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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앤더슨 쿠퍼, 글로리라 밴더빌트 지음
CNN의 간판 앵커이자 배우보다 더 완벽한 외모와 스타일로 헐리웃스타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앤더슨 쿠퍼. 사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내게도 그의 모습을 한 번 본 이후로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사랑하는 '여인'외엔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집안환경이 평화롭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원만한 연애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나니 혹시나 하던 그 의심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보통사람이 납득할 만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삶을 대충 살아넘기거나 가볍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있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서 자신을 좋은 어머니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기 어렵습니다만, 자기도취에 빠져서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정에 휩싸이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죠. 외할머니도 그러셨던 게 아닌가 싶네요. 85쪽
글로리아의 엄마, 앤더의 외할머니는 딸이 어떤 상처를 받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가 주목한 것은 자신의 딸에게 얼마만큼의 유산이 상속되어 있고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부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느냐였던 것이다.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공항가는 길>에서 딸아이에게 단 한 번도 다정하게 대해준 적 없었던 김혜원이 남편에게 모성이 모든 여자에게 있을거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모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자식이 삶의 이유인 이 땅의 어머니들은 그녀의 말에 분개하고 '못된 여자'라고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성이 없다는 사실보다 모성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아이에게 그릇된 욕망을 품는 것이 더 나쁜 것이 아닐까 싶다. 앤디의 말처럼 자신이 좋은 어머니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이 그래서 더 글로리아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오면서도 아들 앤디는 그녀의 삶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 언론에서 떠드는 내용만으로 전부를 알고 있다고, 적어도 아들로서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고백에 나를 되돌아본다. 과연 나는 우리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도 앤더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91세가 되어 병상에 누워있을 무렵에야 이렇게 '마지막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우리에게 이런 두사람의 이메일을 공개적으로 책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보기와는 다르게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 이해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고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떠올릴 때면 그 당시에 어머니에게 했으면 좋았을 온갖 질문들과 말들이 떠오른다. 이제 앞으로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 어떤 후회도 없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372쪽
나중에라는 핑계로 엄마와의 대화를 미루는 사람들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것이 후회되지 않게 엄청나게 잘 해드리거나 효도라고 할 만큼 애쓸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마음을 편견없이 바라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우리는 경청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이상하리 만치 가족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곤 한다. 부모가 90세가 넘을 때까지, 병상에 눕기 까지 기다리지 말자. 심지어 그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서 떠나갈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떠나고 남는자가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는 동안' 수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