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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감히 말하건대, 보이는 달의 표면, 즉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구유럽 세계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 -중략- 고대 일본이 유럽과 태평양 사이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75쪽-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달의 이면]은 표제작을 포함 총 9편의 강연과 잡문 그리고
인터뷰가 담겨있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슬픈 열대]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아직 슬픈 열대를 읽기 전으로 우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문화'에
대한 강연록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혹시나 나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이면'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해두고 싶다.
표제작 외에 다른 글들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 저자가 연구해오던 타국의 문화와 일본 문화를 비교하교 얻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신하의 내용에서 들어가 그 비교점과 유사성을 찾아내는 등 '일본 문화'를 다른 문화와 견주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이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해당 편에서 레비는 일본 문화의 '초심자'라는 것을 자주 확인시키며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통해서 일본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선 노동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며 일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들과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국가에서 노동은 인간이 주체가 되고 자연은 피동적인데 일본을 포함한 다른 문명에서 노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 말한다. 더불어
프랑스는 잘 알다시피 건축물 또한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듯 장인들의 수공업의 전통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역시 노포에 대한 현실을 한국
다큐에서도 종종 다루듯 장인들의 방식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프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전통을 지킨다는 공적인 개념에 앞서 가계를 지키려는
사적인 측면도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은
루소의 [신엘로이즈]와 [겐지 이야기]의 일부를 비교하며 유사한 점, 인간의 감정의
극도로 밀접하게 접근했다는 면을 언급했다. 겐지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소설 뿐 아니라 만화책으로 출간되어 일본의 영향력을 떠나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종교와 요리를 이야기 할 때는 중국의 불교와 요리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데 가령 일본 전통 요리는 식재료가 갖는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데 반해 중국은 볶거나 튀김요리가 많다. 불교의 경우 파가 다른 각각의 종교가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에 반해
일본의 종파는 각자의 종파 그대로를 보존한다. 달의 이면으로 살펴보자고 하는 까닭도 일본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데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담으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줄곧 느꼈던 것은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에 감동이나 어디서든
자신들의 거처를 확고히 키워가는 중국인들의 단합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일본의 문화가 파급력이었는데 예를 들어 서점에 들어가 문학과 여행서적
코너를 가보면 우리나라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가장 많은 신간서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럽인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국가차원에서 일본의 초대를 받고 방문한 학자들의 이야기였다. 이국적인 일본의 문화를 잔뜩 품에 안고 있는 그 서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관광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칭찬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자의 시선을
통해 반짝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직접 접해보고 싶은 '문화'를 생성하는 일본의 모습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