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두통 이후, 새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그녀.
그녀의 고질병, 만성피로에 더이상 굴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기로 결심했다.
그 때문일까. 오랜만에 참가한 연기 워크샵은 매우 재미났다. 발표할 때 그녀가 보인 집중력은 흡족했다. 좋은 평가는 그녀를 더욱 고무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객의 평가는 그녀에게 더이상 부담이나 혹은 자만심을 부풀리는데 쓰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기쁨이었다. 타인과 진정으로 통했다는데서 오는 기쁨. 왜곡되지 않고, 정직함이 정직한 대로 통하는 관계. 그것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그녀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진정한 교류이다. 관객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 간지럽게 말하자면 그녀의 영혼을 방어없이 노출하는 것. 관객에게 선물하는 것. 그녀는 관객이 백배로 그녀에게 같은 것을 돌려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교류는 소중하고 진정한 선물이었다. 그녀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연기는 보통의 인간관계보다 어찌보면 더 쉽다. 껍질을 다 벗어놔도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이 권장되기 때문이다. 살면서 맺는 많은 관계들은 그녀에게 자꾸만 가면을 쓰게 했다. 자신감 없고 마음 약한 그녀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무겁고 부담이 되어서 참 힘이 든다. 그녀의 만성피로는 아마 거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살자면 평소에도 껍질을 벗어놓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인데. 그러다가 상처를 받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어서 그게 쉽지가 않다.
음... 언젠가는 벗고 말꼬야 라고 생각해보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