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이펙트 Walmart Effect -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거대 자본의 습격
찰스 피시먼 지음, 이미정 옮김, 현용진 감수 / 이상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이 큰 기업은 다름아닌 월마트입니다. 월마트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오면서 세계 최대 기업이자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월마트는 코스트코, 케이마트, 시어스 등의 경쟁자들을 모두 합친것만큼 큽니다. 16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고 3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월마트와 연관된 업종에 종사합니다. 월마트는 더 이상 단순히 매장이나 대기업이 아닌 시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월마트의 모습은 거대 기업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추측 가능케 합니다.

샘 월튼이 1962년에 문을 연 월마트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한 가지 원칙에 집착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매일 저렴하게 판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다른 경쟁자가 100달러에 판매하는 상품을 96달러 97센트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이 월마트 효과의 핵심이자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의 원천입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월마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합니다. 월마트 직원들은 끊임없이 일하는데, 월마트 직원의 근무시간은 경쟁자들보다 15%더 많습니다. 월마트의 기업문화 또한 직관에 따라 반사적으로 절약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월마트의 공급자들은 무료 장거리 전화나 수신자 부담으로 월마트 구매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합니다. 월마트는 몇 십 년 동안 공급자들과 통화할 때 전화비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본사에서는 고위 경영진들의 사무실에도 월마트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의 품질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공급자들에게서 받은 샘플 의자를 갖다 놓고 씁니다.

1992년 프랑스의 까르푸에서 선박 운송용 팔레트에 진열해둔 상품을 본 월마트팀은 그러한 판촉 방식을 극찬했는데, 그만큼 팔레트 진열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월마트는 즉시 팔레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시켰습니다. 팔레트는 바닥에 내려놓고 압축 포장만 풀어서 가격표를 붙이면 재고정리까지 해결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했습니다. 유통과정에서도 빈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없도록 공급사와 협력함으로써, 공급사와 월마트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일반적인 판매전략으로 사용되는 홍보용 할인은 대규모 소비를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쇼핑객들은 누구나 홍보용 할인 전략을 알고 있고, 이러한 소비자들은 할인가에 중독되어 표준가를 치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급자들은 할인시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에 중독되지만 표준가로 상품을 판매해야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매장은 홍보용 할인에 대비해서 미친 듯이 재고를 확보하고 상품을 다시 진열하고, 할인이 끝나면 팔리지 않고 쌓이는 상품도 처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 모든 과정을 없앴습니다. 항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월마트는 할인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립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분석해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한층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회사가 모두 비용절감 혜택을 누립니다.

1갤런짜리 피클 단지는 일명 파멸을 부르는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1갤런짜리 피클 단지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월마트 이외의 다른 거래처들이 죽기 시작했죠. 슈퍼마켓에서 스피어 피클과 햄버거 칩 피클을 사던 소비자들이 월마트에서 1갤런짜리 피클 단지를 사기 시작했어요. 1갤런짜리 피클 단지를 사서 4분의 1만 먹고 상하면 버렸죠. 한 가족이 그 많은 피클을 상하기 전에 빨리 다 먹어치울 수는 없거든요." 1갤런짜리 피클 단지는 공급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제 살을 깎아먹는 월마트와의 거래는 수백만 달러의 손해로 돌아왔다. - p.101 

하지만 저가 정책은 값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짜낼 만큼 짜내서 더 이상 공급망의 효율성을 개선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거나 포장비용을 줄이고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비용을 줄일 만큼 줄여서 더 이상 줄일 비용도 없어지다보면, 결국에는 규제가 심하지 않고 간접비용이 적게 드는 저임금 국가에서 상품을 제조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습니다. 상시 최저가를 고집하는 월마트의 전략은 또 다른 효과를 낳는데, 그것은 공급자들이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도 월마트에 가격인상을 요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 경쟁자들에게 시장 상태에 관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월마트가 책정한 가격은 공급이나 수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월마트의 규모와 지배력이 시장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가격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공급자의 사업을 인질로 삼아 자사의 계획을 관철시켜서 소비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공급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작합니다. 월마트는 매우 규모가 커서 종종 수요와 공급, 경쟁의 법칙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자사의 업무 방식, 공급사와의 관계, 심지어는 공급사의 업무 방식까지도 공개하지 못하게 침묵의 장벽을 둘러쳐놓았습니다. 그러한 침묵의 원칙은 예의상 혹은 관례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정책입니다. 월마트는 자사와의 거래를 담보로 공급사들을 위협하고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월마트에 대한 정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월마트에 대한 연구도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에 대한 값진 연구들이 발표되었는데, 에맥 배스커는 월마트 효과에 대한 첫 번째 논문에서 월마트 효과가 전체 상품의 가격을 1.5%에서 3%까지 하락시켰음을 입증했습니다. 배스커는 두 번째 논문에서 월마트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보다 창출하는 일자리가 많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월마트가 소매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주장했지만, 월마트는 5년동안 단 3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그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케네스 E 스톤은 월마트 연구에서 월마트가 인근 마을의 소비자를 빼앗아갔음을 입증해냈습니다. 연구 결과 주변 소규모 마을의 총 소매 매출은 47% 하락했고, 모든 매장의 43%가 파산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스톤은 월마트 진출 후 생겨나는 법칙을 제시했는데, 월마트와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혜택을 보고,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입증해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스티븐 괴테는 월마트가 들어서면 빈곤율이 올라감을 입증했습니다. 괴테는 연구결과를 통해 월마트가 들어서면 마을당 평균 7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줍니다.

월마트의 거의 모든 문제는 본사의 사악한 음모가 아니라 월마트의 모든 비닐 봉투에 인쇄된 상시 최저가에서 비롯됩니다. 월마트 자체가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을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월마트는 시장을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 저가 상품을 요구하는데, 월마트가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려면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지경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저임금을 받고 일하라고 강요해야 합니다. 월마트가 다양한 상품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의 소비자시장까지 장악했다는 것은 시장 자본주의가 서서히 죽어간다는 뜻입니다. 월마트는 시장을 움직이고 있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 목록에서 20위 안에 든 P&G 정도의 규모와 독립성을 갖춘 회사조차도 월마트의 요구에 굴복해야 합니다. 월마트는 P&G의 9대 고객을 모두 합친 것만큼 규모가 큰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열심히 빨리 일해서 상품 품질을 높여도 월마트는 만족할 줄 몰랐거든요. 월마트에게 고객 만족은 모순적인 말이었죠. 고객 만족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고객 만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월마트의 스마일 케릭터가 날아다니면서 가격을 깎을 때 어디선가는 공장 직원이 배를 걷어차이고 있을 테니까요. - p.123 

월마트는 분명 많은 것을 이루어냈고,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월마트가 이룬 구조적 혁신들은 바로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회사에 안정적인 성공을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메이킨 베이컨 접시의 사례는 월마트와의 거래가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월마트가 조성해주는 규모의 경제 덕분에 메이킨 베이컨 접시는 효율적으로 판매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급자와의 불공정거래, 비밀주의의 문제들,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라는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월마트의 영향력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월마트 이펙트는 곧 시장경제 이펙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집중현상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면 뭔가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입니다. 결국 월마트에 관한 의문들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거대 기업이 만들어놓은 생태계 안에서 이 책은 거대한 공룡 기업의 질주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공적 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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