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본 인상.

우선 무서워. ...

총. 피. 양복. 일본말. 술. 아저씨들. 여자. 광화문과 옛 국립박물관. 그 앞 통행 금지로 텅빈 밤 도로. 어두운 나무 문. 매우 두꺼운 돌로 된 것 같은 탁자. 군복. 다이알 전화. 각하. 할아버지. 중정. 정문과 연결되지 않는 무전기.  

이게 실제 한국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다보니. 나도 살아있었던 시대. 나도 그때 동네 어디서 쌕쌕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야. 사람이 그냥 그렇게 죽는구나. 그렇게 총기 사용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그렇게 사용을 했다. 총을 쏘니까 사람이 죽었다. 최고 권력자와 그 권력에 가까웠던 사람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게 그러니까, 그 시절, 그 일단의 사람들과 어울렸던 그에게는 그게 체험에서 얻어진 삶의 진리였던 것이다. 그게 그가 본 전부였던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갔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진 황당한 모습의 이 나라 권력자들이 이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일으켰다. 영화래도. 비꼬아지고 과장이 되었대도.

내가 너무나도 권력과 거리가 멀다 보니, 그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서 공포가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세계. 실체를 알 수가 없는. 내가 모르는 일본말을 막 하는.  

권력자라는 그 이상한 남자들. 정말 이상한 남자들. 무서운 남자들. 총만 가진. 뭐야 진짜. 다 무지 느끼하고. 그리고 무섭고.

사랑과 평화 뭐 이런 건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한 세계.

나 너무 순진한가보다. 나 세상 어떻게 살아가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참으로 기구하기도 하지. 사람의 한 생이란 것이.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이 났다.

그루누이의 삶에는 소설의 주인공이 될만한 것이 있었다. 단지 기구하다는 거 말고. 진드기같은 존재라고 비유되고, 혐오스럽다고 묘사되지만, 그럼에도 뭔가 영웅적인 것이 있었다. 그렇겠지.

우선 그의 능력. 그는 천재였으니까. 천재는 보통사람과 다르지. 더 크지. 현실보다 큰. 

그의 단순함 또한 그를 탁월하게 만든다.  명확한 목적. 그것을 얻기 위해 조직된 생활. 다른 곁가지가 없다. 단순함은 명쾌함. 아. 명쾌함. 지리멸렬 흔들리지 않는다. 망설임도 없고, 주저함도 없다. 결단하고 실행한다. cold blooded. 그것은 한편 아름답다. 

그래서 영웅.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를 학대 내지 착취했던 사람들, 혹은 입장에 따라 거뒀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 급사하거나 평탄치 못하게 죽거나 하더라. 

결국, 소설이 매우 깨끗하다고 느껴졌다. '인간 혐오적' 세계관을 엄한 타협없이 끝까지 밀고 나가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룡과 김희선. 놀랍게도 초반 우정출연인지 최민수까지 잠시 얼굴을 보이더군.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인물들을 모아놓은 영화.  진시황릉이 공중부양하고 있더라는 상상력 빼고는 뭐, 민민한 이야기.

김희선.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너무너무 이뻐서. 그런데 왜 영화에서는 마다마다 그리 망한다고 평이 나오는 것이까. 그녀가 나온 영화를 거의 본적이 없어서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 자귀모를 채널 돌리다 잠시 봤는데, 흠칫하곤 돌리던 채널 계속 돌렸다.

신화를 보고는 알아버렸다.

그녀가 출연 영화마다 망하는 이유는 망가지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에서 포토제닉 표정만 연출하다보니 진정성 제로.  놀라도, 웃어도, 슬퍼해도, 그리워해도, 모두 이쁘게만 보이게 만들어진 표정을 지으니 너무나도 가짜같고, 느끼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니, 자신감이 부족해보이고 초라해 보이고 연기자로서 미성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이쁜 그녀가 왜  그리 자신감 없어하는 것일까? 어떻게 망가지건 간에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인데. 심지어 이렇게 연기를 못해도 미모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리 얼굴을 구겨도 그게 장면에, 상대 인물과의 호흡에 맞는 반응이면 아름답고 재밋는 것이란 것을 왜 몰러!  연기 경력 몇년인데. 보는 사람이 어색해서 눈을 어따 둬야할 지 모르게 하다니.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는 그게 덜하던데. 이쁜 짓만 해도 되게 드라마가 쓰여지고 연출되어져서 그런건지, 그녀가 텔레비젼을 더 편안해 하는 것인지.

특히 외국인들과 작업했던 이 신화에서는 일종의, 뭐랄까, 주눅이 들어보였다. 그녀가 성룡과 어느 해외 영화제 같이 갔을 때의 사진들에서도 느낀 것인데, 이 주눅이 그녀를 무지 억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발랄하게 옷도 잘입던 그녀가 갑자기 창의력 제로의 안전지향주의로 가더라. 재미도 없고 개성도 매력도 전혀 없었다. 나이 들면서 참한 동양여인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안어울린다. 시골사람이 최대한 힘주고 도시 파티에서 간 것처럼 안쓰러웠다. 

그냥 자유롭게, 행복하게, 생긴 대로, 그렇게 연기도, 국제매너도 편히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어떻해도 이쁘다니깐요!  나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라 장

그녀는 사라 장.

그녀가 지나 4월 28일 엑시터에 왔었다. 아니 이 작은 시골 도시에도 사라 장이 온단말이야? 했었다.

우리 학교에 한달에 한번인가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러 오는 본머스 교향악단의 초청으로 협연을 하게 된 경우였다. 학생 할인으로 6파운드 50펜스, 즉 약 만이천원 정도를 내고 사라 장의 공연을 보는구나 하여 우선 행복했다.

학교의 홀은 사실 그리 화려하지 않다. 오래된 대강당을 생각하면 되겠다.

우선 본머스 교향악단의 연주가 있었다. 음악과 친구의 말로는 무지 잘하는 악단이란다. 내가 느낀 것은 그들의 여유였다. 그 연주의 편안함이 좋았다. 그들의 허름한 연주복도 좋았다. 허름하다면 좀 과장이고. 그냥 많이 입고 빨고 다리고 해서 일상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연주회에 갔을 때, 공연자들의 너무 멋져 빛이 나던 연주복들이 주던 일종의 거리감이 없었다. 마치 선보러 갈때 평소에 안입던 스타일에다가, 삐까한 새옷 입고 서름서름해 하는 것과 같은, 그런 특별한 행사가 주는 부정적인 긴장감이 없었다.

고전음악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일상적이고 편안했던 것이다. 하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격의가 없없었다. 접근의 용이성. 문턱이 낮음. 그 여유로운 호흡이 그 훌륭한 기예와 더불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편안하게 즐기게 했다. 

사라 장은 연두색 인어공주같은 드레스를 입고 왔다. 우선 연주를 무진장 잘하더라. 곡을 속속들이 마스터해서 완전히 갖고 놀았다. 나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알겠더라.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그녀의 카리스마 또한 대단했다. 연주를 잘하는 것에 더하여 자석처럼 눈을 뗄 수가 없게 끌어당기는 흡입력. 연주를 잠시 멈추고 있는 상태에서도 악단의 연주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 등 전체 음악과 함께하며 완전히 무대를 장악하는 매너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인사까지 그녀만의 방식이 있었다. 재미난 방식. 리드미컬하게 인사를 하더군.

즉, 처음부터 중간 그리고 끝까지 관객을 앞에 두고 있는 공연자로서, 보여주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녀는 명백히 했던 것이다. 선물의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포장까지 완벽한 마무리. 

프로페셔널!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랴. 

오셨던 한국분들이 공연 끝나고 그녀와 사진도 찍고 그러더라. 사진기를 깜빡했던 나는 아쉬운 대로 싸인을 받았지.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슈뢰더 2007-02-05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공연이었을 것 같아요. 느껴져요.

야옹이형 2007-02-0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네가 이리 찾아와 옛글에 새 댓글을 달아주니 참 신기하다.
 


버터만들기

신문에 났었다. 집에서, 수작업으로, 버터를, 만들수있다고!

매직이다.

너무 궁금했던 나는 당장 더블크림을 두통샀다. 그리고 그릇에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마치 계란흰자 거품내듯이. 체력장 때 멀리던지기 최고 기록이 16미터, 보통은 11-12미터였던 나였기에.

약 1분이 지난 후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는 멀건 크림을 보면서, 이 팔로 젓는다고 해서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기계로 저어야하는 거 아닌가. 난 기계가 없었다. 아까운 크림만 버리게 되는 거 아닌가. 이걸 다 마실 수도 없고. 참... 난감.

그럼에도 난 계속 휘저었던 것이었다.  팔이 아팠다. 대단하다. 그리고 7분 쯤 후 변화가. 점점 더 크림이 단단해지더니 젓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니까 케익에 바를 수 있는 정도로 단단해졌다.

그리고도 계속 저었다.

 약 4-5분 후 갑자기 그 일종의 단단한 거품과도 비슷한 상태이던 크림이 폭삭 주저앉기 시작하더니 우유빛 물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반질반질한 버터가 몽글몽글 자기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좀 더 저어주니, 완전히 지방질인 버터와 버터우유라고 불리는 수분이 확 분리가 되었다. 우유는 따로 컵에 덜어내었다. 버터우유로는 밀크쉐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그렇단다. 그냥 마셔보았는데 고소한 우유더라. 

그리고 그릇에 붙어있는 버터에 물을 부어 남은 우유기를 헹구어 내니, 버터 완성. 입맛에 따라 소금을 약간 넣으면 짭조름한 버터완성.

말간 흐린 노란색의 매우 보드라운 버터였다. 이렇게 신선할 수가! 이렇게 신기할 수가! 경이! 그랬겠지. 옛날엔 다 손으로 만들어 먹었겠지! 이제 과제는, 그렇다면, 크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로구나. 음.. 

집에 애들이 있다면 같이 해보면 참 좋은 놀이가 될 것 같다. 애들에게 젓게 하면 팔도 좀 쉬고, 애들은 놀면서 호기심도 충족하고, 직접 생산한 신선한 버터 나눠먹으며 노동의 즐거움도 향유하기도 하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슈뢰더 2007-02-0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읽은 소설에 보니까 크림은 우유를 무슨 기계에 넣고 팔로 막 돌려서 분리해내던데, 그 크림을 또 '막 돌리니까' 버터와 '다시' 우유가 나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