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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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로버트 디세이 지음 / 다산북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당신은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다. 143쪽


로버트 디세이의 <게으름 예찬>은 위의 발췌문을 먼저 언급하고 리뷰를 적어야 할 것 같다. 책을 굳이 펼치지 않더라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으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죽이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행복과 게으름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 게으름, 놀이 진정한 휴식과 관련해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또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휴식 이나 유희방법에 대해서 그다지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TV가 집에 없는데다가 특별히 예능을 챙겨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게는 사실 저자의 이야기가 저자의 이야기가 담백하면서 편안하게 들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안보는 것이 뒤쳐지는 것, 휴식으로 즐기는 TV시청이 또 다른 '노동'이 되어버리는 지금 이보다 솔직하게 게으름을 얘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 자체를 여가의 한 형태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먹는 행위가 가진 평범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날마다 먹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163쪽


사실 먹방보는 것을 즐기는 내게 먹는 행위자체가 여가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지도 심지어 음식을 먹고 한 번도 사교댄스를 출 때 느꼈던 것과 같은 희열을 느껴본적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반갑게 들리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실제로 먹방이 왜 화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나역시도 맛있는 음식, 쉽게 먹어보기 어려운 이국의 맛집을 찾아가는 컨텐츠는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빠른 시간안에 먹으면서 괴로워하거나 성공했다고 다함께 기뻐하는 내용의 컨텐츠는 그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한 때는 나이든 중년남성만의 취미활동으로 여겨졌던 낚시가 최근에는 나이와 성별상관없이 긍정적인 활동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이 또한 저자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물고기 죽이기는 인간이 시간이 있고 물가에 있을 때마다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그것은 세련되어 보일 수 있지만 세련된 게임은 아니다. 망망대해에서 힘 좋은 순항선을 타고 부유한 낚시꾼들이 즐기는 게임 낚시는, 비록 조금은 온화하고 노골적으로 경쟁적인 색채가 덜할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오락이다. 212쪽


낚시가 잔인하다면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적 능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올림픽 또한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여가법, 게으름에 대한 사고에 대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해왔던 취미활동 혹은 못마땅하게 여겼던 여가등을 떠올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자에게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 가령 게으름 자체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삶의 한 형태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무언가를 예찬하고 싶어질 때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인다면 아마도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게으름마저 예찬하는 저자의 당당함에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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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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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 배철현 지음



우리가 일상을 통해 마주치는 크고 작은 일들의 경중을 알고, 그것을 잘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다. 그 이상을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255쪽



배철현 교수의 <심연>을 읽은 뒤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그 사이 두 권의 새 책이 출간되었고, 그 중 최근간인 <정적>의 부제는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이다. 심연의 부제는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이었다. <심연>을 읽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용한 사색의 기회를 얻었다면 <정적>은 그야말로 이제 그 깨달음을 변화로 이끌어내는 책인 셈이다. 인용된 많은 구절 중 제일 먼저 리뷰에 담고 싶었던 문장이 바로 서두에 발췌문이다. 나이들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고통을 아예 피하거나 줄여볼 수는 없다라는 것이다.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다만 그 크기에 따라 아예 정신을 놓고 시간이 흘러가주기만을 바라거나 다른 누구의 탓을 하며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거나 좋은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거와 후회가 있었기에 '존 밀턴'의 <실낙원>에 나오는 '일상생활에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혜다. 그 이상은 거품이다.'라는 구절을 풀이한 위의 문장이 와닿았던 것이다. 나를 아는 것만큼이나 내 앞에 놓인 사람, 관계, 문제 혹은 기회등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무언가를 잘 알기 위해서는 평소에 그리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 작은것에 관심을 둔다는 것을 곡해하면 안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그냥 흘리거나 지나치는 '사소'함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에게 힌트를 던져줄 때가 많다. 가령 눈에 드러나보이는 건강상의 문제만 보더라도 질병에 걸리고서야 아주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들에 기인했음을 깨닫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니 마음이나 관계에 관련해서는 얼마나 중요한 '사소함'들을 우리는 놓치고 살고 있는것인가 싶다.



저 큰 느티나무가 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누군가 오래전에 씨앗을 심고
먼 훗날 커다란 나무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내 마음에 심어놓은 나무는
얼마나 크고 의연해졌을까?



오늘,
나는 내 마음에 또 어떤 씨앗을 심을까?



사실 <심연>을 읽은 뒤 후속편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뒤를 이어 출간된 <수련>을 바로 읽으려했다가 그만둔 이유가 있었다. 저자는 특정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깨달음이나 지혜에 대해서 중립적이며 학문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연구하고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달리 생각해보면 신앙을 가졌을 때 해당 신앙이 주는 그 고유성이나 기적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종교를 축구에 비유하며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비유가 너무도 적절하여 내가 어느 부분에서 어긋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네 가지 이유 중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종교가 역사적으로 어떤 불행을 초래했는지를 돌이켜보면 내가 한 실수가 무엇인지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심연>을 시작으로 <수련> 그리고 이 책 <정적>까지 나처럼 중간에 쉬어가는 독자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저서를 잠시라도 읽어보게 된다면 분명 이 책에 대한 기대 혹은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혹 여러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 <수련>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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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으로 마음을 만지다 - 자존감을 포근히 감싸는 나다운 패션 테라피
박소현 지음 / 여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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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으로 마음을 만지다 / 박소현 저 / 여름


나를 그만 미워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난 못생겼다. 인상도 나쁘다. 그냥 쳐다본 것인데 왜 째려보냐며 시비가 붙은 적도 있다. 인상이 이러니깐 뭘 입어도 별로인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놀리는 것 같고 동정 같다. 얼굴을 다 갈아 엎어버리고 싶다. 난 내가 싫고 밉다. 176쪽


'옷으로 마음을 만지다'란 책의 타이틀을 처음 봤을 때 몇 해 전 읽었던 패션테라피와 관련된 책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어두운 색을 피하고 악세서리를 잘 활용하는 등 직접적인 해답이 전혀 없었던 까닭에 부풀었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었다. 그래서 이 책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펼쳐보았던 것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 쯤은 옷으로 치유받은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원피스를 걸쳤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이 정말 예뻐보여 기분전환이 되었다던가 하는 식 말이다. 책<옷으로 마음을 만지다>은 이런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야말로 옷을 어떻게 잘 입어야 하는지, 또 옷을 입는다는 것이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드러내는 것임을 부드러운 톤으로 이야기해준다. 서두에 발췌한 문장을 보면 이 책이 어느정도로 타이틀과 관련성을 맺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외모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렵거나 심리적으로 괴로운 상태인 사람들에게 어설프게 이렇게해라 저렇게 해봐란 식의 조언은 도움은 커녕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차근 차근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또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들려준다. 가령 전신거울이 아닌 자신의 시선을 기준으로 턱 아래부터 발끝까지 봐서는 스타일링이 잘 되었는가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다. 예쁘지 않아서 거울 보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점점 촌스러운 스타일링이 되어가는 것일수도 있다. 옷을 입고 나서는 전신을 비춰보며 조화로운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흔히 악세서리를 활용하라는 예를 보더라도 전신이 아닌 상반신이나 하반신만 봐서는 과한지 부족한지 알 수가 없다. 전신을 봐도 모르겠다 싶을 때는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사실 온라인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쉽진 않지만 최근에는 데이트하러가기 전, 소개팅 전 사진을 올려놓고 조언을 받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환경 자체가 놀랍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까닭은 이런 과정을 통해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스타일링이 문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누가봐도 아닌 스타일을 피해가는 좋은 팁인 셈이다.


책을 읽다보면 옷자체라기 보다는 사람이 언제 가장 아름다운지, 또 옷이 아닌 마음가짐이 좋은 스타일링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까지 알 수 있을만큼 '어루만지다'라는 말이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옷 이야기로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좋은 명언, 대사와 구절 등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그야말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펼쳐보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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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 - 매일매일 #OOTD 그림일기
김재인(동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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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김재인(동글)/21세기북스

지난 봄, 처음으로 <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를 집필한 저자의 인스타 계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림체가 워낙 닉만큼이나 동글동글해서 패션과 관련된 정보나 화려한 인플루언서라는 느낌보다는 편안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 이후로 종종 들여다보곤 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림과는 달리 결코 통통한 체형이 아니라는 것과 통넓은 팬츠나 앞코가 지나치가 둥근 메리제인 슈즈는 그림 뿐 아니라 실제 저자의 착샷을 봐도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그야말로 '동화책'같았는데 어느 순간 일러스트와 함께 실린 착샷이 의외로 멋스럽고 편안해보여 방문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어느새 저자만의 스타일이 편안하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찰나, 책 출간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역시,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은 누구나 비슷비슷한것이 아닐까 싶다.


책 제목은 마치 실패한 코디모음을 나열한 것 같지만 서두에 적은 것처럼 결코 그렇지 않다. 가끔 제목에 적은 것 같은 날이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의 날들에 그녀는 왜 그 옷을 코디하게 되었는지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의 이유를 알려준다. 저자의 코디가 맘에 드는 또다른 이유는 스타일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의 코디는 예쁘긴 하지만 솔직하게 어디서 본듯한, 스타일링을 그대로 옮긴듯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금만 응용해도 달라지기 때문에 비싼 브랜드 옷들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어울리는 분위기, 그대로 따라한다고는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혼자서 코디하는 것이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 데이트, 여행지에서 등의 상황별 코디팁도 책에 담겨져 있다. 내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타인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깨닫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기 때문에 보는 이로하여금 저자의 일러스트가 편안함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 정해놓은 스타일을 쫓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처럼 날씨와 상황에 맞게 그리고 그날의 기분의 맞게 코디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귀여우면서도 실속있는 <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꼭 코디팁이 아니더라도 그림 그 자체로도 물론 소장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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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 책고래숲 1
이현주 지음 / 책고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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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 글 그림 이현주 /고래


이현주 작가의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를 처음 봤을 때 지미의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가 떠올랐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무심히 그린듯한 그림체와 달리 마음을 푹 빼앗기게 하는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산뜻한 색그림 때문이었다. 표지는 마치 요즘 유행하는 직접 색을 칠해볼 수 있는 그림책 처럼 책을 읽다말고 색연필 등을 찾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내용은 연이라는 소녀와 준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다. 아주 어린 아기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둘의 모습을 보다보면 내 안에 어떤 부분은 준이와 같고 또 어떤 부분은 연이와 참 많이 닮았구나 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다. 사색하기를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어느덧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 글을 쓰는 준이의 모습은 내면의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고, 연이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이 활발한 모습은 세상이 나에게 바라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미의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고집해서 멀어졌다가 또 같은 이유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 것과 달리 연이와 준이는 각자만의 색을 찾다가 만나게 되고 또 서로의 다름 때문에 냉전을 겪기도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그런 '차이'로 헤어진다는 것은 결국 그 차이를 포옹하고 이해해줄 만큼은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싶다. 연이와 준이는 그 다름을 넘어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연이와 준이가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직접적인 색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혹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봐도 정말 사랑스럽다. 노란색으로 가득한 색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에게 떠올리는 색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아이와도 이 책을 즐겁게 볼 수 있고, 빈칸으로 남겨둔 공백은 자신만의 색으로 채워 연이와 준이가 아닌 나만의 색으로 책을 꾸며볼 수도 있다. 말그대로 이현주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뿐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도 동시에 펼쳐보일 수 있는 책인 셈이다. 더군다나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더 큰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연인이 함께 본다면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고마운 책이 될 것 이다. 아이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이제 막 제 색을 찾아가는 청소년에게, 색을 잃어버린 서른을 넘긴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예쁜 책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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