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 알베르토 모라비아 Alberto Moravia 시리즈 1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로 리카르도라는 시나리오작가의 시선으로 그의 아내 에밀리아와의 결혼생활과 함께 바티스트라는 제작자와 레인골드 감독과 함께 카프리에서 보낸 2박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알베르토 모라비아 작가의 작품을 책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영화는 <순응자>로 먼저 만났다. 영화감상에도 적었지만 수십년 전에 쓰였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현실적인데다 심지어 현재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 놀랐었는데 소설<경멸>도 나라와 시대적 분위기,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을 뿐 에밀리아와 리카르도 그리고 바티스트라는 세 인물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은 어느시대 어느 부부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서두에 바티스트 제작자와 단 둘이 있기를 꺼려하는 에밀리아를 배려하지 못하는 리카르도가 답답하다 못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속된말로 리카르도가 '똥멍충이'처럼 느껴졌다. 다소 과격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몰입한 까닭이 아니었을까 싶다. 줄거리를 좀 더 들여다보자면 리카르도는 영화평론등의 짧은 글로 겨우 밥벌이를 하는 정도였다. 에밀리아를 만나고 그녀가 성장기간 내내 집에 대한 애착이 있음을 알고 그녀를 위해 아파트를 구매하고, 또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원하지도 않는 시나리오 작업을 맡게 된다. 하지만 정작 영화제작자 바티스트를 통해 일거리를 얻어오고 아파트 대출금 뿐 아니라 자동차 대출금마저 해결하게 될 무렵부터 에밀리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에밀리아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초반에 정말 수 차례 등장한다. 


이미 밝혔듯 나는 시나리오 작업이 즐겁지도 않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지만, 에밀리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일을 해야 할 의미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51쪽


독자인 나조차도 수차례 반복되는 그 말이 지겨울정도인데 상대인 에밀리아는 어떠했을까. 심지어 폭력적으로 그녀를 대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에밀리아도 더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데다 심지어 경멸한다는 고백을 해버린다.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라면 자신을 경멸하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리카르도와 그런 마음과는 달리 점점 더 아내에게서 멀어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똥멍충이같은 리카르도의 행동이 2부에 등장한다. 에밀리아가 왜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되는지는 독자인 제3자의 입장에서보자면 그리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오디세이 속 페넬로페와 율리시스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부분에서도 리카르도가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에밀리아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짐작이 된다. 그래서인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리카르도를 경멸하는 것이 에밀리아인지 독자인 나인지 혼동스럽고 문제가 이렇게 되는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권력과 지위로 한 가정을 파탄내려 하는 바티스트에게 향해야 하는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감정이 격해질 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결국 어느 한 때 제 감정에 치우쳐 상대방도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치닫게 되는 저마다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율리시스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한 사나이였어요. 그의 잠재된 의식은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서 앞길에 장애물이 생기길 바랐고, 또 그렇게 된 거죠. 율리시스의 모험 정신은 조금이나마 고향에 늦게 돌아가고 싶은 그의 무의식적 욕망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아요. 186쪽



역자는 자신의 논문의 일부와 함께 작품의 비평을 함께 부록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 책을, 모라비아의 문학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익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단 이런 학문적인 부분을 떠나서라도 위의 언급한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할 때 진정으로 화합을 원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의 무결을 위해 상대방을 다그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하며 깊이 생각해보고자 할 때도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피아 2019-08-1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