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재발견 - 돈·시간·건강·인간관계를 바꾸는 걷기의 놀라운 비밀
케빈 클링켄버그 지음, 김승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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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언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시간을 내고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돈이 없으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맘껏 취하고 싶은 휴식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세상, [걷기의 재발견]은 상당히 유용한 한 사람의 실천 결과물이며 조언을 담은 책이다. 우리는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출퇴근 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걷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을 것이고 걸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걷고 싶어도 걸을 수가 없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전부다 맞는 말 같지는 않게 들린다.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걷고자 하는 마음은 진정 가지고 있는가?' 우선 나부터 대답해보자면 자전거 타기와 수영을 시작한 이후 걷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평균 주 15시간 정도는 걸었는데 요즘은 거의 3시간 안팎이다. 30분 이내 걷기는 제외한 수치다.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걷기보다는 수영과 자전거가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힘도 덜 들고.


나에게 자전거는 세상을 탐험하고 필요한 곳에 가고 그 과정에서 돈도 조금 아끼게 해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운동의 효과도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다시 써먹을 수 있다. 자전거를 꺼내서 어린 시절의 재미를 되살리는 것은 정말로 쉽다. 92쪽


이 책을 읽다보면 자전거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걷기와 자전거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자전거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서술했다. 나처럼 다른 운동을 시작해서 걷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는 걸어가는 데 들이는 시간을 상당히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1시간을 초과하는 거리를 우리는 걸어서 출근할 순 없다. 저자역시 장거리 여행일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걷기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평소에 마트를 가거나 조금 먼 공원을 갈 때 걸어가라고 이야기 할 뿐이다. 걷기를 통해 내가 느꼈던 가장 이로운 점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걷기가 나에게 촉진해 준 상호작용 중 가장 중요했던 것들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었다. 166쪽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과 대화할 기회도 늘어난다고 하는 데 경험을 비춰보자면 동네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보다는 이방인들이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전부였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와 대화할 기회가 생겨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저 나보다 더 유대감을 가진 저자이기에 얻어지는 행운이 아닌가 싶다. 만약 나처럼 성격상의 문제로 걷기는 하지만 지역주민과 대화가 어렵다면 '강아지 키우기'방법이 정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가 지나치게 으르렁 거리거나 사납지 않다면 줄만 잘 잡아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꼭 잊지 말아야 하며 타인에게 무작정 덤벼드는 애완견은 물론 제외대상이다. 이때는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라 불쾌감 혹은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나의 경우는'과 같은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상대적 열등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잘안다. 저자는 직장도 가깝고, 걸을만한 장소도 의외로 많고 심지어 집을 구할 때 도보이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가면 경제적이란 사실을 언급하는데 사실 전세란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경우를 포함, 상황이 좋지 않은 독자들은 어쩌면 화가 날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경험을 매번 강조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유연성을 유지함으로서 오히려 '걷기'의 좋은 점만 받아들일 수 있는 배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자신이 걸어보니 좋았던 것이 정말 많아서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리뷰 첫 문단 말미에도 유사한 글을 남겼다. 상황이 안되어서 못걷는 것이 아니라 걷고 싶지 않아서 걷지 않는 것은 아닌지 솔직해져 보자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걷기가 좋은 줄아는데 왜 좋은지, 어떻게 삶이 달라지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실천에 옮긴 저자의 이야기는 도움도 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정말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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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밥 한공기 1
타나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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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밥을 매번 집에서 조리해 먹다보니 '요리'보다는 '밥' 매일 우리가 해먹을 수 있고, 또 그렇게 먹어왔던 밥에 대해 더 말하고 싶어진다. [따끈따끈 밥 한 공기]에는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등장인물들도 화려하고 값비싼 미식가가 아닌 적어도 나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메뉴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지 겉절이, 셀러리 잔멸치 볶음, 우엉 조림 등으로 고기가 등장하는 메뉴도 한 가지밖에 없다.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들어가는 양념도 간장, 된장, 소금, 식초등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정말 기본 양념들이라 만화를 보고 난 뒤 한 두가지 정도 바로 해서 먹을 수도 있다.


중간중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도 등장해주는데 그들이 대하는 음식의 중심에는 대부분 가족의 사랑이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혹은 늘 밥을 차려주던 아내가 떠났을 때 식탁에서만큼 그 사람이 그리울 때가 없을 것이다. 별거 아닌 음식이었어도 그 사람이 만들어준, 어쩌면 그래서 더 그리운 맛이 된다. 심지어 물의 양과 불조절의 차이만 날 뿐인 시판라면 조차 그들이 끓여주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밥 혹은 밥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고령화 가족]. 아웅다웅 하다가도 엄마의 한마디 '밥차렸다. 와서 먹어!'면 게임이 종료되는 그런 모습. 옴니버스식으로 등장인물들이 결국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모습은 재료가 누군가에 의해 조리되어 하나의 음식으로 탄생하는 것을 표현한 것도 같았고, 결국 음식이라는 것이 혼자먹어도 맛있지만 가장 맛있는 조리료는 역시 '함께, 여럿이 먹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화 [따끈따끈 밥 한 공기]는 그런 따뜻함과 푸근함,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의 정말 간절하게 집에서 먹는 '밥 한 공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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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카페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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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어버린 이리스.

어릴 때는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가며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꿈꿨던 적도 있지만 서른이 넘고 늘 반복된 일상에 그나마 위로가 되어주셨던 부모님의 부재는 그녀를 더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상실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기어코 그녀는 철로 근처까지 자신의 몸을 내던지기위해 다가가지는 뒤에서 풍선을 터뜨려 놀래킨 꼬마아이 덕분에 다행히 죽음을 면한다. 좀전까지 죽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자신을 구(?)해준 꼬마에게 고마움마저 느끼며 거리로 나왔을 때 처음 보는 카페를 발견한다.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를 만난 것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환타지다. 독자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마법'이란 단어가 주는 엉뚱함과 사기성이 오히려 기분을 뭉글뭉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생을 살다보면 도저히 '마법'이 아니고서야 납득할 수 없는, 혹은 그렇게 판단했을 경우 그 기쁨이 몇 배가 더 커지는 경우를 우리는 마주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리스에게 다가온 마법은 그녀가 꽤 오랜시간 버킷리스트를 포함한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기대감도 갖지 못했던 그녀를 완벽하게 바꿔놓는다. 물론 마법이 그녀에게 다가갈 때 보통의 사람들처럼 조금은 의심도 하고, 다소 답답한 마법사의 진행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행복'이었다. 불행한 현실과 자신이 싫었던 그녀에게 마법사는 다음의 내용이 적힌 액자를 보여준다.


결코 잊지 마세요. 모든 감정에는 이면이 있어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할 수 있다는 증거랍니다. 57쪽



 

불행하다는 자체를, 그러한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달리 그런 이상을 추구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행복은 결코 찾아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이야기일테고 적어도 그런 현실을 탈피하고자하는 바람 혹은 최소한의 시도는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을 누군가 걸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주머니속의 카운셀러를 불러들여서라도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며칠 전 읽었던 [프레즌스]의 작가 에이미 커디 교수의 명언,

Fake it till you become it! 이란 주문을 외치면서!




여담 : 저자가 동양문화, 특히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까닭에 일본맥주, 음식, 하이쿠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제법 많이 나온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학을 접할 때 이렇게 호전적으로 일본문화가 등장하면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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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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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책 읽으면서 이렇게나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적이 없었다. 내가 울증이 좀 있고 조증이 있는 줄은 알았어도 그야말로 그건 비염증세가 있는 정도로 '질병'과는 다소 거리가 먼것이었는데 신경증 환자의 사고와 행동을 설명하는데 어째 다 내 이야기냔 말이다.


아들러는 자신이 몰두해야 할 과제에 대해 자꾸만 핑계를 대며 회피하려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르러 '신경증적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했다. 59쪽


신경증적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3장 부터 시작되는데 바로 이때부터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것인지 혼동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읽다보니 그냥 지금까지의 내모습을 누가 옆에서 기록한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가듯 읽다가 그만 책을 덮어버렸다. '신경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제 내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았으니 이거 병원에 가야할 일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수많은 책들도 분명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왔을 텐데 어쩌자고 이 책에 이르러서야 내가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인건가 싶은거다. 내가 완벽하게 신경증 증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문단은 다음과 같다.


고민도 마찬가지다. 고민하는 동안에는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 고민하는 것이다. 즉, '고민함으로써 과제에 직면하는 것'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91쪽


주변에서 고민좀 그만하고 그냥 저지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살았다. 그때마다 난 내 성격이 이상하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소심하고 신중해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일단 저지르고 실패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신중해야해, 뒷감당을 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니까.' 하며 위안을 삼았다. 책임지기 싫어서였다는 것은 전혀 깨닫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결정이 내려지고 나면 열심히 했다. 그랬으니 어쨌든 살아오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까지가 좀 오래걸리고 우유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일단 하면 잘한다고 착각해왔던 것이다. 빨리 결정하고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허영심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격한다. 타인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그것으로 상대적인 우월감을 얻으려 한다. 108쪽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집단에서 동료가 될 사람들을 대할 때 내게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좋은 점, 칭찬할 부분을 예리하게 관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을거라 짐작되는 길가다가 보이는 사람, 전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는 희안하게 정확하게 반대되는 시선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옷이 왜저래, 얼굴이 아깝네.'라는 식이었다. 내게 허영심이 있었던 것인가. 내가 자존감이 이토록 낮은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으며 책을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그만큼의 속도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쓰린 순간도 빨라진 것이다.


5장부터는 슬슬 신경증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와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이 병원에 갔을 때 불치병이라거나 난치병 판정을 받았을 때 누군가는 치료법을 재빨리 물어보고 행동에 옮기지만 또 다른 사람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만 떠올리며 오히려 더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내가 책을 덮어버린 것은 딱 후자의 행동이었다. 어떻게하면 되는지를 읽기보다는 내가 깨닫지 못했던 나의 증상을 알았다는데서 오는 충격이 더 컸던 것이다.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고 서야 다시 책의 후반부를 읽어갔다.


하지만 신체나 지력의 쇠퇴가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노화 자체는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노화와 더불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 165쪽


사실 책을 중간에 덮어버린 까닭이 충격도 충격이지만 앞으로 나올 방법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에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늙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직 마흔은 커녕 예순도 안된내가 이럴 이야기를 하면 정말 어이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전에 종영한 청소년들이 주로 등장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20살도 안된 친구들이 너무 늦어버린 것같다고 우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암튼 이미 난 너무 늦은거야, 난 너무 늙었고, 이젠 일주일에 꼬박 5일 내내 운동하는 것도 지치는 상황임을 느끼다보니 방법을 알면서도 못할까봐 두려워했는데 역시나 그것은 핑계였다. 조금 지장이 있고 불편할 뿐이지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왜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지 깨닫는 시점이었다.


아들러는 이런 사람들에게 고매 로마의 시인 웰기리우스의 말을 인용하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신력에 관한 말이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생애에 걸쳐 고정관념이 되어버리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218쪽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연초부터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수업을 듣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내 스스로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데에 종교가 긍정적인 작용을 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혼자서 정 힘들다면, 우리가 가족의 도움으로, 연인의 사랑으로, 친구들과의 우정이 부족한 나의 믿음을 이끌어주는 것처럼 어떤 조력자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조력자는 가족과 친구, 연인이기도 했지만 책이었던게 분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다. 덕분에 이런 책을 만날 수도 있었을테니까. 믿자. 믿고 또 믿자.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사실, 과거에 경험했던 감옥들이 지금의 나를 결코 가둘 수 없고 내가 달라지면 미래에 나에게도 수갑을 채울 수 없다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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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만슈 기쓰코 지음, 이기웅 옮김 / 박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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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평을 훑어보면 독자 대부분이 '표지의 예쁜 그림'에 속았다라고들 말한다. 나도 그랬다. 아리따운 단발머리 아가씨가 맥주잔을 들고 약간 멍한 백치미를 풍기며 서있는 모습이 내용까지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알려졌으니 미리 말하자면 표지속 그림은 본문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표지에 속았구나 싶어 본문을 넘겨보지 않으면 진짜 작가 만슈 기쓰코에게 속는게 된다. 왜냐면 정말 못나서 어찌보면 혐오스럽기까지한 그림과는 달리 그녀의 구구절절한 알코올 중독 과정과 회복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사는게 괴롭고 고단해서의 이유가 아니다. 단지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고, 사람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만슈 기쓰코는 날씨를 시작으로 나누는 일상적인 인사나눔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우연히 취한 상태에서 만화를 그리자 없던 인기가 생겨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불행해져야만, 취해야만 행복하고 인정받는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취상태에서 그녀가 저지르는 실수는 경악을 넘어선 대박 사건 수준이었다. 처음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긴장을 풀기위해 마시기 시작한 술에 완전 취해 무대 위에서 잠드는것은 물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가슴을 공개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한다. 더 큰 실수도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그러면 너무 스포라서 이정도 사건만 적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실수는 부끄럽고 행사를 망치는 정도에서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지만 지하철 플랫폼에서 자살충동을 느꼈던 사실은 저자도 크게 깨달음이 있었던 것처럼 이미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도 놀라고 안타까웠다. 알코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문 뒤에 뉴스편집자와 칼럼니스트와 함께한 담화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물론 담화중계문을 통해 저자의 실물도 만날 수 있는데 어쩌면 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자주 봤던 일본 여배우처럼 아리땁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작품 속 못난 얼굴과 많이 닮아있다. 살이 없어 더욱 길어보이는 얼굴형은 실물과 정말 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표지에 그려진 예쁜 미소녀와도 가깝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다행히 저자는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이 더이상 불행하지 않아도 즐거운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술로 인해 엄청난 실수를 하는 누나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욕설을 뱉는 남동생 역시 진심으로 누나를 아낀다는 것을 알 수 독자들도 알 수 있었다.


결론, 표지의 그림 보고 페이지를 펼쳤을 때 분명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를 읽지 않고 덮어둔다면 우리를 일순간 웃겼다가 울릴 수도 있는 제대로된 만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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