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신은 뇌 - 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
에릭 헤이거먼. 존 레이티 지음, 이상헌 옮김, 김영보 감수 / 녹색지팡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굉장합니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먹을걸 줄이면서까지 학원에 보내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이사를 가기도 합니다. 《아파트공화국》에서도 지적하듯이 이러한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인 강남8학군 등은 강남의 땅값을 엄청나게 올려 놨습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은 이러한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깜짝 놀랄만큼 매력적인 제안을 합니다. 무리하게 학원엘 보내지 않고, 비싼 과외를 하지 않고도 저렴하게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더군다나 이 방법은 단순히 성적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사교성이 향상되고 스트레스에 더 잘 견디게 하는 등 삶 자체를 바꿔놓는 방법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운동을 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일반 공립학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 영어 수업을 늘리고 체육 수업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시험에서 학생들이 낙제하지 않도록 그런 방침을 정한 것인데, 그 결과로 체육 수업을 매일 실시하는 고등학교는 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일리노이 주 시카고 서쪽에 있는 네이퍼빌 203학군은 그러한 추세에 역행했습니다. 이 혁명은 필 롤러라는 중학교 체육교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는 운동을 줄이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롤러는 네이퍼빌의 체육 수업 코디네이터인 젠타스키와 함께 운동과 뇌에 관해 대중적인 전문가가 되었고, 운동을 함으로써 정신 또한 향상될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그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1교시 전에 운동을 하는 0교시 체육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굉장히 고무적이였습니다. 운동을 한 학생들은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학생들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폐활량, 체지방 비율, 복근력, 몸통 근력 및 유연성, 상체 근력, 전신 유연성이라는 기준에서 최저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은 스탠포드 학력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2배가량 점수가 높았습니다. 더 고무적인 결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팀스의 결과인데, 1999년에 중학교 2학년생의 97퍼센트가 참여한 네이퍼빌의 학생들은 눈에 띄게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수학에서는 6등, 과학에서는 1등을 했는데, 당시 한국은 수학에서 2등, 과학에서는 5등을 했습니다.

운동과 성적의 관계를 입증한 네이퍼빌의 결과는 놀랍지만, 그것을 단순히 따라한다고 현재의 체육수업 시간만을 늘리는 것은 네이퍼빌의 성적 향상과 같은 결과는 내기 힘들 수 있습니다. 현재 체육 수업의 가장 큰 모순은 부끄럼이 많거나, 운동을 잘하지 못하거나, 혹은 몸매가 균형 잡히지 않은 학생들이 정작 수업시간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구경꾼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체육 시간이 되면 무시당한 채 홀로 수치심을 삭이게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운동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운동의 순기능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해서 정신적인 상처를 받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이 있는데, 결국 현재의 체육 수업은 운동을 못하는 학생들을 소외시킴으로써 오히려 상처를 주어왔던 것입니다. 강제로 운동을 시키는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강제로 운동하면 효과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네이퍼빌의 혁명가 롤러는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빨리 달리지 못하는 학생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고, 고정 자전거 두대를 마련해놓고 점수를 올리고 싶은 학생은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서 페달을 밟으면 최고학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롤러는 운동에 있어서 누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누가 열심히 하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네이퍼빌에서는 체육평가를 누가 턱걸이를 많이 했냐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목표한 심장박동 수치를 유지했느냐에 따라서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운동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도 얼마든지 운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유산소운동과 기술 습득이 필요한 복잡한 운동을 병행하는것이 좋기 때문에, 소규모 단체 운동경기를 하는것이 가장 좋지만, 네이퍼빌의 체육 수업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운동이 18가지나 되며 자기가 원하는 운동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중에는 암벽타기부터 리듬게임인 DDR, 무용 등도 있어서 몸을 쓸 수 있기만 하면 어떠한 것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롤러는 오래달리기에 새로운 측정기를 시험해보고자, 운동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6학년 여학생을 선정했다. 측정기에 나타난 여학생의 심장박동 기록을 본 롤러는 깜짝 놀랐다. 평균 심장박동 수치가 187이 나온 것이다. 열두 살짜리임을 감안한다면 최대 심장박동 수치는 대략 209정도다. 그러므로 여학생은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는 뜻이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심장박동 수치는 207이었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그 아이에게 가서 '야, 좀 더 빨리 뛰지 못해!' 라고 소리를 질렀겠지요. 바로 그 순간이 체육 프로그램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심장박동 측정기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지요. 그러자 지금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많은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잃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에서 운동을 제일 잘하는 아이들도 그 아이만큼 열심히 운동을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 p.32 

운동의 강점은 어렸을때의 성적향상 뿐 아니라 어른이 되서도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를 견딜수 있는 능력입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뇌는 세포를 손상할 수 있는 분자를 부산물로 만들어내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복구 기전이 작동해서 손상된 세포를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양의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운동을 접하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서도 운동을 할 확률이 낮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어렸을 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네이퍼빌과 같은 체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퍼빌의 성공적인 사례는 높은 교육열 때문에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이 오히려 성적향상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천의과학대학교의 김영보 교수는 국내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운동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EBS의 〈다큐프라임 - 학교체육 1부, 체육이 우등생을 만든다〉편에서는 0교시 체육수업을 시범으로 시행하고 있는 원촌중학교의 긍정적 사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21일에 KBS 뉴스에서 독일의 사례가 나왔는데, 독일에선 체육을 소홀히하면 학부모들의 강한 항의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자명합니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을 늘리고 다른 수업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과도하게 학원같은 곳에 보내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달려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들의 성적향상 뿐 아니라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두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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