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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흥미롭게 읽고 있는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중 하나다. 전에는 바쁘기도 했어서 별 생각없이 읽지 못하고 지나갔었는데 이번에 리뉴얼된 책이 나와서 읽게 되었다.
이번에 이 책에 더 흥미가 갔던 이유가 있는데, 다름 아닌 큰 아이의 공부를 봐주면서 읽었던 영어 지문에서 토마토, 고추 등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즐겨 먹는 것들이었는데 이것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래서 아이의 공부를 봐주면서도 재미있게 읽어서 언제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 -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그 내용들이 더 자세하게 잘 나와 있었다.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같은 식물들이 다루어진다. 각 식물마다 역사적 사건과 교차하며 이야기의 깊이와 재미를 주고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일례를 들자면, 구황작물로 유명한 감자는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감자는 토지가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기에 16세기 유럽인들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작물이었다. 하지만 처음, 감자를 잘 몰랐던 유럽인들 중에는 실수로 덩이줄기가 아닌 감자 싹과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을 먹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 접한 작물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대부분 알다시피 감자 싹이나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에는 솔라닌 이라는 독성분이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졌고, 그런 이유로 '악마의 식물'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감자를 종교재판에까지 올렸고 재판장은 유죄판결을내려 화형을 형벌로 내렸다고 하는데 참, 웃지못할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지금은 당연하게도 맛있는 식재료로 쓰이고 있는 여러 작물들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식탁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식물이 먹는 것 이상의 의미 - 권력, 경제, 전쟁, 문화 - 에 어떻게 깊이 관여해왔는지를 세밀하게 탐구하고 있기에 매력적이고 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심해야할 것도 있다. 일례로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같은 표현은 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지만, 사실 역사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조심한다며, 이 책은 역사 뿐 아니라 식품,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원하는 분들, 가볍고 재미있게 역사 속 에피소드를 접하고 싶은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덧붙여보자면 중세 유럽 역사, 노예무역, 산업혁명 등 역사적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더 싶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