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말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저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대부분 학교에서 배우고 시험에 나오던 것들이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니체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도 내 생애의 감명깊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는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에서 읽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대목이었는데… 아마도 그저 앞서 말한 정도를 아는 것으로 끝났을 니체에게 좀더 흥미를 갖고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 짜라투스트라여. 그대의 돌. 그대의 투석기. 그대 별을 빻아 깨뜨리는 자여. 하지만 한번 던져진 돌이 돌아오지 않을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그대가 던진 돌에 그대가 맞아 죽으니… 그대 돌을 멀리 던지지 말지어다. 그 돌은 그대에게 떨어져 돌아올 줄 모르는 도다. -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 문구를 읽고 그에 대한 관심을 지대하게 갖고 있었지만 그의 저서들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선뜻 손대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 <니체 명언집>. 그의 저서들에 비해 보기에도 쉬울 것 같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이 책은 역시나 한 페이지당 한 구절씩 니체의 저서에서 발췌된 여러 말들을 수록해 놨기 때문에 내용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니체에게 관심을 갖게 됐던 저 문구가 없었던 것은 좀 아쉽기는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구절들이 쓰여져 있던 책의 원문을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저서들을 다 읽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선택했던 책이 이 책이었지만 막상 읽고 보니 원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절절히 생겨난다. 이런 문구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니 원문은 더 대단하지 않을까…? 라는 순수한 호기심. 이 책은 니체를 어렵게 생각하면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니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저서들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니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저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것들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후회하지 말라 후회해서는 안 된다. 후회는 처음의 어리석음에 다른 어리석음을 보태는 일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라. 무언가에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무엇으로 성공할지를 생각하라. [방랑자와 그 그림자 中] - p.28
사람들은 자주 현실을 잊곤 한다. 고통스럽고 힘이 들면 힘이 들수록 되도록이면 듣지 않고 보지 않으려고 하지. 그렇게 무디어져 가고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다. <마음짐승>은 책을 읽는 것이 괴롭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기에 그저 글만을 읽을 생각이라면 너무나도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잔잔히 흐르는 듯한 물밑 아래에 정체모를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어 글을 읽는 것이 괴롭더라. 물론 공포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다. 뭔가 스펙타클하고 역동적인 내용이 아닌데도 책을 읽다보면 그대로 빠져든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도 잔잔한 문장들 아래로 흐르는 뭔지 모를 불안감이 스물스물 온몸에 기어올라 나를 잠식할 것만 같은 두려움… 시와도 같은 운율을 가졌지만 길게 끝나지 않고 이어질 것만 같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느끼는 그 불안감과 공포를 함께 느껴야 했다. 저자인 헤르타 뮐러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 아래에 잔혹한 진실들을 숨겨 놓았다. 그 숨겨진 진실들은 처음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서서히 읽는 이의 마음 안에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듯 처음에는 작은 얼룩에 불과했을 불안감과 거북함 같은 감정들을 조금씩 고조시킨다. 그렇게 독특한 문장들에 떠밀려 읽게 된 이 책은 생각보다 더 어두운 전체주의의 실상을 고하고 있었다. 가난한 마을 출신으로 그 가난을 벗어나보고자 자신의 반려가 되어줄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 - 아마도 인텔리를 말하고 싶었던 듯… - 를 찾던 롤라는 어느 날 갑자기 기숙사에서 목을 맨다. 자살… 이라는 결과로만 끝났을 그 사건은 ‘나’가 트렁크 안에 있던 롤라의 공책을 찾아내면서 뒤틀린다. 체육 강사의 강간 당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던 롤라의 공책. 체육 강사가 저녁에 나를 체육관으로 불러 안에서 문을 잠갔다, 라고 롤라는 썼다. 두꺼운 가죽공들만이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는 한 번으로 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몰래 그를 뒤쫓아가 그의 집을 알아냈다. 그의 셔츠를 하얗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가 교수회의에서 나를 신고했다. 나는 메마름을 떼어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신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는 결코 발이 붉은 양 떼를 몰지 않으리라. - p.36 롤라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있는 ‘나’와 세명의 남학생은 서로가 만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면서 친해지지만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비밀경찰의 감시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간 이하의 대우와 탄압. 게오르크의 의문의 죽음. 망명 후에도 계속되는 감시. 눈부시고 찬란했어야 할 시기를 절망적인 기억들로 채워야만 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이 <마음짐승>이다. 올바름과 참됨이 죽은 시기… 추함이 아름다움을 짓밟던 시기… 기득권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벌어졌던 일들을 담담한 필체로 풀어낸 이 책은 전체주의 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아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전체주의 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주의에 대해서 경계하라고… 이 같은 실상을 가진 전제주의 라고 하는 것은 결코 만들어내서도 만들어져서도 안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민정치라 멸시 받는다 해도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후세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요새 들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국가를 위해서…” 라는 말. 개인과 국민이 있어야만 국가는 존재하는데 그러한 국가가 개인들에게 희생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번 정권에 들어서면서 자꾸만 강화되는 공권력들이 점점 불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에 읽게 된 이 책은 그러한 상황들을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제는 그것을 고민해봐야 하겠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 철수맨이 나타났다 > 지금까지 계속 아이들의 책은 조금쯤 유치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않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었다. 어린이 소설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읽어보았던 것이 중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던 듯 싶다. 아이들의 일이라고 어른들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 시절 죽을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던 고민이 있었다. 그 사실을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리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기억이 나더라. 그리고 어른은 해줄 수 없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대신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별 만점을 준 책이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대부분의 책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굳이 5개를 고르라고 하면 위와 같이 꼽겠다. <철수맨이 나타났다>가 좋은 이유는 앞서 설명했고 <달 샤베트>는 <구름빵>의 작가의 최신간이었지만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인지 기대에 충족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수작으로 기억에 남는다. <신통방통 나눗셈>은 책속 이야기에서 나눗셈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의 따뜻함에 반한 책이다. 아이들의 바른 품성의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나에게는 감동적인 이야기였기에 별 만점을 줬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는 워낙에 외국 과학자들에 대한 것들만 알고 있는 요새 아이들에게 한국의 과학이 얼마나 뛰어났었는지를 알려줄 수 있고 나도 모르고 있던 과거의 과학사에 대해서 세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너무 기뻤던 책이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는 아이들에게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이었는데 적절한 예제와 그림들로 아이들에게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를 공저무역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고 잘 구성된 내용들이 참 좋았던 책이었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굉장히 인상에 남았던 글들이 많았는데...지금 책들이 집에 있어서 구절을 쓸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나중에 페이퍼를 좀 업데이트 시켜야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의 종류이다. 특이하게도 전국 방방곡곡의 음식 여행기. 하지만 값비싸고 화려한 그런 음식들이 아니라 지방의 특색있고 소박한 음식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뭐 이를테면 강경의 젓갈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다루고 있었는데 음식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장에 저자 자신이 도착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세세히 써넣은 여행+음식 기행기이다. 때때로 저자의 아련한 추억들과 엇물려져 있는 글들도 있어서 살짝 웃으며 읽을 수 있었는데 여수가 저자의 청소년시절 방황과 추억이 담긴 곳이라며 이야기해주는 짧은 가출기가 재미가 있어서 혼자서 슬몃 웃음이 나더라. 그렇게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그 지역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사진들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책을 읽기 아주 편했다. 읽어보면 유명한 곳도 있고 처음 보는 곳도 있다. 나는 원래 어딘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성격도 아니기에 이런 글들을 보면 신명이 난다. 간접적으로나마 여기저기 작가의 눈과 귀를 빌어 함께 돌아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때도 있으니 이만한 놀잇거리가 없을 정도다. 꼼꼼히 책들을 읽다보니 조금 부럽기도 하다. 뭣이냐하면 작가분의 행동력이 부러웠다는 얘기다. 직업의 특성도 있고 성격도 있기에 그냥 꼼짝않고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날들과 시간들이 대부분인 나에게는 이렇게 정력적으로 여기저기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그 경험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까지 해주니 조금 더 고맙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몇몇 가게들의 작은 정면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으니 책을 읽고 마음이 동~하여서 찾아가보기를 희망한다면 좀더 수월할 것 같다. 물론 아마도 나는 안 찾아갈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정보들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가볍게 읽어보기에도 좋았던 수수하고 정감이 가는 음식여행기였다.
나는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적당하게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책의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라는 책은 제목만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바치는 오마주. - 라는 추천사를 보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서 읽게 된 책이다. 간단히 책을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세명의 왕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각각 이유가 서로 틀려서 더 이질적인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로 책의 주인공격인 찰리 벅틴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고 머리도 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스퍼 존스는 단지 원주민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제프리 루는 배트남계라서 그들과 외모가 틀리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왕따를 당한다. 재스퍼 존스의 경우는 더더욱이나 상황이 좋지않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코리건 사람들은 즉각 재스퍼 존스의 이름부터 들먹인다.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분명해도 일단 이렇게 묻고 본다. “재스퍼 존스랑 같이 있었던 거니?” 이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은 거짓 대답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재스퍼 존스를 대면 자신들의 죄는 크게 사해지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착한 아이들은 악마의 꾐에 넘어가 잠시 길을 잃었던 것뿐이다. 사건이 그렇게 종결되면서 남는 교훈은 간단명료하다. 재스퍼 존스와 놀지 마라. - p.14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을 그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의 아이들의 잘못을 면죄해 줄 수 있는 “재스퍼 존스와 놀지마라.” 라는 말들을 가책없이 해대는 어른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나조차도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어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편견은 아이들에게 깊숙하게 전염되고 그들은 또 그들나름의 희생양들을 선별해내게 되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재스퍼 존스가 찰레의 집에 방문을 하면서 시작이 된다. 평범한 일상의 밤이었을 그날 찰리에게 재스퍼 존스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속되었을지도 모를 평범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그런 생활은 재스퍼 존스와의 만남으로 그 일상들이 달라지게 된다. 주로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 왕따를 견디어내던 찰리에게 어쩌면 그런 변화는 너무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년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유년기에 안녕을 고하게 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지사의 딸인 로라 위셔트라는 열여섯 소녀의 의문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해서 그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 어린 소녀의 죽음 뒤에 숨어있는 추악한 진실들과 그 진실을 알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추악하다못해 구역질이 나는 위선과 편견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 그런 이기적이고 자신들만의 오만한 잣대로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단죄하는 것인 것 알수가 없다. 그러한 진실들 앞에서 너무나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찰리는 그것들을 고개 돌리고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맞서기로 결정한다. 재스퍼 존스는 코리건이라고 하는 마을을 등지고 떠났지만 찰리가 코리건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집단이라고 하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는 아마도 평생을 두고 재스퍼 존스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자유와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하겠지. 니체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은 쉽게 미치지 않지만 단체나 국가는 쉽게 미친다고… 용감하고 어른들보다 현명했던 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