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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적당하게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책의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라는 책은 제목만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바치는 오마주. - 라는 추천사를 보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서 읽게 된 책이다.
간단히 책을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세명의 왕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각각 이유가 서로 틀려서 더 이질적인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로 책의 주인공격인 찰리 벅틴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고 머리도 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스퍼 존스는 단지 원주민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제프리 루는 배트남계라서 그들과 외모가 틀리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왕따를 당한다. 재스퍼 존스의 경우는 더더욱이나 상황이 좋지않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코리건 사람들은 즉각 재스퍼 존스의 이름부터 들먹인다.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분명해도 일단 이렇게 묻고 본다. “재스퍼 존스랑 같이 있었던 거니?” 이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은 거짓 대답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재스퍼 존스를 대면 자신들의 죄는 크게 사해지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착한 아이들은 악마의 꾐에 넘어가 잠시 길을 잃었던 것뿐이다. 사건이 그렇게 종결되면서 남는 교훈은 간단명료하다. 재스퍼 존스와 놀지 마라.
- p.14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을 그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의 아이들의 잘못을 면죄해 줄 수 있는 “재스퍼 존스와 놀지마라.” 라는 말들을 가책없이 해대는 어른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나조차도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어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편견은 아이들에게 깊숙하게 전염되고 그들은 또 그들나름의 희생양들을 선별해내게 되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재스퍼 존스가 찰레의 집에 방문을 하면서 시작이 된다. 평범한 일상의 밤이었을 그날 찰리에게 재스퍼 존스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속되었을지도 모를 평범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그런 생활은 재스퍼 존스와의 만남으로 그 일상들이 달라지게 된다. 주로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 왕따를 견디어내던 찰리에게 어쩌면 그런 변화는 너무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년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유년기에 안녕을 고하게 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지사의 딸인 로라 위셔트라는 열여섯 소녀의 의문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해서 그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 어린 소녀의 죽음 뒤에 숨어있는 추악한 진실들과 그 진실을 알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추악하다못해 구역질이 나는 위선과 편견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 그런 이기적이고 자신들만의 오만한 잣대로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단죄하는 것인 것 알수가 없다.
그러한 진실들 앞에서 너무나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찰리는 그것들을 고개 돌리고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맞서기로 결정한다. 재스퍼 존스는 코리건이라고 하는 마을을 등지고 떠났지만 찰리가 코리건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집단이라고 하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는 아마도 평생을 두고 재스퍼 존스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자유와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하겠지.
니체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은 쉽게 미치지 않지만 단체나 국가는 쉽게 미친다고… 용감하고 어른들보다 현명했던 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