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정 기자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특정 사건에 대한 진실된 부분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 만약 내가 독자 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기자였다면 그의 글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피해자 혹은 약자편에 서야겠다는 마음이 되려 그들의 목소리를 자신의 것처럼 편집하고, 때로는 그로인해 오해를 빚는다면 분명 위의 발췌문과 같은 고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어냈던 것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애도하고 그들의 아픔이 그들만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있다.
언론이 하는 일은 겪은 이들과 겪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기억의 연결고리가 깜빡이다 꺼지지 않도록 기능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적인 애도에 대해 적으려면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야기가 때론 이야기에 불과하고, 지나치게 매끈히 다듬어진 이야기는 오히려 해체가 필요할지도 모르며,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위험성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기억을 듣고, 이야기로 꿰어서, 이해로 마음을 집어넣는 일이 쉬워지면, 슬픔을 나눈 공동체를 상상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2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