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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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소설 <신을 죽인 여자들>은 30년 전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해 리아, 마테오, 마르셀라, 엘메르, 훌리안, 카르멘의 입장에서 다루고 마지막엔 사건의 피해자였던 아나의 아버지, 알프레도의 고백으로 끝난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이 소설은 조금 달랐다. 진범보다는 무신론자(가 되버린) 리아, 마테오와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훌리안과 카르멘이 바라보는 ’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사건, 30년 전 아나는 처참하게 살해되었다. 큰 언니 카르멘은 금새 회복했지만 리아는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 책임을 신에게 돌렸다. 신이 존재한다면 동생이 그렇게 죽을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찾기 전까진 가족을 만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이따금 아버지 알프레도와 주고 받은 편지내용도 가족의 안부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도착지에 서점을 차린 리아는 지난 30년간 동생이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웠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삶도 동생 아나의 죽음도 포기 하지 않았을 뿐이다. 반면 카르멘은 한 때 아나가 좋아했던 신학생 훌리안과 결혼 해 아들 마테오를 낳았다. 그들의 결혼 소식을 알프레도가 보낸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마테오의 실종으로 30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아나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리아를 카르멘은 못마땅해했지만 유년 시절 리아에게도 아나에게도 그녀는 이중적인 성격에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폭력성과 동시에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매력은 집안에서만 내보이지 않았을 뿐 문밖을 나서는 순간 누구라도 그녀에게 동호되었다. ’신‘을 믿는 이들에게 불행은 ’하느님의 계획‘이거나 훈련을 통해 ’성장‘해야 할 광야로 인식한다. 가톨릭 신자인 내게도 이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떠한 신도 인간에게 다른 인간을 ’희생‘시켜가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옳다는 교만‘이었다. 진범은 바로 이 부분을 완전하게 착각하고 말았다. 신을 향한 믿음을 위해 자신을 속이는 줄 도 모르고 속였고, 신은 자신들이 지은 죄를 ’고해‘를 통해 모두 용서하신다고,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죄책감은 무의미하며 아무도 그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수 없다고 말한다.

“부디 거짓말에 현혹되지도 망상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렴.” 할아버지는 내게 보낸 편지, 나만 읽을 수 있는 편지에 그렇게 썼다. 무엇보다 그가 노력하다라는 동사를 골랐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할아버지는 내게 행복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86쪽

내가 사실을 밝혀낸다고 해도 아나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리아는 돌아올지도 몰라. 그렇게만 된다면 내 마음의 짐과 괴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다가갈 수 없는 진실은 마지막 날까지도 고통스러울테니까.“ 213쪽

”믿음에서는 생각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
”믿음은 외부에서 인간에게 들어온다.“
”그것은 내가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는 것, 내게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나를 생각되어지거나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295쪽

신을 죽인 여자들은 누구일까.
동생의 죽음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 리아일까? 아니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선택한 아나인가. 아니면 신을 자신의 방식대로 판단한 카르멘일까. 아니면 가족을 포함 해 지인들에게 신의 축복이 아닌 신의 형벌을 느끼게 해 준 그녀들의 엄마 돌로레스일까. 아니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일어나는 낙태 시술 혹은 여성 모두인가. 모두 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이 죄를 지었다고 신을 죽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이 신을 죽였다고 믿는 ’누군가‘야 말로 신을 죽인 이들일 것이다. 신은 죽었는가? 아니면 누군가 죽인 것일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든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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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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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듣는다

#책속의문장

•지난여름, 나는 공사장 소리를 채집해서 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괴물 같은 소음을 음악으로 바꿔내는 건,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새 물건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소리 폐기물‘을 음악으로 나 자신과 나무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27쪽

• 인도 출신 음악가 안수만 비스와스는 ’듣는 다는 건 세상과 함께 춤을 추는 일‘이라고 했다. 다 함께 춤출 수 없는, 말하기 중독에 빠진 세상이 온 건 아닐까. 그런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한 건 듣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듣지 않는 말은 쌓이고, 말이 쌓이면, 썩는다. 58-59쪽

• 내 음악이 많이 사랑받고 싶다면
나도 그만큼 많은 음악을 사랑해야 한다. 83쪽

• 인간이 금을 그어 규정한 12개의 소리 계단을 생각 해본다. 그러나, 무지개에는 7가지 색깔만 있을까? 흐르는 물을 나눌 수 있을까? 무한한 연속체를 ’나눈다‘는 건 인간이 발명한 도구일 뿐, 보편 법칙은 될 수 없다. 123쪽

• 유령처럼 떠도는 무의미를 붙들어 의미로 바꾸어내는 일. 허공에 떠다니는 무의미를 ’한데 두어‘, 의미 있는 세계로 만드는 일.
그래서 우리는 만들고, 산아간다. 크든 작든, 내가 붙들어둔 의미의 성채에 몸을 뉘고 싶으니까. 165쪽

루시드폴 산문집 <모두가 듣는다>. 아이가 잠든 밤,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었다. 적어도 내 가족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 나는 루시드폴의 음반과 그가 언급한 음반들을 헤드폰으로 들었고 중간 중간 헤드폰을 벗고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그에 대한 애정이거나 적어도 관심을 갖는 일이다. <모두가 듣는다>를 펼치기 전에는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생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듣는 주체‘로서 그들을 생각지는 못했던 것 같다. 책은 시작부터 그와 함께 곡을 만든 ’보현‘이라는 개와 ’귤나무‘ 그리고 이밖에 그가 건져올린 많은 소리들에 대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음악과 노래, 그리고 소리에 대한 저자가 가진 생각들 그리고 고민들, 왜 많은 것을 배우고 연구하게 되었는지, 또 그런 배움과 지식이 소리 혹은 음악을 만드는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녹음 수첩> 편에서는 여러 페이지에 밑줄이 그어졌다. 줄이 그어지면서 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부스럭 거리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누군가 혹은 무언가 듣고 있지 않을까, 곁에 있던 화병 속 꽃들이 듣고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듣는다‘라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소통‘의 기본이자 ’함께‘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자 필수일 것이다. 저자가 공사장에서 들리는 극에 달한 소음을 재편했던 이유도, 제약회사와 함께 ’고통의 소리‘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물이 지르는 비명을 우리는 듣지 못하지만 감지되고 확인되는 것처럼 들어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두가 듣는다.
읽는 동안 제목을 중간 중간 따라 읽어본다.
‘모두가 소중하다’ 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루시드폴 #산문집 #돌베개 #산문 #듣다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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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파리
에리카 맥앨리스터 지음, 이동훈 옮김 / 마리앤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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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nmebook
#위대한파리 #에리카맥앨리스터 #곤충 #마리앤미 #파리 #해충 #분해자 #생태환경 #생물 #자연과학도서 #곤충도서 #생명과학 #생물학#아이와함께 #자연사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 손?

우선 난 파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파리를 좋아하며 따라다닐 때도, 파리는 더럽고, 유해하며 도무지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말은 못하고)더러워! 라고 말했었다. 한참 곤충을 좋아할 때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인간을 비롯 해 편견이라는 것이 없을 때라 파리는 물론 사마귀, 거미 그리고 지렁이 등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뭘 알아야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제일 잘 하고 좋아하는 책으로 아이와 함께 곤충을 자주 접하곤 했다. 그러다가 만난 책, <위대한 파리>를 보고 깨달았다. 아, 나 파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

1. 인간이 우주로 쏘아 올린 최초의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국제우주정거장에는 과실파리 연구소가 있고, 이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무중력이 파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우주여행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있다. 왜? 파리 종과 인간의 질병 유발 유전자의 75퍼센트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2. 모든 모기는 인간을 물고 뜯고 피를 맛본다?

왕모기과에 속하는 모기들은 암수를 막론하고 채식성으로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다.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심지어 왕모기의 유충은 다른 모기를 포식하는데 이들의 크기는 유충과 성충 모두 커서 저자가 실수로 왕모기과 유충을 다른 과의 유충과 함께 보관했다가 대부분의 유충이 왕모기과 유충에서 잡아먹혔다고 한다. 이렇게보면 왕모기과 유충을 이용 해 모기박멸을 유해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서 가능할 것 같지만 이또한 문제가 있다. 다른 모기과의 유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외형적으로 유사한 다른 과의 유충과 구분하기 어려워 자칫하다간 인간을 마구잡이로 물어 뜯는 유충마저 증대시킬 수 있다.

3. 초콜릿, 후추, 고추, 당근, 망고 그리고 양파 중 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물은?

정답은 모두 다. 참고로 저자는 초콜릿을 너무너무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초콜릿의 주요 성분인 카카오의 수분매개 곤충이 다름 아닌 파리다. 초콜릿을 싫어하는데 저자는 왜 파리를 좋아할까? 그에게 고추와 후추가 없는 것은 삶이 끝장나는(진짜 이렇게 쓰여 있음)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위에 나열한 작물을 모두를 좋아한다. (솔직히 고백한다. 당근은 잘 모르겠다.)

우리는 꿀벌이 사라지면 결코 안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헌데 파리가 꿀벌 못지 않은 수분 매개종이라는 것은 나도 <위대한 파리>를 읽고서야 알았다. 더군다나 수분 매개종인 떠돌이파리는 행동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외모도 꿀벌과 매우 흡사하다. (사진 속 꿀벌로 보이는 곤충은 벌이 아니라 진짜 파리다.) 그들은 꿀벌같은 모습을 하고 다니며 꿀벌과 같은 일을 하지만 고맙게도 벌을 두려워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인 ‘침‘이 없다. 침이 없다는 것은 우리를 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침을 가진 파리도 있고 공격성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산란과 관련된 부분이라 벌처럼 우리를 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파리에 대해 우리가 정말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유해하고, 더럽고 무조건 죽여버려야 하는‘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전처럼 생생한 사진과 작가 특유의 위트있는 문체로 초반부터 빠져들듯 읽었다. 사전인 줄 알았는데 너무 흥미진진한 문학같고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기뻤다. 저자의 집필 목적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파리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파리를 잡는 행동에 대해 두 번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의 의도는 확실하게 이룬 것 같다. 여름에 음식위를 날라다니는 파리를 죽이고 싶어지면 내가 좋아하는 ‘후추, 초콜릿, 망고‘를 떠올리며 두 번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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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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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인뮤지엄
#도슨트한이준
#미술관
#명화

도슨트가 안내하는 미술관 산책은 어떨까. 책소개글에 박근희 여행 기자가 적은 ’저자 특유의 ‘선 넘지 않는’ 야무진 해설‘이란 표현이 적확했다. 작품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작가의 의도, 제작 방식, 작품 배경들을 담백하게 소개하면서도 자신이 느꼈던 바를 양념처럼 곁들여 책을 읽는 내내 오롯하게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미술관 관련 책들은 학술서가 아닌 이상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도 많고 심지어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어 읽으면서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염려하며 읽었던 것에 비해 정말 편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국내외 화가들의 그림, 그리고 그 작품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미술관을 소개해보자!‘ 했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홀리데이 인 뮤지엄‘이죠. - 프롤로그 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소스를 내놓는 심정‘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작가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오래도록 각인 될 작가들은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그리고 마그리트와 에드가 드가이다. 책에서는 총 10명의 아티스트들이 소개되었는데 그 중 절반이나 차지하니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우선 박수근은 서민들의 날 것이라기 보다는 거짓없고 선한 삶과 풍경을 닮은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마치 돌을 갈아 캔버스에 얹힌 듯한 기법은 작가가 실제로 돌의 질감으로 최대한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 연구끝에 탄생한 것으로 실제 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은 ’독서‘라는 작품으로 작가의 첫 째 딸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이쾌대 작가의 경우는 이제 고인이 되신 서경식 교수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책에서도 동일하게 <두루마리를 입은 자화상>이란 작품이 소개되었다. 두루마리라는 동양적인 의상을 입고 서있는 화가는 손에는 서양화구인 팔레트를 들었지만 함께 들고 있는 붓은 동양식인 모필이다. 단순히 동서양의 화구를 두루 섞었다는 점 외에도 기법은 유화에서, 작품의 배경은 한국으로 새로운 서양화기법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박수근 작가나 이쾌대 둘 모두 사랑꾼이라는 점에서도 멋진 사람들이었다. 연인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된 과정이나 남편이 북으로 떠난 이후 경제적으로 난처해진 상황에서도 이쾌대의 대한 사랑과 작품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단 한 작품도 팔지 않았다는 사연은 가슴을 뭉킁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르네 마그리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보고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그릴 지 고민‘(162쪽)하게 되었다는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았다. 특히 <연인들 II> 의 경우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속에 남겨져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페이지를 뒤로 넘겨 다시금 한참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끝으로 에드가 드가의 경우 발레하는 소녀들을 담은 작품으로 워낙 친숙한 작가인데 초반에는 다른 작품의 방향성이 달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드가의 작품은 그의 작품 속 발레리나와도 닮아 있습니다. 하나의 동작을 위해 수십 수백 번씩 반복하며 무대를 완성해갔던 발레리나처럼 드가 역시도 하나의 형태를 얻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드로잉 과정이 있었을 텐데요. 290쪽

그 당시 어린 시절부터 모진 발레연습을 했던 아이들은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가난에서 벗어나 계급을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그저 예쁘고 아름답게 보였던 <발레 수업>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게 된 까닭이다. 이처럼 이미 알고 있는 작가를 만나면서도 저자의 담백한 해설로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며 작품과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저자가 집필을 한 그 목적에 맞게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은 물론 미처 담지 못했던 곳들은 비밀노트에 담아 놓았다. 맛집을 찾아 떠나듯 이제는 미술관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로 느껴진다. #미술관투어 #미술관산책 #그림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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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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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포세 #소설 #아침그리고저녁

아침 그리고 저녁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가 태어나는 순간이 그의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데 사실 초반에는 같은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마침표가 없는 문체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싶지만 어느새 다음 장면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책장을 넘긴 건 내 손이며 나는 나의 손을 내 의지대로 아직까지는 컨트롤 할 수 있다.) 사실 이 불편함은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까지 이어졌는데 한편으로는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엄청난 능력이 아닐까 싶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영화는 상연관으로 들어가면 왠만해서는 끝날 때 까지 앉아서 보기 마련인데 소설은 언제고 재미없다 싶으면 덮을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영화도 아닌 ’꿈을 꾸는 것처럼‘ 책장을 완전히 덮는 것이 아니라 끝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한다.

요한네스는 위로 누나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인이 되기 전 죽고 만다. 아버지의 다짐대로 어부가 되었으며 어부의 삶이란 것이 고기가 우선 많이 잡혀야 좋은데 거기서가 끝이 아니었다. 많은 고기를 누군가가 제 값을 치르고 사줘야만 그의 삶의 풍족해질텐데 안타깝게도 나이들어 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그다지 여유롭지는 못했다. 다행인 것은 부부사이가 좋았으며 자녀들도 큰 사고나 말썽없이 성장 해 막내는 걸어서 쉬이 찾아갈 수 있는 위치에서 가정을 이루어 거의 매일 같이 그를 만나러 와주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이가 좋았던 아내를 먼저 보내고 그의 삶이란 노화로 인한 통증과 이렇다할 변화와 목적이 없는 무료함이 채우고 있었다. 서로 이발을 해주던 절친도 세상을 떠나고 그의 삶은 한번 쯤 보았음직한 연극무대 위의 혼자 남은 노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희극작가라서 그런지 장면 장면이 그대로 연상되었다. 글이 끝없이 이어지는 부분도 서평을 쓰는 지금 떠올려보니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배를 연상시키고, 삶이라는 바다에 배를 띄운 요한네스 혹은 보통의 인간이지 싶다.

요한네스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는 동안 육신의 고통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금 육체가 가지는 여러 속성들을 생각해본다. 육체라는 물성 넘어 탐욕이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들. 또 이를 넘어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들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유추하게 되는 딸의 모습을 보며 나의 죽음이 그와 같다면 무엇으로 유족들이 짐작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점점 더 서두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래서 책을 읽지만 말고 짧게라도 소감을 몇 자 적어봐야 하는 것 같다. 한줄평, 탄생과 죽음을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안에 이토록 완벽하게 그릴 수 있다니 놀랍다.
그나저나 2023노벨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로 발표되자마자 바로 구매 후 다음날 새벽에 받았던 책은 3부작이다. 헌데 서평은 ’아침 그리고 저녁‘을 쓰고 있다;;

#서평 #희곡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가 #소설가 #쓰기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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