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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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 북스



책을 많이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림도 자주 들여다보면 직접 그리고 싶어진다. 71쪽


책을 많이 읽던 20대를 지나 30대 접어들었을 때 도서관에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림이 너무 좋아 마흔을 앞두고 미대에 진한 내게 이 책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는 거의 모든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의 첫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저자의 개인 블로그에 자주 드나들며 그녀가 쓴 리뷰,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보며 많은 날을 작가가 되지 못하니 편집자라도, 화가가 되지 못하니 큐레이터라도 되는 나를 상상하며 많은 날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나는 편집자도, 큐레이터도 되지 못했지만 몇몇 잡지에 글이 실렸고, 독서후기가 기관사보에 실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도 하며, 큐레이터는 아니지만 도슨트로 활동한지 벌써 만으로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책이 아닌 그림과 관련된 저자의 책을 이렇게 또 마주하게 되었다. 책에는 우리가 흔히 보던 그림들이 아닌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작품들이 자주 등장했다. 아직 애완동물을 내집에서 길러본적이 없어서 인지 그녀가 그림을 통해 전해주는 귀여운 고양이의 일상도, 개의 성향을 읽다보면 바로 옆에 수록된 그림이 그토록 귀엽게 느껴질 수가 없다. 특히 태교일기와 함께 집사일기를 기록하는 그녀의 부지런함을 보면서는 왜 위의 단락에 쓴 것처럼 그녀는 책으로,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나는 다른 것으로 번 돈으로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독자로만 머무는지도 납득이 되는 뭐 그런 미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아담이 눈뜰 때]에서 아담이 원했던 세 가지를 뭉크 화집과 턴테이블, 타자기라고 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석주도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늘 기고 살았던 것은 뭉크화집이었다고 한다. 또 존경하는 소설가 정미경의 이상문학상 수상작<밤이여, 나뉘어라>에는 뭉크의 절규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126쪽


앞서 언급한것처럼 저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그림과 관련된 '스탕달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등장한다. 20대 시절 힘겨운 나날속에서 뭉크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구나를 회상하면서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도 언급할 때는 색채심리 강의시간에도 뭉크의 심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배웠던게 생각나서 복습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더불어 뭉크를 좋아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어 수업시간에는 배우지 못했던 내용들이라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에게 독서가 그리고 그림이 소중한 이들과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아픈 젊은 날 위로를 받는 대상이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글들을 통해서 내가 그림이 좋아 시작했던 공부와 과제들을 얼마나 허세스럽게 또 교만하게 받아들였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살아갈 앞으로의 내 모습은 또 얼마나 변하게 될까. 세수할 시간도 없이 육아에 매달리더라도 내 얼굴을 바라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일기장의 빈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틈틈이 일기를 쓰고,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을 기록처럼 남겼던 화가처럼, 사진을 찍고 글로 내 얼굴을 그려놓고 싶다. 240-241쪽


자화상 과제를 하면서 그 어떤 과제보다 가장 늦게 붓을 들었고, 완성작이라고 제출은 했으면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제출한 후로는 한 번도 작품을 바라보질 않았다. 내 맘에 들지 않은 내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사랑해줄 수 있을까. 에곤쉴레처럼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도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인 글로써 자신을 그리겠다고 하는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의 저자와 같은 겸손함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평가를 받을 기회는 사라졌지만 다시금 자화상을 그려봐야겠다. 그렇게 다시 나를 사랑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림이 있기에 괜찮은 새로운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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