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3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3
김남미 지음 / 나무의철학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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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참 위로가 된다. 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이라니..... 나만 틀리는 것이 아니었다며 안도해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고백하자면 난 정말 문법을 모르며 살아왔다. 그나마 리뷰를 쓰고 번역공부를 하면서 억지로라도 조금씩 공부해서 이정도가 된 것이지 학창시절 내 문법 성적은 평균 점수를 낮추는 일등공신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굳이 이런 이야기를 서평 서문에 적는 것은 그렇게 문법을 어려워하고 잘모르는 내가 이 책을 몇 주에 걸쳐서라도 읽을 만큼 내용이 좋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문법에 자신감이 생겼다거나 더이상 맞춤법 검사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전달하는 '맞춤법'을 알아가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고 머리아픈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면 레벨업을 하는 것처럼 즐겁고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존재도 새삼 다르게 느껴질 뿐 아니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마치 좋아하는 선생님과 한 마디라도 더 해보기 위해 무작정 질문을 쏟아냈던 언젠가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맞춤법이랑 친해질 수 있는 계기, 바로 그것을 이 책이 갖게 해준 것이다.


고유명사 자체에 나타나는 우리말의 굴곡에 관심은 갖되 일일이 화내지 않는 것. 그것은 스승께 배운 태도입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 그리고 보다 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갖기 위한 에너지의 축적인 것이지요.  262쪽


우선 저자분이 정말 겸손하다. 여전히 공부중이라고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모범생 친구가 알려주는 느낌이다. 한글 맞춤법 중에 내가 가장 어려워 했던 것은 뒤에 어떤 자음이 오느냐에 따라 앞의 받침이 달라지는 규칙이었다. 가령 숟가락은 왜 'ㄷ'이 붙는데 젓가락은 왜 'ㅅ'이 붙는걸까? 같은 듯 보이지만 각각 적용된 규칙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영어도 그렇지만 예외인 것도 있다. 맨 첫 장에 등장하는 '각티슈'의 올바른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을 읽는 순간에도 '갑티슈'가 왜 맞는 표현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 어떤 발음의 자음이 오느냐에 따라 앞에 받침이 달라지는 규칙 만큼 신기했던 것은 합성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가 둘다 한자일 경우에는 'ㅅ'이 붙는다는 규칙이었다. 아니 이런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도 부끄럽게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동안 영어공부한다고 그렇게 열심히 문법책을 들여다보고 외우고 노력해놓고 정작 우리 말과 글을 이렇게 소홀하게 푸대접을 했으니 부끄러워 할 자격도 없는 것 같다. 이런 받침 규칙 외에도 '상식'에 가까운 지식도 알려준다. 세금과 요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만약 누군가 정확하게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본다면 세금은 국가에, 요금은 국가가 아닌 곳에 지불하는 것이다라고 밖에는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세는 왜 수도료가 아니라 수도세인가 국립국어원에 항의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저자도 감탄할 만큼 우리말을 연구하는 사람들, 설사 그것이 직업이 아님에도 관심을 갖고 항의를 할 줄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참고로 결론만 말하면 수도료가 맞지만 언어가 가진 여러가지 성향 중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서 익숙해진 단어이기 때문에 그 쓰임을 사전에 반영한 것이라고 국어원 측에서 설명했다고 한다. 갑자기 모든 '세와' 료'를 찾아보고 항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새 관뒀다.

반면 이미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틀리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의외였던 것들도 많았다. 첫 삽화에도 등장하는 '천장'과' 천정' 중에는 어떤 표현이 맞는 표현일까? 정답은 천장인데 천정으로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천정'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건축용어 중 천장과 천정을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라는 표현이 바로 그렇다. 틀린 표현이지만 거의 표준어 처럼 사용되는 이런 단어들의 바른 표현도 책에서는 잘 다루고 있었다. 이렇게 올바른 표기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올바른 '발음'에 관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단어만 봐도 머리를 아프게 했단 '된소리'. 그리고 겹자음이 어떤 규칙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알려주는 데 발음은 적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솔직히 표기보다 더 틀리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쨌든 의미는 통하니까 상대방이 조금 이상하게 발음해도 표준어가 아닌 방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발음기호를 적을 때 정확하게 적으면서도 입을 통해 나오는 발음은 전혀 다를 때도 있었다. 저자는 단순하게 규칙만 나열하고 이렇게 해야 옳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잘못된 발음으로 인식된 까닭까지 파헤쳐서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그야말로 교육자 다운 인내심과 다양한 사례, 풍부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고나 할까? 이 책이 시리즈 3권인데 앞서 출간 된 1권과 2권에는 또 얼마나 유익한 내용이 담겼을지 시리즈 전권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책이라고 해도 결국 읽고서 덮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저자가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것은 어떤 표현이 맞는지 틀린지에 집착하여 어렵게 공부하려고 하지말고 모르는 것을 찾아서 알아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 문법을 처음 배울 때, 교과목 선생님의 실력이 부족하셨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문법책이 좀 더 빨리 세상에 나왔더라면 재미있게 배울 수는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처럼 스스로 재미를 갖는 사람이 있으니 이것도 변명이긴 하지만 말이다.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시면서 짜증을 많이 내셨으면 해요. '왜 이런 방식으로 설명할까? 왜 더 복잡한 것 같지? 왜 너무 쉬운 것들을 반복하지? 왜 지난 번의 설명 방식과는 다르지?' 일단 이렇게 짜증을 내신 후 반드시 그 답들을 내 보세요. 그래야 내용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목적이 보인답니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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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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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저 술술 읽히는 소설만 읽다보니 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신춘문예 스타일'이 숫자로 치면 어른이 되고난 이후 부담스럽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부랑자, 하수도, 쓰레기더미 처럼 직시하지 않고 누군가 덮거나 가려주어 내 눈에 띄지 않게 해주는 것이 고마운 비겁한 어른이 된 까닭이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퇴', '철학과'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제목에 들어가 있는 까닭에 그런 망설임을 무시하고 무작정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불편한 현실이 작품속에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낼 줄 알면서도 읽고 싶었다. 자퇴생이라는 말이 낙오처럼 들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같은 사회에 철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저 혼자'사는 사람처럼 이기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철학과를 졸업하거나 재학중인 학생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그런 마음으로 읽은 책은 답답함 그 자체 였다. 각오하고 읽었는데도 쉽지 않았다. '나'는 한 때는 아빠였던 엄마와 살아가고 있다.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 때문에 학과를 자퇴했지만 과연 그가 멀쩡하게 살면서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만큼 순수하지 못했다. 인우가 악마로 인해 점점 더 망가져가고, 아빠였던 엄마가 '사회의 편견' 이 주는 상처로 몸과 맘이 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씁했던 것은 오히려 여전히 '불쾌'하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기는 나 자신을 읽는 내내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인우가 안타깝고, 인우의 엄마가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사는 사회에서 그 두 사람이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몇 년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를 박희정의 그림이 담긴 만화로 읽었을 때와,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화'로 봤을 때의 차이를 기억했다. 만화 속, 여자보다 예쁜 남자들의 사랑은 그저 한없이 안타깝고 제발 불행한 결말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다면, 만화와는 조금도 닮지 않는 예쁘지 않은 영화 속 남자배우들의 아주 가벼운 스킨십 장면만 봐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스젠더의 방송출연을 볼 때 마다 불쾌해하며 욕을한다거나 하진 않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조차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아닐까. 이야기가 너무 에둘러 펼쳐지긴 하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사회의 편견이, 사회적 약자들이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현실고발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 조차도 과연 '편견'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고 '악마'가 했던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인간답게,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이토록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도 또 간만이다. 아, 이 소설의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할 것인가. 우선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이라는 키워드를 착각했다. '철학'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봤을 때 작품 속 인우의 삶은 '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혹은 인우처럼 살거나, 민호처럼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속박당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호의 삶도 '인간답지 못한 삶'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민호 때문에 인우의 삶이 호전적이고 평탄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과연 모든 잘못이 민호에게 있는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한 인우의 엄마가 트렌스젠더라는 장치도 딱히 인우의 삶을 비극적으로 결말짓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란게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타인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인우가 그저 안타깝고 가엽기만 했을 뿐이다. 인우가 자퇴를 한 것은 단순히 '철학과'학생 신분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그 책임을 사회뿐 아니라  인우에게도 있다고 비겁하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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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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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도전그리고 가족애가 잘살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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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관 - 세계 10대 도시로 떠나는 과학박물관 기행
조숙경 지음 / 살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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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때 우연히 라 빌레트 공원을 거닐면서 과학산업관의 구체 극장, 라 제오드를 마주했었다. 듣기로도 엄청 크고 거울처럼 보이는 전부를 비춰보인다고는 했지만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다. 라 빌레트 과학관은 상시 전시라는 것이 없고 매달 혹은 특정 기간을 정해 특별전 위주로 기획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여유가 없어서 내부까지 관람하지 못했지만 사전에 이런 내용을 알았더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관람했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관련된 많은 서적 중 '과학관'과 관련하여 어린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의 과학관]이 반가운 이유는 이것 뿐이 아니었다.

초반에 책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과학자 위주, 해당 과학자가 살던 시대와 과학관이 설립된 배경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관련된 일화와 내용은 미술사나 미술관과 관련된 책을 통해서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렌산드리아 도시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관이라 부를 수 있는 무세시온을 시작으로 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1장을 제대로 읽었다면 과학자의 일생과 관련 일화가 등장하는 까닭을 무시할 수 없게된다.

 

파스칼의 기계가 세금을 계산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듯 프랑스 역사, 특히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18세기 저울이나 자와 같은 도량형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77쪽

 

과학자의 발견과 생애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게 되면 당대 사회적 분위기와 이슈를 알 수 있게 된다. 해당 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 유물의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어 실제 과학관을 방문할 때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여행작가 쓴 '과학관 기행'이 아닌 '전문과학사가'가 집필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카더라 통신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를 알려줄 뿐 만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문화매체(영화,연극, 음악, 도서 등)정보를 가져와 이해를 돕고 과학이 과거에 왜 '예술'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문화와 예술, 저항과 자유의 기억과 흔적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과학적 시선으로 볼 때도 지극히 매력적인 곳이다. 왜냐하면 이 도시 해안가에는 미술궁전과 나란히 세계 최초의 과학 체험 센터인 익스플로라토리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예술과 과학과 인간의 이해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표방하며 낚은 미술관 건물에 설립된 이곳은 20세기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관이 매우 깊다. 105쪽

 

목차를 보게 되면 아마도 친숙한 과학자의 이름을 먼저 확인 후 피렌체의 갈릴레오 박물관이나 스톨홀름의 노벨 박물관부터 관심을 두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를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례로 읽기를 권한다. 여러차례 강조한 것처럼 과학자들이 각각 따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지만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왜, 이 과학관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기 때문이다. 과학관을 주제로 한 책이라 지루할 줄알았는데 몰랐던 과학발전사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발명품의 놀라운 사실까지 접하는 등 한 권에서 멈추지 않고 시리즈물로 계속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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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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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게 부족했지만 어머니가 나의 유일한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서, '지금은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인생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강한 의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50p


위의 글은 작가 엔도 슈사쿠의 어머님이 공부도 잘 못하고 바이얼린을 가르쳐 주었더니 화를 부러뜨리기나 하는 아들에게 해준 말이다. 이 문장만 보더라도 최소한 유년시절 만큼은 그의 삶이 안락하고 포근했을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나 시대적 배경을 보면 2차 세계대전으로 나라 안팎이 모두 어수선하다못해 암흑에 가까운 시기였다. 그런 우울한 시기에 유학생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리옹에 가기도 했던 이력은 그의 노력보다는 어느정도의 운이 따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년에 이르러 폐결핵으로 인해 여러차례 수술과 입원을 반복했던 이야기를 들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책 표지에는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작가라고 하지만 이력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게 된 작품 [침묵]은 세계 여러나라에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그 이후에도 신초 문학상 및 마이니치 출판문하상 등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조금 거들먹 거릴만도 한데 막상 책에 실린 글을 읽고 있자니 문필가 특유의 위트와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이 결코 줄지 않고 나이와 비례해서 늘어나기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유쾌하다고나 할까. 제목은 '인생에 화를 내봤자'라고 하지만 젊은 시절 줄곧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화를 잘 참지못하고 욱하는 성질이라 약도 지어먹어봤다고 하니 대충 어느정도 인지 짐작할 만하다. 잠깐 이야기 한것처럼 호기심도 상당해 점이나 미신을 믿는 경향도 있는데 버스를 타면 자기만의 지정석 외에는 차라리 서서 가고 만다던가, 시험을 보러 가기전 우체통이 머리를 쓰다듬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텔레파시 때문에 은근슬쩍 우체통을 쓰다듬기도 한다. 점의 경우 신년운세 등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에서 뿐 아니라 해외까지 나가서 타로점을 보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맹신해서는 아니고 과연 이 점술가가 자신을 얼마나 속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폐결핵으로 수술도 하고 입원한 이력이 많다보니 지인이 입원했을 때 병문안시 주의사항까지 일뤄준다. 몇 년 전 어떤 의사가 암에 걸렸을 때 비로소 환자입장에서 의사들의 태도, 병문안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의 태도를 두고 환자입장에서 부탁조로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를 들자면 너무 오랜 시간 병실에서 지체하는 것은 환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과, 의사들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는 환자의 사기를 꺾는다는 등의 얘기였는데 엔도 슈사쿠도 유사한 이야기를 남긴다. 뿐만아니라 병문안시 꽃이나 음식물은 한꺼번에 여러명이 올 경우 버려질 수 있으니 '수건', '가운'등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 수술과 입원을 경험한 나로서도 적극 공감한다. 입에 맞지 않는 쥬스, 회복기간이라 먹을 수 없는 음식물은 보호자마저 먹지 않을 경우 거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수건은 병원에서 무상으로 지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한 번씩 사용하고 버려도 부담스럽지 않은 저렴한 것으로 여러 장 사다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나는 소설을 쓰고부터 사람을 판가름하는 일이 차츰 싫어졌다. 나도 같은 입장이라면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사람을 판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만, 타인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만 성인군자가 되는, 나는 그런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 145쪽


글 첫머리에 발췌문을 올린 것처럼 엔도 슈사쿠는 어머니에게 '케세라 세라'방식으로 성장했기 때문인지 젊은 청년들에게 너무 기죽지 말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에 기쁨을 가지면 어떻겠냐는 글을 많이 적는다. 뿐만아니라 몸이 아픈 것이, 대머리인 것이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니고 매사에 안좋은 일에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기분이나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독교신자였던터라 관련 내용의 작품도 여럿 집필한 까닭에 수록된 글속에서 '신을 믿으세요'라고 강조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상 자체를 참 편안하게 그리고 감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에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화를 내도 의미가 없다는 인생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글을 몇 배로 돋보이게 해주는 앙증맞은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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