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아르테 미스터리 22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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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Bring Me Back을 읽고 나서 작가가 파트너십 관계에서의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건지 아니면 레일라의 이중 자아에 대한 스릴러를 쓰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데이트 폭력이 잘못되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서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이 잘못되었다면 애초에 레일라가 앨런이라는 다른 자아를 만들어 핀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 자체가 틀려먹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람과 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서스펜스가 문제가 아니라 핀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과 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이 문제이다. 여러모로 불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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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 - 마음이 아픈 동물들이 가르쳐 준 것들
로렐 브레이트먼 지음, 김동광 옮김 / 후마니타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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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비인간동물을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비인간동물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하여 다쳤거나 아프다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지만 인간동물과 같은 이성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데카르트의 주장과 다르게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 등에서 비인간동물을 연구하면서 동물 종에 따라 다르지만 비인간동물 역시 인간동물과 같은 '자의식'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인 이성 하나만으로 기계와 비기계를 나눌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반사회적인격장애 중 하나인 소시오패스의 경우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지만 다른 존재에 대한 감정의 공감은 매우 어려워한다. 소시오패스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인간적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이성적인 결정만 추구하는 회사동료가 있다면 주위 사람의 평가는 '일은 잘 하지만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데카르트는 인간동물만이 이성적 사고를 가지고 의지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말하였지만 '인간적'이라는 단어의 정의와는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살아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충분할때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이 비인간성을 더 확장시키는가를 고민해본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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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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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은 이상한 느낌의 소설이다. 세 개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같지만 결국 별개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내용으로 상통하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내용은 아닌 소설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광적인 집착의 다양한 발현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에렌페스트의 비이성(불확정성・양자역학)의 발견이 폰 노이만에 의해 매니악 컴퓨터가 발명되고 이후 이세돌과의 바둑결전을 둔 AI(알파고)의 진화과정을 보여준 단편소설집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각기 다른 천재의 모습으로 읽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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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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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이 재활용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플라스틱과 종이의 경우 말그대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활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횟수가 늘어나면 섬유질이 짧게 잘라져 어느 순간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연기가 되어 탄소배출이 되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 어딘가 남아있게되었다. 차라리 쓰레기 소각장에서 안식을 맞을 경우 화력발전에 의한 전기생산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되어버린 존재는 지구와 지구 내 비인간동물에게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를 일이었다. 폴리애스테르같이 섬유화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더 힘들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어 모든 해양동식물를 죽이고 생태계파괴의 주범이 되고 나서 다양한 기업이 ESG라는 이름 아래 수거된 폐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이는 그저 패스트패션의 일부로 또 다른 의류쓰레기를 만들 뿐이었다. 자라,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 뿐만 아니라 구찌나 샤넬 같은 고급 브랜드도 시즌이 지나면 남는 옷이 생기기 마련이다. 패스트패션의 옷은 아프리카의 가나 같은 곳으로 흘러들어가 지역 내 소규모 의류 업체가 망하게 된 주범이다. 고급브랜드는 더 악질이라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즌오프가 된 옷을 아예 불태워버리는 것이 일상이고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 제재를 받는 일이 종종있다.

배설물은 동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배출해야하는 것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다르다. 음식물 쓰레기는 냉장고의 출현 이후 과도하게 많이 저장하고 난 뒤 상한 음식을 버리는 희안한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웨이스트 랜드에서는 합당한 방법 중 하나라며 한국의 음식물 수거 정책을 예시로 들었지만,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호주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먹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데, 다른 곳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 쓰레기통에 '먹을 수 있는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처럼, 지구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인간이 많은 것이다. 유엔 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의 2021년 폐기물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연 평균 9억3100만 톤이다. 호주에서는 인구 1인당 약 300kg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에 1만4000톤, 1년간 약 410만여 톤이 버려지고 있으며 이 중 90%가 소각되거나 매립되지 않고 대부분이 동물 사료, 비료, 가정 난방용 연료로 재활용된다고 한다. 동물사료나 비료까지는 알겠는데 가정 난방용 연료로 재활용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웨이스트 랜드의 출연자 존이 혼자서 퇴비를 만드는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국가적으로 음식물쓰레기로 동물사료와 퇴비를 만드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한국에서 90%의 음식물 쓰레기로 동물사료와 퇴비를 만든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41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전제품 폐기물과 전기생산으로 인한 핵폐기물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없다. 나도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이라면 개인용 휴대기기(스마트폰, 휴대폰)은 4-5년에 한 번씩 바꾸고 있으며, 노트북 역시 5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상이 나오면 바꾸려고 하는 이 시대에서 하나를 사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인간이 바로 나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DSLR로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중이며, 아직 멀쩡하게 잘 사용되기에 바꾸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다. 전자기기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오래 사용해도 별다른 이상없고 무리가 없다. 대다수의 인간이 NASA에서 일 할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최신식 전자기기에 집착을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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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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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어보여 동네 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을 하여 읽은 주정뱅이 연대기는 끊을 수 없는 알콜중독에 대한 역사서였다. 보통 특정 주류(맥주, 와인, 위스키 등)에 대한 책이라면 그 주류가 주로 생산되는 나라의 역사와 발전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있는데 비해 '주정뱅이 연대기'는 모든 주류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다보니 주류역사서를 가장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되었다. 인류가 왜, 어떻게 술을 접하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끊임없는 정치와 종교의 금주법 노력에도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도파민을 좋아하는 알콜중독자가 인간의 필수조건인 것 같다. 물론 영장류 중에서 당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효된 과실주을 마시고 만취하거나 인간이 건덴 술 때문에 알콜중독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처럼 자발적으로 알콜을 만들고 찾아 다양하게 변주하여 마시는 경우는 없다. 오직 인간만이 도파민과 알콜 중독 증상을 보인다. 인간이 말하는 인간성이란, 알콜중독이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영국에서 에일을 파는 에일펍에 대한 운영권은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졌으며 특히나 남편을 잃어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과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에일은 여성의 것이었으며 어떤 시대에서든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반경을 건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룰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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