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책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_인문 교양 지식 편
이동진.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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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그동안 책을 읽을 때 장르별로 그 목적이 크게 달랐는데 문학의 경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지난 경험과 나의 가치관을 비교하면서 깨달음도 얻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비난하거나 나는 결코 저런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소통'이라는 것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반면 인문서적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지리, 과학, 철학등의 서적을 만났을 때 도통 '질문'이라는 것을 던질수가 없었고 그것은 오로지 내가 구하는 '답'을 내주어야만 하는 정보처리기계로만 대해왔던 것이다. 쉽게말해 인간의 삶을 좀 더 유연하게 하며 인간관계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넓혀주기 위한 인문학서에서 오히려 전혀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로 책을 읽었던 것이다. 빨간책방의 두 진행자 이동진과 김중혁이 문답형식으로 끊임없이 질문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질문 하는 책들]은 바로 그런 점에서 내게 책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진 :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제기된 물음에 연이어서 물을 수 있기를. 물음에 물음을 얹어가며 치열하게 물을 수 있기를. 물음의 연쇄속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물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물음의 반향에 서로 귀 기울여가며 함께 물을 수 있기를.

 

김중혁 : 나는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답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아니고,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여기서 답을 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속에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면 좋겠다.

 

위의 발췌문은 서문에 쓰인 저자들이 독자에게 권유 혹은 부탁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머릿속에 심어두고 본문으로 들어가면 소개된 9개의 작품 중 내가 읽은 두 권 중 하나인 <총,균,쇠>. 내가 읽었으므로 스킵하고 싶으나 '서울대도서관대출1위'라는 명목아래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잘 팔리는,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반값할인 당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던 책이라 짧게 언급을 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에 혼자 읽었을 때도 별 생각없이 읽다가 엄청 웃었다가 얼굴을 찡그려가며 읽었던 경험을 안겨준 책이다. 콜럼버스를 비롯, 서양권에서 원주민들에게 어떤 해악을 뻗쳤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현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벌어진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의견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다만 저자들의 바람처럼 질문을 계속 던졌어야 하는데 그냥 그런일이 있었구나 하며 놀라는데에서 그쳤다는 점을 반성할 따름이다. 두 번째 책은 역시나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읽은 두 권중 다른 책 <생각의 탄생>이다. 사실 이 책은 블로거들의 평이 정말 좋아서 덜컥 구매했다가 '실패'했다고 느꼈던 책이었는데 빨간책방 두 진행자분의 말끔한 정리덕분에 다시금 펼쳐볼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해주었다. 내 생각에도 13가지로 생각의 과정을 풀이하는 까닭이 좀 의아했는데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에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내가 대학입학 부터 지금까지 최대 대출횟수를 자랑하는 도서라고 볼 수 있다. 엄청 웃기다는데 도대체 뭐가 웃긴지를 잘 모르겠고, 빌 브라이슨의 다른 시리즈 작품에 비해 읽기는 했는데 남는게 별로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래서 완독을 계속 하지 못하고 두꺼운 책을 매번 대출했다가 이전에 읽었던 부분만 복습하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이동진 :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여행에 대한 환상이나 호들갑이 적고 기대치가 낮은 게 특징이잖아요. 그래서 이 책의 상당부분은 호텔 아니면 대중 교통 수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대부분 실수투성이예요. 항상 방을 구하느라 쩔쩔 매고요. 129쪽

 

역시 진행자 두 분 덕분에 왜 완독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출한지가 꽤 지났고, 그 사이 유럽을 몇차례 다녀와 여행지로서의 유럽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의 유럽을 산책할 준비가 어느정도 되었으니 이 책에서 여행서로서의 매력을 기대하면서 읽는 안타까운 자세는 많이 비운 것 같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책들]덕분에 소개된 작품들 뿐 아니라 주제도서와 함께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까지 (두 분이 중복추천한 책도 있다)하면 앞으로 도서구매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야 하고 심지어 도저히 구매하기가 꺼려지는 꽤 비싼 책들도 있지만 2017년도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재미도 찾고 지혜와 지식도 찾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만큼 좋은 추천도서책모음집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개된 책들의 페이지가 어마어마해서 분명 나처럼 중간에 멈추거나 포기한 책들도 이 책을 읽단 읽고나면 다시금 읽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꽤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처럼 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구하려고 이 책을 읽는가 하는 질문과, 이 책의 저자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당시 시대상황에 비추어 지금도 저자의 시각이 합당한지등의 질문등을 던져가며 읽는 재미도 함께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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