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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평점 :
30대를 지나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면 정리해야 할 것이 물건만이 아니다. 일과 생활 전반을 둘어보며 그야말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해지는 시기다. 그 시기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홀가분한 삶'을 살고 있는 인생선배분들의 이야기는 미리 들어두어도 손해날 것이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상태에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준 작가에게 고마울 정도다.
이 책은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 먼저 살아본 선배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다시 돌아보게 된 삶, 새로 시작한 일,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마음먹은대로 실행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무엇을 가질지 말지의 문제보다 어른이 된 후의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162쪽
홀가분한 삶이란 무엇일까.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더이상 책임져야 할 부양가족이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삶일까? 책을 읽기 전 내가 생각하는 홀가분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았다. 가족이 있더라도 어디론가 정기적으로 혹은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우자가 수락하지 않거나 원만한 합의없이 떠난 다면 그것은 홀가분한 삶이 아니라 무책임한 삶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가지를 쳐내다보니 결국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은 '얽매이지 않는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소개해주는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무엇인가에,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적어도 마흔 까지는 열심히 일해야한다.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핑계를 대며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짧게는 십여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노년이라 부를만한 시기에 비로소 원하던 방식의 삶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는 저택의 규모와 형태, 하루 일과만 보더라도 과연 홀가분한 삶인가 싶을 만큼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상시간이 유동적이긴 해도 대부분 10시 이전에 일어나거나 오히려 5시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랍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느꼈던 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 간병을 했거나 진행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앞서 단순하게 생각해볼 때 홀가분한 삶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니기도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를 책임져야하는 삶이 아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는 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홀가분한 삶은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무책임한 삶이자 이기적인 삶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거의 고정된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설사 그것이 창작활동일지라도 성실하게 정해진 시간을 지켜가려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터치가 더이상 필요없는 스스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삶이 비로소 홀가분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길이 없는 숲 속에 살고 있다면 헤맬 것도 없고, 어디로 가고 어디로 돌아오든 전부 자신의 자유인 거죠." 101쪽
집안을 정리하고, 물건에 대한 애착은 지켜가면서 집착은 버리는 것, 더이상 자신과 주변인물의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대한 '홀가분한 삶의 실천'편도 여러모로 유용했다. 죽음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장례절차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쓰여져 있어 또 한 번 놀라기도했다. 일본인이 쓴 글이기 때문에 국내 실정을 언급해준 부분은 역자와 편집부의 성실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모든 분들의 삶 속에서 도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에다모토 나호미님의 이야기속에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일인지, 좋은 일인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생각하지말라는 말, 길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면 잃을까닭도 없다는 그녀의 말에 더이상 헤매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도 홀가분한 삶을 살기에 결코 늦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