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속의집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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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여자 심리 전문가가 알려주는 자존감 높이는 법 배우기

 

 


이 책은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을 겪는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것에 더해,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초의 시도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동안 연애를 할 때 남자들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서만 신경쓴 적이 많았을 것이다. 남녀간의 문화적 차이와 생물학적 차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정작 여자들도 잘 모르는 여자 심리 그리고 자존감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여성들이라면 이 책의 시작부터가 확 끌릴 것이다. 스스로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사람들은 혹 너무 끌려다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혹시 경제활동이나 외모 혹은 사회적 명성과 관련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 그런것만은 아니다. 미술작품을 잘 모르더라도 워낙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이자 소설처럼 다가오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연애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녀의 남편이자 역시나 그녀 못지 않은 작품활동으로 잘 알려진 디에고는 그야말로 '나쁜남자'의 전형이다. 심지어 프리다 칼로의 동생과도 불륜을 저질렀을 정도며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프리다는 그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상당히 선굵고 강인한 내면의 소유자 같지만 디에고 앞에서는 그녀도 그저 자존감 낮은 사랑을 하는 여인과 다르지 않았다.

 


결코 내 것이었던 적 없고 앞으로도 내 것일 수 없는 사람.

그는 그저 자신일 뿐. 27쪽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를 떠올리며 일기에 쓴 내용이다. '그는 그저 자신일 뿐'이란 표현은 원망보다는 부러움을 담고 있다. 디에고는 나쁜 남자일지는 몰라도 분명 완벽하고 성숙한 인간인 것은 분명하다. 연애를 할 때 결코 상대를 위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프리다 칼로가 사랑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한 권의 책을 통해 갑자기 자존감이 확 높아지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사랑이 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그야말로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사랑에 빠지기 전, 사랑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인 셈이다. 프리다 칼로의 경우는 부모에게 적절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소아마비에 걸려 허약해진 신체적 불편들도 그녀를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도 역시나 경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단순히 성적인 문란함 때문이 아니라 너무 쉽게 빠져들고 만남의 횟수가 초기에 너무 잦게 되면 이성 뿐아니라 동성들과의 친분관계도 그다지 원만하게 흐르지 못한다. 흔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표현하는데 저자는 좀 더 이부분을 강조한다. '반드시 천천히 만나라'라는 것이다. 너무 빨리 빠져들고 있다면 그 자체가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럴때는 첫 눈에 반해서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종결시키지 말고 왜그렇게 자신이, 혹은 상대방이 만남과 진행을 서두르는지 분석해봐야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진 여성들도 있다. 심지어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도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이다. 프리다 칼로의 경우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의 내용을 읽고 뜨끔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짝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랑중에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집착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요인이 있다. 연인이나 혹은 연인이 되길 바라는 상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붓는 태도다. 이런 식의 몰두는 고통스럽다. 상대 남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들수록 그를 더욱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135쪽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자면 30대 중반이후에 여성들일수록 저런 환상에 자주 사로잡힌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왠만한 조건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극단적이고 어려운 상황에 놓일수록 로맨틱하고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보통 여성들처럼 결혼할 수 없다라는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자존감을 완벽하게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외에 절대 다른 사람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없이는 아예 살 수조차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연애를 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여성들도 상당히 많다. 우디앨런과 연애하는 동안 미아 페로도 마찬가지였더. 그녀의 자서전 <사라진 것들>의 일부 내용을 책에서 언급하는데 요약하자면 미아가 단순히 우디에게 의지했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전부, 그러니까 일을 한다는 행위도 자기 자신이 아닌 우디를 위해 했다는데 있다. 이런 이유로 미아는 정서적인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어려웠던 것이다. 결혼한 이후 경제활동을 그만두길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오히려 맞벌이를 강요하는 남자들은 무능력하게 보이거나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주변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보면 일을 안하는 댓가로 그녀들은 자신의 경제력과 자유를 남자에게 넘겨줘버린 것이다. 그런가하면 <내부로부터의 혁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같은 경우의 상황도 잦은 편이다.

 


바로 자신이 남자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 나와 함께라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140쪽

 


위의 경우는 심각해지면 가정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 남자의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비이성적인 태도를 묵인하고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방식이 상대를 점점 더 나쁘고 이기적인 상태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 미아 페로 그리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물론 다른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안타까운 연애를 하게 되는지, 또 단순히 연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망가뜨리고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다른 책과의 차별성으로 내세운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항목으로 나뉘어진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기를 상실하는 여성(Disappearing Woman)'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머물며 누군가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사랑을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대리만족감을 위해 연애를 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생각 정지 훈련이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훈련, '혼자 있기' 통과의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두드러지는 이유도 아마 '혼자 있기'훈련이 덜 되어있기 때문일거라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동조한다. 자존감 높이는 법 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잘못된 사랑에 빠지기 전에 이 책을 읽어주길, 태풍의 '눈'안에 있을 때는 자신이 갇혀있는 것을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연애가 태풍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라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적당히 포근하고 상쾌한 바람이길 바란다면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부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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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의 미래, 중년파산 -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 보고서
아마미야 가린 외 지음, 류두진 옮김, 오찬호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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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의 미래, 중년파산 - 하류중년이 곧 하류노년이 된다

40/50대 장년층은 물론 20/30 청년층도 읽어야 '하류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류인생'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개인의 능력문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회참여를 거부하거나 원하지만 능력미달로 주류사회에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 곧 하류인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류중년'은 얘기가 좀 달라진다. 청년시절부터 하류인생을 살아와서도 아니고 심지어 중산층 부류에 속했던 중년들조차 퇴직이후 급속도로 '하류중년'부류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류중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타이틀에 적힌 것처럼 98%의 미래가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데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면 첫 문장에서 나처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몰고가는데다 더 심각한 것은 7~8년전 청년층에 속했던 이 책의 저자들이 고발했던 비정규직 청년들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나이들면서 건강이 나빠지거나 노동을 할 수 있는 체력마저 사라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하류중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심각한 사실은 이 책의 배경이 된 일본의 현실이 책의 해제를 쓴 오찬호 작가의 말처럼 한국사회에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해고를 당해 수입이 끊기면 '하류중년'은 커녕 단번에 '빈곤중년'으로 내몰리기 쉽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생활보호를 받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 그 비용은 사회 전반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27쪽


고용안정화가 이뤄지면 우울증에 걸릴 까닭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고독사 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되면 그 처리비용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나중에 아까운 세금을 버리는게 되는 상황이 현실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가 있었던 것처럼 일본에서도 로스트세대가 있었다. 양쪽 모두 기업의 '신'에게 선택받지 못해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그로인해 인간관계마저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혼,출산,양육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이자 책임을 모두 포기해야만 하는데 있다. 이런 청년들의 고용불안정을 막기위해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놓인 30대 후반부터 40대를 위한 정책이나 복지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안타깝게도 앞뒤로 청년과 고령사회 대안을 위한 정책으로 인해 중년들은 '하류중년'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람은 40세가 지나면 신체도 쇠약해지고 유감스럽게도 나이를 먹음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이 사라져 갑니다. 하루 중에 노동에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지고 병에도 걸리기 쉽습니다. 본인이 원하고 원하지 않고는 둘째 치고, 미혼이라면 결혼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정직원으로 취직할 가능성 또한 차츰 줄어듭니다. 77쪽


이 책을 읽는 독자가 20대라면 하류중년이 두려워 어떻게든 자기개발에 힘쓰고 그나마 부모라는 '기댈언덕'이 있을 때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중년이 되고 기댈 수 있었던 언덕인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나이대가 되면 이중고가 시작된다. 자신의 삶은 물론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년층의 복지나 가계는 오히려 덜 나빠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누릴 수 있을만큼 누린 노년층을 보장하기 위해 정작 다급해진 중년을 나몰라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무능한 중년'이라며 개인의 탓으로 몰고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남자분들은 더 속상해질 만한 사실을 밝히자면 고독사 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확률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높다고 한다. 생활력이 여자가 더 강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여자들이 덜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만약 노동이 없어지고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여가시간이 대폭 상승한다면 어떨까? 마냥 좋기만 하고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명제에 붙들려 있었다. 노동은 반드시 어느 기업에 몸담고 피와 땀을 투자 하고 난 후 임금을 받는 형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노동의 정의를 다시금 확인하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망가지고 있는 현실을 탈피할 수 있는 진짜 원인과 방법을 찾아가는데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이런 개인과 사회적 측면에서 노력이 있어야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태로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에게 해결방법까지 얻으려 한다면 하류중년이 곧 하류노년이 되는 것은 100%의 확률로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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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은 발견 -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
공혜진 지음 / 인디고(글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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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늘, 작은 발견]의 부제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이자 '내게로 와서 특별한 '의미'가 된 반짝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쓰여있다. 사실 엄청난 의도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책들이 끌릴 때도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지금, 서늘한 바람사이로 무언가 빈틈이 느껴질때면 소소하게, 덤덤하게 마음을 다녀가는 책들이 더 끌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차분히 내려놓고 프롤로그를 읽다가 아! 뜻밖의 보물발견! 이라고 마음속에서 외치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은 완전체이기보다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분이어서 상처가 있거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평소라면 그것 자체에 눈길을 주거나, 따로 떼어서 바라볼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길 위에 있는 것들은 대개 사연이 있는 것들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길에서 주은 것들을 모아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정도의 노력은 없었지만 미련이 많고, 잔정이 많은 내게도 길위에 버려지거나 누군가 애타게 찾고 있을 '조각의 일부'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좋게말하면 이런 수준이고 다소 확대해석하면 집착이 강한 유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렇듯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작업'으로까지 여겨온 공혜진 저자와 같은 사람의 글을 읽게 된 것이 정말 기뻤다. 저자가 길에서 만난 '친구'들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고 어쩌면 그런 친구들까지 길위에서 방황을 하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값진'것도 많았다. 아! 그리고 반드시 길 위에 떨궈진 것들에서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란 점도 말해둬야겟다. [효능은 밝혀졌다!]편에서 등장하는 약 봉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었다.


약국을 가지 않고서도

약의 효능이 밝혀졌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같은 약을 먹겠구나....  -1월 4일-


생각해보니 같은 동네에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내려준 처방이 아닌 이상 거의 유사한 구성의 약을 먹겠구나, 특히 지금은 약국에서 제조하는 것의 규정이 별도로 있지만 그마저 없었던 20여년 전 내가 어릴 때는 거의 대부분 병원보다는 약사에게 처방을 받았었다. 아마 그당시에는 그야말로 같은 약을 먹었을게 분명하다. 왠지 만화속의 한장면처럼 아스라이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가하면 아마도 길 위에서 가장 많이 발견하게 되는 '머리끈'. 저자의 짐작처럼 엄마에게 이끌려 서둘러 일어서 버스에 오르는 사이 머리끈이 아이에게서 떨어졌을 것이다. 여기에 나의 짐작을 좀 더 덧붙이자면 집에 돌아가 머리끈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린 아이는 아마 밤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속상하고 아쉽고, 버려진 머리끈이 그 밤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 것 만 같아서 말이다.



길을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툭툭' 어깨를 쳤다.

놀라 돌아보니 낙엽이다. -10월 28일-


대입 수험시절 친구들과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몸은 피곤하면서도 '떨어진 낙엽을 손으로 잡으면'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미신때문에 30분 이상을 낙엽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저자는 해당 글 마지막에 '바람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낭만가득 마무리 했지만 내게 낙엽은 낭만보다는 수험생 시절 무엇에라도 '믿는 구석'이 필요했던 어리석고 철없던 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매번 낙엽을 볼 적마다 좌절하거나 자학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가 만났던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었던 추억을 꺼내보거나 지금의 내 마음상태를 차분차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 정말 책 [오늘, 작은 발견]은 그야말로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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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살아가는 당신에게
엘버트 허버드 지음, 송정은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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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살아가는 당신에게/ 엘버트 허버드 / 나무생각



독자에게 무한한 신뢰를 던지며 시작하는 [적당히 살아가는 당신에게]는 타이틀과 달리 내용 자체가 차분하고 다정하다. 읽으면서 뜨끔하는 내용은 거의 없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뭔가 비뚤어질테다! 하고 덮어버리고 싶은 의견차이도 보였지만 그런것은 어디까지나 저자와 나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거지 이 책의 단점이라던가 저자가 괴팍 혹은 옹고집이라서 빚어지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니 종교가 설사 다르더라도 편안하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우연찮게 옆 좌석에 동석한 나이든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될 것이다.


건강 습관

공부 습관

노동 습관


당신이 이 습관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이런 습관을 지닌 이성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이미 천국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27쪽


그 어떤 말보다 마음에 확 와닿았던 세 가지 습관. 건강, 공부, 노동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이성으로나 동성친구로도 완벽하게 멋진 사람일거라고 확신한다. 우선 건강 습관이라는 것은 적절한 운동과 지나치게 과식, 과음하지 않는 절제된 삶을, 자기통제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배움은 우리가 평생 안고가야 하는 부분인데 회사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개발에 소홀히 하는 사람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순간을 열심히 사는 사람일 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리고 꿈 핑계대면서 일하지 않는 사람, 이런 경우는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꿈이란 것을 운명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것에 올인하고 책임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긴 내용을 저렇게 심플하게 응축할 수 있는 것, 그런 이성을 만나고 있다면 저자 말처럼 이미 천국이 아닐까 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험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브레이크 타임 중에나 회식자리에서 자리피하기가 두렵다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엘버트 허버드의 조언을 듣고 나면 더이상 자리를 비우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나를 험담하는 사람은 그저 스트레스를 풀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일 뿐 나에게 심각하게 악의를 품은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등 뒤에서 험담하는 살마은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험담꾼의 말을 전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적입니다. 37쪽


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딱 이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둔하게도 난 험담꾼이 아니라 말을 전한 사람이 용기내어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그 사람을 제외한 모두와 등을 돌린적이 있다. 물론 이제와서 그것을 후회하거나 아쉬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진짜 적이 누군지를 몰랐었던 아둔함은 반성하게 되었다. 살다보면 나를 험담하는 사람이 또 나타날 것이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이런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겪게 된다면 그때는 진짜 적을 구분해 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서두에 밝혔던 저자와 나의 가치관이 달라 생겨나는 '종교'부분을 언급할까 한다. 몇 달 전 읽었던 [걱정마, 안죽어]저자 분과 유사한 의견을 표명한 엘버트 허버드. 신학의 경우 천국의 존재를 강조하면서 '지금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죽음뒤에 있을 '재판'으로 인해 두려움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어설프게 신학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지 죽음 이후에도 행복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멋대로 살게 되면 그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이 신학 이론에 더 가깝다. 죽음을 공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꼭 밝혀두고 싶다. 지금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면 그만큼 아쉬움이나 두려움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들어와서 이론을 확인하지 않고 제대로 믿지 못하는 일부 신앙인들의 모습만 보고서 특정 종교 자체를 마치 '유해하고 무익한 것'으로 몰고가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펴는 사람의 조언을 전부 다 옳게 바라보기가 쉽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약한 모습이 있다. 어떻게 인간이 완벽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러했다면 신의 존재자체가 발딛을 틈도 없이 부정되고 그 정의조차 사라졌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크게 공감했던 내용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다름아닌 '질투'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인데 질투라는 것이 단순히 상대와 나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심각하게 들어가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증오라고 언급한 부분이었다. 질투가 심해지면 스스로를 망치기까지 하는데 열차의 기관사를 예화로 들었던 부분은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아내의 다른 애인에게 질투를 느낀 나머지 업무중에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해 사고를 낸 기관사의 이야기는 질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얼마전 보았던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에서 사건조사협회에서 설리에게 가정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까지 조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떤 생각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으니 자기 일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평화로우면 세상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101쪽


나부터 행복해야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자꾸 타인의 행복을 비방하게 되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고 사회에 대한 원망만 커져가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나부터 행복해지자.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자. 어떻게? 건강 습관, 공부 습관, 노동 습관부터 차분하게 기르다보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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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 -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오민석 지음 / 살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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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오민석/살림


2015년 10월부터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소개한 작품들과 일간지 특성상 저자의 바람과 달리 실릴 수 없었던 몇 작품을 더해 [아침 시]가 출간되었다. 1부 인생 2부 사랑 그리고 3부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별 마음이 머물던 작품들을 두고 이야길 전해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문구는 친숙할 것이다. 사월만되면 자꾸자꾸 떠오르던 이 작품은 t.s. 엘리엇의 [황무지]란 시다. 20여년 전 처음 이 시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그다지 잔인할 만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늘 사월은 내게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이 시를 두고 오민석 교수는 '누구나 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란 말로 이야기를 건넨다. 동감한다. 봄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시작해야 하고 깨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말처럼 '관(棺)'속의 삶을 원하는 이들에게 너무 피곤하고 어지럽기만 하다. 굳이 관속의 삶을 원하지 않더라도 흐드러지게 피는 꽃 때문에, 그 향기 때문에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 맘 여린 사람들에게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그런 사월이다. 이 작품을 알고 난 이후 4월이 되면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김창재 시인의 [카타콤]이란 시는 '밥' 우리고 어쨌든 매일 같이 먹지 않으면 안되는 '밥'이 화두가 된다. 최근에 웹툰에 이어 웹드라마로 까지 나왔던 들개이빨 작가의 작품 [먹는 존재]가 떠오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해도, 정겨워도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밥'을 거를 수는 없다. [카타콤] 마지막 줄의 '징그러운'이란 표현이 그야말로 와닿는 부분이다. 1부 인생 편에서 이 두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면 2부 사랑편은 좀 더 많은 시가 눈에 들어왔다. 박후기 시인의 [격렬비열도]는 그야말로 시 전체에 온몸이 후둘거릴 정도로 공감을 표한다.


격렬비열도


격렬과

비열 사이


어딘가에

사랑은 있다


-박후기, [격렬비열도],2015 // 아침 시 114쪽


격렬하다가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이는 사랑의 단면이라면 비열은 그보다 더 포괄적이고 실체적인 개념으로 사랑의 진면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첫사랑을 보내고 사랑을 거듭할 수록 상대방의 비열함보다 내 자신의 비열함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비열함 그 자체가 어쩌면 사랑이 격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비열할 때 만큼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 상대에 대해서 격렬하게 생각하는 때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사랑의 실체보다 여전히 사랑은 가만가만 나를 다듬어주고 보듬어준다는 의미에서 고영민 시인의 [구구]라는 작품도 맘에 들어왔다. 어느 봄날 저녁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스트로폼 안에 '돌멩이'를 넣어줌으로써 흔들리던, 불안했던 끝난 사랑의 중심을 잡아주는 행위는 오민석 교수의 해석처럼 결국 시작과 끝 모두 우리는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봄날과 같은 흔들리는 사랑, 돌멩이처럼 내 안에 들어와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사랑, 아, 결국 사랑이다.


3부 풍경편에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가루]라는 작품을 담아본다.


까마귀가

솔송나무 가지를 흔들어

내게 눈가루를

떨어뜨리니


내 가슴의

기분이 달라지고

내가 후회했던 날의

어떤 부분을 구해주었네


로버트 프로스트 [눈가루] 오민석 옮김 //아침 시 206쪽


오민석 교수가 직접 번역한 프로스트의 시 [눈가루]는 우리가 그 무엇도 아닌 원대한 자연을 마주할 때 벅차오를 만큼의 치유를 경험했던 이라면 크게 공감했을 것이다. 꽤 오래전 스위스 융푸라우 산맥에 올랐을 때 영하40도 설원에서 마주했던 자연은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식의 자괴감이 아니라 '너도 나도 지금 이렇게 공존하고 있다, 살아있다.'라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져주었다. 그때 그곳에서 너무 추워 내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마음과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고 자신한다. 마지막으로 최광임 시인의 [도요새 요리]편에서 언급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마리]의 일부인 다음의 문장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가져왔다. 시라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해석보다 그저 이렇게 동일한 주제로 큐레이션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뎁혀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팔 밑에 낡은 책을 끼고

나는 센 강변을 걸었네

강물은 내 고통과 같아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네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마리]중에서 // 아침 시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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