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레시피 - 지구인을 위한 달콤한 우주 특강 (2016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손영종 지음 / 오르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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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선호하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관심이 많은 내게도 쉽게 손을 뻗기 힘든 분야가 있다. 그게 바로 천문학이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거나 보통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만날 때 무조건 존경부터 하고 볼 정도다. 까만 하늘에 아주 작게 보이는 별을 보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은 마법사나 마술사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쉬운 지식은 없다지만 책을 통해 습득이 안되는 지식은 아마 별과 우주이야기라 믿었던 내게 책 [우주 레시피]는 오래오래 예뻐해주고 싶을 만큼 설명도 쉽고 우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하나가 외롭게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은 혼자서 살아가는 별은 없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별과 별 사이의 자기력이 존재하며 우리가 보면서 혼자라고 판단하는 별의 80%는 쌍으로 붙어있는 별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초신성'그룹의 이름은 이제 막 활활 타오르고 활동을 시작한 별이 아니라 '죽어 가는 별'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별은 죽을 때 폭발하거나 팽창하면서 아주 강한 빛을 내뿜는데 폭발하면서 지는 별을 '초신성'이라 하고 팽창하면서 사라지는 볖은 '신성'이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가스와 먼지로 형성된 성운에서 태어나는데 이런 성운과 별집단들이 모여있는 것이 바로 '은하'다. 우리가 잘 아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이렇게 별들이 보여진 것인데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별의 생존기간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몇만 년씩이나 되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생각만큼 많아보이거나 밝지 않다. 그 까닭은 빛의 속력과 관련되어 있다.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고 생각했던 시대에는 쉽게 풀이할 수 없었던 '까만 밤'의 비밀을 빛의 속력을 밝혀내면서 아무리 많은 별이 있어도 지구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거리가 먼 만큼 지구를 밝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빛의 속력을 처음으로 측정하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에게는 지동설로 알려진 '갈릴레오'가 최초로 빛의 속력을 측정하려고 했지만 당시에는 육안으로 측정하는 방법만 가능해서 실패로 끝났다. 30년 정도가 지난 1676년 뢰머가 드디어 성공했지만 그가 측정했던 빛의 속력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마저 해결한 것은 그 이후로 또 50년 정도가 흐른 1727년 브래들리에 의해서였다. 속도의 차이가 생겼던 이유는 관측자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빛이 더 기울어져서 관측되었기 때문인데 교수님이 쉽게 예를 들어주셨다. 빗속을 걸어갈 때 거의 사선처럼 내리는 듯 보이는 경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주 레시피를 읽다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빠질 수 없는 학자가 있는데 바로 '허블'이다. 그의 이름은 현재 가장 성능이 좋다는 망원경이름과 같은데 그의 관측결과를 통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웠던 가설을 취소하게 만들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물론 아인슈타인이 내세웠던 상대성이론과 허블의 관측결과가 합쳐져 '상대론적 팽창 우주론'을 뒷받침 할 수 있게 되었다. 말그대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빛의 속력이 무한하다고 믿었던 과거에는 우주또한 그 크기가 무한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우주의 시작이 존재하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주가 찰나에 순간 급팽창하면서 이때생긴 미세한 밀도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커지면서 별과 은하계가 생기고 그안에서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지구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연 생명체의 시작은 그럼 어디서부터일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우주를 통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라는데에 나도 공감한다.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구인들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까닭도 이유지만 우리외에 다른 행성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엄청난 지능을 습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외계인에  의해 우리가 정복당하고 또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암울한 미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우주에 우리외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 별자리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해보는 정보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가볍게 [우주 레시피]를 맛보면 될 것 같다. 읽다보면 정말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 든다. 문체도 편안하고 목차만 봐서는 흐름을 알 수 없던 퍼즐들이 맞춰져가는 기분이 성운이나 은하를 마주하는 것처럼 신비롭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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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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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바람을 견디며 묵묵하게 가정에 충실해온 여자가 어떤 계기를 통해 통쾌하게 복수하는 스토리는 뻔한데다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대리만족을 느낄 뿐 아니라 화려하게 변화는 비포&애프터의 스릴 또한 높아 가볍게 읽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남은 생의 첫 날]도 그렇게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에 첫 페이지를 넘겼고 초반까지는 내가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힘들게 자식을 길러야 한다거나,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닌 호화크루즈 여행으로 출발한다는 점도 대리만족보다는 또 하나의 '희망사항'처럼 보이기도 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마리'의 이야기가 이처럼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순간 우리가 진정 공감할 수 있는 두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오랜시간 결혼식도 없이 둘 만의 사랑으로 살아온 60대 '안느' 그리고 전신성형으로 아름다워졌지만 여전히 사랑에는 자신없는 '카밀'이다. 안느를 보면서 남여사이가 얼마나 쉽게 어긋날 수 있는지 반대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서로의 사소한 실수도 귀엽게 보일 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둘 중 누구하나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비밀이 생기는 순간 깊은 골이 생기게 된다. 이런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바로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거나 기다려준다면 싸움으로 번지거나 결별의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도 사랑이 진행중일 때는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안느의 경우가 딱 그랬다. 카밀또한 다이어트 때문에 시련을 겪거나 남자친구의 배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연의 쓴맛이 봤던 20대 여성이라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강한척하고 사랑에 자유로운 척 하지만 오히려 더 진실된 사랑을 원하고 한없이 여린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리가 가지고 있는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에 안느와 카밀의 등장은 독자입장에서도 정말 다행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크루즈에 있는 석달동안 지나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데 있다. 마리가 크루즈에 오른 것 부터가 너무 빠르게 과장된 점이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 머리가 어질어질 할 정도다. 마리의 경우 늘 해오던 뜨개질이 갑자기 대박이 나서 생계걱정을 단번에 해결한다던가, 엘르지를 통해 자신의 자유연애사가 온 세상에 알려졌는데도 하루이틀 괴로워하고(그나마도 크게 상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금새 회복하는 모습은 다행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해도 '혼자'서 잘살아가면 문제라도 있는걸까? 그나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안느의 이야기만 어느정도 현실에 가까웠다. 소설의 힘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 일어나길 바라는 일을 이뤄주는 역할도 있지만 정도를 좀 넘어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소설이구나.'하는 아쉬움을 벗어날 수 없었다. 만약 마리나 카밀의 경우에 놓인 사람들이 위로가 필요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누군가는 희망의 새 길을 열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큰 절망에 빠질 것 같다. '왜 난 뜨개질도 배워두지 않았을까?','난 왜 전신성형 할 돈도 모아두지 않았을까?'라고. 책에서라도 희망을 옅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조금 가볍지만 내용자체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잘 갖춘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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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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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경주에 꼭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절터 아래에서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탑의 찰주를 올려다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전류가 온몸,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가늘고 예리한 무엇이 순식간에  핏줄을 타고 달려가는 느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말라르메가 말한 '아편처럼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란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4쪽


어떤 풍경을 보며 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하는 듯한 충격적인 감동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석탑을 보면서 저런 감동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감은사지삼층석탑은 직접 본적은 없더라도 워낙 친근한 유적이라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품고 있는 유적, 경주에 대한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저 문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저토록 엄청난 애정을 품고 소개해주는 경주 이야기를 담은 [오늘은 경주]는 그 덕분에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경주는 한 번 가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석탑의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국보 제112호로 경주에 있는 3층 석탑중에서는 가장 거대하다고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도 분명 수학여행 때, 지난 해 배낭여행 때 탑을 보며 반가워하긴 했었다. 신문왕때 완공되었는데 이 탑은 신문왕이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이 실린 것으로 탑하면 종교적인 의식에 의한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일깨워주었다. 뿐만아니라 석탑을 세울 때는 돌을 옮기고, 다듬고 그리고 돌에 조각을 세기는 등 여러가지 기술과 미적감각이 총 출동해야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드라마 덕분에 더 유명해진 '선덕여왕의 릉'에 관한 이야기다. 가본적은 없었고 다큐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저자는 단순하게 왕의 능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왕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도 함께 들려주었다. 책에는 당나라 태종과 관련된 설화도 함께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책에서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조금 다른 부분을 언급한 적이 있었던터라 과연 정설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왕의 능으로는 앞서 언급한 선덕여왕(덕만)의 아버지이자 책에 실린 사진이 정말 맘에 들어 소개하고 싶은 '진평왕릉'이다. 사진 제목이 <석양 아래 진평왕릉>인데 두 페이지로 나뉘는 부분이 없었다면 과감하게 책에서 사진을 오려내었을 정도다. 리뷰를 읽는 분들은 궁금하겠지만 올리지 않겠다. 궁금하면 꼭 사서보거나 도서관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은 딸들에 관한 기록 정확한 것이 없다고 한다. 여성인 덕만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의 능이었기에 석양아래 비친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 평안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유적을 구간 별로 나누어서 소개해주었는데 이번에 소개 할 제 3구간은 우리가 흔히 '경주'하면 떠오르는 유적지가 몰려있는 장소다.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 그리고 석굴암까지 이번에는 좀 익숙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은근 기대했는데 역시 세월의 탓인지, 무지의 탓인지 새로운 내용도 많아 역시 이 책을 가지고 경주에 다시 가야겠다는 다짐을 재차 들게 했던 부분이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으나 전혀 알지 못했고, 반대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부분 알고 있는 일들이 종종 있다. 불국사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자주 그런 상황을 접했다. 85쪽


좀 전에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의외로 저자도 나와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조금 반가웠다. 물론 저자가 알고 있는 방대한 내용에는 전혀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우러러보다가 동행이 된 듯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건설코자 했던 불교국가의 축소판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불국사 또한 앞서 언급했던 감은사지삼층석탑처럼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그야말로 효심이 지극했던 모양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짓기도 하고, 살아계신 부모를 위해서 절을 짓기도 한다. 불국사 회랑의 단청은 한국의 색, 예술성 등을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운 자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 이 회랑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바로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한다. 단청의 화려한 빛깔은 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비바람에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해 주는 역학도 있다하니 책속의 사진이지만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지난 번 불국사 방문 때 회랑의 단청을 보며 눈과 마음이 멈칫 했던 기억이 났다. 하필 비오던 날이라 사진은 예쁘게 담기지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단청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불국사를 지나 이번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경주를 다니면서 기념품을 사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다보탑과 석가탑 미니어처를 사왔다고 하는데 별거 아닌 말에 뜨끔했다. 파리에가서 에펠탑을 그렇게 열심히 사왔으면서 정작 다보탑과 석가탑을 안샀던 것이 아쉽기도하고 미안한 맘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을 볼 때마다 이렇게 크고 정교하기 까지 한 석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는 김대성에 의해 지어졌을지라도 분명 그를 도와 이를 가능케한 불심을 가진자가 있을거라 말했다.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이 나온다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의원]의 조돌석이 아닌 이공진이란 인물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 부터 이미 다녀온 장소까지 정말 많은 유적지와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었다. 새삼 책의 부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자발적 학습 여행자의 경주 이야기'.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 수학여행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어른이 되어 공부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경주와 관련하여 상세하게 지도와 교통수단을 담은 책도 많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경주유적과 관련해서는 이 책이 가장 맘에 들었다. 이제 겨우 한 번 읽었을 뿐이지만 경주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간절하게, 끊임없이 갖게 한 책은 처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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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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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더이상 창작을 할 수 없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42쪽


더 늦기 전에 매일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고 맘먹지만 모니터 화면 속 텅빈 백지를 보고 있으면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적기가 어렵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아, 정말 나는 창작과는 거리가 멀구나, 열심히 돈이나 벌어서 다른 이들이 써놓은 좋은 책을 실컷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다가 우연히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텅빈 모니터를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하지못하면서도 글쓰기 관련 책이나 강좌는 또 열심히 찾아 듣는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창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직접적인 작문 수업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기개발에 가까운 글쓰기나 독서관련 수업이라면 그것은 그저 대리만족에 가깝다는 것을 책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를 통해 제대로 깨달았다. 이 책은 실제 인물들이 2주간 에릭 메이젤과 이메일로 코칭을 받았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에릭 메이젤은 창의성 코치의 임무가 고객이 품고 있는 꿈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사례부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책 한권 발표한 적도 없으면서 작가들의 경제적 고충을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짐작으로 겁을 먹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핑계로 써먹은 것 같습니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 주당 40, 50, 60시간을 일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면서 말입니다. 40쪽


사례에 등장한 사람들은 나는 물론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부모님 건강문제로 자유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해보자는 에릭 메이젤의 코칭에 처음에는 다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단 시도는 한다. 신기한 것은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사람, 공모전에서 입상했거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출간한 사람들 모두 창작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지 못한 내가, 아직 마흔도 안된 나이에 나이탓을 하는 내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배부른 소리를 하며 이런저런 핑계만 찾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에릭 메이젤이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받아들이고, 매일 매일 꾸준히 자투리 시간을 창작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2주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처음 작가의 말을 통해 2주동안 코칭을 했다고 했을 때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었는데 코칭을 받은 사람들이 '실행 보고서'에 기록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정말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마음이 결정되었으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에 옮기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기록했다. 코칭 내용도 좋았지만 실행 보고서에 기록된 그들의 생생한 체험수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가 아니면,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8쪽


책의 내용이 모두 긍정적으로 마무리 된 사례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사례도 여럿 있었는데 자꾸 부정적인 결말이 예상되는 것은 사례자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늘 실패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쉽게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에 사례자도 결국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치 내가 코칭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지난 1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14장 총 28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아직 내게는 미완성 원고가 많이 있었다. 여전히 타인의 비평이 두려워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습관은 남아있지만 더이상 타인의 사례로 대리만족을 하진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에릭 메이젤이 이런 나를 보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칭찬해 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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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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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건대, 보이는 달의 표면, 즉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구유럽 세계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 -중략- 고대 일본이 유럽과 태평양 사이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75쪽-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달의 이면]은 표제작을 포함 총 9편의 강연과 잡문 그리고 인터뷰가 담겨있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슬픈 열대]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아직 슬픈 열대를 읽기 전으로 우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문화'에 대한 강연록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혹시나 나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이면'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해두고 싶다.

 

표제작 외에 다른 글들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 저자가 연구해오던 타국의 문화와 일본 문화를 비교하교 얻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신하의 내용에서 들어가 그 비교점과 유사성을 찾아내는 등 '일본 문화'를 다른 문화와 견주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이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해당 편에서 레비는 일본 문화의 '초심자'라는 것을 자주 확인시키며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통해서 일본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선 노동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며 일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들과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국가에서 노동은 인간이 주체가 되고 자연은 피동적인데 일본을 포함한 다른 문명에서 노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 말한다. 더불어 프랑스는 잘 알다시피 건축물 또한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듯 장인들의 수공업의 전통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역시 노포에 대한 현실을 한국 다큐에서도 종종 다루듯 장인들의 방식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프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전통을 지킨다는 공적인 개념에 앞서 가계를 지키려는 사적인 측면도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은

루소의 [신엘로이즈]와 [겐지 이야기]의 일부를 비교하며 유사한 점, 인간의 감정의 극도로 밀접하게 접근했다는 면을 언급했다. 겐지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소설 뿐 아니라 만화책으로 출간되어 일본의 영향력을 떠나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종교와 요리를 이야기 할 때는 중국의 불교와 요리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데 가령 일본 전통 요리는 식재료가 갖는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데 반해 중국은 볶거나 튀김요리가 많다. 불교의 경우 파가 다른 각각의 종교가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에 반해 일본의 종파는 각자의 종파 그대로를 보존한다. 달의 이면으로 살펴보자고 하는 까닭도 일본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데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담으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줄곧 느꼈던 것은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에 감동이나 어디서든 자신들의 거처를 확고히 키워가는 중국인들의 단합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일본의 문화가 파급력이었는데 예를 들어 서점에 들어가 문학과 여행서적 코너를 가보면 우리나라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가장 많은 신간서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럽인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국가차원에서 일본의 초대를 받고 방문한 학자들의 이야기였다. 이국적인 일본의 문화를 잔뜩 품에 안고 있는 그 서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관광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칭찬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자의 시선을 통해 반짝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직접 접해보고 싶은 '문화'를 생성하는 일본의 모습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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