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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취미 수집 생활
김은경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조금 고민했다. 이 책을 에세이에 넣을지 실용서에 넣을지... 하지만 역시 이 책에 나온 만들기 쉬운 아이템들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것은 그 아이템을 만들게 된 계기나 그 때에 있었던 일들을 담은 작가의 짧은 에세이들이었기에 에세이에 넣기로 마음먹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하는 작가님은 글도 잘 쓰더라. 술술 읽히는 에세이가 재미있어서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짬짬이 읽고 있다. (가방에 넣어도 좋을 만큼 책 크기도 작다)
다른 실용서들처럼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많이 나온다. 조금 틀린 점이라면 다른 만들기 책들에서는 최대한 사진들을 많이 넣어서 만드는 방법들을 위주로 설명했다면... 이 책의 작가님은 디자이너답게 그림도 잘 그리셔서 그런지 손그림과 손글씨로 설명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도 마음에 들었다. 특별하게 펠트면 펠트, 가죽이면 가죽 그런 주제를 두지 않고 작가님이 취미로 만들었던 물품들을 에세이와 함께 들어있는 별책부록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
왜 제목을 저렇게 지었는지 왠지 알것 같다. 나도 취미생활이 '만들기' 그 자체인지라... 펠트도 하고, 액세서리도 만들고, 태팅레이스처럼 레이스 뜨기도 하고 목도리나 워머같은 뜨게질도 한다. 참 잡다하게 이것저것 다하고 있는데 시작했던 이유가 작가님처럼 내 마음에 드는 나만의 것이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주 다양한 만들기들을 시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예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냥 사지...? 쓸데없이 왜 만들어?'라는 반응들이 참 많다.
하지만 누군가한테 자랑하려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나만의 것을 만드는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냥 웃어넘기고 말곤 했다. 그런데 이 작가님의 책을 보면서 왠지 동질감(?)을 느껴 더 재미있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만들기 책이라기보다 이것저것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 여러 가지 만들기 취미 생활을 하면서 생겼던 에세이 라서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만들기를 좋하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 부작용이라고 할만한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무언가를 막~ 만들고 싶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실 것!
나도 작가님 책을 읽고 있다보니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올 여름에 쓸 아이들 선글라스 케이스를 만들어봤다. 여름이다보니 옷들이 얇아 어디 넣고다닐데가 없을 것이라 목에 거는 용으로 만들었다. 만들고보니 핸드폰을 넣어도 될 정도로 넉넉해서 첫째한테는 핸드폰 케이스로 쓰라고 줬다. 아, 만들기라는 것은 만드는 순간도 재미있지만 만들고 난 후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에세이도 읽고 만들기도 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