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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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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서 코난 도일의 팬이라기보다는 셜록 홈즈의 팬이었다. 그가 창조한 셜록 홈즈에 빠져서 작가를 알게 된 케이스였는데 그의 책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1922년 존 머레이 출판사에서 《Tales of Pirates and Blue Water(해적과 푸른 물 이야기)》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영어 원문으로만 들어와 있고 번역되지는 않았었다고 한다. 이 책이 국내 최초의 공식 번역본이다. 코난 도일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이라는 거다.


총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은 선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다룬 6가지 이야기와 악명 높은 해적인 샤키 선장 모험기를 다룬 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마다 코난 도일만이 갖는 특유의 분위기들이 살아 있다. 게다가 번역이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더 읽기 좋았다.


책 전반부는 선상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은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하는 듯 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 모든 이야기들이 바다의 선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뿐...  나는 특히 <작은 정사각형 상자(THAT LITTLE SQUARE BOX)>가 가장 좋았다. 마지막의 반전이 매력적인 단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야기하면 스포일이 되어버리기에 말할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흐르던 조심스럽고 신경질적이기까지한 이야기가 반전을 만나며 빵 터져서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편이다. 


후반부의 샤키 선장 이야기들은 등장인물들이나 설정들을 공유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각각의 단편들은 읽는 재미가 있었고 마지막 이야기인 <코플리 뱅크스와 샤키 선장의 종말(HOW COPLEY BANKS SLEW CAPTAIN SHARKEY)>은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 편이었다. 코플리 뱅크스가 선택할 수밖에 없던 그 마지막 결말이 후련하기도, 안타깝기도 한...


이 책은 선상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보니 독자들에게 긴장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코난 도일 특유의 치밀한 추리와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들로 각 이야기들마다 독특한 사건과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건의 전개와 결말이 예측 불가능하여 읽는 내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 책은 코난 도일의 팬이 아니더라도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할만한 책이었다. 오랜만에 책의 끝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워졌던 시간이었다. 이런 좋은 책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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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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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리애닝 을 좋아했다. 어린 시적 ABE 전집의 '바닷가 보물' 이라는 책으로 만나게 된 메리 애닝은 화석을 좋아하여 그녀의 친구 트레이(반려견)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화석을 찾는 12살 소녀였다. 이 책은 메리의 아버지가 죽은 1810년과 메리가 큰 발견을 하는 1811년의 짧은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도 내가 아는 메리 애닝은 12살 소녀다. 그런데 이 메리 애닝을 소설화한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너무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이 책 #화석을사냥하는여자들 의 저자는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를 작가였기에 필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기대만 됐을 뿐이다.


책의 주인공은 둘이다. 메리 애닝과 앨리자베스 필폿.


그 중 메리 애닝은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르스, 어룡 이크티오사우르스의 발견자로서 12살에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 메리가 태어난 영국 남부 도셋 주의 라임 리지스는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데, 그 석회암 속에 암모나이트, 물고기 등 바다 생물의 화석이 많아 화석 발견 장소로 이름이 크게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곳에서 태어난 메리 애닝이 화석 발견자로서 성공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필연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꼭 그렇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메리같은 행보를 보인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여튼 두 번째 주인공인 앨리자베스 필폿은 메리 애닝의 손님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화석을 찾아 모으던 수집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이 두사람의 관계 - 아마도 '우정'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 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그 관계는 더 짙고 끈끈해진다.


책 속의 메리 애닝은 불행했다. 악재는 겹치고, 그녀를 속이려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어린 여자 아이라 하여 인정도 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도움을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 속을 쓰리게 했다. 그럼에도 메리에게는 그녀를 인정해주는 엘리자베스가 있었고 그 외에도 그녀를 지지해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소설이다. 물론 메리 애닝이 실존 인물이다보니 실제 있었던 여러 사실들도 있겠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들도 다수라는 소리다. 게다가 사건들 또한 재배치한 경우가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러니 혹시나 실제 메리 애닝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그녀의 전기를 찾아서 읽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모르는 메리의 또다른 모습들을 기대하면서 읽었기에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그냥 소설로 생각하고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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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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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요새는 ebook들을 주로 보느라 소설 쪽은 책으로 직접 안 보곤 했었는데 표지도 예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의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서 좋았고 또 괴이에 대한 이야기가 좀 나오나...? 싶어서 더 읽어보고 싶었다. 실제로는 괴이가 아니라 추악한 진실을 덮으려 만들어낸 소문이었지만...


책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이다. 이성계가 나라를 삼켜가던 무렵, 혼란이 극에 달한 그 때를 책에서는 '소문의 시대' 라고 말했다. 억울하게 죽은 자는 원귀에 대한 소문을, 영문 모르고 죽는 자는 괴물에 대한 소문을 낳아 그 소문들이 살이 붙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대. 주인공은 그런 소문들과 이야기들에 매혹된 선비이다.


그 이야기들을 쫓느라 등과하여 조정 일을 할 생각조차 없고, 일년에 서너 달은 집을 떠나 소문과 이야기가 떠도는 곳에 머무르기까지 하는 자다. 헌데 여태까지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가 주인공이 사는 고을에 이미 떠돌고 있었다. 그리하야 고을에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그 곳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잔인한 광경을 잘 보지도 못하는지 못 견디고 구토까지 하는 사람이 참 잘도 그런데를 다니는구나- 싶다.


사건은 이렇다. 사오 년 전부터 고을의 처녀들이 하나씩 죽어가는데... 갈수록 그 수법도 잔인해졌다. 범인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여우가 그 처녀들을 헤쳤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거기에 더 이상한 일은 그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감무(고려시대 지방관이 파견되지 않았던 속현 혹은 향, 소, 부곡, 장, 처에 파견되던 하급 지방관)가 자꾸만 죽어나간다는 거다. 귀신이 감무들을 죽인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다보니 주인공이 알고 있는 한 멀쩡히 살아서 고을을 떠난 감무는 한 명 뿐이다.


이 난장판을 더한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호장(고려시대 향직의 우두머리. 신라 말, 고려 초의 호족에서 기원) 이다. 향리에서 지배자 노릇을 하고 있는 호장가 이니 당연히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감무와 사이가 좋지 않고, 특히 이 고을은 호장의 텃세가 심해 감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새로 감무로 오게 된 금행은 무인 인데다 대쪽같은 사람이라 주인공과 죽이 맞아 친구가 되어 이 난관을 헤쳐 나가게 된다. 이 이상 내용을 덧붙이면 스포일이 될 것 같아서 내용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나머지는 직접 책으로 읽어보면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이 깔끔해서 읽기에 좋은 편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전지적 작가 시점과는 틀린 재미가 있다. 소문과 이야기에 홀린 선비가 주인공이 그 시절의 여러 소문들이 어떤 식으로 형태를 잡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나오면서 그 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였는지 알 수 있어서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아쉽게도 뒤통수를 칠것 같은 반전은 없다. 하지만 차근차근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내용은 꽤 흥미롭다. 막 급박한 장면이나 두근거리는 그런 것들은 없었지만 하나하나 문장들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무심코 가게되는 그런 책이었다. 박진감 넘치는 무언가를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에 부제로 '암행어사의 탄생' 이라 달고 시리즈물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괴이한 소문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더 나와도 좋을 것 같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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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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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어린 왕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소위 말하는 필독서 중 하나였다. 처음은 별 생각이 없이... 나중에는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버린 어린 왕자가 걱정스러워 눈물지으며 내용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겨 넣으면 읽었었다. 그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직장 생활 때와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지금도 가끔씩 읽게 되는 그런 예쁜 책이다.


그렇다보니 집에 어린 왕자 책이 참 많다. 영문판 ,국문판, 김지혁 작가의 일러스트로 재탄생 되었던 어린 왕자 책까지... 이것 저것 어린 왕자에 대한 책들을 손에 잡힌 대로 모았던 것 같다. 아, 그 많은 어린 왕자 책들이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정말 최고다!
아름다운 겉표지부터 그 안의 내용까지 그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런 책 말이다.


큼직한 표지를 넘겨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내가 그 동안 소장한 어린 왕자 책에는 없는 여러 이야기들을 볼 수가 있다. 어린 왕자의 초판본이 미국에서 발해오디었다는 것을 아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익히 알듯이 작가인 생텍쥐베리가 비행 조종사로서 전투에 직접 참가를 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소설을 프랑스를 벗어난 다른 나라 땅에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어린 왕자도 미국에서 출간되었던 것인데... 이렇게 어린 완자가 탄생에 대한 역사와 어린 왕자 출판본에서 수록되지 않은 미공개 원고를 수록하고 있어서 새로운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물론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가지고 있던 어린 왕자 출판본의 번역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번역한 또 다른 번역(작가마다 약간씩 번역 스타일이나 말투 등이 틀리므로...)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가끔 궁금해진다. 뱀에게 물린 후 사라진 어린 완자는 정말로 그의 별로 돌아간 것일까...? 어린 완자와 헤어진 여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그런 소소한 물음은 해소되지 않고 지금도 남아서 가끔씩 가슴이 저려온다. 그럴 때면 다시 한번 어린 왕자를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곤 한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어린 왕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평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작은 아이에 대한 감성이 나이를 핑계로 무뎌지지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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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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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브라더>는 국가의 강권에 의해 유린당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 마커스가 그에 맞서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단지 촛불 집회에 나갔을 뿐인데 경찰에 잡혀가고, 재판에 회부되는 그런 세상입니다. 처음에는 잠깐이겠지, 하던 사람들도 계속되는 탄압에 점점 무기력해지고 언론은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하고 있어도 정부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침묵합니다. 완벽하게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되어가고 있는거지요.

 

그래서 저는 <리틀 브라더>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과 우리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주인공 마커스는 정부가 행한 정보 감시와 통제의 희생양입니다. 어느 날 그저 평범한 학생들이었던 마커스와 3명의 친구들은 갑작스럽게 국토 안보부에 의해 심문을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대릴 이라는 친구는 결국 풀려나지 못하고 행방을 알 수 없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숨죽여 살려고 하는 친구들과 달리 마커스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주특기가 학교 전상망 해킹이었던 마커스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아이는 어른들은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국가 권력에 맞서 싸웁니다. 그 방식에 유쾌하여 다소 어두운 이 책의 분위기를 가볍게 해주네요.

 

제가 책 속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은 “25살 이상은 아무도 믿지 마!” 라는 말이었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물론 마커스 조차도 자신이 25살 이상이 되면 모든 것을 잊고 지금의 어른들과 똑같아지리라는 절망을 담은 말일 것 같아서 속도 상합니다만… 이 사회를 살아야 하는 어른들은 잃을 것이 너무 많기에 점점 더 무관심해 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무관심으로 인해 더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권력이 휘두르는 감시와 정보전에 휘둘리지 않고 빼앗긴 우리의 자유에 대해 사유해보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려해보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5살 이상의 어른 분들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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