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와 인문학 교육
폴 페어필드 지음, 김찬미 옮김 / 씨아이알(CIR)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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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강사로, 그리고 다시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듣고, 과제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새삼 나이들어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교육과 관련된 수업을 듣다보면 아마 누구라도 '듀이'라는 학자의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듀이와 인문학 교육>은  해석학, 현상학 학자인 폴 페어필드가 교육철학자로서의 듀이를 이 시대의 교육과 관련지어 설명해준 책으로 쉽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한 세기 전에 이미 듀이는 교육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고민했고, 비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불합리성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말처럼 교육의 실제는 모순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담론을 형성한 듀이를 대화자로서 저자는 불러들인다. 우선 그가 정립한 대화자 듀이는 다음과 같다.


듀이는 우리가 우리의 교육기관들이 겪고 있는 실패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게 벌을 받아야 하는 악당도 아니고, 일단 그의 견해를 적절하게 이해하면 진심으로 찬성하게 될 최고의 사상가도 아니다. 우리는 대화자의 견해에 대해 전적인 동의 또는 부정(yes or no)으로 답하지 않는다.  -저자 서문-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까닭은 위의 대화자 설정을 염두하고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여러명의 철학자가 등장할 터인데 저자 스스로 최고의 교육자로서 듀이의 경험과 실제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보고 싶었던 예술과 문학교육 방식에 있어서는 듀이가 저작물을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듀이는 물론 저자의 의견을 두고 골치아플 필요가 없다.


평생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고, 배울수록 더 배우고자 하는 것은 교육의 이상(ideal)이다. 그렇지만 교육이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교육은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 역자 서문-


듀이와 인문학 책이 어찌보면 '교육철학'에서 방점이 '철학'에 찍힌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사실 저자의 연구분야만 보더라도 어쩔 수 없긴 하다. 하지만 역자의 전공은 또 교육에 있으므로 위의 역자가 던진 질문, 교육이 그자체로 목표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결국 이상적 삶을 위한 수단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방향으로 대화자 듀이의 이야기를 정리해보겠다. 듀이의 진보적인 성향을 두고 앨런 블룸은 미국 학생들의 역사의식 부족의 원인이 그에게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것보다 학생들의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였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듀이 스스로 자신의 저작물을 통해 아동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있어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의 오류를 설명해주었다. 사실 최근에 듀이의 교육철학에 관해 접하게 된 과목이 '아동미술'이었기 때문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부분이 해소된 셈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이데올로기가 정반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듀이의 말처럼 경험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끊임없이 이에대해 증명하고 반박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었다. 앨런 외에 보수주의 허쉬역시 진보주의로서의 듀이 철학을 반박했는데 이는 듀이의 저작물이 굳이 아니더라도 폴 페어필드 스스로가 다음의 해석으로 반박한다.


문화적 리터러시는 '전통'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대화라기보다는 그들이 바뀌지 않은 형태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절대적인 것, 단일하고 동질적이며 변화에 매우 저항하는 어떤 것으로 보는 견해를 전제한다. 50쪽


이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끊임없이 듣게 되는 '창의성' 혹은 '창의적 사고'를 위한 교육방식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라는 것은 다변하는 사회속에서 끊임없이 다가오는 문제를 전통적인 방법을 재구성하거나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페쇄적인 방식의 '전통'을 이야기하는 허쉬의 반박은 애초에 현재 교육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1장에 이어 좀 더 듀이의 경험적 사고와 교육에 대한 접근법들에 대해 서술되는 데 이때 전통적인 사고의 교육을 비판하는 듀이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맥락적인 사고를 요한다. 가령 일상에서는 아이들이 맛보고 뛰어놀고 하는 것이 열린 사고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오히려 이런 사고를 증진시키고 발달시켜야 하는 교육현장에서의 학생의 자유사고가 방치되거나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사고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3장에서 나오는데 해당 편에서는 하이데거의 이론을 바탕으로 듀이와 유사한 점과 어느 면에서 더 뛰어난 그의 이론을 등장시킨다. 그의 말을 빌자면 단순히 사고한다는 것 자체가 철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누가 감히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사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할까. 어디서나 활발하게 끊임없이 철학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오늘날, 거의 모두가 도대체 철학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오늘날에 말이다! 철학자들은 사고하는 데 탁월한 사람들이다. 철학자들은 사고하는 사람들로 불리는데, 이는 바로 사고가 철학에서 적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사고라고 부르는가- 중에서


2부에는 각 인문학의 소분야별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 종교, 윤리, 정치, 역사 그리고 문학에 이른다. 특히 문학의 경우 부제가 '삶과 내러티브'로 표현되어 있는데 줄곧 등장하는 리터러시와 내러티브는 학생에게 있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이해가 필요하며,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화자를 듀이로 설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부분은 저자의 바람처럼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서 교육자로서 뿐 아니라 학습자로서 어떤 사고가 요구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역자의 매끄러운 번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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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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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확인한 대로 인간이 생태계에 손을 떼면 뗄수록 원사태로 복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다 보면 머지 않아 연어와 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52쪽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읽으면서 자연은 참 알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흥미로운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책 한권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자체가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보통의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를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종일관 겸손된 자세로 자연은 결코 완벽하게 알 수도 없고,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인간이 감히 어떻게 조정하고자 할 수 없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와 같이 생태계에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들을 통해 몇 가지 '자연'의 상태로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이러한 환경운동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은 '늑대'가 주인공이다. 옐로스톤 늑대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워낙 유명했던 터라 알고 있었다. 같은 기간에 읽고 있었던 다른 책에서도 해당 자연, 생명존중과 관련된 챕터에서 옐로스톤 공원의 늑대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한 개채의 수를 인간의 인공적으로 조절하려고 했을 때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늑대와 같은 동물들의 먹이사슬 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균류의 역할, 나무들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크 역시 우리가 짐작도 못할 정도로 자연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심지어 곰과 연어라는 매칭은 익숙하지만 나무의 나이테와 의외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물과 관련된 내용인데 우리가 먹고 배출되는 수돗물이 지하세계로 흘러들어가면서 또 하나의 먹이사슬을 갖추게 된다. 해당 챕터의 제목이 '모닝커피 잔 속으로 흘러들어온 작은 생물들'인데 그 생물들이 다름아닌 박테리아라고 생각하면 저자의 말처럼 살짝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곧바로 이에 대해 우리 몸에있는 30개조의 세포들의 수 만큼의 박테리아가 우리 장속에 살고 있다라는 말로 입을 다물게 만든다. 앞서 이야기 한 내용들은 나무와 친한 친구들의 관계였다. 뜻밖에 연어까지 나무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의외로 '노루'는 불편한 사이라고 한다. 심지어 노루가 숲속을 좋아한다라는 것이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지금껏 동화속에서 얌전하게 숲을 돌아다니 던 노루 그림이 떠오르자 독자인 나의 심기가 불편했다. 사실 노루뿐 아니라 동물들도 나뭇잎이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니라는 데 또한번 놀랐다. 그동안 먹이를 배급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잎을 가져다 대었을 때 동물들이 먹지 않았던 것은 낯설어서 먹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맛없어서 안먹었던 것이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앞서 소개한 내용처럼 환경을 중시해야 해, 보존해야 해, 인간은 오만하다 어쩌다 하는 훈계하는 듯한 책이 결코 아니다. 일부러 재미있게 감정을 이입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의 비밀을 자꾸 자꾸 알고 싶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서두에 적은 발췌문 처럼 조심스러운 마음은 변함아 없다. 인간이 섣불리 자연을 자연답게 만들겠다고 움직이는 것은 그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간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자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읽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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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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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최근 쓴 리뷰들은 별도의 제목을 달기보다는 책 타이틀을 그대로 옮겨적곤 했다. 감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책 제목보다 더 좋은 말을 찾지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령의 명작 산책의 부제목을 부끄럽게나마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라고 붙인 것은 그렇게해서라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봐주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편집자도 아니고, 마케터도 아니면서 그저 독자 중 한 사람이자 지나친 독서가 내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멀리하려 했던 사람 중 하나였던 독자로서 말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이력에도 나와있지만 '천천히 읽기'에 대해 자신의 체험을 전하며 권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책 이야기도 당연히 본문에 실려있다. 시작부터 천천히 읽기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지나친 독서'로 오히려 삶의 균형을, 소신을 상실한 듯한 내게 '천천히 읽기'만큼 크게 다가온 말이 없어서다. 빠르게 읽으면, 무언가에 쫓기듯, 저자 이미령님의 말씀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해, 뒤쳐진 삶을 살지않기 위해,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 나를 아는 지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읽던 독서가 너무 피곤했다. 많은 책을 읽었고, 그때마다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만큼 감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왜 책을 읽고 이 책을 추천하려하는가. 뿐만아니라 과연 나는 그 '좋은'책들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기라도 하였는지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탄식하고 자아비판에 이르는 과정을 최근 6개월동안 반복하고 있었다.

 


 

책을 권해주는 책, 독서법을 가르쳐주는 책, 좋은 책을 설명해주는 책들은 수도 없이 많은데 나는 단연 이 책을 제일로 칩니다. 책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교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덕분에 나는 인생을 보는 시각도 좀 수정했습니다. 88쪽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란 책을 소개하며 적었던 위의 말을 이 책, <이미령의 명작 산책> 을 소개할 때 하고 싶다. 평소에도 책 추천을 지인들에게, 한때 독서지도를 받았던 학생분들이나 이용자분들의 질문에 '타인의 독서일기'는 가급적 지양하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선입견, 편견이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의 이점을 반감시킬 수도 있고,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나 많은 추천도서에 자신이 정작 읽고자 하는 책들을 읽지 못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저자의 생각이 가득담겨 있고, 자기체험을 통해 책의 진가를 농밀하게 적어두었지만 그것이 무한예찬이나 교만이 아니라 '갇혔던 생각'을 깨는 도끼가 되어주고, 타인과 동물을 비롯한 생명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지나친 생명존중이 오히려 생명경시를 불러오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들이 들어있었고, 너무나 괴로워서 읽기를 꺼려했던 책들을 지나치게 몰입하기 보다는 저자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저자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친절함이 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여성불자이지만 가톨릭교도인 내가 이마만큼 열린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면 좀 더 이해되기 쉽지 않을까.

 


 

총 48권의 명작과 원작자들의 생애, 그리고 관련 서적과 연극등을 포함하자면 1년을 꽉 채워 이 책을 충분히 우려내며 감상하기에도 좋을 것 이다. 리뷰 본문중에 각자의 독서계획을 타인의 조언으로 인해 방해받을 수 있는 우려가 이 책에서는 통하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다음의 문장으로 답할 수 있을 듯 싶다.


남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건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좋은 점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혔고, 제 말만 진리라고 들이대고 있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말이지요. 193쪽


독서에서 멀어지려 했던 제맘을 너무 가깝게 당기지도 않고, 아예 놓지 않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해준 <이미령의 명작 산책>, 그야말로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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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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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걸 BRITHDAY GIRL 무라카미하루키 & 카트 멘시크 그림


스무 살 생일날을 기억하는가?

안타깝게도 전혀 기억이 안난다. 생일을 명절보다 더 중요하게 챙겨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그리고 학생회 활동도 했으니 가족과 친구들과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물도 받고 케이크도 잘라먹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별다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아쉽다기 보다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생일날. 그 좋아야 할 생일날 울고화내고 싸우던 날도 살면서 없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버스데이걸> 속 그녀는 대타알바를 구하지 못해 스무 살 생일 레스토랑 근무를 위해 출근한다. 그녀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늘 건강한 것이 자랑거리였던 매니저가 복통으로 쓰러진다. 그동안 레스토랑 사장을 만나지 못했던 그녀에게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생일, 그리고 스무 살.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두 가지 키워드만을 가지고 어찌보면 지나치게 호들갑스럽게 글을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생일이라고 해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중 한 날일 뿐이다. 무사한게 가장 운수좋은 날이 되기도 하는 요즘 화려한 색감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카트 멘시크의 그림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난 이 책이 이토록 맘에 드는 것일까.


"8시가 되면 식사를 604호실로 가져다줘. 벨을 누르고 식사입니다, 라고 말하고 놓고 오기만 하면 되니까."

"604호실이라고요."그녀는 말했다.


"응. 정확시 8시에."

매니저가 재차 확인했다.22쪽



생일이 아니어도 평소에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다. 별다른 상상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갑질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불안할 수도 있고, 정신이상자가 많으니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상상력'아닌가. 나의 하루를, 어쩌면 나의 인생을 전부 뒤바꿔줄 만한 헤프닝 혹은 그런 인물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다면 하고 가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 성공한 자기개발서를 읽다보면 '극적인 만남'이 존재하고 연애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다.


스무 살 생일날마저 일하러 나온 그녀. 과연 무슨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녀가 말한 '소원'은 또 무엇일까. 어찌보면 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자 누구라도 '그녀'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소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있다는 것이다. 짧은 분량에 이렇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도, 마치 붉은 방에 들어와 책을 읽는 듯한 자극을 만들어내는 하루키와 카트 멘시크의 콜라보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그렇기에 난 이 책의 한줄평을 다음으로 정리한다.

'생일에 선물로 이 책을 받는다면 분명 그와 사랑에 빠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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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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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긴 지혜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획일지도 않다.

펼칠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주역>이나 <도덕경>의 역할을 이 책이 조금이나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3쪽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의 저제 팀 페리스는 마흔 번째 생일에 깨달은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그가 깨달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질문이다. '내 사람의 목표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였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통해, 또 이전에 출간한 책들을 읽으면서 저자 팀페리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위해 하지 못할일이 없어보이는 그야말로 담대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그의 시도가 매번 성공해서가 아니라(실제 그렇지도 않다) 마치 실험을 하듯 실패를 시도의 다른말로 바꿀 줄 아는, 어쩌면 제대로 '시도'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이다. 내 맘은 커녕 내 몸도 내맘대로 하지 못하는 내게 있어 저자의 삶은 부러움을 넘어선 그 이상에 가까웠다. 그렇게 스스로 시도하고 경험한 바를 책으로 출간하던 그가 눈을 돌려 성공한 사람들, 단순하게 부의 축적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룬'사람들의 비법들과 도구들을 애써 모아 이렇게 독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 자체가 내게는 고맙게 느껴졌다. 저자의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이 책<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 대해 정리및 약간의 감상을 더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챕터 '충격점에 집중하라'편에서는 저자가 테니스 레슨을 받으면서 느꼈던 일화를 멘토들의 명언들과 접목시켜 교훈을 던져준다. 이 챕터의 경우는 사실 올 초 이사를 하면서 내가 했던 실수를 두고 지인이 내게 해주었던 충고와도 접점이 있어 처음부터 '충격'을 가한 부분이기도 했다. 내용은 이렇다.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무언가를 시도할 때 우리는 제대로 보기 보다는 사소한 것에 집중하거나 과정에 몰입한 나머지 '목표'를 상실하기 싶다. 작가 브랜든 스탠튼의 말처럼 "원하는 삶을 살려면 때로는 원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줄 알아야 한다."(21쪽)는 것이다. 새 집을 고를 때 이전집에서 겪었던 불편만 생각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갖춰져있어야 할 부분을 어리석게도 잊은 나는 지금은 그 책임을 감수하느라고 또 다른 불편을 참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챕터 '시간을 고용하라'편은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시간관리'에 관한 이야기다. 몇 번을 들어도 매번 고개를 끄덕여가며 수긍하다가 가장 빠르게 잃어버리는 교훈이 바로 시간관리에 대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특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때'라던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잡아먹힌다'말 등이 원래의 명언보다 더 수긍되는 요즘사회에서는 다시금 시간을 들이는 것, 적당한 때는 결코 서두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에 따끔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챕터 6까지 지나고 나면 '지금 소중한 것을 하라'라는 정리형태의 페이지가 등장한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결코 미루거나 핑계를 대지 말고 시도하라는 모든 자기개발서가 수십년 째, 어쩌면 수천년동안 성인들이 해오던 말들이 적혀있다. 7번 째 챕터는 '녹화 버튼을 눌러라'편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기 보다는 팀 페리스 못지 않게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레빗은 어릴 때 부터 비디오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녹화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여긴다고 하며 상대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내용은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고, 내가 레빗을 대단하다고 했던 것은 공중에서 외줄타기를 했던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를 대역없이 했다는 점이었다. 8번 째 챕터'17퍼센트 이상은 신의 영역이다'는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결코 짐작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되고. 결국 노력보다는 운이라던가, 노력해도 신의 뜻은 거스를 수 없다는 운명론자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인지는 안타깝지만 책을 통해 직접 알아주었음 좋겠다.

내용을 한참 건너뛰어 표제가 된 21번 째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편을 정리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줄 것인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날이 있겠는가?' 153쪽


위의 말은 이스라엘의 현자, 랍비 힐렐의 말이며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핑거 교수가 항상 가슴에 새기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들이 그를 지금의 위치에 존재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며 자신의 친구이자 동행이라고까지 말한다.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이부분에 있어 잠시 읽기를 멈추고 생각해보았다. 내게 있어 항상 가슴에 새기는 말은 무엇이며, 나의 가장 오랜친구이자 눈 밝은 동행은 과연 어떤 말인가하는 것이다. 종교나 신념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얼굴이나 작품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말이 어떤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그리고 그가 인터뷰한 멘토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개인적으로 요약하자면 '함께', '지금'이라고 느꼈다. 기존의 자기개발서가 말하는 성공이 부,명예와 같이 개인이나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사적인 것으로 제한되어 있었다면 팀 페리스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누구라도 '행복해지는 것'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내 욕심을 다 채운 후에는 늦다. 나 혼자만이라도 행복한 것이 진짜 내가 바라는 목표인지를 생각하는 것인가 자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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