으면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100퍼센트의 이윤이 있으면 자본은 곧 인간의 모든 법률을 무시하며, 300퍼센트의 이윤이 있으면 어떠한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수형의 위험까지 감수하게 된다. - 마르크스 

이렇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자 하는 모습은 단기적으로는 부를 축적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됨을 말해주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천시원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채소 총 생산량은 4.4억 톤인데, 그 중에서 약 70퍼센트의 채소가 버려지거나 썩어서 못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채소 판매가 부진한 원인은 바로 식품의 안전 문제였습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EU, 미국, 일본, 홍콩 등 이러한 식품 안전 사고에 대한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만 6개월간 634종의 중국산 수입 식품을 압류했고, EU는 매년 수천 차례에 걸쳐 중국의 농축산품을 반송 혹은 폐기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손실은 2002년 한해에 EU에 대해서만도 6억 2300만 달러의 손해를 입혔습니다. 2004년엔 상반기에만 식품 안전 사고로 인해 5억 1000만 달러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자국 식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 해외의 중국산 식품 판매가 50%감소한 것이 원인이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품을 생산하는 나라가 식품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된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러한 중국의 사례는 안전한 식품이 이익임을 보여줍니다.

독재적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민주주의는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 Lindert, Peter H. Voice and Growth: Was Churchill Right?  

중국 식품이 믿을 수 없게 된 가장 큰 문제는 직접 관리하는 지방 정부 공무원들의 부정과 관계가 있습니다. 표본조사 결과 거의 100퍼센트의 정부 공무원들이 현지에 있는 규모가 비교적 큰 양돈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먹고 마시는 것으로 공금을 횡령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2005년 전국 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먹고 마시고 타는 것으로 사라지는 공금이 1년에 최소한 5000억 위안, 한화로 65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져도 행위를 부인하면서 발뺌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아주 큰 위험을 가지는 일로 변해버린다면, 사회에 어떠한 희망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런 경고는 중국 사회를 향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다시 한번 식품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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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나는 달릴수록 살아난다 - 달리는 구도자 스콧 주렉의 1만 마일 치유기
스콧 주렉.스티브 프리드먼 지음, 양병찬 옮김 / 페이퍼로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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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과학자들은 육식을 완전히 배제하고 채식만 할 경우, 동물성 단백질과 지용성 비타민을 섭취할 수 없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하물며 많은 근육양을 유지해야 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우리들 대부분 또한 운동선수는 고기다 라는 생각을 상식적으로 가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 최고의 울트라마라토너인 스콧 주렉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2010년엔 24시간 달리기에서 미국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달리기에 관한 팁과 그가 울트라마라톤을 하면서 도움을 받은 채식 레시피를 가르쳐줍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주렉은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고 채소만 먹음에도 불구하고 160km이상을 거뜬히 달립니다. 스콧은 오히려 채식을 함으로써 평범한 달리기 선수에서 강인한 울트라 마라토너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스콧은 어렸을때부터 체구가 작고 수줍음이 많아서 놀림을 받았고, 12살때는 고혈압 진단을 받아 혈압약을 권유받았습니다. 몸이 좋진 않았지만 스키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키 캠프에 참가했고, 통밀빵과 시금치 요리와 같은 채식을 접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식사와 운동, 영양과 건강 간의 관계를 연구했고, 채식이 효과가 좋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스콧은 선천적으로 단거리 경주에 사용되는 근육이 약했기 때문에 스키 인생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친구였던 더스티가 울트라마라톤 대회를 스콧에게 권유했고 이 결정은 스콧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처음 출전한 울트라마라톤 대회인 1994년 「미네소타 보이저 50」 경기에서 2등을 했고, 그 후 울트라마라톤 선수가 됩니다.

두번째 참가한 「미네소타 보이저 50」에서도 2등을 한 스콧은 실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다 문득 병든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노인의 점심식사 메뉴는 갈색 인스턴트 감자칩을 비롯한 가공식품이였습니다. 노인 환자의 점심식사를 보며 좋은 음식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고 그후 채소 섭취를 늘리고 고기 섭취를 줄였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채식을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스콧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는 운동선수였습니다. 이는 맛의 문제였는데, 여전히 입맛엔 고기를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키 동호회의 정기 모임에서 한 소형 양조장의 주방장이 만든 채식주의자용 칠리를 먹은 스콧은 채식도 요리만 잘 한다면 육식만큼 맛있을 수 있음을 인식합니다. 주변 환경 또한 채식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데, 미네소타에서는 현미밥을 먹으려면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애틀에 머물게 되면서 채식주의자용 식당과 곡물을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고, 세계 각국의 효과좋은 채식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견과류와 식물성 단백질 분말, 통곡물로 만든 토스트와 발아 곡물 시리얼, 샐러드와 콩제품, 후무스, 퀴노아 등을 먹는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스콧이 내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는 1년에 6개에서 10개에 달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나갔고 그 경기들은 모두 80km에서 160km에 달하는 경기였습니다. 「웨스턴 스테이츠 100」의 경우 7연패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쓴 베스트셀러 『본 투 런』에 나왔던 타라우마라 족과의 경기도 참여했는데, 처음 대결에선 타라우마라 족의 아르눌포에게 지고 말았지만, 다음해에 재대결을 했을땐 이기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 열린 「IAU 24시간주 세계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미국 신기록인 266.6km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의 야니스 쿠로스가 1997년에 대회에서 달성한 302km라는 기록에 비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울트라마라톤, 특히 24시간 달리기는 매우 단순한 운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성한 운동이다. 불교의 순례자들이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 나르며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장작패기와 물 길어 나르기는 그 자체로서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비천함을 무릅쓰고 성심성의껏 행하면 순례자를 해탈에 이르는 관문으로 인도할 수 있다. 달리기가 당장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차츰차츰 당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 p.344 

스콧은 인생은 순위를 매기는 경기가 아니며, 인생에는 결승선이 없으며 우리는 단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은 각자 다른 행로를 통해 인생의 목표에 접근합니다. 스콧은 채식과 달리기를 선택했고, 잘먹고 자유롭게 달리는 것은 스콧의 인생 목표입니다. 때문에 스콧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육식을 하는 친구들에게 훈계를 하거나, 구운 감자에 버터나 사우어 크림을 발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다 보면 알아서 채식도 하기 마련이며 그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환상을 보기도 하는 엄청나게 격렬한 운동인 울트라마라톤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뭔들 못하겠냐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스콧 주렉의 모습을 보면 달리기를 시작하든, 채식을 먹어보든, 아니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어떠한 것을 하던지 간에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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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뇌 - 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
에릭 헤이거먼. 존 레이티 지음, 이상헌 옮김, 김영보 감수 / 녹색지팡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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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굉장합니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먹을걸 줄이면서까지 학원에 보내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이사를 가기도 합니다. 《아파트공화국》에서도 지적하듯이 이러한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인 강남8학군 등은 강남의 땅값을 엄청나게 올려 놨습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은 이러한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깜짝 놀랄만큼 매력적인 제안을 합니다. 무리하게 학원엘 보내지 않고, 비싼 과외를 하지 않고도 저렴하게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더군다나 이 방법은 단순히 성적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사교성이 향상되고 스트레스에 더 잘 견디게 하는 등 삶 자체를 바꿔놓는 방법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운동을 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일반 공립학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 영어 수업을 늘리고 체육 수업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시험에서 학생들이 낙제하지 않도록 그런 방침을 정한 것인데, 그 결과로 체육 수업을 매일 실시하는 고등학교는 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일리노이 주 시카고 서쪽에 있는 네이퍼빌 203학군은 그러한 추세에 역행했습니다. 이 혁명은 필 롤러라는 중학교 체육교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는 운동을 줄이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롤러는 네이퍼빌의 체육 수업 코디네이터인 젠타스키와 함께 운동과 뇌에 관해 대중적인 전문가가 되었고, 운동을 함으로써 정신 또한 향상될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그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1교시 전에 운동을 하는 0교시 체육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굉장히 고무적이였습니다. 운동을 한 학생들은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학생들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폐활량, 체지방 비율, 복근력, 몸통 근력 및 유연성, 상체 근력, 전신 유연성이라는 기준에서 최저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은 스탠포드 학력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2배가량 점수가 높았습니다. 더 고무적인 결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팀스의 결과인데, 1999년에 중학교 2학년생의 97퍼센트가 참여한 네이퍼빌의 학생들은 눈에 띄게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수학에서는 6등, 과학에서는 1등을 했는데, 당시 한국은 수학에서 2등, 과학에서는 5등을 했습니다.

운동과 성적의 관계를 입증한 네이퍼빌의 결과는 놀랍지만, 그것을 단순히 따라한다고 현재의 체육수업 시간만을 늘리는 것은 네이퍼빌의 성적 향상과 같은 결과는 내기 힘들 수 있습니다. 현재 체육 수업의 가장 큰 모순은 부끄럼이 많거나, 운동을 잘하지 못하거나, 혹은 몸매가 균형 잡히지 않은 학생들이 정작 수업시간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구경꾼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체육 시간이 되면 무시당한 채 홀로 수치심을 삭이게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운동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운동의 순기능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해서 정신적인 상처를 받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이 있는데, 결국 현재의 체육 수업은 운동을 못하는 학생들을 소외시킴으로써 오히려 상처를 주어왔던 것입니다. 강제로 운동을 시키는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강제로 운동하면 효과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네이퍼빌의 혁명가 롤러는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빨리 달리지 못하는 학생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고, 고정 자전거 두대를 마련해놓고 점수를 올리고 싶은 학생은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서 페달을 밟으면 최고학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롤러는 운동에 있어서 누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누가 열심히 하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네이퍼빌에서는 체육평가를 누가 턱걸이를 많이 했냐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목표한 심장박동 수치를 유지했느냐에 따라서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운동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도 얼마든지 운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유산소운동과 기술 습득이 필요한 복잡한 운동을 병행하는것이 좋기 때문에, 소규모 단체 운동경기를 하는것이 가장 좋지만, 네이퍼빌의 체육 수업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운동이 18가지나 되며 자기가 원하는 운동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중에는 암벽타기부터 리듬게임인 DDR, 무용 등도 있어서 몸을 쓸 수 있기만 하면 어떠한 것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롤러는 오래달리기에 새로운 측정기를 시험해보고자, 운동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6학년 여학생을 선정했다. 측정기에 나타난 여학생의 심장박동 기록을 본 롤러는 깜짝 놀랐다. 평균 심장박동 수치가 187이 나온 것이다. 열두 살짜리임을 감안한다면 최대 심장박동 수치는 대략 209정도다. 그러므로 여학생은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는 뜻이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심장박동 수치는 207이었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그 아이에게 가서 '야, 좀 더 빨리 뛰지 못해!' 라고 소리를 질렀겠지요. 바로 그 순간이 체육 프로그램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심장박동 측정기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지요. 그러자 지금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많은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잃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에서 운동을 제일 잘하는 아이들도 그 아이만큼 열심히 운동을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 p.32 

운동의 강점은 어렸을때의 성적향상 뿐 아니라 어른이 되서도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를 견딜수 있는 능력입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뇌는 세포를 손상할 수 있는 분자를 부산물로 만들어내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복구 기전이 작동해서 손상된 세포를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양의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운동을 접하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서도 운동을 할 확률이 낮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어렸을 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네이퍼빌과 같은 체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퍼빌의 성공적인 사례는 높은 교육열 때문에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이 오히려 성적향상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천의과학대학교의 김영보 교수는 국내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운동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EBS의 〈다큐프라임 - 학교체육 1부, 체육이 우등생을 만든다〉편에서는 0교시 체육수업을 시범으로 시행하고 있는 원촌중학교의 긍정적 사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21일에 KBS 뉴스에서 독일의 사례가 나왔는데, 독일에선 체육을 소홀히하면 학부모들의 강한 항의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자명합니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을 늘리고 다른 수업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과도하게 학원같은 곳에 보내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달려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들의 성적향상 뿐 아니라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두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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