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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만슈 기쓰코 지음, 이기웅 옮김 / 박하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만화의 평을 훑어보면 독자 대부분이 '표지의 예쁜 그림'에 속았다라고들 말한다. 나도 그랬다. 아리따운 단발머리 아가씨가 맥주잔을 들고 약간 멍한 백치미를 풍기며 서있는 모습이 내용까지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알려졌으니 미리 말하자면 표지속 그림은 본문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표지에 속았구나 싶어 본문을 넘겨보지 않으면 진짜 작가 만슈 기쓰코에게 속는게 된다. 왜냐면 정말 못나서 어찌보면 혐오스럽기까지한 그림과는 달리 그녀의 구구절절한 알코올 중독 과정과 회복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사는게 괴롭고 고단해서의 이유가 아니다. 단지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고, 사람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만슈 기쓰코는 날씨를 시작으로 나누는 일상적인 인사나눔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우연히 취한 상태에서 만화를 그리자 없던 인기가 생겨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불행해져야만, 취해야만 행복하고 인정받는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취상태에서 그녀가 저지르는 실수는 경악을 넘어선 대박 사건 수준이었다. 처음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긴장을 풀기위해 마시기 시작한 술에 완전 취해 무대 위에서 잠드는것은 물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가슴을 공개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한다. 더 큰 실수도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그러면 너무 스포라서 이정도 사건만 적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실수는 부끄럽고 행사를 망치는 정도에서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지만 지하철 플랫폼에서 자살충동을 느꼈던 사실은 저자도 크게 깨달음이 있었던 것처럼 이미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도 놀라고 안타까웠다. 알코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문 뒤에 뉴스편집자와 칼럼니스트와 함께한 담화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물론 담화중계문을 통해 저자의 실물도 만날 수 있는데 어쩌면 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자주 봤던 일본 여배우처럼 아리땁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작품 속 못난 얼굴과 많이 닮아있다. 살이 없어 더욱 길어보이는 얼굴형은 실물과 정말 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표지에 그려진 예쁜 미소녀와도 가깝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다행히 저자는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이 더이상 불행하지 않아도 즐거운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술로 인해 엄청난 실수를 하는 누나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욕설을 뱉는 남동생 역시 진심으로 누나를 아낀다는 것을 알 수 독자들도 알 수 있었다.
결론, 표지의 그림 보고 페이지를 펼쳤을 때 분명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를 읽지 않고 덮어둔다면 우리를 일순간 웃겼다가 울릴 수도 있는 제대로된 만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