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든 시간과 공간이야말로 우리의 스승이다. 그리고 이 분리된 시간과 공간을 '고독'이라고 한다. 43쪽


우리는 행복하길 원한다. 내가 충분히 행복하다면 설사 내게 잘못을 한 악인마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행복을 갈망한다. 행복하기 위해 성공하려 하고,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며 행복하기 위해 무엇인가에,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마음이 늘 자리잡고 있다. 그런 의존적인 행복은 한계가 있고 또 다른 의존을 낳을 뿐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닫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아주 단순한 그 방법, 고독을 견뎌내지 못하고 찰나에 행복에 진짜 행복을 놓칠 때가 많다. [심연]은 저자 배철현 교수가 몸소 심연으로 들어가 보고, 그로인해 자신이 어떨 때 가장 기쁜지, 이 세상에 어떤 임무를 가지고 태어났는지를 깨달아가며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관조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즉 자각의 기쁨을 맛본 경험을 풀어놓았다. 어문학자답게 고대언어와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가장 첫 번째 단계, 심연으로 우리를 안내해주기에는 더없이 풍부하고 넉넉한 책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어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목숨을 걸 만한지 돌이켜보라. 그저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이라면 과감히 잘라내자. 그것만이 우리를 다시 '처음'의 순간으로 진입하게 해줄 것이다. 110쪽


저자는 창조의 개념을 불현듯 생겨난 어떤 '능력'이나 소명이라기 보다는 끊임없이 불필요한 것들을 자신에게서 버리고 또 버린 뒤 남아있는 한 가지라고 말한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뺄것이 없는 상태. 이런 개념은 저자가 처음이 아니며 유일하게 주장하는 바가 아니다. [넨도이야기]의 저자인 창업자 사토 오오키의 큰 핵심도 바로 그것이었다. 불필요한 것을 더하지 않는 것이라 했고,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을 설파하는 하라 켄야도 마찬가지였다. 미니멀리즘과 심플한 삶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는 '심플 라이프'의 도미니크 로로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창조적인 것이란 것은 결국 저자의 말처럼 무에서 유를 발견하거나 아주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자아를 '관찰'하는 데 있다. 나를 관찰하는 것, 천재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대상을 끊임없이 관찰한 끝에 놀라운 발명품, 과학적 지식을 얻어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안에서 창조를 발견해야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고, 자신의 임무를 깨닫게 된 순간 우리는 더 없는 행복에 빠질 것이다. 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그 어떤 고통도 견뎌낼 수 있는 '열정'이 생겨난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행복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결국 똑같은 법이다. 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정을 쏟는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하길 원한다면 '심연'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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