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어요! 그림책은 내 친구 25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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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가 예뻐 보이는 새하얀 식탁보가 있다. 그 식탁보는 할머니께서 수를 놓으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식탁보. 그런데 큰일이 난다. 이 식탁보를 다리미로 다리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다리미 바닥 자국이 노~랗게 식탁보에 나버린 것이다. 헉~ 나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니 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역시나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당황한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맞서지 못한다면서 식탁보의 다리미 자국은 알통을 가진 천하장사 같은 모습이 되고, 비싼 세제로도 그 자국을 지우지 못한다면서 뚜껑 달린 세제의 모습도 되고, 어떤 현명한 충고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올빼미의 모습도 된다. 여기에서 올빼미는 외국에서 현자를 상징한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엄마가 아끼는 식탁보에 자신이 다리미 자국을 내어 망가뜨려버렸다는 자책감에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마음들을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식탁보의 자국에 여러 가지 물건들의 모습을 만들고 그 물건의 모습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가 있다. 다들 이 책이 뛰어난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기발한 책이라고들 칭찬을 하지만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뒷부분쪽의 아이의 결심과 엄마의 행동에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두려운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동생에게나 할아버지에게 미뤄버릴까도 생각하고 도망갈까도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이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해달라고 하겠다고 마음먹는 과정. 그 과정 중에 잘못된 발상들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할만한 그런 생각이었는데 그러한 잘못된 발상들을 억누르고 결국 솔직히 용서를 빈다는 결심을 하는 그 장면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엄마가 그 식탁보를 보고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라면서 다리미로 길쭉하게 자국을 하나 더 내서 색실로 수를 놓아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장면은 나에게는 굉장히 놀라웠고 감동적이었다. 나라면 소리치고 화를 내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그 상황을 저렇게 멋지게 넘어가다니…! 이제 그 식탁보는 엄마가 좋아하는 식탁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식탁보가 된다. 할머니, 엄마, 나의 추억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란 말인가.

이렇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게 고민하다가 올바른 결론을 내는 아이의 마음의 과정과 자칫하면 상처 입히고 주눅들게 했을지 모를 아이의 마음을 구하고 오히려 추억이라는 이름의 멋진 보물을 만들어낸 엄마의 멋진 센스가 더 돋보였던 책으로 아이 뿐만 아이라 엄마들에게도 꼭 이 책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아, 나도 이 엄마처럼 멋진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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