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사회물 [포스트맨 블루스]​ 이후 다소 의외였던 감성물 [버니드롭]을 거쳐 이번 [미스 좀비]를 통해 다시 한 번 아리고 얼얼했던 예전 사부(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의 세계를 접견할 수 있었다. 위험하다고 여겨질 경우 죽이라는 권총과 함께 테라모토 집안에 맡겨진 좀비 사라(고마쓰 아야카)는 본채에서 멀리 떨어진 헛간에 기거하며 마당 닦는 일을 하게 된다. 동네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고 장난 삼아 그녀의 등에 칼을 꽂는 불량배들 뿐 아니라 집안 남자 하인들, 주인 테라모토에게까지 육체적으로 유린 당하면서도 사람을 해칠 수 없도록 상품화된 그녀는 무표정 무반응이다. 그러던 어느날 집밖에서 놀던 테라모토의 아들 겐이치가 연못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테라모토의 부인 시즈코는 사라에게 아들 목을 물어 좀비로 만들어서라도 살려달라 간청하고, 요구대로 좀비로 되살아난 겐이치는 생모 시즈코가 아닌 좀비 사라를 어머니로 여긴다. 이에 사라는 겐이치를 통해서 인간이었을 적의 기억과 감정을 점차 되찾는 반면 시즈코는 점점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는 사라에게 질투와 증오를 느끼면서 모든 이들을 비극적인 파국으로 내몬다.

 

 

플라로이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겐이치를 위해 싫어하던 사진도 마다 않게 되는 사라

[미스 좀비]는 한 가정에 배달된 좀비 하녀 사라가 겪게 되는 수난극 형식으로 소위 정상적이라는 인간들의 욕망과 야만을 들추며 과연 어느 쪽이 진짜 괴물인지 넌즈시 캐묻는 작품이다. 주인공 사라의 쓸쓸한 표정에서 드러나듯 좀비물 장르 특유의 기이함보다 섬뜩하고도 애잔한 슬픔이 주조를 이루는데, 인간다움에 대해 회의하고 고민하는 내용 만큼이나 협소한 공간, 한정된 인물들을 느릿느릿 촘촘히 담아가는 표현주의 양식의 흑백영상과 적막한 사운드가 인상깊다. 건조하고 독특한 풍자극으로 보였던 영화가 중반 이후 인간과 좀비 두 여인의 모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진부한 멜로 내지 휴먼드라마로 급선회하는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차가운 시선의 사부 감독은 인간을, 그들이 이룬 세상의 비정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흑백에서 색채로, 다시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사라의 애석한 과거 사연에 그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에 되는 비극적인 선택이 맞물리는 결말은 충격적이면서도 먹먹한 여운으로 남는다. (2014년 4월, 올레 PLAYY 패키지 V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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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1-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북플허시는 거에요???ㅋ

풀무 2015-01-05 18:11   좋아요 0 | URL
전 아직 2G폰 유저에요.. 북플,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8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영화 좋겠는데요. 올레 그거 신청하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겁니까 ? 저는 왜 올레가 안 될까요 ?

풀무 2015-01-08 06:19   좋아요 0 | URL
오, 이 영화 괜춘합니다. 아무래도 곰곰발님 댁 케이블이 KT 올레가 아니라 C&M인 것 같습니다. KT 올레 중에서도 프라임 무비팩이라고..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하셔야 무제한 공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