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 - 제목만 보고는 가족간에 단란한 동물원 나들이나 혹은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왠걸… 내용이 너무 힘들다. 주말에 동물원에 함께 가게 된 가족들은 출발할 때의 신나는 마음은 어디 가고 가는 도중부터 끝까지 참 밉상들이다.

동물원에 가는 길은 주말이라서 많은 차들 때문에 막혀 길어졌다. 그 길어진 시간을 가족들간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여러 가지 대화 등으로 꾸며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 남자 형제인 두 아이는 티격태격 싸우고, 그것을 엄마는 아무 말도 안하고 방치하고 아빠는 말리기는 하지만 부적절하게도 형만을 혼낸다. 썰렁한 농담으로 웃겨보려고 하지만 우습지도 않다.

드디어 동물원에 온 가족들. 힘든 고비는 넘겼겠지 싶었지만 오히려 시작이다. 5살이 넘은 동생아이의 나이를 4살이라고 우기면서 입장료를 깍으려는 아빠의 실랑이가 참 보기 싫다. 그런 아빠가 아이는 참 부끄럽다. 그 마음 왠지 알 것도 같지만 아빠를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준비도 없이 왔는지 동물원의 지도가 없어서 아이가 가장 보고 싶던 고릴라와 원숭이를 먼저 못보고 자기 생각에는 시시한 동물들을 먼저 보게 된 것도 불만인가보다. 거 참 불만 한번 많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니 어쩔 수 없지만 배가 고프다면 쵸콜릿을 좀 먹자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그냥 나기가 안되니 안된다며 막무가내로 못 먹게 하는 것은 또 무슨 심보야…? 이 아빠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생각해봐라- 동물원을 오는 이유라는 것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인데 이 상황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게다가 동물원의 동물들은 생기가 전혀 없어 보이고 무력감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러니 아이들이 보기에도 참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동물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 엄마가 문득 동물원에서 뭐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들만 쏟아진다. 아이들은 점심에 먹은 음식들과 선물로 산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모자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고 아빠는 이렇게 집에 가는 것이 제일 좋댄다. 그럴꺼면 왜 동물원에 갔냐…? 라면서 소리치고 싶은걸 꾹 참았다.

집에 돌아와서 동물원은 동물들을 위한 곳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것인 것 같다는 소리를 하면 씁쓸해하는 엄마의 말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자면서 꿈을 꾼다. 자신이 철창에 갇혀있는… 그리고 생각한다. 동물들은 꿈을 꿀까…? 라는 의문을 말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보는 것이다. 나름대로 그의 책이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기대를 하면서 봤던 나는 조금 실망을 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따로 노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들간의 소통에 대한 부재가… 생기 없어 보이는 동물들에게서는 인간들의 이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적당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이 기대했는데 참 아쉬웠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