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지음, 김동욱 옮김 / 롤러코스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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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나의 것.

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장편소설

소설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이란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를 둔 이주민 2세대다. 무슬림 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이슬람이 서구의 가치관과 양립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가 ‘캔슬’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극우에 가까워진다. - 역자의 말 중에서

데이비드 그리고 하산. 두 사람은 한 사건을 통해 마주한다. 서로에게 별다른 기억이 없었지만 그 이후 하산은 절친들의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고 더 이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다. 피해자였던 데이비드는 그 날의 사건이 절친과 헤어지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날의 사건은 그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소설은 처음부터 무겁게 시작되진 않는다. 그저 대학 입학을 앞에 둔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처럼 다가왔다. 축구를 좋아하는 하산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전화봉사를 시작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유튜브를 운영하게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던 전화봉사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할래해야 할 뿐 아니라 관심없던 크리켓 경기까지 챙겨봐야 했지만 하산의 사고와 움직임은 건강했다. 반면 데이비디는 그 날 이후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듯 보였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아버지가 사준 게임을 직접 번 돈으로 결제하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 처럼 보였다.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실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의 두 학생들도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온라인 세상도 결국 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어느 때에,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었다.

“내 말 좀 들어봐.” 엄마가 계속해서 말한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너는 아무것도 몰라.
이란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치적인 거지, 종교적인 게 아니야. 오늘 파리에서 일어난 일도 종교적인 게 아니야. 이슬람은 적이 아니야.259쪽

소설에서는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논리에만 빠지게 에코 챔버 현상을 보여준다. 가족들도 데이비드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그에게 어떻게든 다른 이야기를 던지려 하지만 데이비드 귀에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안타까운 변화를 보는 것이, 데이비드가 자신의 아버지의 나약해지는 모습을 볼 때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필력에 놀라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분명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누군가는 데이비드의 행동의 실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방법자체를 탓할 지도 모르겠다. 하산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배치한 것, 그러다가 결국 하산과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을 통해 폭력을 폭력으로 응답할 때 결코 그 고리를 끝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데이비드가 몸을 떨었고, 하산은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본 것만 같다. 끔찍했던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브라힘의 오줌을 뒤집어쓴 채 웅크리고 울던 데이비드의 모습이.
하산이 제자리에서 서성인다. 데이비드가 적대적인 것도 이해가 간다.
눈물이 뚜렷해지기 전에, 더 난처하게 만들기 전에 그만 가는 게 좋겠다.
“잘 지내, 친구야.” 410쪽

영국의 이민자 그리고 이슬람과 무슬림을 배경으로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을 우리는 소설 밖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심지어 가족안에서도 그렇다.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영국은 나의 것’이란 제목을 읽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이보다 더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 만 같다. 오로지 나만이 무언가를 소유하려할 때, 그 외의 다른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우주서평단 #영국은나의것 #니컬러스파담시 #롤러코스터 #서평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롤러코스터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rollercoaster__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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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이옥토 리커버 에디션)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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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통의 착즙기처럼 한 방울까지 쥐어짜고 있다는 자각.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젊지만 낡아빠진 기자스러운 다짐은 어쩌면 약자에게 목소리를 빼앗겠다는, 그들의 말을 고르고 편집하여 내보낼 권한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말의 위선적인 버전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본문 중에서


김인정 기자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특정 사건에 대한 진실된 부분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 만약 내가 독자 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기자였다면 그의 글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피해자 혹은 약자편에 서야겠다는 마음이 되려 그들의 목소리를 자신의 것처럼 편집하고, 때로는 그로인해 오해를 빚는다면 분명 위의 발췌문과 같은 고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어냈던 것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애도하고 그들의 아픔이 그들만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있다. 

언론이 하는 일은 겪은 이들과 겪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기억의 연결고리가 깜빡이다 꺼지지 않도록 기능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적인 애도에 대해 적으려면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야기가 때론 이야기에 불과하고, 지나치게 매끈히 다듬어진 이야기는 오히려 해체가 필요할지도 모르며,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위험성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기억을 듣고, 이야기로 꿰어서, 이해로 마음을 집어넣는 일이 쉬워지면, 슬픔을 나눈 공동체를 상상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262쪽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집필하는 사람과 독자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가 위의 내용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한계와 위험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야기로 꿰어져야 하는 이유는 결국 방식을 달리하더라도 그 이야기안에 내재되어 있는 '슬픔'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애도한다라는 것이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게 될 것이다. '흔한 고통'이 되어버려 더 자극적인 기사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 산업재해를 바라볼 때 단순히 구매거부에 동참하고 이를 인증하면서 또 다른 차별과 컨텐츠 생산에 치우치지 않으려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뉴스를 바라보는 데 있어 심각성을 고려할 때 나와의 심리적 거리에 비례하여 그 중요여부를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공감되었다. '멀리 있는 사건이나 타국의 고통이 주목받기 위해 우리와의 연결을 인위적으로 덧붙이는 보도 관행(174쪽)'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발생의 원인과 가해자와 피해자를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미디어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개인이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파헤치고 바로잡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혹은 이제 검증할 수 없을만큼 쏟아지는 가짜뉴스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부터가 어쩌면 애도의 시작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고통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다중적으로 약자를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최소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2023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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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구직자 - 그리고 소설가 정수정의 화요일 다소 시리즈 5
정수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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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구직자‘라니. 블랙 유머 같은 제목을 내세운 이 소설은 반복되는 취업 실패를 겪는 경력단절 여성을 통해 문제의 원인이 개인이 아닌 무기력과 체념을 학습시키는 불합리한 직장 문화와 사회 구조에 있음을 드러낸다. _소설가 김의경 추천사 중에서

경력단절.
얼마전 한 독서모임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한 독서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경력단절‘이란 말 자체가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다가와 오히려 정작 당사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해당 용어를 자제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그때도 간략하게 의사를 전달하긴 했지만 경력단절이란 말 대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경력이 중단된 것이 선택의 문제였다면 다른 용어나 애초에 이런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자녀가 있거나 기혼이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해당 언어를 대신할 만한 다른 말을 찾고 싶지 않았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 보도자료를 한 글자도 쓰지 못하던 때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작 취직을 하더라도 일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두려워졌다. 이렇게 계속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114쪽

최근 몇 년간 들었던 칭찬보다 손바느질 수업 첫 시간에 들은 칭찬이 더 많은 것 같다. 손바닥만 한 바늘방석을 들고 집에 가면서, 나는 다음 주를 기다렸다. 158쪽

할 줄 아는 건 하나 더 늘었지만 딱히 더 취직하기 좋아진 것 같진 않다. 224쪽

소설 속 지수는 대형 기획사 홍보업무를 맡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동안 잘 해왔으니 다시 회사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기혼‘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내고 얻은 직장도 남편의 건강문제로 포기하고 만다. 지수는 계속 일어나는 불편한 상황을 ’도망쳤다‘라고 말하지만 그런 자조적인 말들이 그녀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단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사회적 시선이 그녀를 두고 하려는 말을 저자가 먼저 던졌을 뿐이지 않을까. 퇴사한 직후, 퇴사하기 전, 구직활동을 하며 그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 바뀔 때 마다 점점 마음이 답답해졌다. 마음이 답답했던 건 지수 때문이 아니라, 결혼 후 내가 지내온 사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나만 남았다. 그토록 많은 걸 시도했는데, 쉬지 않고 뭔가를 해보려 했는데. 부끄럽지는 않지만 조금, 허무하다. 293쪽

멈춘 적이 없더라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과정만으로도 인정받기가 어려운 ’활동‘이 구직활동일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기혼여성, 자녀가 있는 사람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퇴사를 하고 애매한 구인광고에 휘둘리는 구직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이 소설은 ’경력단절여성의 시련‘ 만을 다루지 않는다. 가족이 가족이기 때문에 더 힘든 서나의 삶은 또 어떤가. 결혼으로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려는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서 배우자가 될 사람의 부정적인 평을 전하지 않은 지수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더라도 서나가 가족 때문에 받았을 시련을 지수가 시동생과 시어머니와의 단 한차례 등장하는 전화와 만남을 통해 보여주는 대화 장면을 보면 느껴질 것이다. 가족이 때리면 더 아프다는 말. 차라리 진짜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받으면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

그저 그 애의 선택을 응원하기로 한다. 나는 항상 그랬다.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던 사람도 있었다. 너네 진짜 친구 맞아? 같은 질문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 나와 서나 곁에 없다. 273쪽

서나와 지수 그리고 소설가 정수정의 글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든 생각은 ’다소 가까워 지는 우리‘라는 다소 시리즈의 모토였다. 가깝게 느껴졌다. 지수의 모습이 서평에 드러난 것처럼 분명히 내안에 진행형으로 자리하고 있고, 서나에게 주어졌거나 앞으로 견뎌내야 할 삶의 무게를 모르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어 정수정 작가가 <연쇄 구직자>의 초안을 쓰고,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쳐 출판에 이르기 까지의 ’화요일‘들이 내 미래였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부디 많은 분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가까워’질 다소시리즈, 연쇄 구직자의 만남을 추천한다.

#연쇄구직자 #정수정 #다소 #다산북스 #책추천 @daso_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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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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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아이를 교육할 때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립에 있다라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이들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부모를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떠남 그 자체를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여전히 더 챙겨줘야만 할 것 같고 무엇보다 부모에게 아이는 여든이 넘어도 늘 아이다.

그러나 클라라는 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얀은 마치 자신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양 소외감을 느꼈다. 아이의 시선은 선생님을 향해 있었다. 61쪽

클라라가 연한 살이 되던 그해 여름, 두 부녀는 언덕을 넘어 뢰브달라로 향하고 있었다. (...)
얀과 클라라가 과수원에 들어섰을 때, 소녀는 아름답게 자란 사과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무마다 탐스럽게 잘익은 사과로 가득했다. 87쪽

아이들은 부모들이 자랄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손을 놓기 시작하는 순간, 세상과 만날 기회가 점점 늘어난다. 위험해보이고,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느껴져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다 채울수도,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아이의 탄생부터 하나하나 그 아이의 웃음과 눈물로 하루를 채워본 부모들은 자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떠나는 아이들의 두 손을 놓을수가 없다. 아이가 오겠다는 전화 한통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되기 전까진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다시 돌아온 거예요. 두 분의 손을 서로 맞잡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붙잡고 있으세요. 언젠가 제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예전처럼 두 분의 손을 제가 잡아드릴게요.’“ 128쪽

딸의 연락을 기다리던 아버지 얀은 그리움이 너무나 깊어져 자신만의 세상속에 갇히게 된다. 얀이 그렇게 된 이유는 분명 클라라지만 그것이 클라라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그 간절한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아직 내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부모가 계셔서인지 변해버린 얀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는 클라라의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 황제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행동까지 그리움에 사무친 얀을 읽어내지 않았다면 클라라를 나무라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얀 안델손이야, 좋은 사람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만 자넨 딸을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내가 더는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 그래, 자네가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로 달려와서 딸을 기다리는 꼴을 말야...“ 179쪽

기다리는 부모, 그런 부모가 힘겨운 아이들. 이 둘을 모두 사랑하며 이해하는 부모 중 한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외에도 ’권력의 관계, 타락의 전조를 알리는 빨간 드레스와 사과, 죽음의 상징성, 호수의 상징성, 에릭 유산의 상징성 등이 그러하다(347쪽).‘ 한 번 읽고 덮기에는 아쉽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또 상징을 찾아 토론해보는 독서모임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포르투갈황제 #다반 #셀마라겔뢰프 #노벨문학상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다반출판사@davanbook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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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시작해 - 듣는 데서 아는 데로 널 위한 재즈 수업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5
이락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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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시작해 #이락 @greenrainbooks

듣는 데서 아는 데로 널 위한 재즈 수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즈에 ‘음, 스탄 게츠로군. 이 음반 명반이지’라며 허세를 부려본다든지,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오, 빌 에반스네요. 재즈 좋아하시나 봐요?” 하며 사장님에게 말을 건네고 단골이 되는 것. 이 정도가 이 책의 효용이다. 7쪽

사실 이 책을 다 완독하고 나서도 특정 재즈음악가를 말할 자신은 없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 ‘스탄 게츠로군’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걸 깨달았다. 나는 미국재즈가 아니라 ‘유럽 재즈파!’였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재즈를 제대로 잘 듣기 위해 재즈의 역사와 흐름을 잘 정리해서 들려주는데 유럽재즈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그 전까지 추천해준 음반들을 들을 때는 ‘역시, 재즈가 좋군.’ 싶은 정도였는데 ‘칼라 블레이’의 음반을 듣는 순간 내 취향을 찾은 것이다. 취향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책 내용을 좀 더 적어보자면 재즈는 곧 자유이지만 무턱대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흥성은 재즈를 재즈답게 만드는 생명력(23쪽)인 것은 맞지만 헤드가 없는 연주가 없는 만큼 최소한의 규칙이란게 존재한다.

악보가 없거나 리허설 없이 녹음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즈 뮤지션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기본 구성이 존재한다. 바로 앞서 설명한 ‘헤드->솔로(즉흥연주)-헤드’라는 틀이다. 28쪽

다만 이런 구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 구성을 알고 듣게 되면 어느 부분에서 즉흥연주가 시작되고 있고,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는 변주 스타일을 알게되면 해당 음악가의 음반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이런 구성외에 재즈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악기가 가지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재즈의 발전과 전쟁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관악기 역시 주로 사용되는 악기와 발전된 경향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이 뭐냐면 유명 연주자들 대부분이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약물 문제도 있었지만 사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한 아티스트도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외에도 흑인들의 연주는 좋아하면서도 흑인들과 함께 듣는 것을 꺼려해서 발생했던 인종차별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대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과 어우러져 재즈의 양상도 대중적인 시대와 연주자체에 집중하던 방식이 교차적으로 혹은 동시대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과 능력자들의 음악중에서도 만약 하나의 음반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의 음악을 고를 수 있을까?

재즈 역사의 위대한 앨범이라 손꼽히는 <<Kind Blue>>이다. 수많은 재즈 팬에게 “인생에 단 하나만 재즈 앨버을 들어야 한다면?” 이라고 질문한다면 십중팔구 이 앨범을 대답할 정도이다. 135쪽

책을 한 자리에서 읽었던 것이 아니라 저자처럼 별다방에 혼자가서 읽기도 하고, 때로는 지인을 만나 빵을 먹으면서 책을 공유하고 추천리스트를 함께 듣기도 했다. 위의 언급된 음반을 들었을 때는 지인도 ’나도 재즈가 좋아.‘라고 했지만 침묵에 가까운 희미함속에서 피어나듯 시작되는 칼라 블레이의 음악을 들을 땐 취향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익숙한 케니 지의 앨범이나 비밥을 들을 때면 오래 전 보았던 한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책 중간중간 치르는 재즈고사(라고는 해도 결국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도 의외로 긴장되어 흥미진진하니 좋았다. 커피 한 잔 내려서 유튜브를 켜서 혼자 들어도 좋지만 저자의 말처럼 재즈는 장소와 때에 따라 달라질 뿐 우리 곁에 항상 플레이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그대도 ‘#재즈를시작해 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jazz #재즈 #초록비책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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