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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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소설 / 김상훈 옮김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230쪽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표제작을 포함 총8개의 단편이 실린 그의 첫 작품집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작품집이기도 하다. 리뷰의 시작을 발췌문으로 시작한 것은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절대지식은 결국 미래를 보는 것과 맞닿아있을 때 미래를 아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니냐하는 것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신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표제작을 통해 자유의지를 가졌다면 미래를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미래를 알면서 자유의지를 가질 수 는 없는데 그것을 세계의 책을 읽게 되는 한 여자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외계인의 언어를 분석하라는 정부 요청에 의해 헵타포드라 명명한 외계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점차 지구인들의 방식이 아닌 헵타포드의 방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는 언어학자.  그 과정을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주는 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연출은 읽는 내내 [컨택트]란 제목으로 개봉했다는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시점의 모호성이 결말을 예고하기는 하지만 막상 이야기 끝에 다다르면 역시나 알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화자가 곧 외계인들을 만날 줄 뻔히알면서도 대면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가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배움에 늘 목말라하고 무언가 배우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이해>라는 작품이 가장 흥미로웠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놀라움이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예의 그 악몽이 사라지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자 내가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독서 속도와 이해력이 향상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는 읽을 생각으로 책장에 꽂아두긴 했지만 딱히 그럴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방치해두었던 책들을 이제 나는 실제로 읽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 난해한 기술서적까지. 61쪽


<이해>는 신경손상된 환자들에게 호르몬 K요법으로 치료했을 때 인간의 이해능력이 고도로 높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다뤘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앞서 소개한 표제작 보다 사실 이 작품이 더 기대된다. 총이나 폭탄과 같은 무기가 전혀 없이 오로지 상대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 어찌 보면 상당히 우스운 코메디 연출같을수도 있다. 만약 영화가 개봉된다면 이 작품을 분명 여러 희극인들이 패러디 할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호르몬 K 요법과 같은 의학기술이 발달한다면 미래가 다분히 희망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야훼가 우리를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39쪽

<바빌론의 탑>은 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으로 지구가 아직 둥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 인간들이 신에게 대적하려고 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그냥 방치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끝도없이 탑을 쌓다보니 탑의 끝에 다다르려면 수개월이 걸리고 그렇다보니 그곳에서 아이들이 태어나 가정을 꾸리는 등 있음직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더불어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저자의 지식을 옅볼 수도 있는데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해가 불가능할 만큼 어렵게 쓰여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저자의 의견에 의의를 제기하는 등의 묘미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말이다. 나처럼 기초지식이 전혀 없어도 소설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앞서 소개한 <이해>의 경우는 컴퓨터공학을, 표제작은 언어학과 물리학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부럽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글의 구성이나 상황연출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위트있다는 사실이었다. 역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흥미로우면서도 무언가 앎에 영역에 다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모두 만날 수 있는<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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