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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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최근 쓴 리뷰들은 별도의 제목을 달기보다는 책 타이틀을 그대로 옮겨적곤 했다. 감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책 제목보다 더 좋은 말을 찾지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령의 명작 산책의 부제목을 부끄럽게나마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라고 붙인 것은 그렇게해서라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봐주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편집자도 아니고, 마케터도 아니면서 그저 독자 중 한 사람이자 지나친 독서가 내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멀리하려 했던 사람 중 하나였던 독자로서 말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이력에도 나와있지만 '천천히 읽기'에 대해 자신의 체험을 전하며 권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책 이야기도 당연히 본문에 실려있다. 시작부터 천천히 읽기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지나친 독서'로 오히려 삶의 균형을, 소신을 상실한 듯한 내게 '천천히 읽기'만큼 크게 다가온 말이 없어서다. 빠르게 읽으면, 무언가에 쫓기듯, 저자 이미령님의 말씀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해, 뒤쳐진 삶을 살지않기 위해,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 나를 아는 지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읽던 독서가 너무 피곤했다. 많은 책을 읽었고, 그때마다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만큼 감동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왜 책을 읽고 이 책을 추천하려하는가. 뿐만아니라 과연 나는 그 '좋은'책들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기라도 하였는지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탄식하고 자아비판에 이르는 과정을 최근 6개월동안 반복하고 있었다.

 


 

책을 권해주는 책, 독서법을 가르쳐주는 책, 좋은 책을 설명해주는 책들은 수도 없이 많은데 나는 단연 이 책을 제일로 칩니다. 책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교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덕분에 나는 인생을 보는 시각도 좀 수정했습니다. 88쪽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란 책을 소개하며 적었던 위의 말을 이 책, <이미령의 명작 산책> 을 소개할 때 하고 싶다. 평소에도 책 추천을 지인들에게, 한때 독서지도를 받았던 학생분들이나 이용자분들의 질문에 '타인의 독서일기'는 가급적 지양하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선입견, 편견이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의 이점을 반감시킬 수도 있고,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나 많은 추천도서에 자신이 정작 읽고자 하는 책들을 읽지 못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저자의 생각이 가득담겨 있고, 자기체험을 통해 책의 진가를 농밀하게 적어두었지만 그것이 무한예찬이나 교만이 아니라 '갇혔던 생각'을 깨는 도끼가 되어주고, 타인과 동물을 비롯한 생명을 편견없이 바라보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지나친 생명존중이 오히려 생명경시를 불러오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들이 들어있었고, 너무나 괴로워서 읽기를 꺼려했던 책들을 지나치게 몰입하기 보다는 저자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저자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친절함이 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여성불자이지만 가톨릭교도인 내가 이마만큼 열린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면 좀 더 이해되기 쉽지 않을까.

 


 

총 48권의 명작과 원작자들의 생애, 그리고 관련 서적과 연극등을 포함하자면 1년을 꽉 채워 이 책을 충분히 우려내며 감상하기에도 좋을 것 이다. 리뷰 본문중에 각자의 독서계획을 타인의 조언으로 인해 방해받을 수 있는 우려가 이 책에서는 통하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다음의 문장으로 답할 수 있을 듯 싶다.


남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건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좋은 점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혔고, 제 말만 진리라고 들이대고 있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말이지요. 193쪽


독서에서 멀어지려 했던 제맘을 너무 가깝게 당기지도 않고, 아예 놓지 않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해준 <이미령의 명작 산책>, 그야말로 참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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