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섬 - 식물의 조상을 찾아서
마르타 반디니 마찬티 외 지음, 파올로 세르벤티 고식물학자문, 리카르도 메를로 그림, 김현 / 다섯수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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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화가가 상상하는 식물을 그려 보고, 혹시 비슷한 식물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거예요. 만약 이 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표면 어딘가에서 식물 탐험가들에게 발견될 거예요.- 여느 글 중에서-

 

 

며칠 전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의 <신비한 동물 사전>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노마지(머글)이 마법사들과 함께 있었던 기억을 모두 잃은 후 빵집을 차리게 되는 데 빵 모양이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기이한 동물모형을 닮아 사람들이 신기해하면서 찾는다. 어떤 여자가 그에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게 되냐고 묻지만 그냥 생각이 날 뿐 이라고 답할 뿐이다. 기억을 잃은 그가 실제 만났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책 [시간의 섬]이 떠올랐다. 아마 나처럼 책을 읽은 관람객이라면 분명 그 장면이 아니더라도 신비한 식물 사전을 만난것과 같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다.

 

식물하면 떠오르는 것? 녹색 혹은 노란색? 잎, 줄기 그리고 뿌리등이 생각날 것이다. 잎이 없는 식물이 있을거란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이전에도 고대식물과 관련된 두꺼운 책을 읽어놓고서도 이끼나 수중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그새 잊은 것이다.  잎이 없는 식물은 초창기 식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불필요한 것들을 갖추지 않고 광합성을 잘 받을 수 있고 바람이나 비등의 공격에 버티기 위해 대만 있었다고 한다. 리니아 그윈네 바우가니나 아글라 오파이톤 메이저의 경우가 그렇다. 이름이 정말 어렵다. 저자는 어려운 공룡이름은 잘 외우면서 식물이름은 관심밖이지 않냐고 했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공룡이름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잎이 없이 줄기만 있거나 하면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하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활자로만 보기 어려우니 이 책의 장점, 그림을 함께 올려본다.

 

 

보시다시피 잎이 없고 줄기만 있거나 포자낭만으로 이뤄져있는데도 상당히 독특하다. 저자는 세룰라카울리스 푸르카투스(이름이 정말 어렵다)가 가장 독특하다고 했는데 톱니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라고 한다. 세루라가 라틴어로 작은 톱을 의미한다고 한다. 식물명이 잘 안보이더라도 톱니라는 말에 위에 사진에서 금새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후 잎이 생겨나면서 식물의 모양이 상당히 다변화되고 다양해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재미나게 설명을 하기 위해 잎의 수가 3,6,9 등 3의 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두고 수학을 조금 할 줄알았던 식물이라고 까지 묘사해준다. 사실 학창시절 과학을 잘 하지 못했던 나는 지금까지도 암술이니 수술이나 포자낭이니 하는 단어가 낯설고 어려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뿐만아니라 식물이야기 뿐 아니라 당시에 함께 살아가던 곤충류와 동물들도 함께 등장하며 특히 관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특히 학기중에도 방학중에도 식물채집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식물표본을 테이프로 붙여서 수록된 페이지를 볼 때는 친근감도 들고 추억들이 떠올라 즐거웠다. 아이도 어른도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지 않게 식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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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네 이영석의 장사 수업
이영석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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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무조건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즐기는 장사를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믿는다. -4쪽-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이 되는 것이 부모님들의 바람이지만 가업이나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했던 시대 혹은 그런 사고를 가진 부모들은 여전히 자식들에게 자신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장사수업>은 자기사업,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 특정 직업 혹은 직장을 강요하려는 부모들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장사뿐 아니라 모든 일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30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해온 홍상인의 아버지는 자신이 힘들게 고생하며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아들만큼은 장사가 아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을 선호한다. 장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줄 알면서도 아들의 적성을 무조건 반대한다. 반대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한 편으로는 상인의 아버지가 훨씬 더 자식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못마땅한 과장이 괴롭히고 아버지의 치킨집 매출이 점점 하락하자 대학동기였던 오수열을 찾아가는 상인. 수열은 오일러라는 술집을 경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대학 때 중고물품으로 넘칠만큼 용돈을 모으던 상인의 장사기질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열의 영업방침 중 실제로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응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 그냥 돌려보내게 될 경우 '특별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자리가 없어 다시 나와야 하는 불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의 팩으로 인해 한 번 들려볼까 싶었던 가게가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가게가 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돈의 힘을 너무 과신하지 마.

돈으로 때려 부은 장사는 더 많은 돈을 가진 경쟁자가 나타나면 일찍 망할 수 있지만, 노력과 시간을 꾸준히 투자한 장사는 가장 늦게까지 버티는 힘이 되거든. 78쪽


사실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모두 상인이 처럼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는 수준으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혜택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자본만큼 무섭고 두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비가 비싼 줄 알면서도 가입하려는 까닭은 바로 든든한 지원군, 투자한 자본금을 손해보지 않을 수 있는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열의 말처럼 자본으로 밀고 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장사 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장사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만큼 어쩌면 인간관계와 장사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장사는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일 저런 일 모두 사람과 얽힌 일이었다. 156쪽


특히 수열의 조언처럼 장사를 할 때 반드시 손익계산을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자들의 경우 본인의 월급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 장사를 시작할 경우 인권비 부분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식재료 및 월세를 뺀 나머지가 모두 수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그렇다. 부가세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수열의 고백처럼 부가세를 무시하고 있다가 세금폭탄을 맞이하게 되면 나였어도 울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가하면 가게의 '화장실'에 대한 부분은 장사를 하려는 입장에서라기 보다 가게에 방문하려는 손님입장에서 제대로된 분석이었다고 생각한다. 술집의 경우 어느정도 취한 상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깨끗한 화장실이 해당 가게에만 반드시 가려고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특히 음식장사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요구하기 전에 채워주는 것이다. 가만히 있지 마라. 손님이 없다고 매장에 우두커니 넋 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선 안 된다. 항상 고객이 필요한 것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서비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278쪽


<장사수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단골'이라고 여겼던 곳을 떠올려보니 바로 이 부분, 요구하기 전에 채워준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맛보다는 서비스를 더 중요시 여겨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서비스가 좋지 못한 곳은 한 번 가고 발길을 끊게 되었다. 나를 왕처럼 모셔줄 까닭도 그런걸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귀하게 여겨주며 내 필요를 헤아려주는 사람만큼 고맙고 정감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장사수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모든 이들에게는 아니겠지만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책 <총각네 이영석의 장사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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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 바쁘게 살면서도 불안한 당신을 위한 11가지 처방
토니 크랩 지음, 정명진 옮김 / 토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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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 것은 나쁜 것이다


결코 내가 이 책 서문에 적힌 것처럼 커피를 마시고 또 마시고 출근길에도 줄기차게 통화를 하며 다녀야 할 만큼 바쁜 '직장인'은 아니다. 오히려 타인에 시선으로 보자면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며 심지어 원하는 때에 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와 약속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기위해 시간을 조절하려고 할 때 들이대는 핑계는 늘 '바쁘다'였다. 한마디로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의 저자 토니 크랩의 말대로 하자면 난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각하고 있었고 그런 내게 이 책은 실용적이다. 다시말해 서문에 묘사된 상황이 자신과는 다를지라도 삶의 만족감이 부족한 까닭이 '바쁨'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바쁜 당신은 분명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 나처럼 이미 정독한 누군가가 리뷰를 친절하게 적어놓았지 않은가.


분주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회복해야 한다. 이 느낌을 되찾으려면 우리를 바쁘게 만드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통제력의 결여와 선택의 결여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아주 어렵다. 22쪽

저자는 우리가 바쁜 진짜이유를 총 7가지로 분류해놓았다. 이 중에서 '선택의 부족', 풀어 쓰자면 게을러서 가장 쉬운 대안이 바로 '바빠서'가 되는 것이다. 흔히 부모의 요구를 이런식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침을 잘 챙겨먹느냐고 묻거나, 주말에 집에 올 수 있느냐 혹은 결혼은 언제하냐 등의 물음에 이보다 빠르고 손쉬운 핑계가 어디있는가. 그런가 하면 일을 집에까지 싸들고 가는 사람들은 '경계선의 부재'에 해당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야근을 안한다기 보다는 일과 가정을 명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을 나 역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일을 못할수록 미루게 되고 그 미루는 성격이 결국 퇴근이후에도 근무의 연장선에 놓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이유보다 오히려 더 안타까운 것은 '의미의 결여'가 아닐까 싶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바쁘게 지내는 것이다. 흔히 실연 후에 일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이나 폭식등으로 자학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바쁘게 일에 미치는 것 또한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다지 권할만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다른 4가지 이유인 통제력 상실, 초점의 분산, 자신감의 부족, 추진력의 결핍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 '바쁨'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본문에서 다루고 있다.  분주함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다루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그렇게 하기 위해 올바른 결정과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팁등 삶 전반에 있어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다룬 5장의 내용과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동기부여 역할에 해당되는 10장의 내용이 크게 와닿았다.


이 파트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멀티태스킹이 나쁘다는 점이다. 우리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번갈아가며 하는 방법이다. 당신은 멀티태스킹이 시간을 절약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을 수 있다. 178쪽

PC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을 때 우리는 신세계를 만났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와 먹고 살기 위해 멀티태스킹 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때 우리는 좌절하고 말았다. 그랬던 우리에게 저자는 멀티태스킹이 시간을 결코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니 억울함과 동시에 역시 그랬던거였구나 하는 안도감이 교차된다. 실제로 통화를 하면서 키보드를 두르리는 경우 동일한 패턴의 작업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둘 중 어느하나라도 심각한 내용이거나 패턴이 달라질 경우 혼선이 생겼던 경험이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우리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다고 한다. 해당 부분에 예시로 들은 승려 이야기는 꽤나 유명한 내용으로 종교적인 분야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업무에 있어서도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지나간 일들을 너무 오래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자신만의 가능성을 창조하려면 사회분위기에 일치하며 바쁘게 움직이라는 압박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는 곧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70쪽

추진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타인의 시선과 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여러가지 변수가 많은 이 세상에 결과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해당 부분을 읽다보면 그동안 꽤나 익숙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자기개발서 책제목을 여럿 찾을 수 있을정도다. 그만큼 인용한 예화도 많고 실제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도 여러차례 등장한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움직일 확률은 상당히 높다. 실제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계획표를 세우는 방법이 말미에 수록되어있다.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척상황을 꼼꼼하게 기술하는 것으로 새 노트와 함께 '바쁘다'는 핑계를 던지고 당장 행동으로 옮기면 될 것이다. 행동에 옮기다가 멈칫하게 될 때, 그 이유가 바쁨이 될 때 다시금 책을 펼쳐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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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임형선 지음 / 채륜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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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선의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습니다.' 혹은 '~다.'로 문장이 끝나지 않는다. 저자의 의도를 살려 좋게 평가하자면 그야말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고, 만약 저자보다 나이가 더 많은 독자라면 '반말'투가 약간 거슬릴지도 모른다. 그럴 때 마다 저자의 의도 - 시조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 저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습니다.4p-를 떠올리자. 책을 다 읽고나니 왜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고시조를 알리고 싶었는지 납득이 가기 때문에 나 또한 한 번 더 강조한다. 이 좋은 고시조를 그동안 어렵다고 피해왔던 것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소개하기 전  전체적인 작품 및 시대상황을 이야기처럼 들려준 뒤 그에 꼭 맞는 작품 혹은 일부를 원문으로 소개한 뒤, 풀이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책의 구성은 크게 사랑, 정치 끝으로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로 나뉜다. 두루두루 여러 편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테지만 이번에는 마음에 오래 남겨질 작품들을 각 챕터 별로 몇 편 골라 소개하기로 한다.


사랑이 엇더터니 두렷더냐 넙엿더냐

기더냐 쟈르더냐 발을러냐 자힐러냐

지멸이 긴 줄은 모로되 애 그츨만 하더라  125쪽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풀이를 읽지 않으면 확 와닿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해석은 책에 나와있으니 생략하고 저 짧은 내용을 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랑이 어떻더냐 하고 물으면서 그 사랑이 사람의 속을 얼마나 애태우는지는 알만하다 라는 내용이다. 저자의 말처럼 휴대폰과 다양한 SNS가 존재하는 지금도 이런저런 상황에 의해 연락이 쉽지 않은 연인들이 많은 데 전화조차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그 사랑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다. '애 그츨만 하더라'는 애(창자)가 끊어질 것 같다라는 표현이니 사랑때문에 아파보고, 가슴태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조를 쉬이 넘길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결코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의 작품은 무명씨의 작품이고 사랑을 주제로 한 이정구의 시조도 과연 사랑이란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밀당'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 여기에 있다.



님을 믿을 것인가 못 믿을 것은 님이시라

믿어왔던 그 시절도 못 믿을 줄 알았도다

믿기야 어렵지마는 님을 아니 믿고 어찌하리 93쪽

이번에는 원문이 아니라 풀이된 상태로 연인관계라기 보다는 부부가 된 이후에 상황처럼 느껴진다. 사실 밀당은 양쪽에서 밀고 당기기라고 한다면 위의 작품은 어째 유달리 한쪽에서만 믿어보려고 애쓰는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풀이는 저자가 아닌 사견으로 일 혹은 육아문제를 핑계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라면 딱일 것 같다. 저자의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첨가하자면 14세의 나이에 과거시험에 장원을 했고, 세자에게 경전과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던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머리좋은 사람이 연애도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미 내용과 시조가 쓰이던 전후사정을 아는 작품들은 소개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지나치게 생경한 작품들만 실려있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어쩌면 조선시대 대표시조라고 할 수 있는 <단심가>를 소개한다.



이몸이 주거주거 일백 번 고쳐 주거

백골이 진토 ㅣ 되여 넉시라도 잇고 업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싈줄이 이시랴 163쪽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원문으로 가져왔다. 이방원이 조선을 건국할 당시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하여가>를 읊었을 때 정몽주는 위의 시로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했다.  그런 후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교살로 죽음을 맞이한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만약 정몽주가 이방원의 회유책에 '화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랬다한들 저자의 말처럼 그의 운명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개국 공신이었던 정도전도 살해한 마당에 변절자 정몽주를 제거하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마지막까지 절개를 지키며 숭고하게 떠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마지막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편에서는 성혼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어쩌면 마지막 장의 작품은 우리가 시조를 떠올렸을 때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되는 주제가 담긴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시조를 읊는 선비들의 모습은 자연과 벗하고 안빈낙도하는 그 모습이지 싶다. 바로 이 작품이 그런 분위기를 잘 담았을 뿐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물질이 인간과 자연보다 앞서있는 세태를 본다면 작품의 저자가 자신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통탄하지 않을까 싶다.



푸른 산은 말이 없고, 흐르는 물은 모양이 없다

맑은 바람은 값이 없으며, 밝은 달은 임자 없는 모두의 것이로다

이런 것들 병이 없는 이 몸도 분별없이 늙으리라  298쪽

저자는 이 작품을 두고 '없다'라고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은 '있는'것으로 욕심없이 살고자 하는 작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저 작품을 마주했을 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안빈낙도의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거듭 보면 볼수록 종교와 닮은 점이 많게 느껴졌다. 특정 종교 하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無'와 같은 마음가짐은 불교를 닮았고, 임자 없이 모두의 것이라 하는 표현에서는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하라고 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욕심을 모두 비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것, 내 의견만 옳다는 편협된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소개한 네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다 둘러봐도 고리타분하거나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나크로니즘적인 작품도 없었다. 우리가 고전읽기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처럼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를 통해 고시조의 아름다움과 시대를 관통하는 선인들의 혜안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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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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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소설 / 김상훈 옮김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230쪽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표제작을 포함 총8개의 단편이 실린 그의 첫 작품집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작품집이기도 하다. 리뷰의 시작을 발췌문으로 시작한 것은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절대지식은 결국 미래를 보는 것과 맞닿아있을 때 미래를 아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니냐하는 것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신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표제작을 통해 자유의지를 가졌다면 미래를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미래를 알면서 자유의지를 가질 수 는 없는데 그것을 세계의 책을 읽게 되는 한 여자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외계인의 언어를 분석하라는 정부 요청에 의해 헵타포드라 명명한 외계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점차 지구인들의 방식이 아닌 헵타포드의 방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는 언어학자.  그 과정을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는 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연출은 읽는 내내 [컨택트]란 제목으로 개봉했다는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시점의 모호성이 결말을 예고하기는 하지만 막상 이야기 끝에 다다르면 역시나 알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화자가 곧 외계인들을 만날 줄 뻔히알면서도 대면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가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배움에 늘 목말라하고 무언가 배우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이해>라는 작품이 가장 흥미로웠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놀라움이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예의 그 악몽이 사라지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자 내가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독서 속도와 이해력이 향상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는 읽을 생각으로 책장에 꽂아두긴 했지만 딱히 그럴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방치해두었던 책들을 이제 나는 실제로 읽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 난해한 기술서적까지. 61쪽


<이해>는 신경손상된 환자들에게 호르몬 K요법으로 치료했을 때 인간의 이해능력이 고도로 높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다뤘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앞서 소개한 표제작 보다 사실 이 작품이 더 기대된다. 총이나 폭탄과 같은 무기가 전혀 없이 오로지 상대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 어찌 보면 상당히 우스운 코메디 연출같을수도 있다. 만약 영화가 개봉된다면 이 작품을 분명 여러 희극인들이 패러디 할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호르몬 K 요법과 같은 의학기술이 발달한다면 미래가 다분히 희망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야훼가 우리를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39쪽

<바빌론의 탑>은 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으로 지구가 아직 둥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 인간들이 신에게 대적하려고 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그냥 방치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끝도없이 탑을 쌓다보니 탑의 끝에 다다르려면 수개월이 걸리고 그렇다보니 그곳에서 아이들이 태어나 가정을 꾸리는 등 있음직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더불어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저자의 지식을 옅볼 수도 있는데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해가 불가능할 만큼 어렵게 쓰여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저자의 의견에 의의를 제기하는 등의 묘미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말이다. 나처럼 기초지식이 전혀 없어도 소설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앞서 소개한 <이해>의 경우는 컴퓨터공학을, 표제작은 언어학과 물리학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부럽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글의 구성이나 상황연출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위트있다는 사실이었다. 역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흥미로우면서도 무언가 앎에 영역에 다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모두 만날 수 있는<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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