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의 과학 - 멸종 동물인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베스 샤피로 지음, 이혜리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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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멸종 동물인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쥬라기 공원의 과학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부활시켜 세상에 내놓는 것처럼 이미 멸종된 매머드를 부활하는 방법과 과정을 다뤘다. 부제에 적힌 것처럼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인건 맞는데 '흥미진진'에 너무 기대가 큰 나머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의 무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재밌었지만 읽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쥬라기 공원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과학서적으로 멜로나 감동스토리를 뺀 수기형식이라고 착각한 것 또한 내 잘못이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흥미진진하긴 했고, 복원을 그저 멸종된 동물을 살리는 '휴머니즘'의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저자는 학술적인 복원을 논하기 전, 과연 복원이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복원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감내할 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보다 과연 어떤 종을 '복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다는건가? 이것이 궁금한 사람들은 원하는 답을 적어도 이 리뷰에서는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가 생각하는, 그리고 저자의 의견에 동감하는 '올바른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계속 읽어주시길.

 

우리는 매머드와 완전히 똑같은 복제 매머드를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복제는 잘 보존된 '살아 있는'세포를 필요로 하는 특정한 과학 기술이다. 매머드의 살아 있는 세포는 절대 찾을 수 없다. 28쪽

 

복원을 하기 전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어디까지가 성공적인 복원이냐는 것이다. 생명탄생까지가 복원인지, 그 생명을 풀어주고 서식지에서 자립하여 살아가는 것까지가 복원인지가 그것이다. 만약 자립해서 다른 종들과 어울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까지가 성공적인 복원이라면 복원된 종이 살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 등까지도 마련해야 된다. 복원해놓고 쥬라기 공원에 가둬두고 구경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그 복원이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시용이 아니라 멸종가능성을 가진 유사종을 생태계에서 살아남게 하려는 연구 목적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원을 향한 노력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서식지와 관련해서는 멸종된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어떤 종이 멸종에 이르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때문에 멸종에 이르는 경우가 기후변화 등의 천재지변에 의한 것보다는 훨씬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지금 이순간도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인간 때문에 멸종되는 종이 많다는 사실이다. 반면 매머드는 안타깝게도 현재 인류가 어쩌지도 못하는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공존하던 순간도 있었고, 화석에 의해 유추해보면 37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지나도록 생존하던 매머드가 살아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복원을 하기에 그나마 적합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인간에 의해 멸종된 경우라면 복원을 해도 다시 멸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냥에 의해 멸종된 종이라면 사냥꾼을 관리하고 출입제한 구역을 법으로 재정하는 등 인간들이 역으로 불편을 겪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복원에 적합하지 않다. 복원에 적합하지 않은 종은 양쯔강돌고래도 마찬가지다. 인간들이 직접적으로 사냥하거나 해서 멸종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지역을 개발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잘 살고 있던 도도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함께 끌고온 고양이, 쥐 등이 알을 전부 먹어버려서 멸종되었는데 복원해봤자 고양이와 쥐들을 내쫓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원가능 후보를 추려보면 일단 복원을 하려면 세포를 주입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필요로한다. 수백년에서 수천 년이 지난 표본에서 제대로된 DNA염기배열 구조를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보면 가장 최근에 멸종된 종을 선택하는 것도 유리한 방법이긴 하다. 이처럼 복원 대상 종을 선택하는 것만도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1,2장에 걸쳐 이어지고 본격적인 복원 기술과 진행과정이 3장부터 시작된다. 머리가 아파지는 부분인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비전공자들이 이해하기에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3장 부터 내가 며칠에 걸쳐 노트에 메모하며 읽었던 부분은 안타깝게도 리뷰에 담을 수가 없었다. 전혀 이해를 못했다고 볼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 복원의 기술은 이미 멸종된 생물체의 DNA염기서열을  잘 보존된 화석이나 냉동된 생명체에서 발췌해 현재 살아있는 유사생명체(매머드의 경우 코끼리)에 주입키는 것으로 이때 유사생명체가 단일생명체인지 이종생명체인지를 한번 더 고민하고 결정 한 후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잘 보존된 표본이 아닐 경우 DNA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고대DNA를 발췌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상으로 관련 기술이 발전되어 있는 상태다. 염색체 추출방식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표본에서 떼어낸 DNA염기서열의 구 이중나선 구조로 어떤 염색체는 지나치게 길어서 일단 잘라낸 다음 다시 붙여넣기 하는 방식이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3장부터 9장에 걸쳐 이어지는 직접적인 복원기술에 관한 부분은 리뷰에서 제외시켰다.

 

복원은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가 고안해오던 다른 전략이나 미래의 환경 변화를 대비한 계획과 대처에서 분명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복원은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프래임을 다시 짤 것이다. 311쪽

 

10장은 탄생된 복제본을 풀어주는 것으로 두번째 문단에서 이야기 했던 성공적인 복원의 2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탄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줄기차게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전시용 동물수를 늘리기 위해, 그저 사라진 것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감정적인 이유로 엄청난 돈을 들려 복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무너져가는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미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종이 서식하면서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11장은 바로 복원 이후 우리가 해야 할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기껏 힘들게 복원해도 그동안 우리가 지구와 생물체에게 돌려준 '멸종위협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복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처음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복원할 때 고려해야 될 사항에 '이종'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같은 종이 아닐 경우 유상종을 만들어내는 것이, 혹은 유사종의 몸을 통해 복원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탄생된 복원종이 생태계에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복원기술이 발달하면 할 수록 언제든지 원하면 되살릴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가 오히려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결코 신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복원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윤리적인 차원, 시작과 과정 및 인류가 안고가야 할 과제까지 저자가 원하는대로 이책은 복원의 지침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린이용으로 출간된다면 나같은 비전공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오히려 간만에 공부도 하고, 내 과학실력도 확인시켜주는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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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 / 박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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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작가의 [육체 탐구 생활]을 간략하게 한 줄로 정리해보면, 제목에 적은 것처럼 '키보드만 두드리지말고 몸으로 보여주기'라고 생각한다. 다소 거칠고 야릇하게 들리는 '육체탐구'라는 것이 결국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면 모두 살아숨쉬는 동안 하고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자신의 육체를 탐구하는 데 그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육체를 혹은 전 인류의 건강한 육체를 탐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저자 김현진과 만났던 육체를 가진 존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돈이란 건 좋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나쁜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어서 다들 돈을 좋아하는 거였다. 다들 사치하고 싶어서, 좋은 걸 누리고 싶어서만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 꼴 저 꼴 안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39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출퇴근 시간에 넘쳐나는 광고를 보게 된다. 병원광고나 한약방 광고를 보면 피곤하고, 지치고, 살이 찌고 잠이 안오는 이유가 저마다 다 다르다. 어찌되었든 그 병원에 가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우리는 죽는 내내 고통을 당할 것 처럼 몰아붙인다. 성형도 이제 안하면 큰일이다. 나쁜 놈이라서 날 버리고 내 후배를 만난 것도 다 내가 수술을 안해서라고 말한다. 해당 병원의 논리로 치자면 내가 수술을 한다면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남자가 그녀를 버리고 내게 온다는 건데 그렇다면 난 절대 성형하지 않겠다. 돈들이고 고통까지 견뎌내며 나쁜놈을 뭐가 좋다고 만나야하는지 모르겠다. 저자말처럼 그런 광고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자차를 이용하거나 가급적 걸어서 후다닥 회사에 출근해야한다. 7포세대는 아니지만 어쨌든 돈이 있어야 가능한 건 사실이다. 흙수저로 태어난 육체는 고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다. 그래서 오늘도 육체는 고단하고 힘들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그리고 상처보다는 손해가 언제나 낫다. 그게 그나마 견딜 만하다. 63


손해보다 상처가 낫다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야금야금 나를 은행처럼 여기던 나쁜놈이 돈많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면서도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아 전세집에서 월세집으로 이사가야 할 때, 10년지기 친구라 믿고 보증섰더니 저 혼자 날라버렸을 때가 그렇다. 하지만 저자처럼 애초에 부모에게 손 한번 안빌리고 10원도 안받으며 학교를 다녔다면 분명 마음속에서 계속 곪고 있는 상처보다는 몸을 부지런히 하면 다시 벌수도 있는 금전적 손해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짜피 둘 중 뭐가 나은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손해라면 욕하고 다시 채우면 되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손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일까. 마음의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아가'라고 불러주던 순대국밥집 할머니를 떠올리는 저자에게 나이차이도 나지 않는 나라도 가서 '아가~'하며 불러주고 싶었다.


예전에는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가질 수 있는 것만이 자유라고 믿었지만 그렇게 믿고 있던 세상이 얼마나 좁은 세상이었나 돌이켜보니 부끄럽다. 아마 앞으로 더 부끄러울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 않는 것, 사지 않는 것, 가지 않는 것 역시 자유였다. 어쩌면 이게 더 질 높은 자유였다. 166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안하고 있었다. 저자가 미스김으로 불렸던 때를, 녹즙아가씨로 불렸던 때의 이야기다. 복이라면 복일텐데 저자는 아침잠이 없다고 한다. 잠이 없다기 보다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미혼인데다 나이어린 아가씨가 만만하게 덤빌일이 아니란 것은 해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다.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저자는 녹즙배달을 무려 2년2개월을 했다. 수십년 하신 어머님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녹즙배달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녹즙을 배달하는 저자와 내기를 걸면서 자신이 이기면 한달치 무료녹즙을, 자신이 지면 저자 대신 하루 녹즙 배달을 하겠다고 했다던 그 분은 참 읽는 독자입장에서 봐도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그 귀한 시간을 어찌 녹즙배달하는 아가씨와 대화하는 데 사용하셨는지 이해불가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은 사어라고 생각한다. 귀천이 없었지만 귀천을 만들어버린 사람은 남도 아니고 나 자신이기도 하다. 나도 바뀌지 않는데 남을 뭐라할 수는 없다. 다만 아주 조금의 양심으로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이런 육체도 살겠다고 버티는데 저자가 함께 '죽기를'각오하며 만나러 다니는 사람들의 사연은 따듯한 방안에서 읽고 있는 것 마저 죄송하다. 죄송한 마음마저 사치였다.


밥이 얼마나 귀한지, 그러므로 밥 먹는 살마들은 밥값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웃의 입에도 밥이 들어가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을 기륭 선생님들이 말을 않고도 내게 가르쳐주었다. 289


기륭전자 농성자분들, 쌍용자동차, 촛불시위로 자신의 뜻을 내보였던 선량한 시민들의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기본적인 희망을 갈구하는 육체들 속에 저자의 육체도 함께했다. 나의 육체는 그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라도 했었을까 생각해본다. 조용히 살라는 사람들, 그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라는 사람들, 감사한 마음이 없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태어난 순간, 육체가 주어진 순간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살지만 그 감사를 받을 대상이 자신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다같이 육체를 가진 사람들끼리 잘 좀 살자는건데 왜이리 힘든걸까. 필사도 중요하고 독서도 중요하고 블로그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퍼나르는 것,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행동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겁많은 나는 두손모아 간절하게 기도라도 꼬박꼬박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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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람의 시간
김희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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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위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래판 위에서 인간과 싸우는 황소의 모습이 스페인에서 홀로 버티는 나의 삶이었다. 44쪽

 

마흔 넷, 자녀와 아내를 두고 스페인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남자.

방점을 어디에 찍게 될지는 철저하게 독자의 몫이라고 한다면 내가 찍은 것은 다름아닌 마흔 넷, 그리고 공부하러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종영한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의 내용은 결혼과 육아로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주인공이 서른 여덟,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게되는 헤프닝을 다뤘는데 기대이상으로 공감되는 부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대해서 알려주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같은 맥락으로 이 책도 마흔 넷에 유학이라니 정말 어려운 결심을 했구나, 위로와 조언을 동시에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나이먹어 유학을 떠난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30대 중반을 지나고나면 알게된다.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게 유학이아니라는 것을, 타인의 이목 때문도 아니다. 익숙해진것과의 결별, 그것은 아마도 나이를 먹을수록, 자리가 안정적일수록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나이는 떨리는 나침반의 바늘이다. "이 나이에..."라는 말은 긍정보다 부정의 단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현실에서 밀려남을 의미한다. 117쪽

 

그런 무용담을 들어줄 준비를 마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했던 이상으로 내용이 알찼다. 읽다말고 다시 돌아와 저자 약력을 찬찬히 살펴보니 스페인과 관련된 저서 및 강연이 일상인 사람이었다. 덕분에 스페인에 대한 지리적 정보는 물론, 문화적 특성, 관련된 문학작품 등 유학생활이 힘들었다는 하소연이 중심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행자로서의 공감을 그 어떤 여행서적보다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발을 들였을 때 저자는 소매치기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여름 파리를 여행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날은 아에 휴대전화를 숙소에 두고 다닐만큼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엄청 긴장하고 애쓰며 여행했기 때문이다. 신기한 사실은 그렇게 긴장의 연속이었던 여행속에서도 익숙치 않은 것들로 부터 받게되는 설레임과 놀라움은 별개로 다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그가 들려주는 여행, 여행자가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이 그의 입을 통해, 명사의 문장을 인용해가며 알려주었다.

내가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여행자의 덕목이다. 258쪽

 

스페인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쪽은 콜럼버스를 상징하는 지역이고 반대쪽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상징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저자는 운이 좋았는지 양쪽 모두에서 거주할 수 있었다고한다. 주요 랜드마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스페인어도 함께 표기해주어 책을 읽다보니 익숙해지는 단어들도 있고, 기억하고 싶은 단어도 생겼다. 익숙해진 단어는 마드리드 중앙의 그란 비아 거리로 한국으로 치면 명동거리 정도라고 한다. 그란 비아는 스페인어로 큰 길이라는 뜻이다. 하몽도 정확하게 어떤 부위를 어떻게 조리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스페인어를 거의 모르다시피 한 상태로 출발 해 초급반에서 낙제까지 경험하며 천천히 익히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고추장과 김치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이게 단순하게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엄마가 만든 음식이 먹고 싶어 차원이 아니란 점이 그랬다. 아내가 만들어준 음식도 아닌 튜브에 담긴 고추장에 위로를 받고 젓갈 대용으로 삼고 싶었으나 실패한 엔초비 사연도 유사한 추억을 가진 독자라면 격하게 공감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화를 언급해준 덕분에 스페인에 정말 가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투우가 이전까지는 동물의 생명을 인간의 유희로 빼앗는 잔인한 현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투우의 장면장면을 현재 자신의 모습과 비유하며 풀어준 덕분에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늘로 향해 끝없이 손을 뻗치는 것이 아니라 발을 딛고 서있는 대지와의 교감, 닿지 않는 곳에서의 삶을 꿈꾸기 보다는 현재 머물고 있는 지상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기질의 플라멩코에 대한 이야기도 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최근에 읽었던 [홀가분한 삶]에서 강조했던 '메멘토모리'를 이 책의 저자도 책의 중간중간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을 상기시킬정도로 그가 영혼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판테온에서 나는 과연 어떤 기분이들게 될지 궁금해졌다.

 

마흔 중반 스페인에서 젊은 청춘들과 뒹굴며 매일 사전을 뒤적이며 깨달은 것은 엘에스코리알의 판테온보다 적었다. 무엇을 위해 스페인에서 방황하고 고생하는지 그 해답은 판테온에 있었다. 305쪽

 

 누구나 다 아는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 가우디와는 달리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던 후계자 칼라트라바를 포함한 건축양식까지 저자는 여행자, 학습자,건축가 그리고 문화와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완벽에 가깝게 이 책에서 풀어내주었다. 그동안의 여행책이 읽고나면 행선지를 포함 무조건 떠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했다면 [스페인, 바람의 시간]은 여행은 물론 뜨겁게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어지고, 망설였던 그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던져주었다. 1년 뒤 어느 날, 마드리드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카페 콘레체를 마시면서 지금을 떠올리며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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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 입문 - 오늘을 살아가는 무기, 용기의 심리학, 개정 증보판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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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터 몸이 약한 아이, 똑똑한 형과 여러 동생들 사이에서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해 열등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유년시절을 경험했다면 그 아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결정론자였던 프로이트의 심리학으로 보면 아마도 그 아이는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어른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할 것이다. 비결정론자였던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유년시절의 경험이나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요인이 반드시 인격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첫 문장에서 묘사한 아이가 바로 아들러의 유년시절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년시절에 부모로부터 좋지 않은 영향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했다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뿐 아니라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올바른 인격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올바른 목표와 방향을 잘 잡아준다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경험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각자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 것이다. 자신이 처한 문제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극복하려는 용기를 낸다면 삶의 의미를 올바르게 찾을 수 있다는 이론으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이전의 프로이트 이론과 다른 또 하나는 '사랑'을 강조하며 종교를 무의미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을 들여다보면 주된 내용인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성경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상처나 문제가 있는 사람을 타인이 개입하고 스스로 자각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 아들러의 이론이라면 성경은 모든 것의 기본이 주의대한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느꼈다.

 

세계적인 위대한 정신적 운동을 통해서 인간은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종교는 이런 방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노력 가운데 하나이다. 27쪽

열등감과 우월감은 아들러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단어로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우월감이 더해져 마음을 움직이는 추진력과 원동력이 된다고 보았다. 아들러가 말하는 우월감이란 남보다 위에서려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의 가능성을 더 많이 실현하려는 의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들러는 과거의 경험이 각자의 해석에 따라 미래가 변한다고 보았는데 이 부분은 소설 [당신에게]에서 나왔던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지만 미래와 자신은 바꿀 수 있다는 내용과 유사하지만 역시나 차이점은 있다. 아들러의 이론이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개인이 사회적 도움없이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되찾고 올바른 인격형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결국 타인의 도움으로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역시나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용기와 사랑으로 자신의 미래 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와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데 잘못세워진 삶의 의미를 고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삶의 의미를 제대로 상정하지 못한 사람일 경우 혼자서 잘못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개인의 발전과 변화에만 중점을 둔 사람이라면 공동체적 관심과 공헌의 중요성이 빠진 삶의 의미가 무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홀로 도태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허구와 허상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밖에 없다.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혹성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혹성의 사람이다. 그곳에서 나는 공주이다. 이 빈약한 지구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104쪽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크게 4가지의 경향을 보인다. 첫 번째는 아들러처럼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정상적이고 가장 좋은 상태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려는 경향, 두 번째는 상처를 이겨냈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홀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세 번째는 자신이 당한 만큼 자녀에게 상처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마지막 네 번째는 상처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했을 때 혼자서만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은 공헌적인 삶이 결코아니라는 점에서 첫 번째의 경향처럼 자신의 과거를 해석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해석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즉 용기를 갖고 사회와 관계를 통해 올바른 길을 걷게될 수 있다는 인류애에 가까운 아들러의 심리학은 과거와 환경만을 탓하는 안타까운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론이자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가 된 아들러가 사회적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주장하고, 인간을 구분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며 해결책을 찾은 것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승화시킨 까닭이다. 아들러가 국제적 명성을 높게 얻은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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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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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지나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면 정리해야 할 것이 물건만이 아니다. 일과 생활 전반을 둘어보며 그야말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해지는 시기다. 그 시기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홀가분한 삶'을 살고 있는 인생선배분들의 이야기는 미리 들어두어도 손해날 것이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상태에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준 작가에게 고마울 정도다.

 

이 책은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먼저 살아본 선배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다시 돌아보게 된 삶, 새로 시작한 일,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마음먹은대로 실행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무엇을 가질지 말지의 문제보다 어른이 된 후의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162쪽

 

홀가분한 삶이란 무엇일까.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더이상 책임져야 할 부양가족이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삶일까? 책을 읽기 전 내가 생각하는 홀가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았다. 가족이 있더라도 어디론가 정기적으로 혹은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우자가 수락하지 않거나 원만한 합의없이 떠난 다면 그것은 홀가분한 삶이 아니라 무책임한 삶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가지를 쳐내다보니 결국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은 '얽매이지 않는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소개해주는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무엇인가에,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적어도 마흔 까지는 열심히 일해야한다.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핑계를 대며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짧게는 십여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노년이라 부를만한 시기에 비로소 원하던 방식의 삶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는 저택의 규모와 형태, 하루 일과만 보더라도 과연 홀가분한 삶인가 싶을 만큼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상시간이 유동적이긴 해도 대부분 10시 이전에 일어나거나 오히려 5시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랍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느꼈던 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 간병을 했거나 진행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앞서 단순하게 생각해볼 때 홀가분한 삶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니기도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삶이 아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는 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홀가분한 삶은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무책임한 삶이자 이기적인 삶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거의 고정된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설사 그것이 창작활동일지라도 성실하게 정해진 시간을 지켜가려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터치가 더이상 필요없는 스스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삶이 비로소 홀가분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길이 없는 숲 속에 살고 있다면 헤맬 것도 없고, 어디로 가고 어디로 돌아오든 전부 자신의 자유인 거죠." 101쪽


집안을 정리하고, 물건에 대한 애착은 지켜가면서 집착은 버리는 것, 더이상 자신과 주변인물의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대한 '홀가분한 삶의 실천'편도 여러모로 유용했다. 죽음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장례절차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쓰여져 있어 또 한 번 놀라기도했다. 일본인이 쓴 글이기 때문에 국내 실정을 언급해준 부분은 역자와 편집부의 성실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모든 분들의 삶 속에서 도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에다모토 나호미님의 이야기속에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일인지, 좋은 일인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생각하지말라는 말, 길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면 잃을까닭도 없다는 그녀의 말에 더이상 헤매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도 홀가분한 삶을 살기에 결코 늦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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