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이영석의 장사 수업
이영석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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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무조건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즐기는 장사를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믿는다. -4쪽-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이 되는 것이 부모님들의 바람이지만 가업이나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했던 시대 혹은 그런 사고를 가진 부모들은 여전히 자식들에게 자신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장사수업>은 자기사업,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 특정 직업 혹은 직장을 강요하려는 부모들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장사뿐 아니라 모든 일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30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해온 홍상인의 아버지는 자신이 힘들게 고생하며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아들만큼은 장사가 아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을 선호한다. 장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줄 알면서도 아들의 적성을 무조건 반대한다. 반대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한 편으로는 상인의 아버지가 훨씬 더 자식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못마땅한 과장이 괴롭히고 아버지의 치킨집 매출이 점점 하락하자 대학동기였던 오수열을 찾아가는 상인. 수열은 오일러라는 술집을 경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대학 때 중고물품으로 넘칠만큼 용돈을 모으던 상인의 장사기질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열의 영업방침 중 실제로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응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 그냥 돌려보내게 될 경우 '특별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자리가 없어 다시 나와야 하는 불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의 팩으로 인해 한 번 들려볼까 싶었던 가게가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가게가 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돈의 힘을 너무 과신하지 마.

돈으로 때려 부은 장사는 더 많은 돈을 가진 경쟁자가 나타나면 일찍 망할 수 있지만, 노력과 시간을 꾸준히 투자한 장사는 가장 늦게까지 버티는 힘이 되거든. 78쪽


사실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모두 상인이 처럼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는 수준으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혜택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자본만큼 무섭고 두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비가 비싼 줄 알면서도 가입하려는 까닭은 바로 든든한 지원군, 투자한 자본금을 손해보지 않을 수 있는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열의 말처럼 자본으로 밀고 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장사 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장사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만큼 어쩌면 인간관계와 장사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장사는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일 저런 일 모두 사람과 얽힌 일이었다. 156쪽


특히 수열의 조언처럼 장사를 할 때 반드시 손익계산을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자들의 경우 본인의 월급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 장사를 시작할 경우 인권비 부분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식재료 및 월세를 뺀 나머지가 모두 수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그렇다. 부가세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수열의 고백처럼 부가세를 무시하고 있다가 세금폭탄을 맞이하게 되면 나였어도 울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가하면 가게의 '화장실'에 대한 부분은 장사를 하려는 입장에서라기 보다 가게에 방문하려는 손님입장에서 제대로된 분석이었다고 생각한다. 술집의 경우 어느정도 취한 상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깨끗한 화장실이 해당 가게에만 반드시 가려고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특히 음식장사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요구하기 전에 채워주는 것이다. 가만히 있지 마라. 손님이 없다고 매장에 우두커니 넋 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선 안 된다. 항상 고객이 필요한 것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서비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278쪽


<장사수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단골'이라고 여겼던 곳을 떠올려보니 바로 이 부분, 요구하기 전에 채워준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맛보다는 서비스를 더 중요시 여겨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서비스가 좋지 못한 곳은 한 번 가고 발길을 끊게 되었다. 나를 왕처럼 모셔줄 까닭도 그런걸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귀하게 여겨주며 내 필요를 헤아려주는 사람만큼 고맙고 정감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장사수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모든 이들에게는 아니겠지만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책 <총각네 이영석의 장사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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