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 - 문광부우수교양도서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2
김인자 지음, 심수근 그림 / 글로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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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깨닫고 보니 아빠의 차 안에 쓰고 버린 폐지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퀴퀴한 냄새도 나고 앉을 자리도 없어서 웅크려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무진장 불만인데… 그런데도 아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폐지를 주워온다. 그러다보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이는 궁금해진다. 아빠는 밤 10시면 차를 몰고 나가 한밤중이면 들어온다. 그 행동이 신데렐라처럼 18시를 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는 말에 살짝 웃음이 난다.

결국 아빠 차 안에 숨어 따라가려고 계획한 대담한 딸래미. 드디어 도착한 곳은 어디였을까…? 어두컴컴한 마당에 폐지가 쌓여있는 모습이 보이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 댁이다. 도착하여 폐지를 내리기 시작한 아빠에게 들켜버린 아이는 아빠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빠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담히 이야기 하는데 그 내용인즉 어렸을 적 아빠는 빈병을 줍는 할머니를 부끄러워 했댄다. 그런 할머니를 아이들이 망태할멈~ 하면서 놀리는 것을 보며 부끄러웠고, 또 밤에는 병을 주으러 다니는 통에 힘드신 할머니께서 내시는 앓는 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그런 아빠에게 할머니는 항상 다정히 대해주시며 생일이면 꼬깃꼬깃한 돈을 손에 쥐어주신 할머니를 너무 싫어했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아마도 그런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감사함과 미안함이 빚어낸 선행이었던 듯싶다.

비오는 밤 리어카를 모으시는 할머니를 보고 너무 위험해 보여 리어카를 끌어드렸는데 고맙다며 손을 꼭 잡고 누룽지 사탕 한움큼을 쥐어주셨단다. 아빠의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 이후로 폐지를 보이는대로 모아서 가져다 드리게 되었단다. 역시… 그랬구나 싶었다. 어린 마음에 그랬을 수 있지만 커서 깨달아보면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려는지… 살짝 눈물이 난다. 다음 번에 아이와 다시 한번 할머니네 집에 가서 할머니께서 운전하시는 리어카에 야광삼각대도 달고 아이가 쓴 “조심 조심 할머니가 운전 중이에요” 라는 문구도 단다. 비가 와도 젖지 말라며 비닐까지 씌운 아이의 마음씀씀이가 대견해 보인다.

문득 깨신 할머니의 소리에 재빨리 집을 벗어난 아빠랑 아이. 나중에 다시 한번 집에 가서 리어카의 바퀴에 빠진 바람도 몰래 넣어줬다. 아이와 아빠의 유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함밤중의 여행이다. 때로는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에 살짝 눈물지어지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기쁘게 할머니를 돕는 이야기에서는 귀여운 아이의 말투에 웃음이 떠오르는 읽으면서 조금 더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이었다. 엄마가 빠져있어서 조금 서운했다는 것 정도…? 엄마도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이 아빠와 아이처럼 뭔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하는 그런 봉사활동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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