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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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 191쪽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영화화 된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가 형사 시리즈'로서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마지막편을 처음으로 접한다는 것은 마치 완결난 만화나 드라마를 한 번에 보는 쾌감을 누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가가형사의 형사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놀랍도록 매력적이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서 이전 시리즈에서 도대체 어떠했길래 이토록 인기있는 소설로 자리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다름아닌 가가 형사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중심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데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살인사건에 피해자 혹은 피의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아니니 이전에 등장했던 형사와 가족이 대결하는 안타깝지만 지나치게 신파적인 뻔한 소설일거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범인 인듯 아닌듯한 성공한 여배우이자 연출자를 중심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또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무려 30년이야.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어? 얼굴뿐 아니라 뱃속까지 몽땅 변하는 사람도 많아." 261쪽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들 대부분이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그런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모성애 혹은 부성애에 대해 작가가 가지는 가치관에 대해서 추리하게 되었다. 사실 형사사건을 다루는 작품에서 반드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살인이란 소재는 누군가의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다. 사연이 있을 때는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깝고, 권선징악의 결과처럼 느껴질 때는 속이 다 후련해지는 법이다. 이 작품은 양쪽의 스토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자녀의 입장에서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을 바라볼 수도 있고, 혹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때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또한 계획된 범죄와 우발적인 범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있을 수 없고, 또 손바닥만하다고 표현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부성애를, 가족애를 드러내는 조금 불편한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지속적으로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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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디네이터 - 함께 읽어 서로 빛나는
이화정 지음 / 이비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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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부터 책과 관련된 직업적인 명칭이 다양하게 늘어났다. 이전까지는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편집자들을 지칭하는 에디터 등이 그러했다면 북컨설턴트를 비롯, 북소믈리에에 이어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저자는 '북코디네이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앞서 언급한 기존의 단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독서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인을 포함한 독자에게 알맞은 책을 추천하고 독서모임을 기획 혹은 운영하면서 활동하는 이들을 통틀어 위와 같이 칭하는 것이다. 이화정 저자가 말하는 북코디네이터는 좀 더 친근하고 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를 아우른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가령 재미있게 읽은 책을 온/오프라인에서 나눔을 하는 이도 북 코디네이터이며 독서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도 북코디네이터인 셈이다. 


북 코디네이터는 책과 삶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책과 책을 연결하고,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책의 공간을 탐구하고 책과 함께 일하기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떤 직업을 동경할 때도 그럴테지만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내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그런지 저자가 이끌었던 다양한 독서활동 뿐 아니라 책을 추천하고, 또 추천받은 책을 통해 얻어진 감상과 변화를 소개한 내용들을 볼 때면 역시 책이란 그 어떤 것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좋은 도구이자 벗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저자가 추천받거나 다양한 계기로 읽게 된 책을 소개하는 서평도 다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읽고 싶었지만 미처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스포라기 보다는 오히려 책을 읽기 전 누군가의 감상을 먼저 접하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배우게 되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책모임의 가장 기본은 책을 완독하고 참석하는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중략- 책 내용에서 벗어나거나 진행되어가던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책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책 이야기를 듣고 싶어 모인 것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기존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그럴 때도 책모임에서 책을 함께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291쪽 

단순히 감상을 나누는 일차원적인 독서모임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을 두고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은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독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독서모임을 늘 수동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이라면 '북 코디네이터'에서 이미 실행했던 내용들을 참고로 하여 좀 더 알찬 독서모임을 만들 수 있고 이미 운영중인 사람들이라면 운영중에 발생되는 문제, 가령 반복적으로 책을 완독하지 않고 사교를 목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방법과 같은 구체적이고 필요한 조언등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운영중인 독서모임의 대부분이 사교모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이 책의 저자역시 책을 읽는 행위자체는 홀로 있을 때 이뤄지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다름아닌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객이 혼동된 대부분의 독서모임으로 인해 독서모임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한 경우가 많아 참 안타까웠다. 스스로 '북 코디네이터'라고 자부하거나 혹은 아직은 그정도까지는 아니라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모임에 나가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럴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조금 변형해서 적용한다면 기회가 생기게 될 때 두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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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 알베르토 모라비아 Alberto Moravia 시리즈 1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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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로 리카르도라는 시나리오작가의 시선으로 그의 아내 에밀리아와의 결혼생활과 함께 바티스트라는 제작자와 레인골드 감독과 함께 카프리에서 보낸 2박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알베르토 모라비아 작가의 작품을 책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영화는 <순응자>로 먼저 만났다. 영화감상에도 적었지만 수십년 전에 쓰였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현실적인데다 심지어 현재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 놀랐었는데 소설<경멸>도 나라와 시대적 분위기,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을 뿐 에밀리아와 리카르도 그리고 바티스트라는 세 인물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은 어느시대 어느 부부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서두에 바티스트 제작자와 단 둘이 있기를 꺼려하는 에밀리아를 배려하지 못하는 리카르도가 답답하다 못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속된말로 리카르도가 '똥멍충이'처럼 느껴졌다. 다소 과격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몰입한 까닭이 아니었을까 싶다. 줄거리를 좀 더 들여다보자면 리카르도는 영화평론등의 짧은 글로 겨우 밥벌이를 하는 정도였다. 에밀리아를 만나고 그녀가 성장기간 내내 집에 대한 애착이 있음을 알고 그녀를 위해 아파트를 구매하고, 또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원하지도 않는 시나리오 작업을 맡게 된다. 하지만 정작 영화제작자 바티스트를 통해 일거리를 얻어오고 아파트 대출금 뿐 아니라 자동차 대출금마저 해결하게 될 무렵부터 에밀리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에밀리아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초반에 정말 수 차례 등장한다. 


이미 밝혔듯 나는 시나리오 작업이 즐겁지도 않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지만, 에밀리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일을 해야 할 의미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51쪽


독자인 나조차도 수차례 반복되는 그 말이 지겨울정도인데 상대인 에밀리아는 어떠했을까. 심지어 폭력적으로 그녀를 대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에밀리아도 더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데다 심지어 경멸한다는 고백을 해버린다.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라면 자신을 경멸하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리카르도와 그런 마음과는 달리 점점 더 아내에게서 멀어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똥멍충이같은 리카르도의 행동이 2부에 등장한다. 에밀리아가 왜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되는지는 독자인 제3자의 입장에서보자면 그리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오디세이 속 페넬로페와 율리시스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부분에서도 리카르도가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에밀리아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짐작이 된다. 그래서인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리카르도를 경멸하는 것이 에밀리아인지 독자인 나인지 혼동스럽고 문제가 이렇게 되는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권력과 지위로 한 가정을 파탄내려 하는 바티스트에게 향해야 하는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감정이 격해질 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결국 어느 한 때 제 감정에 치우쳐 상대방도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치닫게 되는 저마다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율리시스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한 사나이였어요. 그의 잠재된 의식은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서 앞길에 장애물이 생기길 바랐고, 또 그렇게 된 거죠. 율리시스의 모험 정신은 조금이나마 고향에 늦게 돌아가고 싶은 그의 무의식적 욕망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아요. 186쪽



역자는 자신의 논문의 일부와 함께 작품의 비평을 함께 부록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 책을, 모라비아의 문학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익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단 이런 학문적인 부분을 떠나서라도 위의 언급한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할 때 진정으로 화합을 원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의 무결을 위해 상대방을 다그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하며 깊이 생각해보고자 할 때도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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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2019-08-1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읽고 싶어요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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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 북스



책을 많이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림도 자주 들여다보면 직접 그리고 싶어진다. 71쪽


책을 많이 읽던 20대를 지나 30대 접어들었을 때 도서관에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림이 너무 좋아 마흔을 앞두고 미대에 진한 내게 이 책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는 거의 모든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의 첫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저자의 개인 블로그에 자주 드나들며 그녀가 쓴 리뷰,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보며 많은 날을 작가가 되지 못하니 편집자라도, 화가가 되지 못하니 큐레이터라도 되는 나를 상상하며 많은 날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나는 편집자도, 큐레이터도 되지 못했지만 몇몇 잡지에 글이 실렸고, 독서후기가 기관사보에 실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도 하며, 큐레이터는 아니지만 도슨트로 활동한지 벌써 만으로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책이 아닌 그림과 관련된 저자의 책을 이렇게 또 마주하게 되었다. 책에는 우리가 흔히 보던 그림들이 아닌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작품들이 자주 등장했다. 아직 애완동물을 내집에서 길러본적이 없어서 인지 그녀가 그림을 통해 전해주는 귀여운 고양이의 일상도, 개의 성향을 읽다보면 바로 옆에 수록된 그림이 그토록 귀엽게 느껴질 수가 없다. 특히 태교일기와 함께 집사일기를 기록하는 그녀의 부지런함을 보면서는 왜 위의 단락에 쓴 것처럼 그녀는 책으로,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나는 다른 것으로 번 돈으로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독자로만 머무는지도 납득이 되는 뭐 그런 미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아담이 눈뜰 때]에서 아담이 원했던 세 가지를 뭉크 화집과 턴테이블, 타자기라고 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석주도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늘 기고 살았던 것은 뭉크화집이었다고 한다. 또 존경하는 소설가 정미경의 이상문학상 수상작<밤이여, 나뉘어라>에는 뭉크의 절규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126쪽


앞서 언급한것처럼 저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그림과 관련된 '스탕달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등장한다. 20대 시절 힘겨운 나날속에서 뭉크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구나를 회상하면서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도 언급할 때는 색채심리 강의시간에도 뭉크의 심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배웠던게 생각나서 복습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더불어 뭉크를 좋아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어 수업시간에는 배우지 못했던 내용들이라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에게 독서가 그리고 그림이 소중한 이들과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아픈 젊은 날 위로를 받는 대상이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글들을 통해서 내가 그림이 좋아 시작했던 공부와 과제들을 얼마나 허세스럽게 또 교만하게 받아들였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살아갈 앞으로의 내 모습은 또 얼마나 변하게 될까. 세수할 시간도 없이 육아에 매달리더라도 내 얼굴을 바라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일기장의 빈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틈틈이 일기를 쓰고,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을 기록처럼 남겼던 화가처럼, 사진을 찍고 글로 내 얼굴을 그려놓고 싶다. 240-241쪽


자화상 과제를 하면서 그 어떤 과제보다 가장 늦게 붓을 들었고, 완성작이라고 제출은 했으면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제출한 후로는 한 번도 작품을 바라보질 않았다. 내 맘에 들지 않은 내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사랑해줄 수 있을까. 에곤쉴레처럼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도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인 글로써 자신을 그리겠다고 하는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의 저자와 같은 겸손함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평가를 받을 기회는 사라졌지만 다시금 자화상을 그려봐야겠다. 그렇게 다시 나를 사랑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림이 있기에 괜찮은 새로운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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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가 되다
지정화 지음 / 자유문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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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가 되다 / 지정화 지음 / 자유문고 (추천!)


그저 이 책은 내가 좀 더 나로 살고 싶을 때, 하지만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살며시 꺼내어 읽어보면 좋겠다. 지금까지 내가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느낀 것들과 알게 된 것들을 차 한잔 마시며 수다 떨 듯이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지정화 원장의 <다시, 내가 되다>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어학원 원장이기도 한 저자가 육아와 함께 학원운영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살기위한 독서를 시작한 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친정부모님께서 도와주고는 있다고해도 아이를 한 명이라도 길러본 주부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저자를 통해 배울 점이 있을거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 책을 읽게되면 위의 발췌문처럼 굳이 수 백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없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충분하겠구나 하고 기뻐하게 될 것이다. 우선 자기계발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서'일 것이다. 저자는 독서를 제대로된 자신의 취미로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아이들을 케어하기 전 2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 시간에 기상했다고 고백한다. 20-30대에는 그것이 그다지 큰 어려움이 아닐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솔직히 내가 그랬다. 회사하나만 잘 다니면 그만이었던 싱글이었던 시절에는 매일 적게는 3시간을 자면서도 자기계발을 도모했었는데 나이의 앞자리가 4로 바뀌고 심지어 이젠 엄마라는 자리에 놓이게 되면서 새벽이든 밤이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독서는 근무시간 틈틈이 보충해가며 무려 300여권의 책을 1년간 완독하기에 이른다. 이또한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혼자 일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누군가 천 권을 읽었다면서 책을 쓰고 할 때 나도 언젠가 써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지정화 원장의 말처럼 수 천권의 책을 읽어도 그 책을 통해 실제로 내가 변화되는 행동적, 실천적 변화가 없으면 독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내가 되다>의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을 세 번이상 읽어보라고 했는데 중간중간 저자의 팁과 함께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꿈등을 적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첫 번째 독서에서는 스킵하더라도 두 번째 부터는 작성하고, 마지막 세번째는 자신이 작성한 내용등을 중심으로 다시금 읽어보라고 권하였다. 무슨 수험생도 아니고 같은 책을 세 번이나 읽으라는 걸까 싶었는데 다 읽고나니 자발적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저자가 만들어놓은 공간에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식으로 작성하면서 실제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면 저자의 조언처럼 정말 이 책을 세 번이 아니라 그 이상도 읽겠구나 싶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터 김미경 강사님을 떠올렸다. 애가 셋이라는 것도 공통점이지만 무엇보다 김미경 강사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의 실패를 결코 감추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변화했는지까지 알려주니 훨씬 더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좋았는데 지정화 원장역시 결말에 가서는 김미경 강사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담, 어학원 원장임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의 조기영어교육을 실패했음을 고백한다. 그런가하면 상담하러 온 학부모가 홈스쿨링을 잘 하고 있을 때는 등록하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힘들어지면 다시 올라고 돌려보내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정화 원장의 교육철학이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근처에 학원이 있다면 나중에 내 아이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확고하고도 바람직한 교육철학이 와닿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교육철학이 분명한 원장을 만나는 것 보다 엄마스스로가 꿈을 가져야 하고, 또 그 꿈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교육철학이 분명히 갖춰질 때 학원이든 홈스쿨링이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어찌보면 육아라는 것은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명문대에 가서 대기업을 다닌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다양한 도구를 쓸 수 있도록 우리는 영어를, 피아노를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에대한 개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등의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는 핵심만 꼭 집어 잘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이 세상에 와준 그 순간부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감사의 마음'을 생활화 하고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살아갈 때 저자의 버킷리스트가 완성되듯 우리 엄마 한 사람 한 사람의 버킷리스크도 채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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