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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관 - 세계 10대 도시로 떠나는 과학박물관 기행
조숙경 지음 / 살림 / 2015년 10월
평점 :
파리 여행 때 우연히 라 빌레트 공원을 거닐면서
과학산업관의 구체 극장, 라 제오드를 마주했었다. 듣기로도 엄청 크고 거울처럼 보이는 전부를 비춰보인다고는 했지만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다. 라 빌레트 과학관은 상시 전시라는 것이 없고 매달 혹은 특정 기간을 정해 특별전 위주로 기획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여유가 없어서 내부까지 관람하지 못했지만 사전에 이런 내용을 알았더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관람했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관련된 많은 서적 중 '과학관'과 관련하여 어린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의 과학관]이
반가운 이유는 이것 뿐이 아니었다.
초반에 책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과학자 위주, 해당
과학자가 살던 시대와 과학관이 설립된 배경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관련된
일화와 내용은 미술사나 미술관과 관련된 책을 통해서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렌산드리아 도시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관이라 부를 수 있는
무세시온을 시작으로 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1장을 제대로 읽었다면 과학자의 일생과 관련 일화가 등장하는 까닭을 무시할 수 없게된다.
파스칼의 기계가 세금을 계산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듯 프랑스 역사, 특히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18세기 저울이나 자와 같은 도량형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77쪽
과학자의 발견과 생애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게 되면 당대
사회적 분위기와 이슈를 알 수 있게 된다. 해당 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 유물의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어 실제 과학관을 방문할 때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여행작가 쓴 '과학관 기행'이 아닌 '전문과학사가'가 집필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카더라 통신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를 알려줄 뿐 만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문화매체(영화,연극, 음악, 도서 등)정보를 가져와
이해를 돕고 과학이 과거에 왜 '예술'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문화와 예술, 저항과 자유의 기억과 흔적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과학적 시선으로 볼 때도 지극히 매력적인 곳이다. 왜냐하면 이 도시 해안가에는 미술궁전과 나란히 세계
최초의 과학 체험 센터인 익스플로라토리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예술과 과학과 인간의 이해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표방하며 낚은 미술관 건물에 설립된 이곳은 20세기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관이 매우 깊다.
105쪽
목차를 보게 되면 아마도 친숙한 과학자의 이름을 먼저
확인 후 피렌체의 갈릴레오 박물관이나 스톨홀름의 노벨 박물관부터 관심을 두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를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례로 읽기를 권한다. 여러차례 강조한 것처럼 과학자들이 각각 따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지만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왜, 이 과학관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기 때문이다. 과학관을 주제로 한 책이라 지루할 줄알았는데 몰랐던 과학발전사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발명품의 놀라운 사실까지 접하는 등 한 권에서 멈추지 않고 시리즈물로 계속 출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