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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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성장기를 다루는 소설이 흥미진진한 것처럼 한 브랜드가 탄생하고 번성하기까지의 과정도 재미있다. <슈독>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가 첫 회사 블루리본을 창업하면서 부터 오니쓰카와 결별 한 후 드디어 나이키의 문을 여는 과정이 담겨져있다. 물론 한 기업가의 창업과 영업의 과정이 핵심이겠지만 '자서전'이 갖는 성장소설 특유의 스토리에 더 관심이 갔다. 우선 벅의 아내인 페니가 큰 아이 매튜와 둘째 트래비스를 낳을 때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본인이 느낀 것처럼 처음 매튜가 태어났을 때 그의 모습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고, 사업의 번성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얻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급한 사정으로 일본 오니쓰카에 가야할 때 조차 아내와 아들을 두고 가는 것을 내키지 않아했던 그가 둘째 트래비스가 태어나던 날 이미 머릿속에 아내와 아이에 대한 생각은 없이 '한 켤레'라고 표현할 만큼 일에 빠져있었다. 

나는 두 팔로 아기를 감싸 안았다. 아기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중략-

그 순간, 경이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비록 익숙하기는 했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220쪽

나는 속으로 아들 두 명, 아들 한 켤레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온통 켤레수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338쪽​

상대적으로 전혀 다른 그의 심리상태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트래비스가 태어날 무렵 오니쓰카와의 법적 문제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특정인물들의 인성이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다는 점도 정말 과감한 오리건 출신이구나를 느껴지게 했다. 그런가하면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50여년전 일인 것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더불어 '싹'부터 다른 것인지 아니면 출신나라가 주는 분위기가 창업을 유도하거나 실패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모든 것을 '경험'의 한자락으로 받아들이게 해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블루리본의 창업기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 애플, 페이스북과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엄청난 숫자의 자기개발서가 출간되고 있고, 도전해라, 실행하라 하는 식의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이 많은 것을 보면 그곳에서도 도전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지금 내가 나열한 사람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들의 이름을 알 정도라는 점을 보면 반대로 실패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다. 

11월 부터 4월까지 한창 바쁠 때는 쉴 틈이 없었다.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 했다. 64쪽​

서랍을 닫으려다가 우연히 안을 봤는데, 거기에는 수표가 여러 장 쌓여 있었다. 모두 내가 월급으로 준 수표였다. 팍스는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지 않았다. 팍스가 돈을 목적으로 블루 리본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나 때문인가? 180-181쪽​

리뷰의 첫 시작을 필 나이트의 두 아들 탄생이야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가정에 소홀히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 이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실패의 요인으로 보는 것도 맞다. 결국 사업의 성공하는 것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다소 무모하게 보일정도의 용기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그를 믿어주는 동료등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안나 까레리나] 소설의 첫 문장을 빗대어 이 책을 요약하자면 "성공한 기업은 모두 비슷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실패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떻게하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일부러 드라마틱한 부분만을 꺼내온 것은 나이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사업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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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HHhH』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그리스 비극을 닮은 웅장하고 긴박감 넘치는 걸작 소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10년 프랑스 최대 문학상 공쿠르 상 최우수 신인상

2012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도서 선정

2014년 일본 최대 도서상인 서점대상 번역서 부문 1위

 

역사 소설의 새로운 시도, 작가가 개입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 역사소설

『HHhH』의 저자 로랑 비네는 초반부터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소설을 집필한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와 나치, 그리고 당시 국제 정세를 상세히 사실에 입각하여 묘사하는데, 이때 저자는 소설 집필을 위해 사건 현장을 방문하거나 관련 인물을 인터뷰하는 과정, 때론 오디오 자료나 속기 등을 토대로 정확한 대사를 소설에서 구현할 방법에 대한 고뇌, 역사 속 인물들의 행동과 결과에 대해 주관적 견해까지 그대로 글로 담아낸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독자에게 압도적인 현장감을 주는 한편, 이전 역사소설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특히 작품의 마무리에 이르러, 저자는 상상력만으로 집필된 짧은 소설적 구성을 추가함으로써 역사적 진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차되는 순간 배가되는 감동과 놀라운 경험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러한 시도는 큰 화제를 불러모았으며. 영국의 《가디언》은 '힘이 넘치는 엔딩'이라 평가하였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12월 1일 ~ 12월 7일

   당첨자 발표  :  12월 8일(목)

   발송  :  12월 9일(금)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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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책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_인문 교양 지식 편
이동진.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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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그동안 책을 읽을 때 장르별로 그 목적이 크게 달랐는데 문학의 경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지난 경험과 나의 가치관을 비교하면서 깨달음도 얻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비난하거나 나는 결코 저런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소통'이라는 것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반면 인문서적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지리, 과학, 철학등의 서적을 만났을 때 도통 '질문'이라는 것을 던질수가 없었고 그것은 오로지 내가 구하는 '답'을 내주어야만 하는 정보처리기계로만 대해왔던 것이다. 쉽게말해 인간의 삶을 좀 더 유연하게 하며 인간관계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넓혀주기 위한 인문학서에서 오히려 전혀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로 책을 읽었던 것이다. 빨간책방의 두 진행자 이동진과 김중혁이 문답형식으로 끊임없이 질문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질문 하는 책들]은 바로 그런 점에서 내게 책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진 :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제기된 물음에 연이어서 물을 수 있기를. 물음에 물음을 얹어가며 치열하게 물을 수 있기를. 물음의 연쇄속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물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물음의 반향에 서로 귀 기울여가며 함께 물을 수 있기를.

 

김중혁 : 나는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답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아니고,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여기서 답을 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속에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면 좋겠다.

 

위의 발췌문은 서문에 쓰인 저자들이 독자에게 권유 혹은 부탁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머릿속에 심어두고 본문으로 들어가면 소개된 9개의 작품 중 내가 읽은 두 권 중 하나인 <총,균,쇠>. 내가 읽었으므로 스킵하고 싶으나 '서울대도서관대출1위'라는 명목아래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잘 팔리는,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반값할인 당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던 책이라 짧게 언급을 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에 혼자 읽었을 때도 별 생각없이 읽다가 엄청 웃었다가 얼굴을 찡그려가며 읽었던 경험을 안겨준 책이다. 콜럼버스를 비롯, 서양권에서 원주민들에게 어떤 해악을 뻗쳤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현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벌어진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의견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다만 저자들의 바람처럼 질문을 계속 던졌어야 하는데 그냥 그런일이 있었구나 하며 놀라는데에서 그쳤다는 점을 반성할 따름이다. 두 번째 책은 역시나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읽은 두 권중 다른 책 <생각의 탄생>이다. 사실 이 책은 블로거들의 평이 정말 좋아서 덜컥 구매했다가 '실패'했다고 느꼈던 책이었는데 빨간책방 두 진행자분의 말끔한 정리덕분에 다시금 펼쳐볼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해주었다. 내 생각에도 13가지로 생각의 과정을 풀이하는 까닭이 좀 의아했는데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에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내가 대학입학 부터 지금까지 최대 대출횟수를 자랑하는 도서라고 볼 수 있다. 엄청 웃기다는데 도대체 뭐가 웃긴지를 잘 모르겠고, 빌 브라이슨의 다른 시리즈 작품에 비해 읽기는 했는데 남는게 별로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래서 완독을 계속 하지 못하고 두꺼운 책을 매번 대출했다가 이전에 읽었던 부분만 복습하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이동진 :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여행에 대한 환상이나 호들갑이 적고 기대치가 낮은 게 특징이잖아요. 그래서 이 책의 상당부분은 호텔 아니면 대중 교통 수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대부분 실수투성이예요. 항상 방을 구하느라 쩔쩔 매고요. 129쪽

 

역시 진행자 두 분 덕분에 왜 완독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출한지가 꽤 지났고, 그 사이 유럽을 몇차례 다녀와 여행지로서의 유럽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의 유럽을 산책할 준비가 어느정도 되었으니 이 책에서 여행서로서의 매력을 기대하면서 읽는 안타까운 자세는 많이 비운 것 같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책들]덕분에 소개된 작품들 뿐 아니라 주제도서와 함께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까지 (두 분이 중복추천한 책도 있다)하면 앞으로 도서구매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야 하고 심지어 도저히 구매하기가 꺼려지는 꽤 비싼 책들도 있지만 2017년도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재미도 찾고 지혜와 지식도 찾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만큼 좋은 추천도서책모음집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개된 책들의 페이지가 어마어마해서 분명 나처럼 중간에 멈추거나 포기한 책들도 이 책을 읽단 읽고나면 다시금 읽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꽤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처럼 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구하려고 이 책을 읽는가 하는 질문과, 이 책의 저자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당시 시대상황에 비추어 지금도 저자의 시각이 합당한지등의 질문등을 던져가며 읽는 재미도 함께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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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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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앤더슨 쿠퍼, 글로리라 밴더빌트 지음

 

CNN의 간판 앵커이자 배우보다 더 완벽한 외모와 스타일로 헐리웃스타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앤더슨 쿠퍼. 사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내게도 그의 모습을 한 번 본 이후로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사랑하는 '여인'외엔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집안환경이 평화롭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원만한 연애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나니 혹시나 하던 그 의심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보통사람이 납득할 만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삶을 대충 살아넘기거나 가볍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있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서 자신을 좋은 어머니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기 어렵습니다만, 자기도취에 빠져서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정에 휩싸이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죠. 외할머니도 그러셨던 게 아닌가 싶네요. 85쪽

 

글로리아의 엄마, 앤더의 외할머니는 딸이 어떤 상처를 받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가 주목한 것은 자신의 딸에게 얼마만큼의 유산이 상속되어 있고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부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느냐였던 것이다.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공항가는 길>에서 딸아이에게 단 한 번도 다정하게 대해준 적 없었던 김혜원이 남편에게 모성이 모든 여자에게 있을거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모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자식이 삶의 이유인 이 땅의 어머니들은 그녀의 말에 분개하고 '못된 여자'라고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성이 없다는 사실보다 모성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아이에게 그릇된 욕망을 품는 것이 더 나쁜 것이 아닐까 싶다. 앤디의 말처럼 자신이 좋은 어머니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이 그래서 더 글로리아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오면서도 아들 앤디는 그녀의 삶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 언론에서 떠드는 내용만으로 전부를 알고 있다고, 적어도 아들로서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고백에 나를 되돌아본다. 과연 나는 우리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도 앤더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91세가 되어 병상에 누워있을 무렵에야 이렇게 '마지막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우리에게 이런 두사람의 이메일을 공개적으로 책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보기와는 다르게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 이해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고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떠올릴 때면 그 당시에 어머니에게 했으면 좋았을 온갖 질문들과 말들이 떠오른다. 이제 앞으로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 어떤 후회도 없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372쪽

 

나중에라는 핑계로 엄마와의 대화를 미루는 사람들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것이 후회되지 않게 엄청나게 잘 해드리거나 효도라고 할 만큼 애쓸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마음을 편견없이 바라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우리는 경청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이상하리 만치 가족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곤 한다. 부모가 90세가 넘을 때까지, 병상에 눕기 까지 기다리지 말자. 심지어 그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서 떠나갈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떠나고 남는자가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는 동안' 수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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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섬 - 식물의 조상을 찾아서
마르타 반디니 마찬티 외 지음, 파올로 세르벤티 고식물학자문, 리카르도 메를로 그림, 김현 / 다섯수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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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화가가 상상하는 식물을 그려 보고, 혹시 비슷한 식물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거예요. 만약 이 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표면 어딘가에서 식물 탐험가들에게 발견될 거예요.- 여느 글 중에서-

 

 

며칠 전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의 <신비한 동물 사전>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노마지(머글)이 마법사들과 함께 있었던 기억을 모두 잃은 후 빵집을 차리게 되는 데 빵 모양이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기이한 동물모형을 닮아 사람들이 신기해하면서 찾는다. 어떤 여자가 그에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게 되냐고 묻지만 그냥 생각이 날 뿐 이라고 답할 뿐이다. 기억을 잃은 그가 실제 만났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책 [시간의 섬]이 떠올랐다. 아마 나처럼 책을 읽은 관람객이라면 분명 그 장면이 아니더라도 신비한 식물 사전을 만난것과 같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다.

 

식물하면 떠오르는 것? 녹색 혹은 노란색? 잎, 줄기 그리고 뿌리등이 생각날 것이다. 잎이 없는 식물이 있을거란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이전에도 고대식물과 관련된 두꺼운 책을 읽어놓고서도 이끼나 수중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그새 잊은 것이다.  잎이 없는 식물은 초창기 식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불필요한 것들을 갖추지 않고 광합성을 잘 받을 수 있고 바람이나 비등의 공격에 버티기 위해 대만 있었다고 한다. 리니아 그윈네 바우가니나 아글라 오파이톤 메이저의 경우가 그렇다. 이름이 정말 어렵다. 저자는 어려운 공룡이름은 잘 외우면서 식물이름은 관심밖이지 않냐고 했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공룡이름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잎이 없이 줄기만 있거나 하면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하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활자로만 보기 어려우니 이 책의 장점, 그림을 함께 올려본다.

 

 

보시다시피 잎이 없고 줄기만 있거나 포자낭만으로 이뤄져있는데도 상당히 독특하다. 저자는 세룰라카울리스 푸르카투스(이름이 정말 어렵다)가 가장 독특하다고 했는데 톱니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라고 한다. 세루라가 라틴어로 작은 톱을 의미한다고 한다. 식물명이 잘 안보이더라도 톱니라는 말에 위에 사진에서 금새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후 잎이 생겨나면서 식물의 모양이 상당히 다변화되고 다양해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재미나게 설명을 하기 위해 잎의 수가 3,6,9 등 3의 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두고 수학을 조금 할 줄알았던 식물이라고 까지 묘사해준다. 사실 학창시절 과학을 잘 하지 못했던 나는 지금까지도 암술이니 수술이나 포자낭이니 하는 단어가 낯설고 어려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뿐만아니라 식물이야기 뿐 아니라 당시에 함께 살아가던 곤충류와 동물들도 함께 등장하며 특히 관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특히 학기중에도 방학중에도 식물채집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식물표본을 테이프로 붙여서 수록된 페이지를 볼 때는 친근감도 들고 추억들이 떠올라 즐거웠다. 아이도 어른도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지 않게 식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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