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부동산 - 일본 부동산황제 센마사오의 교훈
단 이사오 지음, 박재현 옮김 / 사이몬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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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부동산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가수 센 마사오는 한때 재산이 3천억 엔에 이르렀고,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녔으며, 일본 뿐만 아니라 홍콩, 호주, 영국, 미국 등에도 호텔과 별장을 보유한 갑부였습니다. 그는 가수 활동으로 생긴 신용을 바탕으로 부동산을 샀고, 그것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다시 부동산을 사는 방식으로 엄청난 자산을 모읍니다. 하지만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자 1천억 엔의 빚을 지고 파산을 선고받습니다. 센 마사오의 흥망성쇠는 우리에게 하여금 부동산 투기의 교훈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센 마사오는 전형적인 전쟁후 세대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농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편모슬하에서 자랐고, 가족 대부분은 어렸을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일한 반면 센 마사오는 어머니의 고집에 의해 고교 진학을 합니다. 센 또한 하숙비를 벌기 위해 자전거로 얼음을 배달하거나 강가의 모래를 운반하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갑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레코드를 듣는 것이였는데, 어느날 센은 가수가 되겠다는 뜻을 품게 되었고 당시 인기 작곡가 엔도 미노루의 문하생이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수학여행에 가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도쿄로 상경한 센은 엔도의 집앞에서 배수의 진을 친 끝에 문하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센은 세 곡을 발표했음에도 인기를 얻지 못했고, 결국 엔도의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러나 센은 밤에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래를 냈고, 술집마다 방문해 취한 손님들에게 레코드를 팔았고 공중전화로 자신의 노래를 라디오에서 신청곡으로 반복 신청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결국 3년의 무명생활 끝에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히트곡으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성공에의 확신을 하지 못했던 센은 검소한 생활을 하며 꾸준히 돈을 모읍니다. 그런 센에게 레코드회사의 전무였던 다케무라 마사야씨는 센에게 부동산을 사두는것을 추천합니다. 센은 돈을 빌려 5만평의 토지를 구입했고, 이 토지는 주택을 지을수 없었던 그린벨트 지역이였지만 담보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센은 이 땅을 시작으로 사업가의 길을 시작합니다.

센은 연간 200곳이 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많은 수입을 올립니다. 그의 수많은 지방공연은 또한 많은 인맥을 얻게 해주었는데 이런 인맥은 그의 사업에 큰 도움을 줍니다. 센은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많은 부동산과 많은 빚을 늘려나갑니다. 이러한 전략은 담보가 된 토지의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109억엔에 산 토지가 200억엔으로, 1억 2천만엔에 샀던 건물은 30억엔으로, 9억엔의 토지는 31억엔으로, 센이 구입한 토지는 3~4배 이상의 이득을 가져다 줬습니다. 은행은 담보로 잡힌 토지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상 융자를 거부하지 않았고, 그 돈으로 센은 더 큰 땅과 건물을 보유합니다. 그의 자산총액은 3,000억엔까지 치솟았고, 임대건물은 110채가 넘었습니다. 이런 성공은 그의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신용금고의 이사장을 비롯해 재계의 회장급 인물들과도 알고 지냈습니다.

센의 이런 눈부신 성공은 정부의 정책에 잘 편승했기 때문입니다. 1983년 나카소네 정부는 시정방침 연설에서 정부자금으로 행해져 온 공공사업을 민간 자금이나 사업 활동에 위임한다고 밝히고 도시재개발계획을 수립합니다. 나카소네 정부는 건설성에 용적률 변경을 지시했는데, 토지의 용적률이 높아지면 건물의 층수를 더욱 높일 수 있고, 단위당 토지이용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가폭등, 고층빌딩, 고층맨션의 건설 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나카소네 정부의 다른 주요 시책인 종합보양 지역정비법, 소위 리조트법이라 불리우는 법을 통과시킵니다. 이 법은 지역진흥, 내수확대 등을 목표로 일본국토면적의 16퍼센트에 달하는 지역에 골프장 170여곳, 스키장 110여곳 등의 종합리조트를 짓는 법이였습니다. 나카소네 정부의 일본열도 개조는 여분의 자금을 투자할 곳을 찾고 있던 기업들에게도, 적자 재정으로 공공사업도 지지부진했던 정부로서도 매우 솔깃한 이야기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985년 프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가 진행되었고, 기준금리가 낮아져 돈은 주식이나 토지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유례없는 부동산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1989년부터 1990년 초까지 일본의 부동산 투자액은 1,800조 엔에 이른다. 국고예산이 60조 엔이니 약 30배의 규모다. 이것은 미국을 4개나 살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투기 이면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했고 시장은 그것을 강하게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 p.140

고금리정책, 부동산 대출 규제와 같은 정부의 거품대책이 시작되며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져가기 시작합니다. 부동산을 저당잡히고 다시 부동산을 사던 센의 사업방식은 자산회전이 둔해지며 단숨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센은 전재산을 매각하기 시작했지만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였습니다. 다시 가수로 돌아가 연예활동을 하며 매월 15~16개 업소를 도는 강행군의 지방공연으로 월 1억엔의 수입을 올렸지만, 센은 빚의 이자로 하루에 5,000만엔을 내야 했습니다. 한때 특급 외제차와 자가용 비행기를 타며 부동산왕, 노래하는 황제로 불리웠던 센 마사오는 아내와 이혼한 후 가라오케 반주기로 노래를 부르며 일본의 시골구석을 누비게 됩니다. 이런 센의 일생을 통해 알수 있는 거품경제의 일면은 여전히 '그래도 믿을건 부동산밖에 없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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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이펙트 Walmart Effect -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거대 자본의 습격
찰스 피시먼 지음, 이미정 옮김, 현용진 감수 / 이상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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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이 큰 기업은 다름아닌 월마트입니다. 월마트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오면서 세계 최대 기업이자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월마트는 코스트코, 케이마트, 시어스 등의 경쟁자들을 모두 합친것만큼 큽니다. 16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고 3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월마트와 연관된 업종에 종사합니다. 월마트는 더 이상 단순히 매장이나 대기업이 아닌 시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월마트의 모습은 거대 기업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추측 가능케 합니다.

샘 월튼이 1962년에 문을 연 월마트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한 가지 원칙에 집착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매일 저렴하게 판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다른 경쟁자가 100달러에 판매하는 상품을 96달러 97센트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이 월마트 효과의 핵심이자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의 원천입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월마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합니다. 월마트 직원들은 끊임없이 일하는데, 월마트 직원의 근무시간은 경쟁자들보다 15%더 많습니다. 월마트의 기업문화 또한 직관에 따라 반사적으로 절약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월마트의 공급자들은 무료 장거리 전화나 수신자 부담으로 월마트 구매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합니다. 월마트는 몇 십 년 동안 공급자들과 통화할 때 전화비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본사에서는 고위 경영진들의 사무실에도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의 품질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공급자들에게서 받은 샘플 의자를 갖다 놓고 씁니다.

1992년 프랑스의 까르푸에서 선박 운송용 팔레트에 진열해둔 상품을 본 월마트팀은 그러한 판촉 방식을 극찬했는데, 그만큼 팔레트 진열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월마트는 즉시 팔레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시켰습니다. 팔레트는 바닥에 내려놓고 압축 포장만 풀어서 가격표를 붙이면 재고정리까지 해결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했습니다. 유통과정에서도 빈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없도록 공급사와 협력함으로써, 공급사와 월마트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일반적인 판매전략으로 사용되는 홍보용 할인은 대규모 소비를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쇼핑객들은 누구나 홍보용 할인 전략을 알고 있고, 이러한 소비자들은 할인가에 중독되어 표준가를 치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급자들은 할인시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에 중독되지만 표준가로 상품을 판매해야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매장은 홍보용 할인에 대비해서 미친 듯이 재고를 확보하고 상품을 다시 진열하고, 할인이 끝나면 팔리지 않고 쌓이는 상품도 처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 모든 과정을 없앴습니다. 항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월마트는 할인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립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분석해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한층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회사가 모두 비용절감 혜택을 누립니다.

1갤런짜리 피클 단지는 일명 파멸을 부르는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1갤런짜리 피클 단지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월마트 이외의 다른 거래처들이 죽기 시작했죠. 슈퍼마켓에서 스피어 피클과 햄버거 칩 피클을 사던 소비자들이 월마트에서 1갤런짜리 피클 단지를 사기 시작했어요. 1갤런짜리 피클 단지를 사서 4분의 1만 먹고 상하면 버렸죠. 한 가족이 그 많은 피클을 상하기 전에 빨리 다 먹어치울 수는 없거든요." 1갤런짜리 피클 단지는 공급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제 살을 깎아먹는 월마트와의 거래는 수백만 달러의 손해로 돌아왔다. - p.101 

하지만 저가 정책은 값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짜낼 만큼 짜내서 더 이상 공급망의 효율성을 개선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거나 포장비용을 줄이고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비용을 줄일 만큼 줄여서 더 이상 줄일 비용도 없어지다보면, 결국에는 규제가 심하지 않고 간접비용이 적게 드는 저임금 국가에서 상품을 제조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습니다. 상시 최저가를 고집하는 월마트의 전략은 또 다른 효과를 낳는데, 그것은 공급자들이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도 월마트에 가격인상을 요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 경쟁자들에게 시장 상태에 관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월마트가 책정한 가격은 공급이나 수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월마트의 규모와 지배력이 시장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가격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공급자의 사업을 인질로 삼아 자사의 계획을 관철시켜서 소비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공급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작합니다. 월마트는 매우 규모가 커서 종종 수요와 공급, 경쟁의 법칙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자사의 업무 방식, 공급사와의 관계, 심지어는 공급사의 업무 방식까지도 공개하지 못하게 침묵의 장벽을 둘러쳐놓았습니다. 그러한 침묵의 원칙은 예의상 혹은 관례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정책입니다. 월마트는 자사와의 거래를 담보로 공급사들을 위협하고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월마트에 대한 정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월마트에 대한 연구도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에 대한 값진 연구들이 발표되었는데, 에맥 배스커는 월마트 효과에 대한 첫 번째 논문에서 월마트 효과가 전체 상품의 가격을 1.5%에서 3%까지 하락시켰음을 입증했습니다. 배스커는 두 번째 논문에서 월마트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보다 창출하는 일자리가 많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월마트가 소매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주장했지만, 월마트는 5년동안 단 3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그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케네스 E 스톤은 월마트 연구에서 월마트가 인근 마을의 소비자를 빼앗아갔음을 입증해냈습니다. 연구 결과 주변 소규모 마을의 총 소매 매출은 47% 하락했고, 모든 매장의 43%가 파산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스톤은 월마트 진출 후 생겨나는 법칙을 제시했는데, 월마트와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혜택을 보고,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입증해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스티븐 괴테는 월마트가 들어서면 빈곤율이 올라감을 입증했습니다. 괴테는 연구결과를 통해 월마트가 들어서면 마을당 평균 7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줍니다.

월마트의 거의 모든 문제는 본사의 사악한 음모가 아니라 월마트의 모든 비닐 봉투에 인쇄된 상시 최저가에서 비롯됩니다. 월마트 자체가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을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월마트는 시장을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 저가 상품을 요구하는데, 월마트가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려면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지경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저임금을 받고 일하라고 강요해야 합니다. 월마트가 다양한 상품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의 소비자시장까지 장악했다는 것은 시장 자본주의가 서서히 죽어간다는 뜻입니다. 월마트는 시장을 움직이고 있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 목록에서 20위 안에 든 P&G 정도의 규모와 독립성을 갖춘 회사조차도 월마트의 요구에 굴복해야 합니다. 월마트는 P&G의 9대 고객을 모두 합친 것만큼 규모가 큰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열심히 빨리 일해서 상품 품질을 높여도 월마트는 만족할 줄 몰랐거든요. 월마트에게 고객 만족은 모순적인 말이었죠. 고객 만족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고객 만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월마트의 스마일 케릭터가 날아다니면서 가격을 깎을 때 어디선가는 공장 직원이 배를 걷어차이고 있을 테니까요. - p.123 

월마트는 분명 많은 것을 이루어냈고,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월마트가 이룬 구조적 혁신들은 바로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회사에 안정적인 성공을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메이킨 베이컨 접시의 사례는 월마트와의 거래가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월마트가 조성해주는 규모의 경제 덕분에 메이킨 베이컨 접시는 효율적으로 판매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급자와의 불공정거래, 비밀주의의 문제들,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라는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월마트의 영향력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월마트 이펙트는 곧 시장경제 이펙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집중현상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면 뭔가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입니다. 결국 월마트에 관한 의문들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거대 기업이 만들어놓은 생태계 안에서 이 책은 거대한 공룡 기업의 질주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공적 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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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노믹스 -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경제학
사이먼 쿠퍼 & 스테판 지만스키 지음, 오윤성.이채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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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중에서 가장 국가대표 축구팀이 선전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종주국 잉글랜드일까요? 아니면 스페인일까요? 답은 그루지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선전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온두라스입니다. 이 순위는 단순히 축구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닌, 인구와 경제력, 경험을 고려한 선전도입니다. 그 외에도 놀라울 만큼 축구를 잘 하는 나라는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체코, 그리고 이라크입니다. 이처럼 관점을 바꾸면 숨겨졌던 사실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도구로 축구를 바라봅니다. 통계 수치와 데이터베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으로서 우리가 축구를 보며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일깨워주고, 사실을 증명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줍니다.

우리는 축구팀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을때 축구팀이 약해졌다며 화를 내고, 감독을 경질하고,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사례는 과연 그런 인식이 필요한가에 질문을 던집니다. 1980년 이래 잉글랜드의 월드컵과 유러피언 챔피언십의 예선 결과를 보면 14회 출전해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 3회,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이 4회였습니다. 즉, 14번 중 절반은 성적이 나쁜 약체 잉글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16강에 2회, 8강에 4회, 4강에 1회 진출했는데, 이 때의 잉글랜드는 강호 잉글랜드라고 할만 합니다. 이러한 극명한 성과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호 잉글랜드가 약체 잉글랜드보다 예선전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생각과는 다른 진실을 보여줍니다.

약체 잉글랜드 60전 36승 16무 8패 140득점 33실점
강호 잉글랜드 56전 36승 13무 7패 106득점 28실점

이 결과는 강호 잉글랜드와 약체 잉글랜드가 승패기록에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운이였을 뿐, 과연 그 팀이 정말로 약해졌는가? 에 대한 질문엔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축구팀을 가장 발전시키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유명한 선수의 대형 이적일까요? 과거의 데이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978년부터 1997년까지 잉글랜드 40개 클럽의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적료 액수는 리그 내 순위 변동에 16%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임금 지출 정도는 순위 변동에 92%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선수의 임금을 높일수록 최종 성적이 좋아지는 반면, 선수를 이적시키는 데 들이는 돈은 성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이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구단이 팬들에게 제공하는 선물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이처럼 축구에는 많은 부분에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노장은 과대평가되고, 감독 자리는 남녀차별이 심각합니다. 국적에 따라 몸값이 비싸기도 하고, 선수가 외국에서 적응하는데 일절 도움을 주지 않기도 합니다. 자격미달인 감독도 많고, 직원들도 무능합니다. 아이러니한점은 무능력한 이들이 운영하긴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회사 또한 축구 클럽입니다. 영국에서는 1923년부터 존재한 클럽팀의 97%가 건재하고, 85%의 팀이 상위 4부 리그에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업은 끝없는 경쟁 때문에 생존가능성은 언제나 불안정하지만, 축구 클럽은 이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축구 클럽이 무능한 것은 무능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축구팀이 강한지, 페널티킥이 승부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축구판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지와 같은 요소에도 데이터를 통한 경제학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독재정권의 경우 수도의 클럽들은 굉장히 강력합니다. 이는 독재자들이 자신의 영향력이 강한 수도로 모든 인재와 산업을 집중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지방의 산업도시에 있는 클럽들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맨체스터를 비롯한 신생 산업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었고, 이주자들은 기존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열정적인 태도로 축구 클럽에 참여합니다. 산업지역에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유입했고, 낡은 계급 질서가 거의 모습을 감추었으며, 주민의 지역 소속감이 가장 약했기 때문에 결국 정서적 공백이 생겼고 그것을 메워야 했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 국가의 수도의 클럽들은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지방 도시에 비하면 수도는 축구 팀 말고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굳이 무언가를 내세워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이클 크릭은 잉글랜드 리그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했는데, 1990년 이전의 임금 지출 정도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 흑인 선수가 많은 클럽이 적은 클럽보다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다시 말해 흑인 선수는 제값보다 높은 가치를 보였고 이는 인종차별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흑인 선수들은 대략 실력만큼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축구에서 흑인이기 때문에 임금을 적게 주는 차별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종차별이 시작되고 있음을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아시아계 영국인 선수들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른바 강한 팀과 약한 팀이 뚜렷한 리그입니다. 그렇다면 경기에서 이길수록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요? 답은 잉글랜드의 거의 모든 클럽에 있어 리그 성적 변화와 소득 변화 자체에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돈을 버는 길이 아닌데, 오히려 인과관계는 거꾸로 작용합니다. 클럽이 돈을 벌 새로운 통로를 찾을 때, 팀이 경기에서 이깁니다. 가끔 경기가 페널티킥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는 축구팬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는 페널티 킥이 홈팀의 승리에도, 원정팀의 승리에도, 무승부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꽤 많은 페널티 킥이 오심으로 선언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든, 그렇지 않든 승패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 영역을 깊숙이 침투한 데 대한 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페널티 킥은 양 팀의 세력 차이를 보여주는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평균적으로 페널티킥은 그 경기의 승기를 쥔 팀에게 돌아갑니다. 너무나 강한 팀과 약한 팀의 밸런스는 장기적으로 리그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승패가 뻔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강팀과 약팀의 존재는 리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관중들은 홈에서 패배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많은 경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줍니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의견이 발생하는 것은 돈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돈 때문에 실력 차이가 날 때 그것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는 도덕에 관한 문제이며, 모든 팀이 평등한 자원을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이상주의적인 평등주의인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도덕적으로는 옳을지도 모르나 돈의 개입이 불쾌하다고 해서 수백만 팬이 축구를 등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축구 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전반을 보면, 가난한 사람이야말로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제격이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빈민층 출신 선수의 성공을 스포츠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진부한 문구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에 이주해온 가난한 이민자가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꽤 많긴 해도 그러한 성공은 피부색이나 굶주림 따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빈민가 소년이 성공에 대한 지독한 갈증을 느끼는것이 사실이라면 학교에서도, 스포츠 외의 직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 입니다. 그들의 비결은 연습에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 소년들은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이들의 부모는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지 않으며, 돈이 없으니 축구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놀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빈곤이 스포츠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 자료를 보면 가난한 나라, 가난한 민족은 부유한 경쟁자에 비해 스포츠를 못합니다. 또한 인구 대비 스포츠 성적표는 국제연합이 산정한 인간 개발 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삶의 질이 스포츠 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스포츠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축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화는 과거 서유럽에 집중되어 있던 축구 네트워크를 전세계로 확산시켜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축구 기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오직 가난만이 그 기회를 막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만약 이라크에 온전한 평화가 찾아온다면 전 세계 축구계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브라질도, 영국도, 스페인도 아닌 바로 이라크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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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유종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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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튤립버블, 영국의 남해회사버블, 프랑스의 미시시피회사 버블, 일본의 부동산버블, 미국의 닷컴버블 등의 역사는 금융위기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항상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도와 정책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금융위기의 빈도와 양상도 달라졌는데, 외환위기의 경우 꾸준히 점증해온 반면, 은행위기는 1945년을 기점으로 해서 거의 사라졌다가 1973년부터 다시 증가했습니다. 금융자유화는 자유화에 따른 효율성 증대라는 장점과 동시에 존 윌리엄슨이 지적하듯이 거의 예외 없이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야기한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은 1996년의 감독규제 완화법, 1999년의 은행개혁법 등의 주요한 금융규제 완화 법령뿐만 아니라 2004년 증권거래위원회가 통합감독프로그램을 마련해 총부채가 순자본의 15배 이내여야 한다는 규제를 철폐함으로서 투자은행들이 수익추구를 위해 위험을 크게 확대시킨 것이 서브프라임의 폭탄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금융위기의 원인도, 해법도 정치에 있기 때문에, 경제이론만 봐서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기는 자산 버블과 유동성 버블로부터 비롯됩니다. 닷컴 버블 이후 미국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초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거품발생의 토양을 마련했고, 부시 행정부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경기부양을 시도합니다. 또한 정치적, 사회적으로 저소득층에게 주택소유를 권장함으로서 모기지 시장에 편법과 대출을 조장합니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부동산거품,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감세정책과 재정적자, 집값이 오르는 것을 이용해 소비에 열중하는 소비자는 결국 달러화 하락과 인플레를 불러왔고 이자율을 인상하면서 버블이 붕괴되어 버립니다. 본래 금융기관은 저축과 투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개기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1980년대 이후의 금융주도 자본주의는 재테크와 투기에 열중했고, 민간부문 고용비중으로 5%밖에 안되는 금융산업이 전체 이익의 40%를 차지하는 고수익 시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뒤따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다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이 원래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발전한 금융의 증권화와 파생상품의 발달을 위험을 증폭하는 기제로 만들어버린 것은, 결국 탐욕이 앞서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경제는 IMF위기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세계 수준급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외부충격에 매우 약하고, 식량자급도 또한 낮아서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경제의 재벌중심경제가 가져온 양극화구조는 대기업의 정규직 고용 축소, 생산성격차, 비정규직의 확대 등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왜곡시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여 위기극복의 원천인 국민적 단결을 저해합니다. 또한 양극화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득비중을 줄이기 때문에 내수부진을 초래하고, 이는 대외의존과 부채의존을 초래함으로써 구조적 문제를 가속화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 비해선 대기업과 은행의 재무구조가 건전화되고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한계 또한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장만능주의적 사고와 성장지상주의적 정책마인드는 성장을 위해 분배와 안정을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배와 안정이 훼손되면 결국 성장에도 타격을 줍니다.

현실적으로 극심한 소득 불균형은 극심한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회 불평등은 단순히 부러움과 수치심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들의 생활방식에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중산층 가정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실제 형편보다 무리해서 집을 사고, 능력보다 많은 빚을 지는것은 큰 문제다.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일류 학군들은 줄고 있으며, 집값은 점점 더 오르는 추세다. 이들 중산층은 욕심이 많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에게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게 된 것이다. - 폴 크루그먼 

세계적으로 민주화는 대체로 실질임금의 상승과 복지의 확대를 낳고, 이에 따라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양극화가 계속 심화되고 고용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민주화의 영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시장경제 또한 민주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은 예외없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반드시 함께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중국, 한국, 베트남처럼 독재와 관치경제가 발전하는가 하면, 홍콩, 싱가포르처럼 독재적이거나 권위적인 정부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펼치기도 합니다. 또한 시장경제가 발전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칠레의 경우는 시장경제 후에 민주적으로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양자 간에는 일정한 긴장관계가 존재합니다. 민주주의에서는 평등이 근본적인 이념인 반면에 시장경제는 불평등을 수용해야 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성장에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경제정책의 과잉정치화를 초래해 지나친 분배 요구나 각종 비효율적 규제를 낳아 자본축적을 저해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민주주의는 대체로 자기수정 능력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합니다. 재산권과 인권을 보호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전제조건이며, 경제주체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잠재적으로 저소득층의 인적자본 투자를 실현시켜 보육, 교육훈련 등의 사회적인 제공 및 인적자원의 질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소득분배의 평등화는 소비수요를 안정시킴으로써 경제성장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치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박정희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정부주도형 경제개발정책과 재벌육성은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균형 발전이라는 문제점을 낳았으며, 결국 당시에 구축된 성장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한 것이였고 이는 IMF위기를 불러오게 됩니다. 인권과 재산권의 보호 등은 개선되었지만, 재벌총수들의 대형 경제범죄에 법원은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등 법치주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며, 외환위기 이후에 시장자유화는 크게 진전됬지만 여전히 관치의 행태는 남아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금산분리 완화 등은 기업지배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이 급속환 산업화, 정치민주화까지는 이루었지만 경제민주화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구조적, 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진척이 더디며 오히려 후퇴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진정으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며 이는 시장 자체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독재를 거부하는 것이며 공정한 시장이 가져오는 효율성과 정당성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만이 민주적 평등의 이념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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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잉태한 악당 경제학, 그 실체를 파헤치다
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 황숙혜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경찰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처럼, 악당도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에서도 부정적인 그림자들, 악당 경제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악당 경제는 경제의 세계화 및 공산주의의 해체와 같이 고통스러운 경제 상황의 변모를 통해 다시 한 번 악당 경제학의 힘을 분출시켰습니다. 이는 정치적 참여를 통해 그러한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선택의 자유 측면에서 볼 때 정치는 경제적, 사회적 부조리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지만, 정치가 경제적 변화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을 때,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범죄 집단에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냉전시대 경제가 시장경제로 변화하는 사이 지구촌 대부분의 지역이 제도적인 통치 없이 방치되었습니다. 새롭게 부상한 정치적 공간, 아렌트가 비유적으로 말한 '정치적 사막'에서 강력한 지역적 네트워크를 확보한 조직범죄단은 세계화된 시장경제를 통해 좀 더 수월하게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악당 경제학은 대변혁기에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국가가 해체될 때, 온갖 무질서가 중앙 정부를 찬탈하고 정치가 쇠퇴할 때, 시민들은 자유를 상실하며 폭력 집단이 권력을 차지하게 됩니다. 저자의 다른 저서《모던 지하드》에서 거론하듯이, PLO나 IRA, 콘트라스나 AUC 같은 단체는 의사국가라 불리울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국가가 대대적인 경제적 변화를 통제할 재량이 없었고, 이를 틈타 마피아는 조직을 강화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정치는 몰락했지만, 경제학은 무정부 시대, 정치적 사막에서도 번영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의 해체 이후 엔드랑게타와 같은 종족적이고 비정치적인 조직이 구 소비에트 연방에 확산된 악당 경제학을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치의 부재 속에서 경제학은 악당 같은 세력, 즉 강력한 착취 돌연변이로 변질되고 맙니다.

각국 정부는 이상적이고 때로는 유토피아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전략을 구사하며, 정치가 실패할 때마다 악당 경제학이 부상합니다. 공산주의 해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들과 공산주의의 이상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이들, 양측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악당 경제 세력이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전 세계 노동시장에 만연한 악의 제국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중앙아메리카를 가난으로 몰아넣으려는 생각이 결코 아니었지만, 이는 엄연히 현실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날 거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지 부시와 신보수주의자들은 단순하게도 애국자법이 테러 조직과 조직범죄단의 자금줄을 끊어버리는 데 최선의 방안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세계화 사회에는 달러화 이외에 다른 통화가 존재하고, 다른 기관들이 운영되며, 다른 금융시장이 불건전한 비즈니스에 열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의 거래 내역을 감시한다고 해도 돈세탁을 뿌리 뽑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돈세탁은 미국을 벗어나 유로화에 집중됬고, 미국의 우방국인 유럽연합에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주게 됩니다.

악당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 퍼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악당 경제 분야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국제사회의 변화와 세계화의 흐름은 그러한 악당 경제를 가속화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국경의 개방은 성관계에도 세계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했습니다. 체코와 독일의 국경 지대를 따라 뻗은 E-55번 고속도로는 일명 '섹스 고속도로'로 불리우며 구 소비에트 연방 출신의 여성들의 집창촌이 되었습니다. 국경 지대의 여성 중 일부는 매춘부가 아니라 성 노예들인데, 세르비아 서북 지역에 위치한 애리조나 마켓은 성 노예를 공급하기로 유명합니다. 발칸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국 군부대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세르비아의 월마트라고도 불리우기도 합니다. 슬라브족 여성들이 벗은 몸을 하고 길거리로 나선 것은 여성 실업률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IT혁명이라는 첨단 기술 또한 우리에게 악당 경제학을 빠른 속도로 전파시켰습니다. 이탈리아 전자화폐 중개상인 이반이 지적하듯이, 인터넷상에서 가장 번성한 첫 번째 산업은 포르노, 두 번째 산업은 도박, 그리고 세 번째 산업은 어린이 포르노이며, 이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사실인 것입니다.

세계적인 구조 조정의 범주는 악당 경제학으로 창출한 이익이 항상 법만 바깥에서 운영되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공산주의 중국이 세계적인 거대 자본주의 국가로 급부상한 데서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덩샤오핑의 부자가 되라는 슬로건은 가짜 상품의 생산, 불법 어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악당 경제학이 범람하게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알약 10개 중 1알은 위조된 후 진짜 약처럼 팔리고 있는데, 가짜 약품은 750억 달러의 시장이면서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극약이기도 합니다. 프로작을 만드는 업체가 밝힌 바에 따르면, 범죄 집단에 1000달러를 투자하면 위조화폐 3300달러를 손에 쥘 수 있고, 헤로인은 2만 달러, 담배 밀수 4만 3000달러, 해적판 소프트웨어는 10만 달러, 그리고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의약품은 50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양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선진국 소비자들의 선호 덕분에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마약인 헤로인보다 더 큰 이익을 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같은 악당 경제학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영국에서 소비하는 생선의 3분의 1은 발트 해와 북해에서 불법으로 낚아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값싸게 생선을 소비하기 위해서 이러한 악당경제학이 많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원정 당시 시에라리온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한국 선박 '파이브 스타'의 갑판에 건축물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건축물은 한국 선원과 함께 승선한 200여명의 세네갈 어부들이 거처하는 숙소였다. 이들의 거처는 냉동 화물칸처럼 불결하기 이를 데가 없다. 내부에는 판지로 만든 요가 깔려 있었고, 노끈으로 옷가지들을 걸어놓은 것이 보였다. 이 한국 선박은 약 40대의 카누와 북부 세네갈 및 세인트루이스의 선원들을 태우고 시에라리온으로 가 석 달 가량에 걸친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배를 세워둔 채 카누를 띄우고 한 대에 5~6명의 어부를 태웠다. 이들은 하루 종일 고기잡이를 하다 저녁이 되면 잡은 생선을 풀러 돌아올 것이었다. 그러다 만선이 되면 세네갈의 어부들은 고향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바다 한복판에서 나무로 된 작은 카누에 실린 채 버려진다. - 그린피스 

우리는 이미 살아가면서 자신도 몰랐거나, 혹은 모르는 척하는 사이에 악당들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성장시킨 악당 경제학을 견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 불법도박도, 돈세탁을 막을 방법도 세계화 앞에선 무용지물입니다. 저자는 악당 경제학에 도전적이고 창조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경제 종족주의가 필요하며, 대표적인 예로 샤리아를 근간으로 하는 이슬람 금융이 오늘날 존재하는 악당 경제학에 대한 유일하고 실질적인 도전이라고 말합니다. 코란에서 유래한 샤리아를 기반으로 하는 이 경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 형태를 금하며 공동체 정신을 핵심 동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자 또한 금지되어 있고 포르노, 매춘, 마약, 담배, 도박과 같은 악당 경제와 관련된 사업에는 투자할 수 없습니다. 분석가들은 세계 경제의 4퍼센트 이상이 이러한 이슬람 금융권에 흡수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악당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도전장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시장 매트릭스와 정치적 환상의 덫이라는 조작을 직시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무관심한다면 악당 경제학의 파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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