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금 본 인상.
우선 무서워. ...
총. 피. 양복. 일본말. 술. 아저씨들. 여자. 광화문과 옛 국립박물관. 그 앞 통행 금지로 텅빈 밤 도로. 어두운 나무 문. 매우 두꺼운 돌로 된 것 같은 탁자. 군복. 다이알 전화. 각하. 할아버지. 중정. 정문과 연결되지 않는 무전기.
이게 실제 한국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다보니. 나도 살아있었던 시대. 나도 그때 동네 어디서 쌕쌕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야. 사람이 그냥 그렇게 죽는구나. 그렇게 총기 사용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그렇게 사용을 했다. 총을 쏘니까 사람이 죽었다. 최고 권력자와 그 권력에 가까웠던 사람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게 그러니까, 그 시절, 그 일단의 사람들과 어울렸던 그에게는 그게 체험에서 얻어진 삶의 진리였던 것이다. 그게 그가 본 전부였던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갔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진 황당한 모습의 이 나라 권력자들이 이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일으켰다. 영화래도. 비꼬아지고 과장이 되었대도.
내가 너무나도 권력과 거리가 멀다 보니, 그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서 공포가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세계. 실체를 알 수가 없는. 내가 모르는 일본말을 막 하는.
권력자라는 그 이상한 남자들. 정말 이상한 남자들. 무서운 남자들. 총만 가진. 뭐야 진짜. 다 무지 느끼하고. 그리고 무섭고.
사랑과 평화 뭐 이런 건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한 세계.
나 너무 순진한가보다. 나 세상 어떻게 살아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