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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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이 재활용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플라스틱과 종이의 경우 말그대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활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횟수가 늘어나면 섬유질이 짧게 잘라져 어느 순간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연기가 되어 탄소배출이 되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 어딘가 남아있게되었다. 차라리 쓰레기 소각장에서 안식을 맞을 경우 화력발전에 의한 전기생산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되어버린 존재는 지구와 지구 내 비인간동물에게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를 일이었다. 폴리애스테르같이 섬유화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더 힘들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어 모든 해양동식물를 죽이고 생태계파괴의 주범이 되고 나서 다양한 기업이 ESG라는 이름 아래 수거된 폐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이는 그저 패스트패션의 일부로 또 다른 의류쓰레기를 만들 뿐이었다. 자라,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 뿐만 아니라 구찌나 샤넬 같은 고급 브랜드도 시즌이 지나면 남는 옷이 생기기 마련이다. 패스트패션의 옷은 아프리카의 가나 같은 곳으로 흘러들어가 지역 내 소규모 의류 업체가 망하게 된 주범이다. 고급브랜드는 더 악질이라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즌오프가 된 옷을 아예 불태워버리는 것이 일상이고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 제재를 받는 일이 종종있다.

배설물은 동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배출해야하는 것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다르다. 음식물 쓰레기는 냉장고의 출현 이후 과도하게 많이 저장하고 난 뒤 상한 음식을 버리는 희안한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웨이스트 랜드에서는 합당한 방법 중 하나라며 한국의 음식물 수거 정책을 예시로 들었지만,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호주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먹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데, 다른 곳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 쓰레기통에 '먹을 수 있는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처럼, 지구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인간이 많은 것이다. 유엔 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의 2021년 폐기물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연 평균 9억3100만 톤이다. 호주에서는 인구 1인당 약 300kg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에 1만4000톤, 1년간 약 410만여 톤이 버려지고 있으며 이 중 90%가 소각되거나 매립되지 않고 대부분이 동물 사료, 비료, 가정 난방용 연료로 재활용된다고 한다. 동물사료나 비료까지는 알겠는데 가정 난방용 연료로 재활용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웨이스트 랜드의 출연자 존이 혼자서 퇴비를 만드는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국가적으로 음식물쓰레기로 동물사료와 퇴비를 만드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한국에서 90%의 음식물 쓰레기로 동물사료와 퇴비를 만든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41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전제품 폐기물과 전기생산으로 인한 핵폐기물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없다. 나도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이라면 개인용 휴대기기(스마트폰, 휴대폰)은 4-5년에 한 번씩 바꾸고 있으며, 노트북 역시 5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상이 나오면 바꾸려고 하는 이 시대에서 하나를 사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인간이 바로 나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DSLR로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중이며, 아직 멀쩡하게 잘 사용되기에 바꾸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다. 전자기기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오래 사용해도 별다른 이상없고 무리가 없다. 대다수의 인간이 NASA에서 일 할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최신식 전자기기에 집착을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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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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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어보여 동네 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을 하여 읽은 주정뱅이 연대기는 끊을 수 없는 알콜중독에 대한 역사서였다. 보통 특정 주류(맥주, 와인, 위스키 등)에 대한 책이라면 그 주류가 주로 생산되는 나라의 역사와 발전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있는데 비해 '주정뱅이 연대기'는 모든 주류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다보니 주류역사서를 가장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되었다. 인류가 왜, 어떻게 술을 접하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끊임없는 정치와 종교의 금주법 노력에도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도파민을 좋아하는 알콜중독자가 인간의 필수조건인 것 같다. 물론 영장류 중에서 당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효된 과실주을 마시고 만취하거나 인간이 건덴 술 때문에 알콜중독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처럼 자발적으로 알콜을 만들고 찾아 다양하게 변주하여 마시는 경우는 없다. 오직 인간만이 도파민과 알콜 중독 증상을 보인다. 인간이 말하는 인간성이란, 알콜중독이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영국에서 에일을 파는 에일펍에 대한 운영권은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졌으며 특히나 남편을 잃어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과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에일은 여성의 것이었으며 어떤 시대에서든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반경을 건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룰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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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 부패의 메커니즘
최성진 지음 / 박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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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 부패의 매커니즘'의 목차를 보면 부패 그 자체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지만 부패가 과연 정치적 ·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부터 특이하게 [좋은 부패]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도 나와있다. 부패라는 것이 아무래도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문제이기는 한데, 상황에 따라서 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이상한 경우가 목격되기 때문이다. 부패라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기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이지만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이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인 흑묘백묘(黑猫白猫)론처럼 윤리와는 상관없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야 무슨 상관이냐는 관점도 있기 마련이다. 재미있게도 똑같이 기업이 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이라도 급행료라면 나라 발전에 별 상관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인허가료 같은 것이라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실려있었다.


부패와 지하경제를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구분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세나 정부의 규제로부터 피하기 위한 지하경제는 합법적/비합법적 수단이 동원된다. 지하경제는 경찰이나 지역 공무원과의 유착관계 같은 부패와도 관련이 있지만, '지하'라는 단어가 붙어있듯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이다. 이와 별개로 부패는 공무원의 불법적인 금전적 이득과 관련이 더 크다. 합법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싶은 기업도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강제'로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로비를 진행할 수도 있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부패를 양지로 올리기 위한 합법적인 로비활동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ESG경영이라는 명목하에 전세계적으로 반부패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완변하게 '깨끗한' 사회는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 왜 부패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무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서 보수가 적다고 생각하고, 기업은 행정적인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 하고 싶은 욕구가 부패라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인간 자체가 원래 비윤리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특정 권력에 의한 기업 경영에 대한 특혜가 아닌 실질적인 국가/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로비를 잘 해서 IT업계 선두주자가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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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박스판 - 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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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으로 읽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소설 듄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날 만큼 닮은 구석이 많았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바람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많이 달랐던 작품이다. 오무와 부해가 지구의 자정작용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던 것처럼 나우시카가 타고 다니는 바람은 나쁜 공기를 씻어주는 존재로 나우시카가 여신처럼 보이는 역할을 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다수의 민중은 나우시카가 구세주 역할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각을 투영한 나우시카의 존재는 구세주가 아닌 용서와 정화를 의미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류는 누군가에게 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화하고 타인을 용서하는데서 출발해야하는걸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이후 모노노케 히메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그 생각이 발전한다. 모노노케 히메까지는 봤지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큰 주제가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말 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각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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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 123회 나오키상 수상작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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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는 재일조선인이었다가 재일한국인이 된 한 청소년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재일조선인 아버지와 재일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선인 국적을 가지게 되었지만, 재일조선인 아버지의 하와이행 욕구로 다시 강제로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된 스기하라. 조선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데다 조선인 학교가 아닌 일본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자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한국인 차별뿐만 아니라 조선학교 내 매국노 취급으로 왕따까지 겪게 된다. 인종과 국적으로 인해 이중차별을 겪게 되는 이면에는 인간의 심리 안에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은 뼈아픈 욕구가 반영된 것일까? GO를 읽으면서 스기하라가 매일 받는 일상적인 차별에 반복노출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했다. 차별이라는 사회적 영향은 사람의 삐뚤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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