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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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 191쪽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영화화 된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가 형사 시리즈'로서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마지막편을 처음으로 접한다는 것은 마치 완결난 만화나 드라마를 한 번에 보는 쾌감을 누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가가형사의 형사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놀랍도록 매력적이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서 이전 시리즈에서 도대체 어떠했길래 이토록 인기있는 소설로 자리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다름아닌 가가 형사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중심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데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살인사건에 피해자 혹은 피의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아니니 이전에 등장했던 형사와 가족이 대결하는 안타깝지만 지나치게 신파적인 뻔한 소설일거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범인 인듯 아닌듯한 성공한 여배우이자 연출자를 중심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또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무려 30년이야.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어? 얼굴뿐 아니라 뱃속까지 몽땅 변하는 사람도 많아." 261쪽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들 대부분이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그런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모성애 혹은 부성애에 대해 작가가 가지는 가치관에 대해서 추리하게 되었다. 사실 형사사건을 다루는 작품에서 반드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살인이란 소재는 누군가의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다. 사연이 있을 때는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깝고, 권선징악의 결과처럼 느껴질 때는 속이 다 후련해지는 법이다. 이 작품은 양쪽의 스토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자녀의 입장에서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을 바라볼 수도 있고, 혹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때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또한 계획된 범죄와 우발적인 범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있을 수 없고, 또 손바닥만하다고 표현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부성애를, 가족애를 드러내는 조금 불편한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지속적으로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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