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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로부터 배우다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스즈키 마모루 글.그림, 황선종 옮김, 이정모 감수 / 더숲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i/c/icedrawing/temp/1_17.jpg)
추위와 더위로부터, 그리고 생명을 노리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들은 '둥지'를 짖는다. 우리에게 의식주가 중요하듯 새들에게도 둥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교미를 통해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서 열심히 둥지를 짓는다. 우리가 떠올리는 둥지는 대략 사발 모양의 지푸라기나 나뭇가지를 엮어만든 나무위에 얹혀진 형태를 많이 떠올리는 데 [둥지로부터 배우다]를 읽는 동안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기발하고도 과학적인 109개의 둥지를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수상가옥 건축가의 대가 비버의 집은 다큐를 통해서 자주 접했지만 상세하게 가옥구조를 알고나면 더 놀라울 것이다. 물 속에 집을 짓고 주변에 댐을 만들어 천적들이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은 형태로 겨울에 물이 얼어 천적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지붕 아래 입구역시 함께 얼었기 때문에 비버는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 물 속에는 미리 비축해둔 먹이가 있어 식량걱정도 필요없다. 꽁꽁 얼어서 비버를 해칠 수 없는 곰의 표정이 동화작가 답게 엄청 시무룩하고 안쓰러울 정도다.
비버는 인간 외에 삶을 유지하기 위해 주위 환경을 바꿀 줄 아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개중에는 폭이 100m가 넘고 높이가 3m가 넘는 큰 댐을 만드는 비버도 있습니다. 33쪽
베짜는샛속에 속하는 새들의 집이 자주 등장하는 데 그중에서 '곶베짜는새'의 둥지를 소개하자면 이집은 상당히 독특하게 생겼다. 베짜는과에 속하는 새들의 둥지의 공통점이 출입구가 아래로 향하게 되어 있어 날지못하는 짐승들은 결코 들어갈 수 조차 없다는 기발한 둥지라는 점과 지면에서 높이 떨어진 곳, 수면위 등 그야말로 철통보안상태라는 특이점이 있다. 재미난 사실은 다른 새들도 그럴테지만 곱베짜는 새의 수컷은 젊어서 경험과 기술이 미숙해 자기 발을 둥지와 함께 묶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람도, 새도 미숙할 때는 자기를 보호하려던 것이 오히려 자신을 가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같다. '스윈호오목눈이'새의 둥지는 몽골의 유목민이 자신들의 아이에게 신발로 사용하기도 할 만큼 모양이 '양말'처럼 생겼다. 입구가 아래로 있었던 베짜는과와 달리 정면에 입구가 있는데 아프리카스윈호오목눈이의 경우는 눈속임을 위한 가짜 입구를 만들기도 한다. 정면에 보이는 입구는 가짜 입구고 바로 위에 닫혀진 듯 보이는 입구가 진짜로 안쪽에서는 열린 상태로 보이지만 새가 나오면서 입구를 막아두어 평소에는 차단된 곳으로 보인다. 알면 알수록 왜 머리가 안좋은 사람들을 조류라고 부르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바다에 사는 친구들의 둥지도 등장하는데 얼마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한 코코넛옥토퍼스의 둥지도 나온다. 집을 가지고 다니는 습성 덕분에 몸의 크기만 맞으면 조개는 물론 도자기와 병등 인공물도 잘 이용한다고 한다. 인도양 혹은 서태평양에 걸친 지역에서 병이나 도자기를 주웠을 때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i/c/icedrawing/2_14.jpg)
위에 소개한 독특한 둥지외에도 땅속의 온기로 알을 품는 새, 장기간 머누는 것이 아니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만드는 둥지, 아예 새끼와 암컷이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입구만 남기고 전부 막아버린, 그래서 수컷이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둥지 등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내가 만약 조류로 태어났다면 '맥그레거바우새'이고 싶은데 바우어, 둥지의 모양이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이기 때문이다. 동화작가 답게 귀여운 일러스트, 그러면서도 상당히 사실적인 그림체도 좋았지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깨달음을 던지는 저자의 코멘트도 정말 좋았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좋은 둥지를 구할 수 있는 수컷이 사랑받고 그 능력에 따라 암컷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이정모 감수자의 말처럼 꼭 필요한 적당한 크기가 아니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핸 둥지를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은 인간밖에 없는 것 같다. 책[둥지로부터 배우다]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최소한의 둥지를 꾸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 버려진 둥지를 활용하는 새들이나 벌집 근처에 집을 지어 서로 공(?)생 하는 동물 친구들의 지혜와 마음씀씀이를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음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둥지의 원래 목적을 잊은 채 거의 모든 노력과 비용을 집에 투자한다. 그 결과 인간은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에 되었다. -감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