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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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더이상 창작을 할 수 없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42쪽


더 늦기 전에 매일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고 맘먹지만 모니터 화면 속 텅빈 백지를 보고 있으면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적기가 어렵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아, 정말 나는 창작과는 거리가 멀구나, 열심히 돈이나 벌어서 다른 이들이 써놓은 좋은 책을 실컷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다가 우연히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텅빈 모니터를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하지못하면서도 글쓰기 관련 책이나 강좌는 또 열심히 찾아 듣는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창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직접적인 작문 수업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기개발에 가까운 글쓰기나 독서관련 수업이라면 그것은 그저 대리만족에 가깝다는 것을 책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를 통해 제대로 깨달았다. 이 책은 실제 인물들이 2주간 에릭 메이젤과 이메일로 코칭을 받았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에릭 메이젤은 창의성 코치의 임무가 고객이 품고 있는 꿈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사례부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책 한권 발표한 적도 없으면서 작가들의 경제적 고충을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짐작으로 겁을 먹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핑계로 써먹은 것 같습니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 주당 40, 50, 60시간을 일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면서 말입니다. 40쪽


사례에 등장한 사람들은 나는 물론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부모님 건강문제로 자유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해보자는 에릭 메이젤의 코칭에 처음에는 다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단 시도는 한다. 신기한 것은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사람, 공모전에서 입상했거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출간한 사람들 모두 창작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지 못한 내가, 아직 마흔도 안된 나이에 나이탓을 하는 내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배부른 소리를 하며 이런저런 핑계만 찾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에릭 메이젤이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받아들이고, 매일 매일 꾸준히 자투리 시간을 창작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2주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처음 작가의 말을 통해 2주동안 코칭을 했다고 했을 때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었는데 코칭을 받은 사람들이 '실행 보고서'에 기록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정말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마음이 결정되었으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에 옮기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기록했다. 코칭 내용도 좋았지만 실행 보고서에 기록된 그들의 생생한 체험수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가 아니면,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8쪽


책의 내용이 모두 긍정적으로 마무리 된 사례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사례도 여럿 있었는데 자꾸 부정적인 결말이 예상되는 것은 사례자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늘 실패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쉽게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에 사례자도 결국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치 내가 코칭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지난 1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14장 총 28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아직 내게는 미완성 원고가 많이 있었다. 여전히 타인의 비평이 두려워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습관은 남아있지만 더이상 타인의 사례로 대리만족을 하진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에릭 메이젤이 이런 나를 보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칭찬해 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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