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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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김하은 역)





1917년의 혁명 직전 알렉산드르 그린은 '왠지 미래는 자기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을 그만둔 것 같다'라는 글을 썼다. 100년이 지난 오늘, 미래는 또다시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바야흐로 세컨드핸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소비에트 연방시대를 살았던 '호모 소비에티쿠스'들의 증언을 토대로 [세컨드핸드 타임]을 집필했다. 집필기간도 상당했을 뿐 아니라 '소련'의 삶이 어떤 삶이었는지 알지못했던 이들에게 이보다 더 생생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당대의 사람들과 사회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역자후기를 포함 600여페이지 그 이상의 내용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소련'으로 더 익숙한 소비에트 연방 시대. 그리고 그 이후 고르바초프와 옐친으로 이어지는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그 어중간한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유'가 '돈'의 다른말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정작 1991년도에는 모두 혁명을 하기 위해 바리케이드 앞에 서 있었어요.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지만 결국 뭘 얻었나요? 옐친의 혁명, 약탈적 혁명을 얻었어요.



소비에트 연방시대가 끝나고 고르바초프가 양쪽 진영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대다수 사람들이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민주주의가 다가오길 기대했다기 보다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 스탈린과 레닌과는 다른 방식의 '사상'과 '통제'를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시말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처럼 공산주의의 좋은 점과 민주주의의 좋은 점만을 모은 그런 사회말이다. 하지만 막상 옐친이 집권한 이후 '돈'이 사회에 중심이 되고 과거의 사기꾼들이 이제는 '신흥부자'가 되어 자신들의 지배하는 모습을 볼 때 '당원'이었던 사람과 가족들에게 민주주의가 과연 좋게 느껴졌을까? 자신들의 힘으로 피켓을 만들고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았을 때 믿고 있던 그 희망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나라를 위해 혹은 국가를 위해 왜 싸워야하는지도 모르고 전쟁에 직접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 그나마도 더이상 영웅은 커녕 제대로된 보상조차 받을 수 없이 '소보크'라는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린 약자들의 세계는 사상과 상관없이 늘 똑같았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서로 상반되는 증언을 써내려가도 혼란스럽다기 보다는 그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비에트 시절 작전에 침투했다가 적군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한 남자는 죽지 않고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포로교환 이후 집이 아닌 수용소로 끌려가야했다. 그 안에서 다양한 문인들과 지식인들을 만나며 '시의 힘'을 알게된 사람은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끊임없이 꿈을 이야기하고 위트를 간직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이 생존했다던 생존자의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중간에 이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는 것은 희망없는 시대, 세컨드핸드의 시대라 할지라도 그안에서 자포자기 하고 노예인 삶에 만족할 게 아니라 우리는 꿈꾸고 웃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모스크바 부엌에서 도청을 의심하고 우려하면서도 저녁이면 식탁에 모여앉아 누군가를 헐뜯고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껄껄 웃었던 것 처럼.



전 한번도 영웅이고 싶었던 적이 없습니다. 전 영웅들이 싫어요!

영웅은 사람들을 많이 죽이거나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하니까요.



초반에는 소비에트 시대에 대해서, 호모 소비에티쿠스들의 삶에 대해서 알아가고 검색하느라 책을 읽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러다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이었다. 레닌과 스탈린 시대에는 종교도 필요없고 이웃집의 누가 차를 샀는지 집을 샀는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이 어쩌면 과거의 그들에게는 훨씬 더 만족스러울런지 모른다. 너도 나도 다를게 없는데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사람을 노예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일까? 반대로 한 사람 한사람의 인격이 아닌 집단의 '구성원'으로만 존재해야 평화로울 수 있는 사회도 우리가 희망하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로운 세상'이 그냥 오지는 않을것이다. 타인에 의해, 누가 정해놓은 신이 나서주기를 기다린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세컨드핸드 타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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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진유정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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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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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투박하지만 무엇이든 포용하고 자라게 하는 대지처럼 깊고도 깊은 맛의 국수를 먹으러 나는 호이안에 간다.




지금은 아니지만 하루에 2회 이상 쌀국수를 먹는 게 자연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거주하던 오피스텔 주변에 괜찮은 음식적은 없지만 괜찮은 쌀국수 집이 있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말 맛있었고 입이 얼얼해질 정도로 얼큰하게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쌀국수가 그때만큼 그립지는 않다. 하지만 사는 동안 그렇게 미친듯 단일메뉴에 빠지기란 쉽지 않다. 정작 미쳐서 먹을 때는 깨닫지못하다가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오니 그 음식의 시작,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베트남'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 그 무렵, 책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를 만난 것이다.




아침 7시에 떠오르는 국수와 한낮에 당기는 국수, 그리고 늦은 밤에 생각나는 국수는 분명 다르니까.




위의 문장은 '국수 사전'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특정 메뉴를 좋아하는 사람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국수가 다르고 시간대 별로 먹고 싶은 국수가 다르다는 저자의 말에 환호까지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국수 사전은 없다. 그렇게 깊게 국수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겨서 그날 그날 기분대로 찾아갈 수 있는 주소록도 없어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자랑처럼 들려 부러웠다. 이참에 나도 국수사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맛있다고 너무 자주 간 탓인지 어느 순간 예전 그 맛이 아니라고 가지 않은 국수집들만 생각났다. 아마도 그건 저자처럼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집을 찾아가야 했는데 기다릴 줄 모르고 먹어치우듯 다닌 내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하면 저자가 말하는 '도시마다 감싸고 있는 독특한 향'을 나는 맡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바닷가에 갔을 때 나는 비릿한 물내음은 그 도시만의 독특한 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한 곳이 떠오르긴 했는데 다름아닌 대만 야시장에서 파는 '취두부'냄새 정도였다. 쌀국수를 한참 즐겨 먹을 때 하노이 거리를 걸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만약 그랬다면 쌀국수가 아니라 '직화'달달한 고기냄새에 더 빠졌을지도 모른다. 바로 분짜라는 다진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로 국수를 엄청나게 좋아한다고는 해도 고기를 이길수는 없으니까. 책을 보면 분짜 사진도 함께 실려있는데 언뜻봐서는 포장마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닭꼬치'보였다. 비주얼만큼은 확실히 친근하고 달달한 숯불향기가 활자에서도 느껴져 베트남 하노이를 간다면 쌀국수 말고 분짜에 먼저 달려들 것 같다.




불 맛을 풍기는 고기에 달콤한 소스가 살짝 스미면 그야말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동남아시아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한 입만 먹어보면 앉은자리에서 두 그릇도 먹게 되는 음식이 바로 분짜다.




타이틀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다'라는 표현은 저자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마를레네 디트리히'라는 노래가사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해당 노래에서는 화자가 베를린에 가방을 두고 와서 베를린이 계속 생각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얼핏 타이틀만 보면 '국수'가 핵심인 것처럼 보일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수'보다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착이라고 보여진다. 덕분에 베트남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음식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베트남 국수에 관한 추억만 질리게 접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베트남'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두번째로 떠오른 것이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에 두끼니 이상을 쌀국수로 먹을 때 였다. 쌀국수 레시피도 친절하게 부록처럼 실려있지만 요즘 대세인 어떤 요리사의 말처럼 쌀국수는 해먹기보다는 사먹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그 생각만 굳혔던 것 같다. 사먹어야지, 그것도 꼭 베트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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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드라이플라워 - 예쁘게 말리는 법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나를 위한 시간
하우투드라이 꾸까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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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to-Dry kukka

꽃보다 드라이플라워



선물 받은 꽃다발, 오랫동안 간직 할 수 없을까?

나를 위해 산 꽃, 금방 시들면 어쩌지?




 

 



사실 난 드라이플라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꽃은 뭐니뭐니해도 생화! 랄까.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엄마가 10년 전 아빠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신 뒤 드라이플라워 매니아가 되셨다. 봄철 만발한 꽃을 모두 오랜기간 봐주고 싶은 마음이 드셨기 때문이다. 압화클래스도 다녀오신 뒤 이따금 편지에 장식까지 해서 보내주셨는데 그 덕분에 나도 자연스럽게 생화뿐 아니라 드라이플라워도에도 애정이 생긴 것이다. [꽃보다 드라이 플라워]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질문들이 꼭 내맘 같았던 까닭도 물론 있다. 꽃을 선물하고 싶어도 금새 버려지고 잊히진 않을까 두려워 꺼렸던 사람들도 드라이 플라워로 받은이가 오랜시간 간직할 것을 알게된다면 더는 망설이지 않을 것 같다. 꽃선물이 하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봐줬으면 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꽃을 말리는 건 도구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리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도 않아요.

하지만 내 맘처럼 예쁘게 마르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때가 있죠.



 전문가가 들려주는 드라이 플라워 예쁘게 말리는 팁은 우선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왜냐면 우린 그냥 말리는게 아니라 '예쁘게'말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니까. 우선 창문 앞 혹은 베란다가 좋은데 이때 햇빛에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주라고 한다. 암막 커튼을 늘 치고 사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준비도 필요없게 된다. 반면 나처럼 햇살이 방안을 가득메워주는 것을 선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꽃을 위해서 창가에 일부나 거실 일부를 할애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습기가 많은 여름 장마철은 꽃을 말리기에 좋지 않다. 이건 뭐 굳이 책을 읽지 않고 빨래마르는 것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인데 꽃이 화얗게 바랠 수 있으니 다 말린 뒤에라도 햇빛있는 곳은 피해야한다. 그리고 거꾸로 말려야 하는데 화병에 꽂아둔 상태로 말리면 꽃 고개가 꺾여서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꽃방울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보통의 가정에서 거꾸로 말리기가 쉽지 않은데 옷걸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한다. 옷걸이에 마끈을 이용해서 소분한 꽃들을 말려주면 된다. 이따 말리기 위한 꽃이라고 물을 주지 않고 죽어가는 꽃을 말리면 안된다. 상태가 좋은 생화가 예쁘게 잘 마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class1이 기본적으로 꽃말리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해당 페이지는 선물을 받았거나 길을 가다가 무작정 맘에드는 꽃을 샀을 때 유용하다면 이어지는 class2는 본격적으로 드라이 플라워를 위해 어떤 꽃이 좋을지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페이지다. 노란색에 동글동글한 골든볼은 꽃가게에서 자주 보았던 녀석인데 꽃이름을 처음 알았다. '당신에게 밝음을 전해요'라는 의미를 가졌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플로랄 향이 아닌 약간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 독특하다. '스타티스'는 책에 적힌 것처럼 가장 대중적인 드라이플라워로 내가 처음 드라이플라워를 돈주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한 꽃이기도 하다. 꽃말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라고. 개인적으로 스타티스와 함께 장미가 드라이플라워로 가장 맘에들지만 '수국'은 무조건 생화파다. 특별히 손질할 게 없는 꽃인데다 여름에 나오는 '그린수국'은 다른 꽃에 비해 잘 마르기 때문에 여름철 드라이플라워로 저자가 강력 추천했기에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수국은 생화! 최근 자주보이는 '목화'는 몇년 전 지유가오카 거리에서 커다란 형태의 상품을 보고 멈춰서서 사진을 찍을만큼 멋진 녀석이다. 겨울 시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고로 목화는 아예 손질자체가 필요없이 판매하는 그대로 사용하라고 적혀있다. class3은 플로리스트가 디자인한 드라이플라워를 활용한 소품과 선물만드기 페이지로 함께 게재된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 탐나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일홍 보틀'은 책을 읽기 전 보았던 북트레일러에 소개된 소품으로 책으로 봐도 예쁘다.

마지막은 가장 궁금한 꽃시장 활용법이 실려있다. 이제 어딜가면 꽃을 다양하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는 잘 알지만 초보전문가들도 무턱대고 시장에 나가면 제대로 구매하기 어려울 만큼 TIP 필요한 부분이었다. 가령 조화와 생화를 판매하는 시간대가 다르고 생선을 고를 때처럼 꽃도 신선도 중요한 만큼 줄기부분이 단단한지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로 맘에 든다고 다가가 꽃을 집어들거나 만지는 것은 실례다. 뿐만아니라 바닥에 있는 꽃을 치거나 하지 않도록 다닐 때도 주의를 살피고 지나치게 저렴한 꽃일 경우 만개 시점이 일러서 금새 시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비단 꽃시장 뿐 아니라 가급적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카드말고 '현금'을 준비하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꽃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를 위한 꽃 한송이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나의 하루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생화가 역시나 드라이플라워 보다 좋긴하지만 어떤 꽃이 더 예쁘냐고 물어보면 조금 고민이 될 정도로 드라이플라워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생화로도 가능한 소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지만 역시나 드라이플라워에 가장 큰 매력은 '오래두고 지켜봄'이 아닐까.  드라이플라워로 만드는 방법도, 또 활용법까지 친절하게 얘기해주는 [꽃보다 드라이플라워]책 덕분에 더이상 길어야 1주일 밖에 함께할 수 없었던 예쁜 꽃을 최대 2년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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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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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 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이동진 평론가의 한 마디 때문에 '캐롤'이 떠들썩했다. 책을 미처 다 읽지도 못했는데 마음이 괜시리 다급해져 정식 개봉 전에 필름버전으로 캐롤을 영화로 먼저 보고왔다. 원작소설이 있을 때 영화를 보기가 상당히 망설여졌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나면 소설을 다시 읽는게 내키지 않아서였는데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도전한 셈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영화로 먼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서로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상관없을만큼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좋았으니까.


소설은 아무래도 표현방식이 영상과 다르다보니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영화에서는 테레즈와 캐롤이 만난 시점부터 보여주기 때문에 테레즈가 백화점 인형판매점에서 일하게 된 배경, 안정되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공간에서 버텨내는 과정이 많이 축소되었다. 단순히 꿈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와 불안한 미래에 조급해있었다. 멋진 드레스를 입고서도 지금 순간만이 기억될 뿐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크를 벗기는 그 짧은 시간도 못견뎌했으며 멋진 성모상을 받쳐 줄 만한 책장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캐롤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철제 카트 모서리에 긁혀 피가 흐르는 테레즈에 비해 캐롤은 금발머리에 모피를 입은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처지의 대조와는 상관없이 테레즈는 캐롤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다.




눈동자에 붙들린 테레즈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손님이 재차 묻는 소리가 들렸지만 테레즈는 가만히 선 채 벙어리가 되었다. 55쪽


처음 본 순간 이미 테레즈는 캐롤을 좋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주도하는 사람은 캐롤이었다. 캐롤이 묻고 테레즈가 답하는 방식은 처음 두사람이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한참어린 테레즈에게 캐롤은 연인임과 동시에 이상향이 되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 후반으로 시간적으로만 보면 엄청 오래되고 낯설고 시대적 특수성이 존재할 것 같아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건 몰라도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철없는 젊은이를 바라보는 시각, 이민자들을 보는 차가운 시선 무엇보다 동성애가 특수하다고 여기는 사회풍속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따라 적어도 한 부분즘은 소외당하는 이유가 같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성향적 차이로 공감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캐롤 때문에 테레즈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 줄기 연기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기분이 들었다. 캐롤은 인간답게 살아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278쪽



으로 보기에 캐롤은 완벽해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완벽했더라면 두 사람이 과연 서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다. 분명 테레즈의 일방적인 동경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작품 초반에 외적인 모습만을 보고 캐롤을 판단하는 테레즈의 독백속에는 정말 많은 복선이 깔려있었다. 비밀이 많을 것 같아보인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테레즈가 어렸기 때문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보다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었던 소녀였기 때문에 캐롤도 테레즈를 좋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내게 와서 정말 좋았어요. 하필 왜 나한테 온 거죠?"

캐롤은 잠시 뜸을 들였다.

"좀 바보 같은 이유에서였어. 그 정신없는 와중에 솔직히 네가 가장 덜 바빠 보였거든.

게다가 유니폼도 입지 않았으니. 내 기억엔 그랬어."  238쪽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동진 평론가의 평이 영화만 봐서는 그다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었다. 굳이 캐롤이 아니었어도, 동성이 아니었어도 성별과 무관하게 테레즈의 감성을 촉발시킬 연애 혹은 계기가 필요했었던거라 여겼지만 소설에서는 확연하게 테레즈의 성향이 드러난다. 캐롤을 처음 만난 순간 이미 테레즈는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올거라 확신했고 심지어 계산 말미에 자신에게 점심초대를 해주진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좀 더 확실하게 그녀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부분은 테레즈에게 카드를 보낼 때 '사랑해요'라고 적고 싶어했던 부분이다. 아무리 멋진 사람을 만나더라도 성향이 다르다면 그렇게까지 기대하거나 확신하긴 어렵지 않을까. 원작소설이 있을 경우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작가들이 엮어놓은 감정선을 영화를 이야기할 때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속 내용만을 부여잡고 영화를 이야기하자면 소설없이 그 영화는 저 홀로 서있을 수 없는 절름발이 작품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있어서 좋고 영화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좋은 로맨틱한 작품 [캐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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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차현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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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차현진 지음





아직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체험했고

거기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감히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잘하든 못하든, 연애가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주는지 알려주고 싶다.




연애경험이 많은 사람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그사람이 내 사람은 아니었음 싶을 때가 간혹 있다. 멋진 장소에서의 '종소리'가 들렸다던 첫키스라던가, 사람 많은 광장이나 카페를 통째빌려 프로포즈를 해주는 남자는 분명 멋지긴 하지만 받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니라면 엄청 김샌다.


타인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때문인지 내게 있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연애소설은 잘도 찾아 읽으면서도 지인들의 연애고민이나 마땅히 친구로써 들어주어야 할 자랑이 아닌 이상은 아니 뭐 굳이 찾아서까지 들어야하나 싶었는데 누군가 '연애'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알지 못했던 점을 깨달았다고 하니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심리가 작동해버렸다. 그렇게 만나게 된 차현진 작가의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는 좋은 만남이었다.




그게 그를 만났던 사람의 예의니까.

그가 그렇게 가르쳐줬으니까.




한결같은 남자를 만나는 것,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최선으로 나를 아껴주고 내가 가장 빛날 때를 진심으로 기다려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남자를 만난거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변함없다. 저자가 만났다던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던 카페사장님은 읽는 동안 질투가 날만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남자였다. 꽉 부여잡지 않고서도 자신의 안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남자, 그러면서도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언제나 조금씩 문을 열어놓는 그 남자분과의 헤어짐에 있어 '예의'를 언급한 저자가 참 맘에 들고 좋았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사랑에 예의가 무슨, 나이차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격식이나 예의따위가 사랑에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날 아껴주는 사람,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맞춰주면서도 자신의 방식을 지켜갈 줄 아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분명 그에게 '예의'를 지키게 된 다는 것. 그 '예의'를 갖출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흔들릴 때, 서글플 때, 넘어져버리고 싶을 때

늘 그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1년 정도 일본에서 거주했다던 저자는 힘들 때 도쿄타워를 찾아갔다고 한다. 일본을 떠나온 현재도 이따금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떠나는 곳이 일본이라고 하는데 격하게 공감했다. 내게는 도쿄타워가 아닌 '샤쿠지이공원(石神井公園)'이 그런 장소다. 친언니가 그 주변에서 3여년을 살았었다. 언니를 만나러 갈 때면 꼭 힘든 때 위로를 받기 위해 가는 것처럼 가다보니 자연스레 공원이 내게 저자의 '도쿄타워'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쿄타워에 올라갔을 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결혼 피로연이 옆에서 진행중이었는데 아니 힘들게 왜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옆에서 부러워 하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다시 일본에 가게된다면 저자가 알려준 팁, 도쿄타워가 보이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봐야겠다.




그런데 그가 영화 '굿바이'를 좋아한다고

먼저 말했을 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우리가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그런 것(?)이 있다. 만약 누군가 그 책을 읽었다고 한다면, 그 게임을 몇년 째 한다고 하면 결혼까지 생각할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 아마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다시 보게되는 그런 것(?)이 다들 있지 않을까. 어떤 책이고 어떤 게임인지 말하진 않겠지만 아직까지 만나진 못했지만 분명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의심할 것 같다. '굿바이'란 영화를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책 서문에 저자는 이 책을 보다가 누군가를 만나러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 미친듯 보고 싶고, 듣고 싶고 그렇긴 했다.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소설이 아닌데 왜이렇게 재미있고 공감이 될까 고민해보니 '허세', '자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지 싶다. 디젤 모델을 만났다던 저자의 연애담이 전혀 자랑처럼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다던 그녀의 경험이 같이 설레고 좋아라했다. 거품을 뺀 그녀, 언제즘 자기책을 낼거냐고 재촉했다던 전 남자친구의 말도 이해가 된다. 이렇게 글이 담백한데도 좋은데 왜이렇게 늦게 출간한걸까. 이토록 예쁜 책을 내려고 그랬나, 그랬던걸까. 어쨌든 저자덕분에 지금 곁에 있는 내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된 좋은 순간을 선물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차현진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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