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정조라고 하는 인물들은 많은 서적들에서 그 이름을 볼 수가 있다. 여러 역사서들이나 소설들이 그들을 소재로 쓰여졌으며 드라마 또한 만들어졌을 정도이니 그들이 지녔던 역사적 가치야 말할나위 없겠지만 시대적인 상황으로 볼때에 하늘을 나는 새조차 떨어뜨릴 정도의 노론 벽파에 대항해 남인을 중용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던 정조와 그를 따랐던 정약용의 삶이 어찌 평탄했겠는가…? 그러하니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역동적인 삶을 살다간 이들이기에 여러 이야기들의 소재가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에는 약간의 설렘을 갖고 책장을 펼쳤었다. 책의 첫 도입부에 나오는 사건은 역모. 중전에게 신기가 있는 것인지… 쥐들이 자신의 향주머니와 정조의 갓을 훔치기 위해 모의하는 악몽을 계속 꾸면서 경희궁 안의 수챗구멍들을 막아버리게 된다. 덕분에 정조를 시해하러 들어왔던 무리들을 잡게는 되지만… 그 역모의 주역으로 밝혀진 문숙의의 표독스럽고 악랄한 모습에 오히려 정조의 마음에 크나큰 상처가 남아버린다. 그렇게 정조의 마음의 상처가 되어버린 그 사건은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혔으며, 죽음의 순간까지도 시작이라 말하던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더욱 불안하고 괴로웠던 그는 유배지에서 돌아온 정약용에게 내금위장 신득수의 죽음을 둘러싼 내밀한 비밀들을 사건을 수사할 것을 지시하게 된다. 이후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여러 사건들이 나오는데 커다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여러 사건들을 정약용의 뛰어난 기지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그 사건들의 조각에서 공통적인 부분들을 찾아내고 역모의 무리들이 계획을 무산시키기는 하나 속시원하게 사건 자체가 풀린 것은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조선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풀어내갔는지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고, 이야기의 안에서 나타나는 꿈의 암시라든가 무당의 저주 등은 좀 억지스럽기도 했으나 정약용의 추리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섞어 넣은 책이기에 자세한 정조 시대 때의 역사를 모르는 나로서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 몰라서 좀 아쉬웠던 면이 있었고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알기 어려운 단어나 옛말들이 자주 등장을 하는데 그 어디에서도 설명을 해주는 부분이 없어서 내용을 판별하기가 참 어려웠었다는 것 좀 불편하기도 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추리소설적인 면모도 보이고 CSI 처럼 과학수사를 하는 부분도 보여 흥미롭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산만하고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책이다. 영원한 제국과 같은 작품을 기대했었는데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이다.
가장자리가 예뻐 보이는 새하얀 식탁보가 있다. 그 식탁보는 할머니께서 수를 놓으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식탁보. 그런데 큰일이 난다. 이 식탁보를 다리미로 다리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다리미 바닥 자국이 노~랗게 식탁보에 나버린 것이다. 헉~ 나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니 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역시나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당황한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맞서지 못한다면서 식탁보의 다리미 자국은 알통을 가진 천하장사 같은 모습이 되고, 비싼 세제로도 그 자국을 지우지 못한다면서 뚜껑 달린 세제의 모습도 되고, 어떤 현명한 충고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올빼미의 모습도 된다. 여기에서 올빼미는 외국에서 현자를 상징한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엄마가 아끼는 식탁보에 자신이 다리미 자국을 내어 망가뜨려버렸다는 자책감에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마음들을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식탁보의 자국에 여러 가지 물건들의 모습을 만들고 그 물건의 모습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가 있다. 다들 이 책이 뛰어난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기발한 책이라고들 칭찬을 하지만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뒷부분쪽의 아이의 결심과 엄마의 행동에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두려운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동생에게나 할아버지에게 미뤄버릴까도 생각하고 도망갈까도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이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해달라고 하겠다고 마음먹는 과정. 그 과정 중에 잘못된 발상들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할만한 그런 생각이었는데 그러한 잘못된 발상들을 억누르고 결국 솔직히 용서를 빈다는 결심을 하는 그 장면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엄마가 그 식탁보를 보고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라면서 다리미로 길쭉하게 자국을 하나 더 내서 색실로 수를 놓아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장면은 나에게는 굉장히 놀라웠고 감동적이었다. 나라면 소리치고 화를 내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그 상황을 저렇게 멋지게 넘어가다니…! 이제 그 식탁보는 엄마가 좋아하는 식탁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식탁보가 된다. 할머니, 엄마, 나의 추억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란 말인가. 이렇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게 고민하다가 올바른 결론을 내는 아이의 마음의 과정과 자칫하면 상처 입히고 주눅들게 했을지 모를 아이의 마음을 구하고 오히려 추억이라는 이름의 멋진 보물을 만들어낸 엄마의 멋진 센스가 더 돋보였던 책으로 아이 뿐만 아이라 엄마들에게도 꼭 이 책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아, 나도 이 엄마처럼 멋진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
동물원 - 제목만 보고는 가족간에 단란한 동물원 나들이나 혹은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왠걸… 내용이 너무 힘들다. 주말에 동물원에 함께 가게 된 가족들은 출발할 때의 신나는 마음은 어디 가고 가는 도중부터 끝까지 참 밉상들이다. 동물원에 가는 길은 주말이라서 많은 차들 때문에 막혀 길어졌다. 그 길어진 시간을 가족들간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여러 가지 대화 등으로 꾸며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 남자 형제인 두 아이는 티격태격 싸우고, 그것을 엄마는 아무 말도 안하고 방치하고 아빠는 말리기는 하지만 부적절하게도 형만을 혼낸다. 썰렁한 농담으로 웃겨보려고 하지만 우습지도 않다. 드디어 동물원에 온 가족들. 힘든 고비는 넘겼겠지 싶었지만 오히려 시작이다. 5살이 넘은 동생아이의 나이를 4살이라고 우기면서 입장료를 깍으려는 아빠의 실랑이가 참 보기 싫다. 그런 아빠가 아이는 참 부끄럽다. 그 마음 왠지 알 것도 같지만 아빠를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준비도 없이 왔는지 동물원의 지도가 없어서 아이가 가장 보고 싶던 고릴라와 원숭이를 먼저 못보고 자기 생각에는 시시한 동물들을 먼저 보게 된 것도 불만인가보다. 거 참 불만 한번 많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니 어쩔 수 없지만 배가 고프다면 쵸콜릿을 좀 먹자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그냥 나기가 안되니 안된다며 막무가내로 못 먹게 하는 것은 또 무슨 심보야…? 이 아빠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생각해봐라- 동물원을 오는 이유라는 것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인데 이 상황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게다가 동물원의 동물들은 생기가 전혀 없어 보이고 무력감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러니 아이들이 보기에도 참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동물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 엄마가 문득 동물원에서 뭐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들만 쏟아진다. 아이들은 점심에 먹은 음식들과 선물로 산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모자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고 아빠는 이렇게 집에 가는 것이 제일 좋댄다. 그럴꺼면 왜 동물원에 갔냐…? 라면서 소리치고 싶은걸 꾹 참았다. 집에 돌아와서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한 곳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것인 것 같다는 소리를 하면 씁쓸해하는 엄마의 말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자면서 꿈을 꾼다. 자신이 철창에 갇혀있는… 그리고 생각한다. 동물들은 꿈을 꿀까…? 라는 의문을 말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보는 것이다. 나름대로 그의 책이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기대를 하면서 봤던 나는 조금 실망을 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따로 노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들간의 소통에 대한 부재가… 생기 없어 보이는 동물들에게서는 인간들의 이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적당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이 기대했는데 참 아쉬웠던 책이다.
전에 알파벳을 아이들이 쉽게 배우게 하기 위한 책으로 몇 개의 책들을 볼 때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알파벳으로 구성하는 책을 봤었다. 그냥 알파벳을 보는 것보다 알파벳과 함께 관련된 영상 이미지를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고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주던 그런 책이었는데 이 책이 딱 그런 패턴을 따라간다. 이런 책이 아이와 함께 보기에는 더 좋은 것 같아서 냉큼 받아보게 된 것이다. 우선 ㄱ을 보면 “ 개미를 들여다보는 김씨 아저씨 ㄱ은 어디에 있나요? “ 라는 문장과 함께 커다랗게 좌측에 김씨를 닮은 듯한 키 크고 마른 아저씨가 허리를 ㄱ자 모양으로 꺽어서 바닥의 개미를 바라보고 있다. 문장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그림을 한번 더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읽어주기 편했었고, 그림은 안 보려고 해도 ㄱ자 모양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 우리 공주님은 문장을 읽어주니 우선은 개미부터 찾는다. 그 다음에 아저씨를 보고 인사를 한다는 말에 “아냐, 밑에 개미를 보고 있어요.” 했다가 “왜요?”라고 계속 물어봐서 한참을 진땀 빼기도 했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는 ㄱ으로 시작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고르고 그 사물로 ㄱ자를 표현해 놨다. 가위, 기차, 가시, 그네, 고양이, 개미, 거북이 등 반복적으로 여러 사물들이 ㄱ자를 표현하고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ㄱㄴㄷ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물들이나 동물들로 r을 어찌나 재치있게 잘 표현해놨는지 나도 신기해서 여러 번 쳐다봤을 정도였다. 그런 작은 그림들이 바둑판처럼 그려져 있어서 공주님이랑 같이 물건 찾기 놀이도 하면서 볼 수 있는 이 구조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 그림들이 ㄱ에서부터 ㅎ까지 쭈~욱 이어진다. 이번 주말에 시댁에 놀러 갔다 왔는데 작은 형님네 아이가 한글을 빨리 뗐기 때문에 은근슬쩍 물어봤었다. 어떻게 한글을 따로 공부시켰느냐고 말이다. 그때 해준 이야기는 기본이 책읽기였다고 대답해 주시더라. 책을 읽어줄 때 특히 커다란 글자나 제목들은 글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어주면서 읽어주기를 오랫동안 하셨다는데 전혀 모르는 것 같더니 어는 순간에 갑자기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면서 너무 조급히 생각말라고 해주셔서 나도 느긋하게 책들을 짚어주면 읽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래도 ㄱㄴㄷ은 따로 가르키는 것이 맞다고 하셨기 때문에 ㄱㄴㄷ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책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이들이 놀이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재미있기 때문인데 두돌이 조금 더 지나고 나면 굳이 놀이책이 아니더라고 내용이 재미있고 내용이 마음에 들면 열심히 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고르려고 했는데 이 책이 딱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ㄱㄴㄷ이 그림으로 눈에 보이니 더 좋더라. 이 책으로 우리 공주님 ㄱㄴㄷ을 알려줘 봐야겠다.
어느 날 깨닫고 보니 아빠의 차 안에 쓰고 버린 폐지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퀴퀴한 냄새도 나고 앉을 자리도 없어서 웅크려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무진장 불만인데… 그런데도 아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폐지를 주워온다. 그러다보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이는 궁금해진다. 아빠는 밤 10시면 차를 몰고 나가 한밤중이면 들어온다. 그 행동이 신데렐라처럼 18시를 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는 말에 살짝 웃음이 난다. 결국 아빠 차 안에 숨어 따라가려고 계획한 대담한 딸래미. 드디어 도착한 곳은 어디였을까…? 어두컴컴한 마당에 폐지가 쌓여있는 모습이 보이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 댁이다. 도착하여 폐지를 내리기 시작한 아빠에게 들켜버린 아이는 아빠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빠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담히 이야기 하는데 그 내용인즉 어렸을 적 아빠는 빈병을 줍는 할머니를 부끄러워 했댄다. 그런 할머니를 아이들이 망태할멈~ 하면서 놀리는 것을 보며 부끄러웠고, 또 밤에는 병을 주으러 다니는 통에 힘드신 할머니께서 내시는 앓는 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그런 아빠에게 할머니는 항상 다정히 대해주시며 생일이면 꼬깃꼬깃한 돈을 손에 쥐어주신 할머니를 너무 싫어했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아마도 그런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감사함과 미안함이 빚어낸 선행이었던 듯싶다. 비오는 밤 리어카를 모으시는 할머니를 보고 너무 위험해 보여 리어카를 끌어드렸는데 고맙다며 손을 꼭 잡고 누룽지 사탕 한움큼을 쥐어주셨단다. 아빠의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 이후로 폐지를 보이는대로 모아서 가져다 드리게 되었단다. 역시… 그랬구나 싶었다. 어린 마음에 그랬을 수 있지만 커서 깨달아보면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려는지… 살짝 눈물이 난다. 다음 번에 아이와 다시 한번 할머니네 집에 가서 할머니께서 운전하시는 리어카에 야광삼각대도 달고 아이가 쓴 “조심 조심 할머니가 운전 중이에요” 라는 문구도 단다. 비가 와도 젖지 말라며 비닐까지 씌운 아이의 마음씀씀이가 대견해 보인다. 문득 깨신 할머니의 소리에 재빨리 집을 벗어난 아빠랑 아이. 나중에 다시 한번 집에 가서 리어카의 바퀴에 빠진 바람도 몰래 넣어줬다. 아이와 아빠의 유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함밤중의 여행이다. 때로는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에 살짝 눈물지어지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기쁘게 할머니를 돕는 이야기에서는 귀여운 아이의 말투에 웃음이 떠오르는 읽으면서 조금 더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이었다. 엄마가 빠져있어서 조금 서운했다는 것 정도…? 엄마도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이 아빠와 아이처럼 뭔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하는 그런 봉사활동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