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개정판 현대사상의 모험 16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 / 민음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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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초판이 나온 이 2권짜리 책은 저자인 칼 포퍼(Karl R. Popper)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1938년 3월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침공 소식을 듣고 집필을 결심하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인이자 유태인인 칼 포퍼는 당연하게도 전체주의자, 군국주의자들을 증오했습니다. 그는 초판이 나온 이후 5차례에 걸쳐 수정판을 내놓았으며 그에 대한 찬반논쟁에 대한 토론을 위해 본문의 양만큼의 주석이 달려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칼 포퍼가 가장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주의라 부르는 철학입니다. 포퍼의 역사주의 정의는 역사의 법칙이나 예측을 주장하는 역사의 결정론을 주 내용으로 합니다.

그의 비판 목록에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히틀러 등이 있지만 1권에선 플라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2권에선 헤겔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플라톤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술한 까닭은 플라톤의 철학이 헤겔,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광대한 범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플라톤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활동했으며 사회에 대해 깊은 증오와 과거의 시기에 대한 강한 동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부계는 왕의 후손이였으며 모계는 입법가의 혈통으로 남부러울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전쟁중에 태어났고 태어나 성장하는 동안 아테네는 부족국가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이였으며 민주주의자들에게 있어서 플라톤은 제거되야 할 사람이였습니다. 플라톤의 삼촌은 아테네의 함락 이후 30인 참주의통치라 불리는 공포정치를 펼치다 목숨을 잃었으며 그후 아테네를 떠나게 됩니다. 이런 배경속에 그는 이상국가 이론과 형상이론(이데아 이론)을 그의 철학의 원리로 삼게 됩니다.

그는 모든 국가는 탄생한 순간부터 부패해간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부패의 단계로 네가지 단계인 귀족이 지배하는 명예정치체제->문벌이 지배하는 과두정치체제->자유가 지배하는 민주정치체제->국가가 종말하는 참주정치체제로 국가가 변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회적 타락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 부패해가는 단계만이 있을 뿐이며 이것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두가지 이론을 내세우는데 정치적 변화를 억제하는 이상주의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주의 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이론은 모두 역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계급의 구분, 국가의 운명과 지배계급의 운명의 동일시, 무기와 교육의 독점, 지속적인 선전 등을 내세웁니다. 정치적 변화를 억제함으로서 이루어지는 이상국가는 곧 원초적인 자연지배적 국가이므로 플라톤은 자연주의를 말합니다.

플라톤의 자연주의는 생물학적으로는 자연적 천성은 상호보완적이며 사회생활은 자연적인 불평등 관계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며 심리학적으로는 사람이 생물학적인 부분 외의 정신적인 가치목적을 추구하는것이 본성이므로 그것에서 인간이 태어난 진정한 자연적 목표를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자연은 곧 본질이며 플라톤이 주장하는 이데아 연결되며 역사는 그 자체를 연구하는것이 아닌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이라는 역사주의적 방법론(historicist methodology)를 주장합니다. 그는 이 방법론을 통해 국가의 본질은 사회계약이며 개인은 사회를 벗어나선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성을 지니므로 사회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보다 전체가 중요하므로 플라톤은 정의(justice)를 국가이익이라고 주장합니다. 플라톤은 변화를 억제하는 정치체제를 최선으로 함으로 국가이익은 곧 정치변화의 억제를 의미합니다. 정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지켜야 하는 기본원칙이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플라톤은 전체주의와 집단주의를 주장하며 개인주의와 평등주의를 비판합니다.

우리의 법률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한 정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한 자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는다. 어떤 시민이 뛰어날 때 그는 특권으로서가 아닌 재능에 대한 보상으로서 공무에 봉사한다. - 투키디데스 

플라톤은 이 평등주의에서 지도자들의 자연적 특권을 요구했으며 도덕적인 이타주의를 강조하고 이기주의를 물리치자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집단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일시했으며 이타적인 개인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타주의는 오로지 집단주의에서만 발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라톤의 개인주의 = 이기주의 라는 방식은 그의 추종자 뿐만 아니라 그의 도덕적인 호소적인 부분 때문에 그의 반대파까지도 받아들이게 함으로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력을 끼칠수 있게 됩니다. 이 주장은 현대 전체주의의 민족은 개인에 우선한다, 나의 민족은 무엇이든 옳다는 등의 규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전체주의만이 국가의 안정을 유지할수 있으며 그걸 위해선 계급의 구분, 즉 특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소수의 특정계급이 통솔해야 하는데, 과연 그 특정계급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플라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전지전능한 현자, 철인왕이 통치해야 하며 이 미래의 통치자를 위해선 교육제도를 권력층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왕이 철학자여야 하는 이유는 철인왕은 국가의 안정을 추구해야 하며 그 안정은 곧 국가의 최초의 이데아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데아를 정확히 이해할수 있는자가 곧 철학자이며 지배계급의 몰락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우생학을 익힌 철학자가 왕이 되지 않으면 국가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고 주장합니다. 철학자이며 우생학을 아는자, 그가 플라톤이며 철인왕은 곧 플라톤 자신을 의미합니다. 플라톤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결국 권력은 플라톤 자신의 것이며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플라톤의 정치는 유토피아적(그로 인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유토피아는 달성될 수 없고 절대적 합리성과 이상을 목적으로 하는 유토피아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에 거슬리는 모든것에 대한 공격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강력한 독재자의 등장을 주장합니다. 역사주의는 과거 역사를 이끌어온 것은 개인이 아닌 위대한 민족이나 지도자, 계급이나 이념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의 고찰을 통해 역사의 법칙을 발견해 궁극적으로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인종주의, 파시즘, 마르크스의 5단계 역사구조(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도->자본주의->공산주의) 등이 이 역사주의에 포함됩니다.

역사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를 정당화하게 되는데, 민족과 역사는 개인에 우선함을 주장함으로서 특수 소집단의 통치를 합리화하며 그 틀에서 어긋난 소수의 그룹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정당화합니다. 우수한 아리아인을 부르짖었던 히틀러의 유태인학살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역사주의는 유토피아를 지향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상국가 등이 대표적인 유토피아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유토피아 사상은 유토피아의 건설을 주창하는 독재자의 출현을 가져오게 됩니다. 권력가는 권력가의 유토피아 세계를 주장하며 민족과 국가를 위해 개인을 억압합니다. 대표적으로 구소련, 북한 등을 예로 말할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주의의 역사적 결정론은 개인의 판단을 거부하며 받아들이는 자로 하여금 운명이나 숙명 같은 닫힌 지식을 유도함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칼 포퍼는 이런 역사주의에서 파생된 개념들이 일으키는 사건들(그가 동시대에 체험한 2차대전 등)을 통해 점진적인 사회공학(piecemeal social engineering)을 주장합니다. 그는 점진적인 사회공학을 위해 주류 학파의 검증원리, 즉 증명할수 없는 이론은 허구라는 주장 대신 진리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이 참된 이론이라는 반증원리와 역사적 결정론을 비판하기 위한 비결정론, 사회를 전체로 봄으로서 일부 그룹의 통치를 합리화하는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사회는 개개인을 중시하는 개체주의를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휴머니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열린 시각과 토론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평화로운 발전방법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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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경없는 의사회 - 우리는 기적이 아닌 사랑을 믿는다
데이비드 몰리 지음, 조준일 옮김 / 파라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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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쟁중의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적십자 활동을 펼치다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낀 프랑스의 의사와 언론인들이 1971년 창립한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 MSF)'를 다룬 책입니다. 책에서는 모든 재난의 피해자들은 전문적인 치료를 신속하게 그리고 차별없이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내세운 이 단체의 르완다에서 있었던 사건들과 MSF를 통해 생각해봄직한 문제들, 인도주의에 관한 난세들을 생각해볼 질문을 제시하고 있기에 240여페이지의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MSF는 1972년 니카라과 지진을 시작으로 전세계 재난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으며 20개국의 지부와 3천여명의 의료원,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며 19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정치적 전술로 시작된 현대적 대량학살의 전개는 19세기말의 터키의 1895년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시작으로 독일, 러시아, 캄보디아,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인도, 파키스탄, 유고, 브라질, 과테말라, 파라과이,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라이베리아, 중국 등지에서 점차 발전하여 20세기에 1억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MSF 책의 배경이 된 르완다의 대량학살 또한 르완다를 식민지배한 독일과 벨기에의 영향이 컸음을 지적합니다. 기존의 르완다는 귀족계급인 투치족과 하위계급인 후투족으로 구분되었지만 후투족도 돈을 벌면 투치족과 같은 신분이 되는 등 개방적인 계급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식민제국들은 거짓 인종이론을 전파하여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계층간의 이동을 막음으로서 후투족은 노예가 되었고 자연스레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전제적인 정치적 파워를 가진 자들의 의도된 명령에 따른 무자비함과 관련된 대량학살은, 가해자들이 현대의 모든 첨단기술과 조직적 자원을 채용함으로써 계획된 집단살상을 체계화하고 완성한다. - 아놀드 토인비

195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이 다가올 즈음, 1인1표 체제에서 인구가 많은 후투족에게 질 것을 예상한 벨기에는 투치족을 외면했고, 후투족의 반란으로 1~10만여명의 투치족이 학살당했습니다. 1967년 또 한차례의 대규모 투치족 학살이 있은후 1990년 투치족 망명 집단, 르완다 애국전선(RPF)도 공세에 나서게 됩니다. 국영 라디오에서는 "아직 묘지가 남아있다. 모조리 죽여라" 라는 선동을 서슴치 않았으며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대량학살이 감행되어 100일동안 100만여명이 죽었으며 상해,강간,테러를 당한 사람은 더욱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군벌들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했고 난민촌에서 UN보급품과 무기상들에게 무기를 구입하며 자기편의 민간인을 상대로 약탈과 강간을 일삼게 됩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무기밀매상으로 나오는 영화 [Lord of War]에서 나온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난민촌을 달리며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대량학살은 현대적 형태의 사회공학이며 이성적으로, 행정적으로 조직된 권력이 개입한 계획이다.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더 나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향한 큰 비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이 비전속에서 완전한 사회가 가능하며 집시,자본주의자,공산주의자, 동성애자,유대인 등 치유 불가능한 방해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먼

MSF를 바라보며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이 하루 서너시간의 수면과 각종 벌레와 뱀 쥐와 함께 생활하며 극도의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면서 때론 민병대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MSF회원들을 경외의 눈빛으로 보게 됩니다. 그들이 몇백달러에 불과한, 그야말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것은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는것은 MSF인들을 가장 성가시게 하는것은 그들을 영웅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들은 영웅적이거나 이상적인 동기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취업 대기중이거나, 모험과 좀더 의미있는 일에 대한 갈망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일'을 좋아하고 '이런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정신적인 동기를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그들이 그런 힘든 일을 하면서 자그마한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과, MSF일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가면 일종의 정신적 탈력을 잃어버리며 대부분은 다시 MSF를 하러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가장 힘든 일은 MSF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떠나는 일이다. 떠남과 동시에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 연결돼 있던 모든 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그들은 엄청난 긴장상황과 궁핍, 고된 노동 속에서 피어난 짧은 로맨스와 따뜻한 우정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친밀함의 상실과 무료한 일상이라는 이중의 죽음을 기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다시 돌아오고, 또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MSF인들이다. - pp.235~236

정치적인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곳에서, 난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영웅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특별하지 않는 범인(凡人)이라는 증명은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 대한 희망적인 잠재능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난민은 서로를 구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MSF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MSF, 더 나아가 인도주의자와 인도주의산업은 결국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문제점을 지닙니다. MSF 내부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이 문제는 선진국들이 대부분의 폭력사태를 유도, 조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는 정치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과 그런 정치조작을 견제하고자 미디어, TV의 관심을 끌다보면 미디어의 관심이 있는 곳만 지원이 간다는 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MSF의 활동자금은 지극히 정치적 이유로 조성되지만, 그 돈을 비정치적이며 독립적인 방향으로 써야 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화해가 이루어질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투치족 사람들이 그렇듯이 사려 깊은 하산은 한참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힘들겠지요. 그러나 화해할 수 있습니다. 복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니까요" 그는 그 근처에서 있었던 1994년 대학살에서 형제 둘을 잃은 사람이였다. - p.59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도움을 받은 환자가 다시 AIDS나 굶주림, 강간, 약탈 혹은 군인들에게 살해당해 원조했던 의미 자체가 퇴색되는 딜레마는 계속되게 됩니다. 자이르와 라이베리아의 다이아몬드, 금 등의 재화를 노리는 선진국들과 아프리카 군벌들의 정치적 행동이 멈추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어날 것입니다. 그에 비해 구호는 너무나 늦습니다. TV에서 난민들이 비춰지고, UN에서 구호가 결정되었을 때는 이미 수십 수백만명이 학살당한 뒤입니다. 신속한 행동을 강조하는 MSF는 때로는 그 신속함 때문에 일어나는 실수, 자원낭비 등을 대가로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구열강이 아프리카를 잡아먹고 발전한지가 수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프리카는 서구열강의 손에서 빠져나오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프리카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 평화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빌딩숲이 될 것일지 평화로운 농업대륙이 될 것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MSF같은 신속한 구조단체로 인해 한명이라도 그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MSF는 인도주의의 꽃이라 불리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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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혁명
케빈 모건 & 로베르타 소니노 지음, 엄은희.추선영.허남혁 옮김 / 이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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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급식으로 제공하자.

이것은 매우 간단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찬성을 받는 제안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학교 급식 혁명이지만, 단순한 학교급식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닌 더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 발전에서의 학교급식 문제, 정부의 공공조달 문제, 녹색국가 실현의 문제, 학교 급식 개혁의 여러 사례들(미국, 영국, 이탈리아, 농촌지역, 개발도상국들), 인권으로서의 먹거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회문제를 다룬 책을 볼때마다 느끼는 독자들의 질문인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에 대한 부분도 뒷면에 친절하게 수록되어있는것도 인상적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이였던 무상 급식 논쟁을 비롯하여 한국의 급식 운동에 대한것도 알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까 합니다.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제약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즉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부분중 먹거리 분야에 대해 글로벌화와 지역화의 논쟁이 분분합니다. 글로벌화에 따른 농업의 집약화와 전문화는 생물 다양성을 저하시켰고 화석연료의 비효율적 사용, 지구온난화와 오염 등의 문제와 먹거리에 대한 빈부격차 등을 야기시켰습니다. 그로인해 지역화의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만 지역화 역시 협소한 방어적 지역주의의 가능성, 모든 지역이 자급자족이 가능할수 없다는 점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역화는 목표가 아닌 전략으로 봐야 하며, 전세계 66억명을 먹여살리기엔 대량생산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글로벌화 역시 포기할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로므로 이들의 통합을 위해 복잡하고 역동적인 중재와 협상 과정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기 위해선 정부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환경적 통합의 증진을 위해 공공급식을 활용하는 녹색국가의 형태를 목표로 해야 하며 공공기관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공공조달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교 급식 문제에서 미국은 패스트 푸드와의 대결을 치르게 됩니다. 굶주림의 문제도 있지만 비만과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미국은 저비용 고영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의 디자인을 패스트푸드와 비슷하게 만드는 전략을 채택합니다. 이탈리아는 학교 급식 공급을 지역화하고 유기농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질좋은 먹거리 시장을 만듬으로서 학교를 넘어 다른 공공기관까지 먹거리 혁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사례는 런던과 그리니치의 도시간의 협력관계와 국가의 공공조달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학교 급식의 질적 성장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도시들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적,정치적 지원의 토대에서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룰수 있음을 이스트 에어셔의 사례로 알수 있으며 10억명의 극빈층을 위한 학교급식과 그 이상의 복지 프로젝트를 가나의 학교급식혁명이 좋은 사례가 될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복지가 최상위의 법이다. - 키케로, 법률 

여러 사례를 통해 먹거리를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과 복지, 도덕경제의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먹거리 계획은 대도시에서 농촌까지 학교 급식 혁명을 확장함으로서 공공 급식을 더욱 크게 증진시킬수 있으며, 더 많은 성인과 아이들을 위해 구매력을 발휘함으로서 모든 인권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먹거리에 대한 권리를 향상시킬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을 먹이는 것은 단순힌 영양학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학교 급식의 변화로 아이들에게 평등에 대한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지방선거의 핵심으로 떠오른 무상 급식, 1970년 구호급식부터 1995년 중고등학교 급식 등 계속되어 온 한국 학교 급식 운동, 여주와 인천에서의 급식을 통한 지역사회 경제성장, 나주와 순천의 농업기반 확대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의 식재료 공급 체계가 학생들의 건강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더 나아가 학교 급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우리도 답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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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부대의 부상
제러미 스카힐 지음, 박미경 옮김 / 삼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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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시행정부 시절부터 급격하게 성공한 군산복합체, 그런 군산복합체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 중 하나인 블랙워터USA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민간군사기업의 성공은 새로운 미래의 전쟁, 새로운 통치를 이야기합니다.

블랙워터는 충실한 보수주의자이자 복음주의자인 에릭 프린스가 해군 훈련 교관 알 클라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설립했습니다. 초기의 블랙워터는 현직 군인들의 최첨단 훈련을 받게 해주는 민간훈련시설로 시작합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장관이 이끄는 미 국방부는 대규모 감축과 민간화를 감행했는데, 그 당시의 민간화는 후방 병참을 민간부분에 맡기는 것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훈련장과 시설은 2차세계대전 당시에 세워져 새로운 훈련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블랙워터는 그런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며 크게 성장합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좋은 훈련장이란 평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특수작전 훈련 프로그램을 하러 몰려들었고 1999년 콜럼바인 총격사건이 터지자 블랙워터는 경찰 훈련 프로그램을 신설, 경찰과 특수 기동대마저 블랙워터로 모여들게 됩니다. 그 후 미 해군함대에 대한 자살테러사건과 9.11 테러는 블랙워터에 군대경호에의 길을 열어주었고 블랙워터의 전환점이라 불리우는 이라크 총독 브레머의 경호 계약을 성공시킵니다.

이라크에서 송유관을 설치할 때, 예전엔 군대의 보호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민간 경비대를 고용해야 한다. 결국 재건 작업에 투자되는 액수가 더 적어지는 것이다. 렌치를 돌리는 엔지니어들보다 총을 들고 경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 p.237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민간군사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보장받게 됩니다. 미군의 점령행위는 이라크 시민들의 분노를 만들었고 그로 인한 이라크 시민들의 테러는 자연스레 미군 및 일반 기업들의 경호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2003년 4월 미군 특수부대는 팔루자를 점령했고,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학교 건물을 접수해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4월 28일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미군은 시위대에게 50구경 기관총과 중형 기관총을 발사해 헤이나잘 거리의 시위대는 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날 밤 일흔 다섯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고 적어도 열세 사람이 사망했고 사망자 중 여섯 명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시위가 발생했고 네명이 사망했습니다.

2003년 9월 블랙워터 경호팀 4명은 SUV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가다 총을 든 사람들에게 포위당했다. 그날 아침에 블랙워터 계약자인 벤 토머스는 미군 당국이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강력 탄환을 실험적으로 M-4기관총에 장전했다. 일명 APLP로 알려진 탄환은 발사되면 장갑을 뚫지만 몸을 완전히 관통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신제품이였다. 블렌디드 메탈 프로세스(탄환이 표적에 접촉하면 탄자가 쪼개지고 그 조각들이 인체를 파고든다) 원리의 이 탄환은 인간에게 치료할 수 없는 부상을 입힌다. 그날 짧은 총격전에서 토머스는 APLP탄환을 발사했고 엉덩이를 맞혔다. 탄환을 맞은 사람은 즉시 사망했다. 아무도 그가 엉덩이를 맞았는데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총격전이 끝나고 기지로 돌아갔을때 동료 용병들은 서로 그 총알을 갖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 p.137

브레머는 수천명의 이라크인 교사, 의사, 간호사 및 공직자들을 해고했고 이라크군 40만명의 해체는 결론적으로 그 이상의 미군에 대항하는 적을 만드는 일이 되었습니다. 이라크의 법인세 비율은 40%에서 15%로 낮춰졌고, 외국 기업은 자연 자원 및 이라크 자산을 100% 소유할 수 있으며 이라크에서 번 자산은 모두 국외로 가져갈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세금을 부과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이윤을 남겨주었고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용병들은 그들의 행동에 면책권을 부여받았고(법령17조) 높은 수당 덕에 전 세계의 용병들이 이라크로 몰려가게 됩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을 괴롭혔고 그 후 블랙워터를 세상에 알린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작전명, 단호한 결의. 2500여명의 해병대와 치안 병력 두 대대는 인구35만의 시를 포위했다. 이날 공습은 코브라 헬기와 레이저 유도 미사일, F-16전투기, 탱크, AC-130스펙터 건십 등이 사용되었고 500~2000파운드짜리 폭탄들이 사용되었다. 미군 심리전 팀을 설득해 분변학 전쟁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확성기에 퍼부었고 분개한 이라크인들이 사원에서 뛰어나오면 그들을 사살했다. 주민들은 축구장 두 곳을 무덤으로 썼다. - p.214

2004년 3월 31일 이라크 팔루자 한복판에서 4명의 블랙워터 계약자들이 살해되는 영상이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며 미국은 팔루자 시에 대한 대규모 전투를 시작됩니다. 팔루자 외에 나자프 시에서 시아파 봉기중에 발생한 총격사건이 있었는데, 2004년 4월 4일에 발생한 이 사건은 블랙워터 대원이 교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라갔고 용병이 현역 군인들을 지휘하는 전쟁 아웃소싱의 상징적인 사건이 됩니다.

나는 걸프 연안에 연방비상재난관리청을 대상으로 어떤 테러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수많은 법 진행 기관은 물론 그렇게 많은 주 방위군이 있는데도, 민간 보안 회사에 그토록 돈을 마구잡이로 들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리노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이라크 전쟁을 통해 높은 수입을 올린 블랙워터는 그후에도 급성장을 거듭해 CIA국장 출신의 코퍼 블랙, 국방부 감찰관 조셉 슈미츠 등을 영입하고 사업을 다각화합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선에 용병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출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재난지역에 용병을 투입하는 계약을 성사시킵니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에 동원된 기업들은 이라크에서 단기간에 기하학적 이득을 얻은 공화당과 연계된 기업들로 허리케인으로 또 한번의 이득을 얻게 됩니다.

용병들이 있어 전쟁을 벌이고 진행하기가 쉬워진다. 돈이 문제지 국적이 문제가 아니다. 과시적인 전쟁, 어리석은 전쟁, 제국주의적인 전쟁에는 언제나 자연적인 저항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언제나 민간 군인이 필요해진다. - p.509

민간군사기업의 성장은 미국의 우방국들의 협조 미비와 전세계적인 반전운동, 높은 군사유지비 등이 결합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용병을 활용함으로서 국내 반전시위의 명분을 제공하고 우방국들의 협조 없이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고, 전쟁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었고 국제법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있었습니다. 용병들은 국제법,국내법 모두 적용되지 않는 면책권을 바탕으로 일반 군인들이 할 수 없던 일도 수행했고 용병회사들은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키운 비밀경찰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것은 각종 고문 및 납치사건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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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카스트
스즈키 쇼 지음, 혼다 유키 해설, 김희박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귀족, 양민, 천민. 이 단어들은 중세시대의 계급분류를 말하는 것 같지만, 드라마『정글피쉬2』에서 묘사하는 학생들의 계급입니다. 귀족은 일진 중심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있는 계급이고, 천민은 다른 학생들의 심부름을 전담하는 계급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계급도는 드라마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가르치지만,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의 사회는 철저하게 서열과 지위에 의해 움직이는 신분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학교의 구조를 '교실 카스트'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학생을 이해하고 싶다면, 교실 카스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학생들간에 서열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이문열의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학교의 지배자 엄석대만 하더라도 이런 교실 카스트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생각해봐야 할 점은, 어떠한 요소로 인해 서열이 생기느냐는 점입니다. 서열이 생기는 요소는 복합적인데, 외모, 운동신경, 재력, 가정환경 등을 통해 서열이 생깁니다. 여학생의 경우 외모적 요소가 많은 영향을 미치며, 남학생의 경우 운동과 관련된 부분이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머리스타일이나 유행하는 옷 등과 같은 유행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학생일수록 상위 계급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에 부모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리며 문제되고 있는 학생들의 패딩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패딩은 가지고 싶은 물건이나 따뜻해서 입는것보다는 부모의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물건이며, 교실 카스트 구조에서 상위 계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생존의 문제인 것입니다.

여중생 사이에는 친구들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선배, 일명 '일진 빽' 만들기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호의 대가는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보호를 빌미로 성매매까지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연합뉴스, 2009 

교실 카스트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선생님에게 있습니다. 윌리엄 피터스의《푸른 눈, 갈색 눈》에서 지적하듯이 선생님은 교실 내에서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한 권위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권위자의 의도는 가장 먼저 구조에 연결됩니다. 문제는 선생님이 교실 카스트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이 학생들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은 교실 카스트 구조를 '권력'으로 인식합니다. 그에 반해 선생님은 교실 카스트 구조를 '능력'으로 인식합니다. 교사들은 상위 그룹의 '능력'에 주목하며, 이것이 사회생활에서도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교실 카스트 제도를 인정하며, 흔히들 말하듯이 공부 잘 하는 학생만 편애하는 선생님 같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교사 입장에선 상위 그룹과 친해지는 것이 학급 통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교실 카스트 구조를 인정하는 한 요인이 됩니다.

이 윤리질서에 따르면, '옳음'이란 '모두'의 규칙에 부합된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지메는 그때그때 '모두'의 기분이 동해서 생겨난 '옳은'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 한 그런 행위는 계속해서 더 많이 해야 한다. 설령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해도 자신들 나름의 질서에 따랐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동조한다는 것은 '옳다'는 뜻이다. 눈치가 빠른 것은 '옳은' 것이다. 분위기를 잘 맞추는 것도 '옳은' 짓이다. 그 중심에 있는 강자는 '옳은' 행동을 한다. 따라서 그 강자에게 복종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이지메의 구조》p.40 

교실 카스트 구조의 문제는 이지메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이지메가 교실 카스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실 카스트 구조가 이지메를 만듭니다. 카스트 구조는 노골적인 학급폭력, 왕따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은연중에 사람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계층구조는 주로 그룹단위로 생성되는데, 최하위 계층의 학생이 그룹이 없는 경우 그야말로 사회적 죽음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하위 계층의 학생들이 뭔가 모자르다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하위 계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 결과는 상위 계층이 부재할 경우 하위 계층은 언제든지 상위 계층과 같은 리더십과 활동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단지 교사가 원하는 것, 학교가 원하는 것 등 권력구조를 만들수 있는 요소와 하위 계층이 추구하는 요소가 맞지 않을 뿐입니다.

학생들은 감정노동자라기보다 감정노예라고 할 수 있다. 늘 미소를 지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인 승무원보다 억지로 끌려간 성노예에 가깝다. 학교에 강제 연행되어 우연히 같은 반에 배속되었을 뿐인 타인들과 친밀한 친구로서 공동생활을 강요당하는 강제노동은, 병사와 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성노예의 강제노동과 동일한 형태다. -《이지메의 구조》p.170  

이런 초, 중, 고등학교에서 보이는 계급적인 갈등관계는 대학교에선 놀라울 정도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동일 연령에 동일 능력을 균등화시켜 교실이라는 동일한 공간안에 동일한 지식 내용을 동일한 시간에 일제히 동일한 교사에 의해 수업이 이루어지는 닫힌 환경이 교실 카스트를 만든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이토 아사오는 이러한 관점에 주목해서 이지메를, 학생들의 계급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선 초, 중, 고등학생에게도 대학생처럼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놀랍게도 연구 결과는 교실 카스트 구조가 하위 그룹의 학생들에게 특히 치명적이지만, 상위 그룹의 학생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상위 그룹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리고 케릭터를 연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원주의 사회는 시민의 개성, 자유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런 시민들의 학창시절은 중세시절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교육 개혁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부터 시작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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